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27일 화요일

밴드 구인광고.


이것은 밴드 멤버를 찾는 광고였다.
재미있는 내용이었고 어설픈 그림이었지만 필요한 내용들이 다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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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뒤에서.


화살표와 글씨는 아마도 이방인인 우리들을 위해서 써붙여놓았던 것으로 보였다.


우리나라에도 잘 지어놓은 공연장이 많아졌다.
그런데 언제나 내려지는 결론은, 좋은 건물이 많은 것 보다 그것을 오래 잘 운용할 사람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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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26일 월요일

맨하탄 마지막 밤.


종일 퀸즈로, 브루클린으로, 무슨무슨 빌리지 등등으로 돌아다니다가 마지막 숙소가 있었던 맨하탄의 중심부에 돌아오면 광고판과 불빛들로 갑자기 시야가 환해졌었다. 

나는 호텔로 들어가기전에 늦게까지 문을 열고 있는 커피집을 찾아 들어가 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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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양이 순이.


여행에서 돌아와 제일 먼저 내 고양이 순이를 맡겨뒀던 곳으로 달려갔다.
열흘만에 다시 만난 나와 순이는 서로를 향해 한참 떠들었다.
각자 자신들의 언어로 수다를 떨었던 느낌이었다.


순이는 차를 타고 돌아오는 중에도 계속 말을 하고 처음 듣는 소리도 내었다.
그것은 기분이 좋아서 내는 소리였다.
순이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바쁘게 집안을 돌아다니고, 냄새를 맡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았다. 나는 순이에게 주려고 사놓은 깡통사료를 열어 접시에 담아 자리에 내려놓아두었다. 순이는 밥 먹는 것도 잊고 집안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깊은 밤, 순이는 졸음을 참고 참다가 내 다리에 몸을 기대고 잠들어버렸다.
나는 순이를 조심스럽게 안아 이불 위에 데려다주었다.
이제 또 며칠 동안은 일을 하러 매일 나가야하는데, 다시 혼자 집에 있어야할 고양이 순이에게 미리 미안해하고 있었다.


만찬


이번 여행중 가장 푸짐했던 식사였다.
나는 그 자리가 불편했다.
대충 주렸던 배를 채우고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내 고양이와 너무 오래, 너무 멀리 떨어져있었다. 나는 고양이 순이를 보고싶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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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인 미술관.


유태인 박물관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지만, 나는 미술관으로 생각했다.

알렉스 카츠라는 화가의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이 사람은 수십년 동안 자신의 아내의 초상들을 계속 그려왔다고 들었다. 그는 그의 아내인 Ada를 두고 이렇게 말했었다고 한다. 
"Ada is woman, wife, mother, muse, model, sociable hostess, myth, icon, and New York goddess."

나는 Ada 라는 여인이 고단한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내가 이 화가에 대해서 뭘 알고 있었다거나 관심이 있어서 찍어둔 사진은 아니었다. 

우리는 악기들을 취급한다고 광고를 해둔 Pawn Shop, 즉, 전당포의 주소를 찾아냈다. 그곳에 꼭 가보고싶다는 마음에 시계를 보며 부랴 부랴 그곳으로 갔었더랬다. 악기점 수색에 눈이 멀어있었어서 분명 그런 곳에도 뭔가 좋은 악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잔뜩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도착했던 곳은 맨하탄의 북쪽으로, 거리를 걸어갈수록 어쩐지 점점 싸늘한 공기가 건물 사이에 흐르고, 마치 무슨 일이 방금 끝났거나 아니면 곧 시작할 것 같은 분위기가 가득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든 상점의 문은 닫히면 자동으로 잠기게 되어있었고, 피부색이 밝은 사람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저녁이 되어 날이 어둡기 시작하자 무섭게 생긴 아프리칸-어메리칸들이 삼삼오오 거리로 출근을 하기 시작했다.
뉴욕에 와서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위험한 느낌이었다.

