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요일

울산 공연


 울산에서 공연 10분 전 모습.

하루 전에 도착하여 계속 쉬다가, 낮엔 일찌감치 공연장 주차장에 가서 차 안에 드러누워 있었다. 금요일에도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다. 그 덕분에 이틀 동안 덜 아팠던 것이라고 믿고 있다. 사운드체크를 하고 도시락을 반쯤 먹고, 곧 이어 공연 십분 전에 무대 근처로 가서 대기했다.

두 시간 이십여분 공연을 하고, 짐을 챙겨 부지런히 출발. 고속도로 위에서 세 번 쯤 쉬며 집에 왔다. 주차할 자리가 부족하여 먼 곳에 차를 세우고 집까지 걷는데, 바람이 많이 불었다.



악기를 차에 실어두고 다닌지 한 달이 넘었다. (처음 있는 일이다)
오늘은 좀 잠을 자고, 내일 낮엔 자동차에서 악기를 꺼내어 집에 가져올 거다. 손질도 하고 잡음이 생긴 케이블도 교체해야 할 것 같다. 벌써, 오월이 다가오고 있다.


2024년 4월 22일 월요일

집에서

내가 여수에 다녀오는 사이에 아내는 혼자 거실의 가구를 모두 옮겨 자리를 다시 배치해 놓았다. 한쪽 벽의 책들을 모두 꺼내어 바닥에 내려 놓았다가 일일이 먼지를 털어 다시 반대편 자리에 꽂아 놓았을 것이었다. 무거운 것들은 바닥에 수건을 대고 이리 저리 밀고 당겼을 것이고. 그런 일을 어째서 매번 혼자 하는 것인지 의문이었는데, 계속 허리가 아프다느니 하는 내가 집에 없을 때 혼자 애쓰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던 것이겠지.

아내가 고양이들의 자리도 새로 정돈해줘서 고양이들은 해가 질 때까지 베란다에서 뒹굴고 졸며 보냈다. 깔끔해진 집안엔 새로 내린 커피 냄새가 떠다녔다.
다음 주에 울산에 갈 땐 미리 그림을 그려서 줄테니, 이번엔 내 방도 대청소를 부탁한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여수에서 공연


 여수에서 공연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한 시 사십 분. 네 시간 오십분 정도 운전했던 것 같다. 대여섯 시간 운전하는 것 정도는 거뜬하다는 걸 확인했다. 허리통증만 없었다면 중간에 잠깐 쉬지도 않았을 것이다.

집에 돌아올 때까지 허리에 보조대를 착용하고 있었다. 공연을 마치고 운전을 시작할 때 맨살에 감고 있던 것을 벗어 셔츠 위로 다시 감았다. 벨크로 복대에 땀이 묻어 있었다. 그것이라도 하고 있던 덕분에 두 시간 십오분 공연을 잘 서서 버텼다. 공연 끝에 무대 앞으로 나가 객석을 향해 인사를 하는데 허리를 숙이다가 억, 하고 신음을 했다. 보조대 때문에 버티고 있었던 것이지 아프지 않았던 건 아니었던 거다.

악기를 챙기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나오는 신음을 내지 않도록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적어도 누군가에게 들리게 하진 않을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신음내기, 표정, 몸짓 등은 어떻게 보아도 남에게 보내는 신호다. 남이 알 이유는 없는거니까, 도움을 바라는 게 아니라면 주변에서 알아차리게 만들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픈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다. 크고 복잡하게 지어진 공연장의 긴 복도를 수레를 끌며 걸을 때 절룩거린 건 어쩔 수 없었지만, 적어도 엄살은 떨지 말아야지.


2024년 4월 20일 토요일

비 오는 날

 


비가 내리는 날 고속도로를 다섯 시간 반 달려 여수에 도착했다.

미리 주소를 전달 받은 숙소에 가서 짐을 내려 놓고 근처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김밥, 우유를 사 왔다. 이미 근처 음식점은 문을 닫았고, 다시 운전하여 영업 중인 식당을 찾아가는 건 무리였다.

