2013년 8월 26일 월요일

잔소리.


학교는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십대의 학생들은 이미 방학이 끝난지 오래되었다.

내가 하는 악기를 배우는 다수의 학생들은 소모품인 베이스 스트링 값이 비싸서 자주 줄을 갈아두지 못하며 지내는 것을 보아왔다.

기타의 줄값과 비교하면 역시 비싸고, 새 줄의 느낌이 유지되는 기간이 짧으니 늘 줄값을 계산하며 부담을 느낄 것이다.
어떤 학생은 한 번 줄을 감은 것을 일년 이상 쓰고 있는 것을 보았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악기의 스트링이라는 것에는 수명이 있고, 수명이 다하면 새 것으로 교환해야한다. 그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낡은 줄을 견디며 그냥 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좋은 소리라던가 정확한 피치에 대하여 무감각한 것일 수도 있다. 연주자로서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도 자격미달이다. 기본적인 사운드에 무신경한 사람이 타인에게 좋은 소리와 연주를 들려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거니와, 악기는 관리해야 하는 도구다.

줄을 갈아끼울때 마다 지판과 플렛을 닦고 브릿지의 피치를 점검하고 늘 너트가 깨끗한지 세심히 확인해야한다. 심지어 직접 줄을 갈아본 경험이 없어서 할줄 모르는 사람도 만났었고 줄을 갈아야할 때 마다 악기점에 돈을 주고 맡기는 학생들도 보았었다.




연주의 실력이란 것은 손가락이 잘 돌아가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누구나 반복하면 손가락을 놀리는 정도는 숙련된다.
소리와 음정, 줄의 진동이나 악기의 느낌에 관심이 없다면 굳이 연주자가 되려할 이유가 있을까. 세상에는 다른 재미있는 것도 아주 많다.


2013년 8월 23일 금요일

악기.



몇 번 액티브 악기를 사용했던 적이 있었지만 모두 나에게 맞지 않아 떠나보냈었다.
이번엔 그동안 가지고 싶어했던 MTD 535를 써보게 되었다.

다른 종류의 악기가 가진 사운드를 인정해야 할텐데 아직 펜더 재즈의 느낌을 낼 수 없어서 조금 답답한 기분도.

플러그인 잭의 접촉부분을 손보느라 프리앰프 소켓을 열어보았더니 눈에 익은 배선과 단자들이 보였다. 십여 개의 값 비싼 액티브 악기들을 모두 열어 납땜도 해보고 부속을 교환해보기도 했던 그 여름이 벌써 십 년 전의 일이었다.



2013년 8월 22일 목요일

끈적거렸던 공연.


엉터리 제목을 멋대로 붙인 언론사들의 사진 보다 훨씬 잘 찍어주신 어느 산울림 매니아 분의 사진들을 봤다.
좋아서 하는 일과 직업상 하는 일의 차이라고나 할까. 증명사진에도 서사가 있는 법인데.

습도 90%였던 그날의 끈적거리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장면이다.



2013년 8월 20일 화요일

아침에 고양이와.

나는 밤을 새웠고, 고양이 꼼은 잘 자고 일어난 후 아침인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거울을 봤더니 내 얼굴은 평소보다 더 못생겨져 있었다.
잠을 잘 자고 일어난 고양이는 유난히 보송보송하게 보였다.


베이스.

당분간 내가 쓰기로 한 악기를 가운데에 끼워놓았다.
남의 것이므로 부담감이 많다.

2013년 8월 19일 월요일

무대에 오르기 직전에.

시티브레이크 슈퍼스테이지...무대에 오르기 직전에 사진을 찍었다.
병주와 약속하여 굳이 만났던 이유는 사실, 메탈리카 공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날 밤 메탈리카 공연은 정말 좋았다.







2013년 8월 18일 일요일

꼬리.


낮에 일어났더니 눈 앞에 편안해 보이는 꼬리가 보였다.


악기를 줄이고 있다.



셋리스트에 맞춰 곡 마다 다시 체크하고 불필요한 것을 없애는 중이다.
페달을 한 개라도 더 줄여보려는 이유는 역시 음질 때문이다.

같은 무대에서 연주하게 된다고는 하지만 내한하는 밴드의 엄청난 Rig과 Gear들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짐을 줄여야하는 심정이라니.


2013년 8월 17일 토요일

착각.



가운, 법복, 제복을 입은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권위가 의복이 아니라 제 몸뚱이에서 나오는 것으로 착각하는 자들이 많더라.

기타를 메고 있는 딴따라들은 대개 악기가 없으면 자신은 별 것 아닐지도 모른다는 마음가짐이 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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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수리.