그들은 동양인 세 놈이 그 거리의 한 가운데를 너무도 당당하게 걸어다니는 것에 오히려 당황했다는 듯 처음에는 관찰만 하더니 슬슬 다가오기도 하고 어떤 이는 창문을 열고 내려다보기도 했었다. 급기야는 출근한 그 형들이 자세(?)를 잡고... 맞은편에서 어깨를 부딛히기 위해 가까이 다가와 들이밀기도 했다.
우리는 뒤늦게 겁을 먹고 재빨리 택시를 붙잡아 탔다. 그리고 운전기사에게 행선지를 외쳤다.
"남쪽으로!"
그래서 그렇게 도망치듯 남쪽으로 내려오다가 차에서 내린 곳이 유태인 미술관 앞이었다.

상훈씨는 한편, 전혀 그런 분위기를 눈치채지 못하고 연신 망원렌즈 달린 사진기로 거리를 찍고 사람들을 촬영해대고 있었다. 뒤늦게 택시에서 내려서야 우리의 설명을 듣고는 상훈씨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그 친구분이 했던 말은 다음과 같았다.
"총맞기 전에 어서 내려와!"
기억에 남을 일이었다.
사실은 아무 일 없었는데도.

오래된 엘리베이터


여행 중에 묵었던 호텔과 돌아다니며 만났던 오래된 건물에서 만났던 옛날 엘리베이터의 내부를 사진에 담았었다.


잘 관리되어 왔기 때문인지 아날로그 느낌이 물씬 나는 엘리베이터 내부는 깔끔하고 그윽한 냄새가 났었다.
나는 그런 것이 마음에 들었다.

서울의 낙원상가에도 아주 오래된 엘리베이터가 있다.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한번 타볼만하다.

2007년 2월 25일 일요일

문신 가게.


문신한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거리를 걸었다.
이스트빌리지의 그 마을엔 유난히 문신가게도 많았었다.
잉글우드마을에서 보았던 어느 노인의 팔뚝에는 피부와 함께 나이 들어서 인상이 부드러워진 독수리가 앉아 있었다.


어느 집의 계단.


추워도 너무 추운 날씨였다.
밤이 되니 거리의 모든 곳이 얼어 붙어 미끄러웠다.
어느 집 계단 앞에 잠시 멈춰 서서 담배를 피웠다.
그 집 앞의 첫 번째 계단에는 미끄러우니 조심하라는 경고문이 놓여 있었다.



증명 사진.


인물사진이라고는 거의 없는 가운데, 상훈씨의 카메라에 남아있었던 사진 한 장이 있었다.
두 번째 공연장에 도착해서 찍어두었던 장면이었다.
전광판에 조지 벤슨의 공연광고가 지나가고 있었다.
조지 벤슨은 그 극장에서 4월에 공연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소방 기구.


맨하탄에 처음 가 본 나는 사소한 물건들도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푸른색 우체통도 예뻐 보였는데 사진이 남아 있지 않았다.



기타 센터.


여러 군데에 대형 할인 매장처럼 있는 기타 센터.
두 곳을 가보았다.
모두 다 특별히 구경할 것은 없었다.
한국제 기타들이 절반 이상... 주로 어린학생이나 초보자들이 많이 찾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곳을 어슬렁거리다가 우리가 그곳에 머물던 내내 앰프 앞에서 작은 볼륨으로 열심히 기타를 치고 있던 노인 한 사람을 보았다. 처음 그 앞을 지나갈때엔 분명히 블루스였는데 다시 지나갈때엔 아주 빠른 하드록 프레이즈를 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물건을 구입하고 나올때엔 컨트리 음악을 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능숙하게... 
이 기타 센터 매장에서 고용한 인물인가 싶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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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코드점과 커피집.



추위에 떨며 걷다가 너무 체온이 낮아지면 어딘가에 들어가 몸을 녹여야 했다.
화장실을 핑계로, 목적이 없는 쇼핑을 핑계로 실내에 들어갔다가 옷 안에 온기를 담은 다음 다시 추위 속으로 나와 걸었었다.
그 중의 한 곳이었는데 정말 마음에 들었다.
대형 레코드 매장 안에 있는 커피집이라니, 한참 더 머물러 있고 싶었다.
이곳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미리 약속했던 아직은 얼굴을 모르는 미국인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햄버거



밤중에 문닫은 가게를 미리 보아 두었었다.
다음 날 낮에 들러서 햄버거를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유리창가에 앉아서 정신없이 먹고 있는데 유리창 반대편에서 얼굴을 대고 나를 보며 장난을 하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그의 표정이 웃겨서 입안에 남아 있던 음식을 뱉어낼 뻔 했다.