음식을 먹은 다음 허리에 감고 있던 벨크로 보호대를 풀어 놓고 일부러 가지고 온 전기 찜질기를 등 아래에 켜 둔 채로 한 시간 쯤 누워 있었다. 아이패드로 Jerry Mulligan의  Night Lights 앨범을 들었다. 짧은 앨범이어서 그 뒤에 클래식 피아노 연주곡 플레이리스트가 이어지도록 해뒀다. 뜨끈하게 허리 찜질을 하며 좋은 음악을 듣고 있으니 몇 시간 동안의 피로가 풀렸다.

다시 일어나 아래 층 커피 기계에서 종이컵에 에스프레소를 따라 들고 왔다. 오늘은 펜 파우치에 펜 세 자루를 담아서 나왔다. 조금 열어둔 창 밖으로 들어오던 빗소리가 잦아 들었다. 음악을 들으며 몇 자 적고 있으니 작년 시월에 일본에 다녀와 안양과 광주에서 공연을 했던 닷새 동안의 일이 기억 났다.

그 때에도 피로하고 힘들었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통증이 심하진 않았다. 다음 날 일정을 잘 해내기 위해서 음악소리를 작게 줄여 놓고 드러누웠다. 잠이 들었다가 깨었다가를 반복했지만 허리를 따뜻하게 해두고 오래 누워서 쉴 수 있었다.

2024년 4월 16일 화요일

한의원

 오후 늦게 새로운 한의원에 찾아 갔다.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곳이었다. 이층짜리 건물은 계단이 있는 통로가 좁고 많이 낡았다. 한의원은 2001년에 문을 열었다고 했는데 건물은 그보다 한참 더 오래 된 것 같았다.

지팡이를 쥐고 위태롭게 내려오고 있는 노인을 위해 계단 아래에서 기다려 줬다. 또 다른 노인은 문 안쪽에서 자기 신발을 신느라 한참 걸렸다.

한의사와 문답으로 진료를 받고 그가 시키는 몇 개의 동작을 해 보였다. 찜질을 하고 전기자극을 십여분, 부항을 열 두개 붙여 놓고 다시 십여분. 침은 종아리와 발목에까지 스무 개 정도 꽂은 것 같다. 허리에 첫번째 침이 놓였을 때 전류가 흐르는 느낌이 허벅지를 따라 무릎 아래로 옮겨 갔다.

치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내에게 줄 바게트 빵을 사가지고 왔다. 목요일과 토요일에 운전을 오래 해야 하니까, 한의원에는 내일과 금요일에도 가려고 한다. 오늘 갔던 한의원이 좋았다. 이제부터 여기에 다니기로 했다.

2024년 4월 15일 월요일

참사 10주기


 세월호 대참사 10주기 기억문화제에서 연주를 하고 왔다. 비가 내리던 오후, 비 때문에 진흙이 되어버린 유원지 공터에 작은 무대가 차려져 있었다. 리허설 뒤엔 차 안에서 시트를 눕히고 누워 있었다. 덕분에 허리 통증이 조금 나아졌다.

밤중에 순서가 되어 무대에 올라 갔다. 비는 그쳤지만 기온이 떨어져 추웠다. 무대 앞에 많지 않은 갯수의 간이 의자를 놓았는데 절반은 비어 있었다. 바로 옆 산책로엔 사람들과 강아지들이 오고 갔는데 이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극우 단체는 차량에 확성기를 켜고 못 되어먹은 소리를 하며 공연을 방해하고 있었다. 다들 너무 무관심하고, 일부는 아주 나쁘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연주하는 마지막 곡은 유가족 합창단들과 함께 했다. 손이 얼어 있어서 혹시라도 잘못 칠까봐 다른 때보다 힘주어 줄을 누르며 연주했다. 연주를 마친 뒤엔 나 혼자 뒤로 돌아 서서 유가족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허리를 숙일 때에 또 뭐가 안 좋았던 것인지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다시 허리가 아팠다.

