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29일 월요일

나와 고양이

아내가 그려준 그림.
마누라 분이 열심히 집안 일을 하고 있을 동안에 나와 고양이 순이는 늘 저런 자세라고 했다.
뭔가 더 묘사하고 싶어도 보이는 모습은 맨날 요런 상황이었나 보다.
작가의 고충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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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20일 토요일

세월이 빠르다.

한 해가 다 지나갔다.
정말 빠르다.
악기점에 들른 김에 악기에 새 줄을 감아줬다.
작업을 해주고 있던 락건의 한 마디. "브릿지는 교체해야겠는데요."
녹이 슬어서 나사 머리들이 대부분 삭아 부러졌다.
플렛도 많이 주저 앉았다.
악기가 원래 그런거지 뭐. 사람도 늙는데 너라고 별 수 있니. 세월이 지나도 닳은 흔적이 없으면 그게 이상한 것이지.
....라고 말해보았자 그다지 위로는 되지 않는다. 수 년 동안 부지런하게도 다녔는데, 나는 뭔가 해놓은 일이 하나도 없다.
다음 달은 바빴던 한 해의 결정판이 될 것이다. 마지막 한 바퀴를 남겨둔 경주마처럼 콧김을 뿜으며 겨울의 도로 위에서 뜀박질 하게 되겠지.
내년에는 쉬는 날들을 만들 여유가 생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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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16일 화요일

쉽게 절망한다.

새벽, 잠들기 전에 푸념이 잔뜩 담긴 글들을 읽었다. 뭐라고 해도 그것은 그냥 세상에 대한 짜증일 뿐이었다. 두려움을 피하기 위해 떼를 쓰는 방법만 배웠기 때문이다. 스스로 일어나려 하지 않는다면 주위에서 손을 내민다고 해도 결코 팔을 뻗어 쥐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운좋게도, 주변에 자신의 힘으로 자수성가한 친구들이 여럿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강인하다는 것이 아니었다. 세상을 향한 마음이 너그럽고 자신이 이룬 소박한 결과물에 대견해할줄 안다는 것이었다. 부모님이 차려주시는 밥을 얻어먹고 성장한 나는 그들 앞에서 부끄러웠다.

대개 불평과 불만의 화살을 타인에게 쏘아대고 채워지지 않는 욕심을 환경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은 작은 고통에 취약하다. 어떤 이들은 이를 악무느라 잇몸이 문드러져도 힘들다고 징징거리지 않는다. 몸에 구멍이 나고 뼈가 부러진 것도 아니라면 그만 울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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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2일 화요일

추위

올 겨울이 유난히 추워질 조짐인 것이어서 내가 이렇게 미리 추워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지금 속으로 골병이 들어서 햇볕에 있어도 으슬으슬 추운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 블로그와 내 트위터에 지긋 지긋하게 많이 등장하는 단어들은 피로, 피곤, 방전, 지침, 고단... 그런 것들이었다.
이런 생활을 오래 해왔더니 이제 조금만 잠을 못자면 몸이 삐그덕 거린다. 잇몸이 붓고 얼굴도 붓는다. 손가락 통증은 팔목이 저리고 시리는 증상으로 옮겨갔다.
이렇게 나이 먹을 생각은 없었다.

호기를 부리며 셔츠 한 장을 입고 가방과 악기를 들고 현관을 나섰다가, 다시 들어와 오리털 외투를 주섬 주섬 입고 다시 집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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