LudRow 기타 가게


최소한 기타들을 완벽하게 셋업해두고 팔아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우리는, 악기들을 대충 걸어놓고 줄의 액션이 떠있든말든 장사하고 있는 그곳의 악기점들이 재밌었다.
그러나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는 가습기가 풀가동. 신경을 쓰고는 있다고 생각했다.
이 집에서도 이펙터를 샀다.
이제 정말 페달보드를 만들어야한다.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었다.

마음에 들었던 동네.


레코드 가게 길 건너편을 찍어뒀었다.



거리에서 커피.


트럭에서 커피를 사 먹었다.
달고 희멀건한 밀크 커피였다.
정말 맛있는 것을 팔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다른 트럭을 발견했다.
거기엔 사람이 너무 길게 줄을 서 있어서 그냥 지나쳐야 했다.


악기점 앞에서

South Side 라는 이름이었던가... 브루쿨린의 어느 악기점 입구.
처음 찾아갔을때엔 일찍 문을 닫아서 그냥 돌아왔었다.
다시 찾아갔더니 예쁘장한 아가씨 혼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동행했던 에이미는 그 앞에서 길바닥에 담배꽁초를 버린채 무릎꿇고 자세를 잡아줬다.

뒷골목 스튜디오



연습실과 녹음실이 여럿 보였던 동네의 어느 모퉁이.
이 벽의 현관문에도 스튜디오라고 써있기는 했었는데, 겉으로 보아서는 알 수 없었다.

그의 사무실



잉글우드의 그 공연장 매니저, 케빈 아저씨의 책상.
저 안쪽에는 그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사진이 덕지 덕지 붙어있었다.

베이스가 주렁 주렁.


이곳도 마음에 들었다.
그렇지만 역시 루디스 샵이 최고였다.


밤 거리.


밤 거리를 계속 걸어다녔다.


기분이 좋았다.


광고


멤버 구인광고, 레슨광고, 공연광고, 가끔가다 이상한 선언문.

광고지 구경.


기타 레슨 광고.


지하철.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것이 재미있었다.
이곳에서도 큰 쥐를 목격했다.


2007년 2월 24일 토요일

또 악기점.


모든 상점들이 일찍 문을 닫기 때문에 악기점의 문이 닫히기 전에 돌아다녀야 한다는 강박으로 발걸음이 바빴었다.
이곳에서 들었던 이야기로는 아예 문을 닫고 있는 악기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역시 이베이 닷 컴이 중고악기점들을 죽이고 있는 것인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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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점.


워낙 넓은 지역에 드문 드문 있는 악기점을 찾아 다니느라 애를 썼다.
작거나 크거나 악기 상점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익숙하고 좋은 냄새가 풍겨왔다.


그 중에 루디's  샵은 정말 좋았다.
나는 그곳에 머물던 사흘 동안 매일 루디 아저씨의 가게에 들렀었다.



버스를 타 보았다.


저녁 시간에 버스를 타 볼 기회가 생겼다.
지하철을 타 보았던 다음 부터는 그곳에서 시내 버스를 한 번 꼭 타 보고 싶었다.


위의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Williamsburg 다리를 건너서 달랑 한 정거장... 이동하고 내려야 했다. 버스를 타고 동강 (East River)를 건너는 기분은 좋았다. 완전히 촌사람의 표정을 하고 두리번 거렸을 내 모습을 떠올려 보면 우습다.

내렸던 곳은 알고 보니 버스의 종점이었다.
앞 뒤로 문이 열려 있었는데 어디로 내려야 좋은지 몰라서 머뭇 거렸었다.



음반을 구경했다.


레코드를 고를 때에는 미리 생각해두었던 것을 재빨리 찾아서 들고 나오던가, 자리를 잡고 압수 수색을 하듯 뒤져보는 방법이 있다.
어떤 것들이 있는지나 구경하러 들어갔던 레코드 점에서 한 보따리 가득 음반을 사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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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의 안내로...


