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29일 일요일

내가 닭고기를 먹었다.

어려서부터 고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군대 시절에도 고기가 나오면 먹지 않았다. 한번은 부대에서 무척 배고팠던 날에 할 수 없이 돼지고기를 먹은 후에 심한 알레르기로 응급실에 실려갔던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서른이 넘을 즈음이었나 그때부터는 돼지고기도 잘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몇 년 전 부터는 삼겹살을 자주 먹으러 다니는 지경이 되었으니 식성이란 변할 수 있는가보다.
그리고 여전히 먹지 않던 닭고기를, 며칠 전 정말 맛있게 먹어 치웠다. 
하나도 남김없이, 깔끔하게 먹었다.
춘천에서 군복무를 했던 나는 그놈의 회식 때 마다 닭갈비집에 끌려가서 막국수만 먹고 돌아왔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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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닦기 싫다.


사진은 운전석에서 찍어본 것이었다.
앞유리가 깨진 이후 계속 이 상태로 다니고 있었다.

어느날 저녁 연습을 마치고 모두들 악기를 챙겨 주차장에 모였었다.
동료들의 자동차들은 반짝 반짝 윤이 나게 세차가 되어있었다. 물론 내 차만 빼고.
차가 더러워져 있으면 조금도 견딜 수가 없다는 한 사람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의 시선이 내 차로 향했다. 내 자동차는 켜켜이 쌓인 먼지가 이슬을 맞아 번진 후에 다시 그 위에 묻은 먼지로 독특한 무늬를 만들어놓고 있었다.

세차는 일년에 네 번 정도 해준다. 꼭 횟수를 정해놓은 것은 아니지만 뭐 그 정도였던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군화나 구두를 닦아 신거나 하지도 않는 성격이므로 자동차를 반짝이게 닦아둔다는 것은 참으로 시작하기 어려운 일이다. 세차뿐인가, 작년 초가을에 깨져버렸던 내 차의 앞유리는 역시 아직도 그대로이고, 심하게 찌그러져있었던 자동차의 문을 수리하는데에도 십여개월이 걸렸다.

올해 자동차 검사를 꼭 받아야한다고 하니까... 뭐 그때에 일제히 한 번 정리정돈해주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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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28일 토요일

순이가 가방에 들어가 앚았다.


순이가 가방 안에 들어가서 예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비닐가방 안에서 무엇이 기분 좋았는지 그르릉 소리를 내며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덥지 않니, 그 가방이 마음에 드니, 라고 물어봤더니 더 기분 좋아하고 있었다.
순이와 함께 세번째 봄을 보내고 있다.
바람은 점점 따뜻해지고 있다.
나에게도 고양이에게도 좋은 한 해가 되어지길 바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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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25일 수요일

상자 안에서 순이를 찾았다.


아침에 순이를 찾고 있었는데 보이지 않았다.
포장지를 모아둔 상자 안에 들어가 좁은 틈에 끼여 잠을 자고 있었다.
그곳에서 얼마나 있었던 것인지 아주 잘 잤다는 표정으로 하품을 하고, 여전히 상자에서 나오지 않은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2007년 4월 24일 화요일

자주 앓는다.


쉬지 않고 달리고 뛰다 보니 자주 아픈 것인지, 너무 자주 앓는다.
불과 며칠 전인 금요일에 다들 몸살을 앓고 있다는 동료들 말을 듣고 나는 이미 한 번 앓았었으니 괜찮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바로 그 다음 날 새벽부터 감기와 몸살기운이 오기 시작하더니 그후 며칠을 약으로 버티고 식은 땀을 흘리며 지냈다.
지금도 별로 좋은 상태는 아니어서 목이 붓는 바람에 침을 삼키기도 힘겹다.
너무 자주 아프고 자주 앓는다. 추웠던 겨울엔 왜 한 번도 감기에 걸리지 않았던 걸까 의아할 정도이다. 정확히는 황사가 시작되었던 날 부터 계속 앓고 있는 중인데 정말 황사와 내 병치레가 연관이 있는 것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아프게 되니 요즘같은 때엔 여러가지 일에 두루 영향을 미치고 모든 일에 불편하다.
운전을 하기 힘든 탓에 일부러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선다. 속도를 내지도 못하고 가끔씩 도로 한 켠에 차를 세우고 쉬어야 할 때도 있었다.
그 이유를 알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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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23일 월요일

조금 신이 나있었다.


