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21일 일요일

벽돌을 들고 다녔다.


지난 밤, 예전에 아이폰에 가상 메모리를 설치했던 것이 아무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아서, Free Memory가 거의 남지 않을 정도로 가혹하게 동작시켜봤다. 새로 눈에 들어온 가장 최신의 버츄얼 메모리 앱을 설치한 뒤 동시에 이십 여개의 앱들을 멀티태스킹으로 돌려보았더니 몹시 느려져버렸다. 못버티는 거구나, 라고 생각하고 충전 케이블에 연결해뒀다. 그렇게 하고는 뒷정리하는 것을 잊어버렸다.
낮에 시간에 쫓겨 급히 집에서 나온 후에 전화기를 들여다보고서야 아이폰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화면이 한없이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었다.
저녁 일곱 시. 누군가로부터 도착한 문자메세지를 읽기 위해 아이폰을 만지는 순간 그만 위와 같은 그림 상태가 되었다. 아니 그래도 전에는 최소한 리스프링, 리부팅하겠느냐고 물어봐주기라도 했었는데... 이번엔 그냥 바로 슬픈 아이폰 그림.
길 위에서 새드 아이폰 그림을 보니까 마치 오래전 시스템 7 시절에 자주 뵙곤 했던 새드 맥 Sad Mac의 조카를 만난 기분이 들어서 반갑기까지 했다.

이 분이 그 유명한 Sad Mac 선생.
집에 돌아올 때 까지 몇 시간 동안 아무 것도 작동되지 않는 아이폰을 들고 다니려니 몹시 우울해졌다.
평소엔 문제해결을 위해 USB 도시락을 만들어 가지고 다녔는데, 뭐 으레 그렇듯이 집에 두고 그냥 나온 날에 이런 일이 생겼다.
집에 오자마자 리부팅 두어 번을 했다. 문제의 파일 삭제 및 리소스를 정리해주는 것으로 해결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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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19일 금요일

고양이와 돼지


막내 고양이 이지는 종일 까불다가 먹고 자고... 잠을 이겨내며 쓰러질 때 까지 놀기도 한다.
고양이가 돼지 저금통 앞에 앉아있었다.
한참 전에 찍어두었던 사진 한 장 덕분에 기분이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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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18일 목요일

고될 때가 있다.

오늘은 무책임, 이기심, 욕망과잉으로 평생을 불만족스럽게 살아갈 것이 틀림없는 사람들에게 너무 치였다.
무례하고 몰상식한 것이 드러나는 것을 절대로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
타인에게 언제라도 잔인하게 변할 수 있는 주제에 자신을 향한 연민을 구걸하는 눈빛들.
화를 내지 않기 위해 눈에 띄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찬 바람을 쐬며 도로를 걸었다.
겨우 그런 일들에 못견뎌서 화를 내게 되면 화를 참지 못했다는 사실에 더 화가 날 것 같았다.

새벽, 고양이들은 깊이 잠들었고 나는 로버트 케네디의 죽음을 소재로한 영화를 봤다.

먹고 살기 힘든 것이 아니라, 화를 참으며 사는 것이 고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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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12일 금요일

하늘


이것은 하늘이었다.
이날 내가 보았던 그 색상과 똑같지는 않다. 이것과 비슷한 파란 하늘이었다.
지난 주 어느날 아침에 동네의 학교 옥상에서 올려다봤던 하늘에 손을 쭉 뻗었다. 사진을 찍어 요만큼 오려왔다.
햇빛이 눈이 부셔서 등지고 선채로 푸른색을 조금 더 쳐다보느라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또 한 살을 먹게 되는데 나는 뭐 얼마나 어른이 되었나.
속 좁고 응큼하며 걸핏하면 신경질을 부리는, 욕심만 많은 사내 한 명이 옥상 위에 서있는 것이었다. 겁이 났다.
더 사람다와지도록 묵직하게 살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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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6일 토요일

음악용 앱


이것은 4트랙 녹음기이다. 몇 개의 비슷한 레코더를 테스트해보고 이것을 구매했다. 간단하고 가볍다. 옛날의 아날로그 녹음기처럼 핑퐁기능이 있다. 간단한 믹싱과 메트로놈, 아이폰에 담겨있는 음악을 불러오는 기능이 있다. 컴퓨터에 결과물을 전송하거나 아이폰으로 음악을 업로드할 수 있다. 이어폰을 사용해야 다른 트랙의 소리가 함께 녹음되어버리지 않는다.


이것도 4트랙 녹음기이다. 미디 파일을 한쪽 트랙으로 불러와 작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짧은 루프를 만들어 계속 재생하는데에 편하다.



이것이 Beat Maker 이다. 808 모듈 등의 드럼머신과 루프 모듈들이 많이 들어있다. WAV와 AIFF로 녹음되고 아이폰의 마이크로 녹음한 사운드를 곧 샘플링된 비트 루프로 바꿔서 저장할 수 있다. 악기별로 벨로시티와 미세한 튜닝, 패닝이 가능하도록 해준다. 이펙터들이 내장되어 있어서 믹스할 때에 개별적으로 적용해줄 수 있다. 컴퓨터용 툴을 따로 제공하고 있다.



