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 28일 목요일

대구 공연.


몇 년 만에 다시 찾은 대구는 그 사이 많이 달라져있었다.
하지만 일 때문에 갔었던 장소에서 여러군데 다녀볼 시간은 없었다.
지난 번에는 여름철에 공연을 했었다. 대구의 유명한 뜨거운 여름에 시달렸었다.
그 날 밤을 새워 운전하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졸음을 쫓느라 애를 먹었었다.
이번에는 고속열차를 타고 두어 시간 남짓 철로 위에서 시간을 보냈다.

지방 방송사에 가면 가끔 감동을 받는다.
전문적이고 정열적인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좋은 소리를 얻고 좋은 연주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분들 덕분이었다.
수년 만에 만나서 함께 연주했던 주엽이와도 반갑게 인사했다.
그 해 여름에도 나 혼자 그 그늘 아래에 앉아서 담배를 피웠던 푸른 나무도 여전히 푸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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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길 다녀왔다.


악기를 메고 새벽 거리를 한참 걸었다.
그렇게 걸었던 것도 오랜만이었는데, 걷다보니 그때 그 시절의 길을 밟으며 지나고 있었다.
새벽 내내 걸었다.
걷는 것이 재미있었다.
짐이 무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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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27일 수요일

습도.


악기를 좋은 상태로 유지하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
그렇게 많은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습도계를 놓아두고 늘 확인하는 일이 아주 쉬운 관리방법일 수 있다.

2005년 4월 25일 월요일

이런 것을 겪는구나.


지난 한 주 동안, 결혼기념일을 축하한다는 메일과 메세지에 시달렸다.

2005년 4월 24일 일요일

베이스.


두 시간 잠을 자고, 오전에 일어났다.
연습하러 갔다가 오후 다섯 시에 정신없이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다른 팀의 연습이 또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요일 낮, 날씨는 참 좋았다.

마지막 연습이 끝날 무렵 갑자기 전화를 받았다. 녹음을 할 일이 생겼다.
마침 하루 전에 새 스트링으로 교환을 했었다. 마침 잘 됐다고 생각했다.
낯선 장소의 믹싱 콘솔 앞에 앉아 있을 때에 기분이 좋아진다.
어떤 녹음이든 자신이 있어서가 아니라, 무엇인가 만들어내기 위한 자리에 자세를 바로하고 악기를 안은 채 기다리는 시간이 즐겁기 때문이다.

그런데 악보를 받아들었더니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이미 녹음된 음악 안에는 너무 많은 악기들이 들어가 있었다.
드럼은 시퀀싱되어 있었다.
아직 나는 사람이 연주해놓은 음악 위에 더빙하는 것 보다 기계소리와 함께 연주하는 것이 더 힘들다.
한 시간이나 걸려서 녹음을 마쳤다. 의뢰했던 분들도 좋아했던 것 같고, 약속된 녹음비 보다 조금 더 많이 봉투에 넣어줬다.

최근의 바쁜 연주와 연습과 지난 밤의 녹음같은 일들이 자주 있으면 좋겠지만, 별로 그렇지는 않다.
병주가 선물해줬던 스파이시라는 양철통도 잘 써먹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커피를 마시며 카주미 와타나베와 리차드 보나의 라이브 비디오를 다시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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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16일 토요일

쓸쓸한 날이었다.


떠들썩한 오후가 쓸쓸한 법이고, 하늘 높은 맑은 날이 외로운 법인가보다.
고양이 순이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몇 시간 동안 꼼짝하지 않고 창밖을 보고 있었다.
나는 나대로 순이를 보며 베이스를 치다가, 날이 저물어 어두워지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며칠만에 평화로운 오후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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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14일 목요일

옳지 않은 연주도 있다.


너무 모순적인 생활이었고, 나의 의지와 관계없는 행동을 해야 했다.
세상에는 옳지 않은 연주도 있다고 생각했다.
뒤늦게나마 판단이 섰으니, 행동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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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9일 토요일

고양이와 오후를.


이사를 한 뒤 다시 고양이 순이를 데려온 것이 닷새가 지났다.
순이는 전보다 더 친한척을 하고, 항상 가까운 거리에서 나를 따라다닌다.
곁에서 졸고 있다가 내가 자리를 옮겨 책상에 앉으면 잠결에 비틀거리면서도 따라와 키보드 옆에서 다시 졸기 시작했다.
예쁘고, 가여웠다.
집을 비우지 않을 수 없으니까 항상 마음이 쓰인다.
미안해진다.