매주 공연의 연속이었다.
이제부터 다음달 초에 시작하는 큰 공연을 준비하게 된다.
다음달의 공연들이 기대된다.
나는 조금 들떠있기도 했고 마음껏 즐기고싶어하기도 했다.
나는 나의 것이 아닌 박수를 받거나 내 몫이 아닌 즐거움을 내것인 것 처럼 여기며 좋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더 연습하고 더 겸손해야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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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 먹는다.


먹는 양이 조금 줄었는가 했는데, 어김없이 나는 다시 잘 먹는다.
제때에 식사를 하지 못하는 생활을 하다보니 폭식을 하는 것이라고 주변 사람들은 걱정해주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실 나는 엄청나게 잘 먹는다.
비타민이 필요하다던가 뭔가 몸에 좋은 것을 섭취해야한다던가 하는 말도 귀담아 듣고 있다.
내 생각에 나는 하루 두 번 정도만이라도 제대로 끼니를 챙겨 먹으면 아프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게을러서 굶을 때가 많다.
맛있게 음식을 먹다가, 내가 정말 식탐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 곁에 있는 사람들의 눈치를 살짝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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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가 뒹굴며 좋아했다.


오랜만에 조금 시간이 생겨서 피로했던 몸을 충전하기도 했고, 바람도 쐬러 나가고 싶었다.
그런데 새벽부터 시작된 몸살 기운이 다시 도져서 오한으로 벌벌 떨며 이불 안에서 앓고 있어야 했다.
스웨터를 입은채 두꺼운 이불 속에 누워서도 추워서 떨고 있다보니 화가 나기 시작했다. 한참만에 집에서 뒹굴 수 있는 틈이 생겼는데 나는 정말 아파서 뒹구느라 하루를 보내고 있구나.

고마운 약을 넙죽 받아 먹고 따뜻한 물을 마시고... 한참을 자고난 후에야 겨우 기운을 차렸다.

고양이 순이는 늘 지내던대로 평화롭게 집안을 뒹굴며 있다가, 방문을 열고 비틀비틀 걸어나오는 나를 보더니 누운채로 고개를 들어 인사를 했다.

나는 순이에게, '그래, 너는 부디 조금도 아프지 말거라, 고양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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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22일 일요일

잘 나이들면 좋겠다.


어떤 사람은 나더러 인상이 좋다는 인사를 하기도 하고,
어떤 분은 나에게 까칠한 성격이라고 하기도 했다.
어떤 애는 나한테 친절하다고 해주기도 했고,
어떤 놈은 날보며 잘난 체하고 산다며 이죽거리기도 했다.

새로 만나게 된 어떤 분은 나더러 표정이 좋으세요, 라고 해주기도 하고.
며칠 전의 어떤 분은 지나가는 말인체 하며, 고생 좀 하셨나봐요, 라고 하기도 했고.
오래 전 부터 알던 어느 분은 내 앞에서는 직접 말도 못하면서, 돌아다니며, '그 새끼 싸가지 없다', 라는 말을 하고 다니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 오래된 어떤 분은 내가 살아가는 것을 칭찬하고 격려만 해주시며 용기를 주시기도 하고.
오래 만나온 친구는, 네 얼굴은 참 웃기게 늙고 있구나, 따위의 말을 했다.
옛 친구는 앞뒤도 없이 어디 아프다더니 망가졌구나, 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기도 하고.

무슨 말을 듣는다고 해도, 조금씩이라도 더 나은 사람으로 나이를 먹을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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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20일 금요일

순이가 더 귀여워졌다.