정비를 위해 자전거 정비소로 달리던 도중에 앞 바퀴가 터졌다.
살펴보니 유리조각이 꽂혀 있었다.
그 작은 조각을 굳이 밟아 바퀴에 심어놓을 수 있었다니.


2013년 8월 16일 금요일

덥다.

여름이니까 더운것이겠거니, 한다.
털 많은 고양이들도 견디고 있는데 이 정도는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뙤약볕에서 일하는 분들도 있는데 내가 불평할 것 없다고도 여기고 있다.

새로 감아준 줄은 벌써 낡은 것이 됐다.
악기들도 손가락도 모두 흐물흐물해져버렸다.



2013년 8월 15일 목요일

순이의 표정.

아침에 컴퓨터와 앰프를 껐더니 갑자기 찾아온 고요에 눈을 번적 떴다.
한참을 이런 표정으로 있어서 많이 웃었다.



2013년 8월 14일 수요일

내 체력.

나는 나의 체력을 잘 안다.
장마 때문에 하지 못했던 자전거 타기를 몰아서 하겠다고 만용을 부렸다.

바쁜 시간에 쫒겨 땀을 식히는둥 마는둥 일어나며 쳐다본 하늘이 예뻤다.

태양의 극이 바뀌고 있는 중이라고 읽었다.
우주정거장에 있는 분들은 별 문제 없는건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자전거.

어릴적에는 나중에 어른이 되면, 하여간에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하지 않기 위해 뭐든지 하겠다고 하는 허세와 객기가 있었다.

현실이란 언제나 변박과 불협 투성이이다.
오늘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원하지는 않지만 해야하는 일들만 했다.

그리고 마치 목끈이 풀린 강아지처럼 뛰쳐나왔다.
숨쉬는 것이 즐겁게 느껴졌다.



2013년 8월 12일 월요일

자주 자전거를 타고 있다.


오늘은 쉬고, 내일 아침 일찍 나오려고 했었다.

합주연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몸이 아파 드러누워 있는 아내를 한 번 보고, 아직 덜 나으셔서 누워계신 장모님을 뵙고, 뭐 이런 계절이 있느냐며 줄줄 흘러내리듯 누워들 있는 고양이들을 보고, 설거지를 하고, 체인을 닦고 기름칠을 했다.

그리고 살금 살금 자전거를 들고 집에서 나왔다.


새벽 네 시에 일어났으니 열 네 시간 째 깨어있는 중.



Jon Anderson



새벽에 갑자기 생각이 나서 Jon Anderson의 음악을 듣다가 추억의 비디오도 찾아봤다.
익숙한 비디오였는데, 어쩐지 이 짧은 영상의 뒷 부분 절반은 아주 생소했다.
이제와서 보니 그 당시 국내 TV에서 소개가 될 때에, 방송에서는 기껏 3분여 까지도 틀어주지 않았었다는 것을 알았다.

1988년도의 음악이다. 나는 이 음반을 지구레코드에서 나온 카세트 테이프로 샀다가, 세월이 흘러 매장에서 CD를 발견하고 덜컥 사버렸었다. 알고보면 이 음반은 Toto의 멤버들이 연주한 몇 곡들과 무려 Jimmy Haslip이 함께 연주했던 몇 곡들, 그리고 등장하는 모든 관악기는 실제였던 시절의 기록이었다. 어렸던 내 귀에도 현실감 없는 연주와 사운드였던 기억이었다.  지금 다시 들어도 그 기분은 마찬가지이다.


비디오의 중간 즈음 Yes의 베이시스트 Chris Squire도 우정출연하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ukiH2Ies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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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11일 일요일

아이팟 클래식.


아침에 아이팟을 맥에 연결했다. 그런데 자꾸 스스로 뱉어냈다.
연결하면 동시에 연결해제가 반복.

애플의 고객지원 페이지, 토론 페이지에 이러한 증상에 대한 이야기들이 잔뜩 있었다. 이른바 eject by itself.

리셋을 여러 번 해보고 디스크모드로 바꿔도 보고, 순서를 틀렸는지 타이밍이 안좋았는지 의심하면서 대여섯 번 반복을 해보아도 정상으로 돌아오니 않았다.


결론은 멍청한 짓으로 시간만 허비하게 되었던 셈이었다.
무려 8년이나 사용하고 있던 USB 허브가 문제였다.
연결선을 뽑아 다른 아이맥의 내장 USB 포트에 꽂았더니 모든게 정상이었다.
덕분에 초기화 후 다시 싱크 중.

새 USB 허브를 사러 가야한다.


덜 더운 밤.

한참만에 느껴보는 덜 더운 밤 시간.

고양이들이 사람을 따라다니며 놀고 있었다.