브루클린에서 낮 동안 내내 우리를 안내해줬던 노박이라는 친구의 모습.
매서운 추위였는데도 친절하게 구석 구석 데리고 가줬다.
아주 점잖고 상냥한 사람이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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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을 여러 군데 보았다.


이스트 브릿지와 러드로의 골목들에는 많은 지하실 입구들을 보았다.
그런데 그 지하실들은 대부분 악기 연습실, 합주실들이었다.
그 곁에 서있으면 베이스 앰프의 진동이 발에 느껴졌다.
그곳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를 들으며 서 있다가, 비가 내리는 날에는 빗물을 어떻게 막는지 궁금해했다.



지하철을 타 보았다.


지하철을 여러 번 타 보았다.
말로만 들었던 뉴욕의 쥐를 몇 번 목격했다.
지하철의 선로 위를 산책 중이었던 그 쥐들은 정말로, 엄청나게 컸다.


악기점에서 반가운 것을 보았다.


근사한 악기점의 문을 밀어 열고 들어가다가 반가운 스티커를 한 장 보았다.
이곳은 분위기도 좋았고 악기를 테스트 할 수 있는 의자들이 편했다.
여기에서는 오래 된 던롭의 컴프레서와 시그널 부스터를 구입했다.



햄버거


메뉴에 있는 클래식 햄버거들을 한번에 다 먹어치우고 싶을 정도로 배가 고팠다.
밤중에 지나갈 때 마다 문이 닫혀 있던 브로드웨이의 한 델리를 눈여겨 보았다가, 드디어 어느날 아침에 굳이 찾아가서 사 먹었다. 
신선한 쇠고기가 정말로 잔뜩 채워져서 맛있게도 먹었지만 아주 배가 불러졌었다.
다 먹고 나서는, 너무 많은 소들이 죽고 있는 건가... 라고 생각했다.
한참 먹고 있는 동안에는 잊고 있었던 주제에...


공연장에서...


두 번째 날에는 뉴저지의 잉글우드라는 마을에 있는 극장에서 공연을 했다.
이 곳에는 4월에 조지 벤슨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다.
3월에는 마이클 프랭스, 그 다음에는 캔사스... 또 비치 보이스의 공연도 예정되어 있었다.
불과 얼마 전에는 비비 킹이 공연을 했었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그 안내문들을 보고 있었는데, 하우스 엔지니어인 케빈이라는 분이 내 모습을 보더니 킬킬 거렸다.


극장의 뒷 편에서.


언제나 바깥에 나와서 담배를 피워야 했다.
따뜻한 실내에서 편안히 앉아 담배를 피우고 싶기는 했지만, 차갑고 맑은 공기와 새파란 하늘을 보는 것도 좋았었다.
공연장의 무대 뒤에는 근사한 출입구가 있었다.
그곳을 내가 너무 자주 드나들었더니 직원 한 사람이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도록 문 틈에 나무토막을 끼워 넣어줬다.


커피 상점.


커피 한 잔씩 마시고 걷자...라고 했더니, 호쾌한 에이미 씨가 성큼성큼 우리를 어느 커피가게로 데리고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처음 맡아보는 짙고 짙은 농도의 깊은 커피향기로 폐가 가득차버리는 기분이었다. 에이미 씨는 나를 보며 '네가 좋아할 줄 알았지'라고 했다.


좁은 가게 안에는 커피콩이 가득 쌓여 있었고 커피를 사러들어온 사람들이 좁은 통로에 두 줄로 서있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커피콩이 가득 쌓여 있었고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기 때문에 비좁았던 것 같기도 했다.

간판을 보니100년이 된 커피 상점이었다. 그 짙은 향기는 아마도 가게 내부의 구석구석에 오래도록 배어버린 냄새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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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설날을 맞았다.


뉴욕은 음력 설날을 휴일로 지정해두고 있단다.
그것 때문이었는지 일요일이었기 때문이었는지 혼잡한 오후였었다.
그곳에 살고 있는 에이미 씨의 호쾌한 안내로 작은 중고 레코드점들을 마구 다녔다.

그런데 우리는 Happy Lunar New Year~!라고 하고 싶지만, 이곳에서는 Happy Chinese New Year....라고 하고 있다. 역시 그랬었다, 라고 생각했다. 불어로 동양인은 '중국인'이다.