기억하지 않으면 눈물도 흘리지 않는다고 했다. 잊지 않고 있는 것도 연대하는 방법이다. 십년이 지났지만 아무 것도 밝혀지거나 해결한 것이 없다. 잊지 않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2024년 4월 13일 토요일

성남 공연


 가족과 함께 공연장에 와 준 친구가 꽃을 선물했다. 하루 전에 꽃집 앞에서 망설이다가 돌아왔는데 이런 우연이. 마침 내가 사고 싶었던 배색으로 이루어진 꽃 묶음이었다. 고마웠다. 아내가 찍어준 사진 속에선 고양이 깜이가 향기를 맡으며 코를 부비고 있었다.

연락 없이 일찍 예매하여 공연을 보러 온 다른 친구들은 내가 서있는 자리 앞 줄에 앉아 있었다는데, 나는 이제 안경을 쓰지 않으면 객석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정확히 보지 못 한다. (다행이었다) 그들은 과일과 떡을 선물해 줬다. 나는 그들에게 줄 공책을 가져갔었는데 그나마도 준비하지 않았다면 너무 염치 없었을 뻔 했다. 고마워하며 받았다. 허기 진 채로 밤 늦게 집에 돌아와 떡을 맛있게 먹었다.

성남 아트센터에 여러 차례 갔었지만 오페라하우스에서는 처음 연주해 봤다. 연주자가 다녀야 하는 동선에 경사로가 없어서 악기를 실은 손수레를 끌며 계단을 오르다가 허리 통증이 시작되어 애를 먹었다. 


2024년 4월 12일 금요일

일상으로


 결국 선거 다음날 아침까지 개표 과정을 다 보고, 오전에는 뉴스를 보고 나서 오후 내내 잤다. 투표 결과를 보는 것이 마치 아는 사람들의 연주를 구경하는 것처럼 마음이 쓰였다. 그래도 다 보고 나서 개운해진 마음으로 푹 자고 일어났다.

그렇게 낮에 자버렸으니 가뜩이나 밤에 잠이 안 올텐데, 레슨을 마치고 돌아와 무슨 생각에 그랬는지 커피를 서버 가득 새로 내렸다. 그것을 조금씩 마시면서 결국 밤을 새우고 말았다. 이제 내 생활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래서 두 시간, 한 시간 씩 토막 잠을 자며 미용실에 가서 머리도 깎고, 허리 통증을 줄이기 위해 찜질도 했다.
집에 오는 길에 꽃집 앞에 서서 노래 한 곡을 다 듣는 동안 꽃을 살까 말까 고민했다. 길엔 지기 시작한 벚꽃잎이 날리고 있었다. 고민만 하다가, 꽃 대신 간식거리를 사서 집에 돌아왔다.
내일부터는 다시 공연을 하고 긴 시간 운전을 하는 일상을 시작한다. 모든 일정들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2024년 4월 10일 수요일

선거일


 그동안 완전히 선거에 몰입하여 매일 정치 뉴스만 보고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영상만 찾아보며 지냈다.

이제 투표일이다. 사전투표날 잠깐 마음이 들떠 있었지만 잘 참았다. 나는 매일 출근하는 사람도 아니니까, 되도록 정식 선거일에 투표장에 가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석 달, 넉 달 전부터 오늘을 기다리고 있었다.

2024년 4월 4일 목요일

생일


 열 몇 살이 되었을 때 이후로 나는 나의 생일을 특별하게 여긴 적이 없다. 사람들은 생일을 축하하고 축하 받는다. 나는 생일을 축하하는 일을 습관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전날 아내의 주장에 순응하여 오랜만에 함께 외출했다. 네팔식 카레와 난을 배불리 먹고 돌아왔다. 우리는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들의 생일은 모르지만 처음 만났던 순간은 기억한다. 생일이라는 것이 그 정도 의미는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