많이 심심해하고 있던 순이의 태도가 조금 바뀌었다.
어딘가 더 응석을 피우고, 평소에 하지 않던 귀여운 짓을 했다.
내가 자고 있으면 순이는 곁에 다가와 내 다리를 베고 쿨쿨 잠든다. 내 가슴 위에 올라와 길게 누워 고로롱 소리를 내었다. 나는 그 소리에 살짝 잠을 깨었다가, 촉촉한 고양이의 코에 입을 맞추고 다시 함께 잠들고는 한다.
부쩍 자주 다가와 사람의 손을 핥아주고 늘 가까이 다가와 앉아서 바라보기도 했다.
나는 고양이 순이에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여, 뭔가 맛있는 것을 사줘야겠다며 고양이 간식을 검색해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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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16일 월요일

아침에 순이와 함께.

새벽에 깜박 잊고 알람을 맞춰두지 않고 잠들었다.
잠결에 갑자기 놀라서 눈을 번쩍 떴다.
다행히 제 시간에 잠을 깨었다.
그런데 다리가 무거워서 벌떡 일어나지 못했다.
순이가 다리를 베고 자고 있었다. 코까지 골면서.
한 번 두 번 이렇게 다가와 함께 자더니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나는 내가 잠결에 고양이를 발로 차거나 다리로 밀어버리지는 않았는지 걱정을 했다.


순이는 깊이 잠든채로 코를 골기까지 했다. 사진을 찍고있는 줄도 모르고 자고 있었다.
나는 다리가 저려오는 것을 견디며 더 누워있다가, 약속에 늦지 않기 위해 순이를 안아들어 편한 자리로 옮겨줘야했다.
다시 고양이를 혼자 집에 놓아두고 나가야 하여 '미안하구나, 곧 돌아올게'라는 말을 몇 번이나 해주고 있었지만... 그때까지도 순이는 자고 있었다.
사실은 나도 늦잠을 자고 싶었는데...


읽는 버릇.


나의 오래된 습관은 뭔가를 읽고 있는 것이다.
읽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에 내가 기억력이 좋지 않고 판단력이라든가 배우는 것이 더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나마 계속 읽기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었다.
운전하면서 광고문구와 플래카드가 가득한 지역을 지나갈 때에도 눈에 보이는 것들을 습관처럼 읽는다. 그리고 곧 잊어버리기도 한다. 대부분은 읽지 않아도 좋을 것인데 읽어봐둔다.

운전을 하고 다니는 생활의 가장 나쁜점은 뭔가를 읽을 시간이 그만큼 모자라게 된다는 것이었다. 손과 눈과 귀가 자유로운 상태에서 공간을 이동하며 다닌다는 것이 대단한 여유라는 것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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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기타 가지고 싶다.


밤중에 시간이 나서 친구의 커피집에 또 들렀다. 커피콩이 다 떨어져서 조금 샀다.
커피를 마시며 이것 저것 읽어보다가 문득 그 울림이 생각나서 친구의 통기타를 껴안고 쳐보고 있었다.
왼손의 손톱이 길어져있었다. 그것 때문에 연주하기 불편했다. 나는 손톱이 빨리 자라는 편이어서 보통은 하루에 한 번씩 손톱을 깎고 있다. 어제는 손톱을 깎지 않았는데 그 사이에 기타의 줄을 누르기 힘들 정도로 손톱이 자라있었다.

통기타를 가지고 싶다. 좀 좋은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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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13일 금요일

리켄베커.


뉴욕에 갔을 때의 사진이다. 어떤 분이 찍어주셨던 것인데 친구가 웹에서 발견하여 나에게 보내줬다. 덕분에 사진을 찍어주신 분을 검색해보았고 그 분의 블로그도 발견했다.

산울림 둘째 형님이 가져오신 리켄베커를 튜닝하고 있었다.
조율을 마친 후에 악기 스탭으로 일하고 있었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 친구는 베이스 연주자이면서 드러머였다. 악기에 대해 말을 하다가 그가 나에게 작은 소리로, '펜더가 더 좋아. 안 그래?'라고 했다. 나는 맞장구를 치며 함께 키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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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8일 일요일

봄, 공연 시작했다.


