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다 보인다, 얘.


책상 앞에 앉아 있는데 자꾸 눈 곁에 뭔가 움직이는 것 같다.
이지가 스피커 뒤에 숨어서 눈이 마주치면 몸을 낮추고 내가 보지 않는 체를 하면 슬그머니 고개를 들며 놀고 있었다.

많이 재미있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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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9일 금요일

불조심.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동생의 집 아래층에서 작지 않은 화재가 났다.
마침 근처를 지나던 아내는 낮 부터 동생 집 앞에서 함께 걱정을 하며 소화현장을 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동생네는 피해가 없다고 했지만, 불이 나고 비어있던 다른 집에서 숨지고 만 개가 한 마리 들려 나오기도 했다고 들었다.
위험한 일을 목격했는데도 나이 어린 조카 아이들은 의연했다. 저녁에 찾아가 만났을 때에 아이들은 장난하듯 말을 던졌지만 사실은 제일 먼저 집에 남아있던 동물과 벌레들을 걱정했다고.
정서적인 균형감은 그 녀석들 엄마인 동생의 생활에 배인 정서 덕분일 것.
여러가지로 다행.
하지만 어릴적 부터 늘 동생보다 덜떨어지고 안정된 정서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나' 라는 녀석은 여러가지로 안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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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병인지도.


학생들의 악기가 한데 모여있는 것을 보고 있었다.
이 악기들의 주인들이 저마다 그들의 꿈을 이루고 맨 처음 가슴 두근거렸던 느낌을 잃지 않았으면 정말 좋겠는데.
지나친 자기객관화 탓인지, 그저 계절의 탓인지... 우울함이 도져서 정작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떠날 생각을 일삼는다.
갑자기 지쳤다기 보다는, 오래 전 부터 아닌척하고 스스로를 기만하며 버텨왔을지도 모르겠다.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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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5일 월요일

Jazz


금요일 낮.
하루 내내 집에서 쉬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오후에 전화를 받았다.
담백한 통화. "연주하러 올 수 있냐?", "네, 갈게요."

몇 번 대리연주를 하러 불려갔던 재즈클럽에 또 다녀왔다.
생활의 여건이 되지 않아 정기적으로 클럽 연주를 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
한 달에 몇 번 정도 이런 류의 Gig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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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졌다.


아직은 늦가을이라고 해도, 11월.
자전거에 올라타고 달리면 체감 온도 -5도.
겨울의 매서운 추위보다 이런 날씨가 더 춥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어제도, 오늘도 밤을 새우고 늦게 일어나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자전거를 타러 나오겠느냐는 전화를 받고 아주 약간 망설이다가 뛰어 나갔다. 겁도 없이 여름옷을 그대로 입고 집 밖에 나왔다가 다시 들어와 외투를 한 벌 더 입고 나갔다.
오후 네 시 반.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석양을 보며 출발.

항상 들러서 커피를 한 잔 하는 카페에 무슨 파티가 있었던 것인지 야외에 테이블과 의자들이 나와 있었다. 땀에 젖었기 때문에 야외의 테이블 앞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잠깐 앉아 있었더니 추웠다. 달릴 때에는 손과 발이 시려웠다.

엿새 만에 자전거를 타고 나왔는데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겨울용 옷과 장갑 등을 사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전거를 닦아서 집 안의 한 쪽에 보관해두고 겨울에는 쉴까 하고 생각을 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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