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21일 토요일

이발.


오늘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다.
확실히 내가 게으르긴 하지만 일 년에 두 번 머리를 자르고 있는 것은 좀 너무했다.
짧게 자른 뒤에 방치해둔다는 것이 습관으로 되어있다.
이마가 더 넓어지기라도 한다면 아예 면도를 할지도 모른다.

이 사진은 옛날 모습이다.
군대에서 제대한 직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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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13일 금요일

순이는 잘 잔다.


악기를 챙기고 소지품들을 확인한 후 집을 나서려는데, 순이가 보이지 않았다.
다시 신발을 벗고 집에 들어가 구석 구석 다 찾아보았다.
고양이가 없었다.
주책맞은 생각을 하고 창문이 열린 곳이 있는지 다 살펴봤다.
아무리 고양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대꾸가 없었다.

결국 이불 속에서 정신을 잃고 잠들어 있는 순이를 찾아냈다.
부럽고 샘이 났다.
약속시간에 늦을까봐 뛰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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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이사온 집은 한쪽 면이 하루 종일 햇볕이 드는 방향으로 되어있다.
아침에 잠드는 나로서는 정말 고역이었다.
햇볕, 낮의 빛살들이 나를 힘들게 했다.
그런데 고양이는 햇빛 따가운 자리에서 드러누워있기를 좋아한다. 너무 뜨거워지면 살짝 그림자 진 곳으로 비켜 앉아 냄새 맡듯 햇빛을 느낀다.

그런 순이의 모습을 자주 보았다.
그래서 나도 점점 햇빛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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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4일 수요일

조금 바빴다.


머리는 일부러 기르는 것이 아니다.
손질하러 갈 여유가 없어서 이 모양이다.

친구 아기의 돌잔치도 가보지 못했다.
연주 때문에 약속을 잘 못하며 지냈다.
벌써 몇 주 째, 하루를 돌아보고 주변을 정돈하다보면 언제나 새벽이었다.
사람들이 이메일을 보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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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끝나간다.


비가 온다더니 바람만 불고 볕이 따갑다.
고양이는 잠이 많아지고 부쩍 센티멘탈해졌다.

나는 순이 곁에 나란히 앉아서 느릿느릿 두리번거렸다.
건물들 사이로 해가 숨어들 때가 되어서야 악기를 들고 집을 떠났다.
순이의 이마가 유난히 뽀송뽀송했다.

며칠 동안 비가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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