나는 단지 내 방에서 모두 나가주길 바랐.....

2013년 8월 10일 토요일

포커는 절대 못할것이다.



나는 왜 표정을 적절히 숨기는 법을 아직도 배우지 못했는지.
도박을 하기는 글렀다.

인터뷰어들은 왜 공부를 안하고 답답한 질문만 일삼는건지.

그리고 멍청한 인터뷰가 이윽고 기사화되면 꼭 이름을 잘못 쓰거나 하지도 않은 말을 집어넣거나 한다.




2013년 8월 8일 목요일

악기




4주 동안 줄을 풀고 케이스에 넣어 방습을 도모했던 악기를 꺼냈다.
잘 닦고 새 줄을 감았다.
왼손에 들어오는 네크의 느낌이 지금은 아주 좋다.

다가오는 공연은 얘와 함께 했으면 좋겠는데, 이미 트러스로드를 많이 돌려놓은 상태여서 언제나 불안하다.


추모.



세상을 떠난 죠지 듀크에 대한 마커스 밀러의 글.
똑똑하고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지닌 뮤지션들이 많다.
동료의 죽음에 대한 그의 아름다운 추도문이 꼭 그의 음악을 닮았다.

http://fb.me/1RCcDXw20



며칠 후엔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베이시스트 친구의 십주기 추모공연이 있다. 잠깐 그곳에 들러서 함께 하고 싶다.


일기예보.


새벽에 설거지를 마치고 daum.net에서 오늘 날씨를 확인했었다.구름이 조금 있고 오후 다섯 시에는 비가 올 것 같다고 했다.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이십오 킬로미터를 달렸던 것은 예보를 믿고 그랬던 것. 도중에 비를 맞았지만 곧 그치고 말았어서 그저 소나기인가 했는데.

집에 돌아와 몸을 씻고 물기가 마르지도 않았을 무렵 부터 퍼붓는 비.
천둥소리에 고양이들이 동작을 맞춰 일제히 점프를 하기도 했다.

자전거를 타고 조금 더 멀리 가지 않고 돌아왔던 이유는 평소 사용하고 있는 미국의 기상정보 앱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우리 기상청의 웨더 레포트는 예보가 아니라 실시간 중계에 가까와진지 오래.
포탈의 날씨 페이지는 금세 수정되어 있다. 마치 날씨를 잘 예측했던 것 처럼 보인다.

이것은 기술, 자본의 문제라기 보다는 사람의 문제라고 의심한다.





2013년 8월 6일 화요일

심야의 터미널.


공연을 마치고 늦은 밥을 먹은 뒤 심야의 버스터미널.

집에 가면 아침 다섯 시가 될 듯.



추잡한 습관.

습관적으로 침을 뱉는 것은 추잡하기도 하지만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아침에 서울역 화장실에서 한 남자가 변기 앞에 서더니 크윽 소리를 내며 소변기를 겨냥하여 침을 뱉었다. 그런데 뭐가 잘못됐는지 ‘악 ㅆㅂ!’이라고 하며 분노한 표정을 지었다.

쌤통.



2013년 8월 4일 일요일

함께 조금 자두자.


지난 밤에도 책상 위에서 나와 함께 밤을 새운 순이.
8년 동안 하루도 어김없이 함께 있어주고 있는 내 고양이.
아침이 밝으니 앰프 위에서 그대로 잠들었다.

아침이니까, 나도 조금 자야지.

함께 좀 자두자.




고양이 순이.


올 여름에 유난히 곁에 엉겨붙으려하는 고양이 순이.

체온이 높은 내 곁에 있으면 털많고 체온이 더 높은 얘는 더 더울텐데도.


2013년 8월 3일 토요일

인터뷰.


지난 번 인터뷰.

다른 좋은 말도 했는데… 그런 말은 편집에서 살아남지 못함.




2013년 8월 2일 금요일

극장에 갔다.

나로서는 드문 일.
함께 갔던 친구 정원이는 무려 스타워즈 마지막편 이후 처음이라고.

개봉과 동시에 극장에 가기를 해봤다.






2013년 8월 1일 목요일

자전거.


이제 헌 자전거 됐다.

새것 사달라고 조르고 싶…




밤 새운 후 자전거.

예보를 확인하고 적어도 오늘은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하기에, 밤을 새워 빨개진 눈을 하고 냉큼 나왔다.

댐의 문을 열어서 하얀 물보라가 계속 되는 요즘이다.
물이 빠르게 흐르는 그 주위로 새들이 모여 앉아서 놀고 있었다.


사실은 한 가운데에 앉아있던 두 놈을 겨냥하고 찍었던 것인데 하필 날아가버렸다.
새들이 노는 모양은 무척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