두 세 군데의 악기점을 구경했는데 그중 한 곳은 지미 헨드릭스가 퍼즈를 구입했었다던 Manny's Music이었다. 에이미 씨는 '그게 뭐 대수라고...'라는 표정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악기점 샘애쉬에서 모퉁이를 돌아 거세고 차가운 바람에 떠밀려 길을 건너던 순간에, 눈 앞에 바비 맥퍼린 Bobby McFerine이 걸어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행인들중 그를 신경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몇 시간 후에 에이미 씨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나란히 걷던 그가 갑자기 어느 비디오대여점 앞에 서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줬다.

"응... 내가 스물 한 살 때이던가, 여기 뉴욕에 왔을때, 뭐 이쪽으로 들어가면 극장이었고 여기 이쪽은 레코딩 스튜디오였는데... 믹 재거, 키스 리차드들이 자주 들락거리곤 했었어. 뭐 가끔 앤디 워홀도 자주 봤구 말야. 아, 지금은 비디오가게이지만, 여기는 헨드릭스가 만들었던 일렉트릭 레이디 스튜디오야."
눈을 들어 보니 정말 그렇게 써있었다. 에이미 씨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었다.



2007년 2월 17일 토요일

이곳은 정말 정말 춥다.

지금 이 곳 뉴욕은 눈이 멎었고, 매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섭씨로 계산해보니 영하 12도 정도 되었다. 하지만 실제 느껴지는 것은 그보다 훨씬 추운듯하다. 나는 제대로 된 겨울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히려 감기는 멎었다.

맨하탄 시내를 차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눈에 익은 장소들을 한 번 봐뒀다. 주요일정이 끝나는 내일 이후 부터는 그 거리들을 쏘다닐 예정이다. 그것을 위안삼아 스트레스를 이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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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15일 목요일

뉴욕에 도착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겨우 짐을 풀었다.
만 이틀 동안 전혀 잠을 자지 않았던 덕분에 14시간의 비행중 계속 잠만 잘 수 있었다. 신기하게 밥먹을때만 되면 동료가 깨워주지 않아도 눈을 떴다.

지금 이곳, 뉴욕은 눈이 많이 왔고 엄청나게 춥다. 공항에서 비행기들이 너무 혼잡했어서 무려 다섯 시간 가까이 내리지 못하고 갇혀있었다. 하루를 온전히 비행과 이동으로 시간을 보냈어서, 많이 잤는데도 피로하다.

그리고 내 고양이 순이가 보고 싶다. 너무 자주 생각이 난다.

2007년 2월 10일 토요일

나는 전기를 무서워한다.


나는 내 몸이 유난히 전기에 민감하다고 믿고 있다.
아주 미세한 전류에도 나는 깜짝 놀란다.
그냥 겁이 많은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날, 연주 도중에 기타 연주자가 나에게 무슨 말을 하기 위해 다가왔었다.
나는 무슨 일인가 하여 그쪽으로 귀를 가져다 대었다.
그런데 너무 가까이 붙어있게 되어서 그만 내 오른쪽 손등이 그의 기타줄에 닿고 말았다.
그 순간 얼마나 강한 전기가 손등을 타고 흘러들어왔는지, 정말 화들짝 놀랐다.
무엇인가 말을 하려던 상대방은 갑자기 경악하는 내 표정을 보더니 움찔, 덩달아 놀랐다.

무대에서 내려와서야 상황을 설명해줄 수 있었다.
그랬더니 그가 말했다.

"아니 무슨 얘기인지 들어보지도 않고 먼저 놀라길래... 난 네가 미친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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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가 심심했구나.


몸살기운이 떠나지 않아서 악기를 바닥에 그대로 두고 잠들었었다.
그런데 환청인지... 잠결에 자꾸 베이스 줄의 울림이 들렸다.
힘든 몸을 일으켜 어둠 속을 두리번 거렸더니 순이가 그 자리에서 하던 짓을 멈추고 앉아 있었다.
어둠 속에서 혼자 악기의 줄을 건드리며 놀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내가 놀아주지 못하여 너무 심심했었구나.
미안한 마음에 비틀 비틀 다가가 한참을 안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