6월 초까지 계속되는 공연들이 시작되었다.
사월 한 달 동안은 공연도 공연이지만, 다음 달 초의 큰 공연을 위한 연습들로 일정이 더 빠듯해졌다. 다른 곳의 일도 새로 맡기로 약속을 하여서, 이제 일주일의 나흘은 학원의 레슨실에서, 하루는 학교의 강의실에서, 나머지는 모두 연습실에서 보내게 되었다.
어떤 날은 연습실에서 부랴부랴 다른 곳으로 뛰어가야할테고, 어떤 날에는 일과를 끝내고 연습실로 밤길을 달음질쳐가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유월이 되면  L.A.에 한 주일 동안 다녀오게 된다.
고무밴드 형님이 추천해주신 비타민을 병째로 들고 다닌다거나, 친구가 일러준대로 식단조절과 운동을 한다거나 하지 않으면 안될지도 모른다.
여전히 클럽에서 매일 연주할 때의 기억이 나고, 그런 연주들이 그립다.
지금도 매일 일을 마치고 다닐 수 있는 심야클럽이 있다면 연주하러 다니고 싶다.

지난 한 주일 동안 피곤했던 것 때문인지 감기몸살을 앓았다.

친구가 선물해준 니카라과 유기농 커피를 잔뜩 마셔댔다.

고양이 순이는 제발 불 좀 끄고 잠 좀 자자...라고 말하고 싶은건지, 양손으로 눈을 가리고 자면서 투덜거렸다. 나 때문에 눈이 부셔서 깊이 잠을 못자고 있는 것이었다. 담요를 깔아준 자리로 가서 편안히 잠을 자도 좋을텐데, 순이는 늘 내 곁에 붙어서 고단하게 졸고 있다. 미안하고, 고마왔다.

리차드 보나의 2000년 North Sea Jazz Festival의 실황을 이제야 구해서 들었다. Joe Sample, David Sanborn과 함께 했던 연주였다.


2007년 4월 7일 토요일

혼자 사는 일.


요즘 집 밖에 오래 머무는 날이 몇 번 있었다.
바빴기 때문이었다.
어느 동네의 주차장에서 급한 이메일을 써보내기도 했고 낯선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파일을 다운로하여 벼락치기로 연주준비를 하기도 했다.
25시간 만에 집에 돌아왔더니 혼자 있던 순이가 달려나와 떼를 썼다.
칭얼대는 고양이를 안고 달래주고 잘못을 빌었다. 어린 고양이는 금세 기분이 좋아져서 이리 저리 뛰어다녔다. 내가 열어놓은 악기가방에 머리만 집어 넣고 까불기도 했다. 토라지거나 화를 내지 않고 나를 반가와해주니까 나는 더 미안해했다.
순이는 한참을 그렇게 신나게 놀다가 지금은 편안한 얼굴로 잠이 들었다.

혼자 사는 일은 랩탑 컴퓨터의 생활과 비슷하다.
언제든지 뚜껑을 툭 덮고 어디론가 떠나야할 일도 생기고, 어디에서든 충전만 대충 할 수 있으면 그만이므로 반드시 집에 들어가야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니 내가 없는 동안 불쌍한 고양이 순이가 그만 혼자 살고 있었던 것을 알았다.
자고 있는 고양이 순이를 쓰다듬으며 한 번 더 미안하다고 말을 했다.
순이는 나지막히 갸르륵, 하는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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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6일 금요일

음악을 듣고 싶었다.

바쁘고 즐겁게 살고 있다.
열심히 살고는 있지만, 이렇게 지내다보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잃게 된다.
나는 온몸에 힘을 빼고 음악을 듣는 시간이 그리워졌다.
새로운 일을 하나 더 맡았다.
이미 몇 달 동안은 쉬는 날이 하루도 없게 되었다.

그래서 어제는 알람에 신경쓰지 않고 어딘가 푹신한 곳에 누워 음악을 듣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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