이것은 릴테잎 모양의 인터페이스로 만들어진 녹음기이다. 용도가 다른데, 위의 것은 실제 릴테잎처럼 구현해보려고 공을 들인 애플리케이션이었다. 테잎이 감기는 것 처럼 녹음되기 때문에 녹음했던 것을 찾으려면 앞 뒤로 돌려서 찾아보도록 되어있다. 그렇다고 정말 릴테잎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고 숫자로 표시된 트랙으로 구분된다. 간소한 리미터 기능이 있고 녹음한 것을 아이폰의 iPod 앱으로 재생할 수 있도록 해준 것 까지는 좋은데, 컴퓨터에 결과물을 전송하거나 하는 기능은 만들지 않은 모양이다. 어디에도 그런 메뉴는 없어서 CyberDuck을 이용하여 아이폰 내부로 들어가 폴더를 찾아서 녹음파일을 옮겨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결국 그 불편함 때문에 잘 쓰지 않게 되어버렸다.
아래의 것도 비슷한 것. 이것은 잠자고 있을 때에 켜두는 녹음기라고 홍보하고 있다. 사용하기에 따라 누군가가 말을 할때에만 녹음할 수 있기 때문에 비밀스런 용도로 활용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녹음버튼을 눌러둔 후에 입력되는 사운드가 없으면 가만히 잠자고 있다가 무슨 소리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녹음된다. 그래서 녹음된 결과물을 들어보면 공백, 여백이 없어져버린 상태가 된다.
좋은점은 인풋 신호의 리미터 설정이 가능하다는 것. 아이폰 마이크의 감도가 좋아서 쉽게 게인이 걸려버리는 것을 제어할 수 있다. 와이파이로 컴퓨터의 브라우저에서 다운로드하기가 쉽고 편하다.


이 녹음기는 조그셔틀 모양의 버튼이 있어서 녹음한 결과물을 쉽게 돌려보며 찾을 수 있다.
Low, Middle, High Quality로 구분하여 녹음할 수 있는데, 당연히 음질이 좋으면 녹음파일의 용량은 커진다. WAV, AIFF로 저장되고, 녹음할 것의 분량을 미리 제한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보이스 레코더이므로 카테고리를 나누어 녹음한 것들을 분류해둘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목소리로 메모를 해두는 사람에게는 유용할 것이다.




앱스토어의 앱 가격 치고는 제법 비싼 것이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궁금해서 다운로드를 해버렸었다. 설치해놓고 보니 과연 잔뜩 호사를 부린 애플리케이션. 미디 시퀀서를 아이폰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계해준 앱이었다. 만일 별도의 미디 음원을 계속 추가할 수 있다면 이론적으로 아이폰만 들고 다니며 미디 시퀀싱은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은 음원이 모자라다고 해도 결국 컴퓨터로 작업물을 옮겨서 작업을 계속하는 패턴일테니 쓸모가 있다.
번들로 내장되어있는 이펙터들의 인터페이스는 훌륭하다. 예쁜 디자인도 좋고... 그러나 품질은 아직 좋지 못하다. 무엇보다도 '이론적으로 아이폰만으로 이제 다 된다'라고 밖에 말하지 못하는 까닭은 화면의 크기이다. 아이폰의 화면에 너무 많은 것들을 다 집어넣었어야 했으니 일일이 손가락을 사용하여 뭔가를 해보려다가는 몹시 피곤해진다. 눈도 아프고.
그렇기 때문에, 단지 화면만 커져버린 아이폰에 불과하다며 아이패드를 힐난하는 분들은 잘 이해 못해주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지. 화면이 약 10인치로 커져버린 단 하나의 이유 때문에도 새로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워드 프로세서, 음악 시퀀서는 물론이고, 그 외의 전문적인 애플리케이션들은 말할 필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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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펌웨어 3.1.3의 탈옥이 벌써 가능해졌다는 글을 읽었다. 펌웨어를 업데이트 하면서 초기화로 복원을 한 뒤에 RedSn0w를 사용하여 탈옥에 성공했다고. 그러나 나는 더 이상 탈옥할 생각이 없어졌다. 그냥 공식적인 오에스가 어서 더 좋아지면 좋겠다.

아이폰 탈옥 이야기를 떠들고 다녔더니 공짜로 앱을 다운로드 하기 위해 그 짓을 했다고 단정지어버리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언론들이야 제일 무개념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공짜를 좋아해서 탈옥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컴퓨터의 역사는 그런식으로 수정되고 고쳐지고 더 나아져왔다.
나는 앱스토어에서 이미 약 이십여만원 가량의 금액을 결제했다. 돈 내고 사서 쓰고 있으니까 입 다무세요, 라는 뜻이 아니라, 타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하여 쉽게 이해되지 않을 때에는 말도 쉽게 하지 않는 것이 매너라는 것이다. 각자의 블로그에 이런 저런 소회를 써두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고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읽혀지는 목적의 기사를 써야하는 기자라는 분들, 리뷰 원고를 청탁받은 '전문가'분들이라면 개인 블로그에 끄적이는 것 보다는 훨씬 더 공들여서 문장으로 말을 전해야하는 것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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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1일 월요일

음악 친구

공개방송을 위해 리허설을 마친 후, '대기실이 비좁아서 어쩌죠'라는 말을 들었다. 친절하게 말씀하셨지만 그 내용은 사실, '너희들에게까지 제공할 대기실같은건 없어'였다. 잘 알아들었다.
넓은 로비를 놔두고 무슨 걱정인가, 하고 비어있는 테이블이 잔뜩 있는 곳으로 가서 앉아있었다.
WIFI 신호도 여러개 잡히고... 의자와 테이블과 커피 자동판매기면 충분했다.
음악 친구들과 밴드의 음악 이야기, 아이폰 이야기, 요즘 듣고 있는 음반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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