고양이와 오후를 함께 보내며 많이 안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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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6일 수요일

마커스 밀러.

마커스 밀러는 누가 뭐라고 하든 말든, 재즈 베이스 연주자이다.
어떤 사람을 재즈 연주자라고 말하려면 대략, 그가 즉흥연주를 하고 있는지, 그의 즉흥연주가 얼마나 음악적으로 완성도가 있는지, 그 연주에 재즈적인 언어가 담겨있는지, 그 연주를 감당하고 남을 테크닉을 지니고 있는지, 적어도 재즈라고 불리울만한 화성, 선율, 리듬들을 연주해내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된다. 그렇다면 마커스 밀러는 훌륭한 재즈 연주자이다.

재즈라는 단어 자체에 편견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소개해주고 싶은 마커스 밀러의 연주들은, 마일즈 데이비스와 함께 했던 음악이나 스탠다드 재즈 넘버들의 세션들은 제외하더라도, The Sun Dpn't Lie 앨범에 담긴 Moon, Mr. Pastorius, The King Is Gone 을 들어보길 권한다. 그리고 앨범 Suddenly에 있는 Could It Be You, 또 M2에서 소개된 Goodbye Pork Pie Hat 등도 들어보면 좋겠다. 내친김에 그가 자주 연주했던 Jaco의 Teen Town도 들어보면 좋다.

그의 오리지널 넘버들을 듣고 무엇이 그의 재즈 연주이고 어떤 것이 재즈가 아닌지를 알아들을 수 있다고 하면, 이제 그의 유명한 히트 넘버들의 연주가 어떻게 그렇게 간결하며 듣기 쉬울 수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이 마커스 밀러의 큰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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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5일 화요일

당분간 바빠서 좋다.

이번 주에는,
화요일 오후 2시 마포, 김X경 밴드 연습.
수요일 밤 10시 서교동, 이X영 밴드 연습.
목요일 오후 2시 합정역, 김X석 밴드 연습.
일요일 오후 2시, 김X경 밴드 연습,
일요일 오후 5시, 김X석 밴드 연습.

매주 목요일 대학로 천년동안도, 김X경 밴드 연주.
매달 셋째 화요일 프리버드, 이X영 밴드 연주.

학원레슨 요일은 변경해야 하고, 개인레슨 시간표도 바꿔야 한다.
형천씨와의 연습도 중단하고 있다.

19일에는 프리버드에서 공연을 하고,
26일에는 대구에서 공개방송이 있다.


친구를 보고 흐뭇해했다.


몇 주 전, 내 공연에 찾아와줬던 규하의 공연이 바로 다음날이었다.
전날의 연주 때문에 나는 우울해하고 있었는데, 친구의 연주를 구경하고 속이 시원해졌었다.
정말 멋진 연주였다.
진심으로 박수를 치는 사람의 기분은 연주한 사람의 것 보다 훨씬 더 좋을 수도 있는가보다.
친구는 늘 꾸준하고, 한결같다.
그와 비교를 한다면 나라는 사람은 꾸준히 한심하게 살고 한결같이 착오 투성이인 것 같다.

사람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으니 사람들 생각이 자주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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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4일 월요일

고양이를 보고 싶다.


이사를 하고 다른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잠시 맡겨둔다는 것이, 보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순이를 무척 보고싶다.
오늘 밤에는 데려올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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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두 개만 남았다.


필요없는 것들은 줄이겠다고 마음 먹고, 이제 두 개만 남겨뒀다.
이삿짐을 꾸릴 때마다 제일 먼저 악기를 챙겨둔다.
새로 이사온 곳은 오후 내내 햇볕 아래에서 연습할 수 있다.
그 점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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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사했다.


경기도민이 되었다.
오후에 동네를 걷다가 주소가 적힌 현관을 보았다. 와부읍, 덕소리.
인터넷 설치를 마쳤다. 못하던 업데이트도 하고 메일도 읽고 보냈다.
한 달 동안 담아뒀던 여러가지 얘기들을 쓰고 싶었는데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리고 오늘은 내 생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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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양이.


내 고양이 순이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사도 해야했고, 몇 가지 어려운 일들이 있었어서 다른 곳에 잠시 맡겨둔다는 것이 벌써 보름이 다 되어간다.
오늘은 꼭 다시 데려오고 싶다.
고양이의 사진들을 열어보니, 갑자기 사람이 그리운 것처럼 보고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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