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26일 목요일

학전 소극장.


지난 12일, 학전블루 소극장에서의 연주.
여전히 앓고 있는 감기가, 그날은 최고로 지독했었다.
진통제와 해열제를 잔뜩 먹고 평소보다 더 멍청한 상태로 하루를 버텼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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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25일 수요일

방송 리허설.


깔끔하고 좋은 공간의 녹음실.
그러나 함량 떨어지는 인적자원.

일을 하려면 제대로 하기 위해 노력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그러기도 싫거든 다른 걸 하던가.
월급과 상여금을 받을테니 다른 일을 할 생각은 없겠지. 그래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을 것이다.
무례와 못된 태도로 생계를 꾸려온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일도 제대로 못한다.
직책과 체면치레와 마당발이 자신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부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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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 모형.


늘 들고 다니는 악기가방에 달랑거리며 매달려 있는 것은 아내가 펠트로 만들어준 베이스 모형이다.
박하미현 님이 사진을 찍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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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18일 수요일

롤링홀에서.


서울전자음악단의 신작 발표회의 축하공연에 참여했다.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잔뜩 만났다.
무대 뒤로 들어가는 좁은 통로에는 담배연기가 자욱했다. 대기실에는 이미 시야가 가려질만큼 담배연기가 가득했다. 너무 많은 동료 연주자들이 모였던 탓이었다.

관객의 숫자는 적었지만 네 시간 가까이 진행된 공연을 끝까지 보아줬던 분들이 있었다.
무대 위의 소리나 관객쪽으로 나가고 있었던 소리나 모두 뭔가 좋지 않았다. 연주하는 내내 그나마 제일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지점을 찾아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새로 나온 음반을 선물로 받았다. 장거리 운전을 해야했던 어제는 장기하의 새 음반과 서울전자음악단의 CD를 내내 들으며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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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12일 목요일

아디다스 행사 공연.

네이버 블로그 '째양' 님의 사진.

추리닝을 나줘 주길래 그대로 입은채 공연을 했다.
둘째날의 공연이 재미있었다.
땀을 흘린채 급히 공연장을 빠져나오느라 외투를 걸치지 않았었는데, 아마도 그날 감기에 습격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연장에서 스탭 중 한 명이 내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했었다. 낮익은 얼굴에 깜짝 놀라며 반가와했다. 그 친구는 악기렌탈업체의 일을 하고 있는데, 오래 전에 내가 다른 밴드에서 연주하고 있을 때엔 자주 만났던 사람이었다. 공연 도중에도 케이블이며 모니터 스피커들을 손봐주기도 해서 고마왔다. 각자의 일을 하며 살다보면 그렇게 만나게 되기도 한다.


아디다스 추리닝은 정말 편하고 좋았다. 아무거나 걸치고 나가기 일쑤인 나에겐 교복처럼 될까봐 걱정일 정도.


아마... 나머지 멤버들도 비슷한 생각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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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겹다, 감기.

일주일 전 부터 조짐이 있었는데 그걸 모르고 어쩐지 추위를 좀 더 타게 되었나보다, 하고 말았었다.

어김없이 지독한 감기 몸살에 걸렸다. 온몸에 쉬지 않고 통증이 느껴져 견딜 수 없었다.
결국 하루 종일 드러누워 신음을 하다가, 아내가 사다준 약을 먹고 다시 쓰러져 자다가... 한밤중에 결국 일어나 죽을 얻어먹고 정신을 차렸다.
극심한 두통 때문에 눈썹 사이에 주름이 더 선명하게 패일 지경이었다.
왜 걸핏하면 감기로 고생인 것일까. 이 홈페이지의 검색란에 '감기'를 입력해보니 감기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글과 댓글만 해도 수 십여개였다.

전에는 감기를 앓느라 끙끙대고 있으면 고양이가 다가와 핥아주기도 하고 곁에 앉아서 지켜봐주기도 했었는데, 오늘은 자기들끼리 노느라 바빠서 나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밟고 뛰어간 놈은 누구였을까.

아직도 두통과 열이 심하다.
내일 공연은 타이레놀의 힘으로 버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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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1일 일요일

클럽데이 공연 리허설.


클럽데이 공연을 위해 프리버드에 갔다.
붐비는 거리, 주차할 곳이 없어서 멀리 떨어진 곳에 오천원을 주고 주차를 했다. 덕분에 무거운 짐을 들고 한참을 걸었다.
프리버드의 무대가 클럽 모퉁이 구석에 있었던 시절, 무대 바닥이 푹신했던 옛날이 있었다.
그곳에서 연주할 때엔 바닥이 푹신해서 연주하기 어렵다고 불평했던 기타리스트가 생각났다.  그런데 그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이제는 무대가 넓고 딱딱하다.
그게 그렇게 오래 전의 일이었나 싶었다.



약속 시간에 맞춰 도착했지만, 합주실에서 해야할 일을 리허설 시간에 하고 있는 어떤 밴드 때문에 한 시간이나 더 기다려야했다. 남을 생각지 않는 것을 멋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그들 때문에 이른 시간에 도착하여 겨우 사운드체크만 해야 했던 친구의 팀과 우리들은 리허설을 겨우 마치고 이미 지칠대로 지쳐버렸다.


그래서 표정도 모두 지친 표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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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식구들.


열 세살 고양이 에기. 제일 어른 고양이이다.
새 발톱긁개를 배송받고 좋아하고 있었다.



다섯 살 고양이 순이. 순이는 자주 전등 아래에 앉아 명상에 잠기고는 한다.


한 살 조금 넘은, 심심한 것을 굶는 것 만큼 싫어하는 막내 고양이 꼼.
정말 개구장이 짓을 일삼고 있다.

얘들을 언젠가 나란히 앉혀놓고 사진을 한 장 찍고 싶어하고 있는데,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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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사람들.


클럽 공연을 마치고 전화기에 문자메세지가 와있는 것을 보았다. 
한 학생이 모대학교의 최종발표에서 합격했다는 소식이었다. 두 세달에 걸친 실용음악과 입시기간동안 스트레스에 치였을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축하 메세지를 보내주고 내 악기를 챙기며 시끄러운 소음이 가득한 클럽 안을 둘러보았다. 땀을 흘리며 연주하고 있는 친구들과 그들을 지켜보며 흔들거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기이하고 고약한 공교육의 틀 안에서,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하며 분투했던 어린 학생들이 불쌍하게 여겨졌다. 지금 무대 위에서 저렇게 좋은 연주를 하고 있는 내 친구들은 나처럼 아무도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다. 실용음악과를 수강하지 않아야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은 아니지만, 그런 힘든 입시를 치르며 입학을 하여야 좋은 연주자가 되는 것만도 아니다.
올해에도 어쩌다보니 내가 맡았던 학생들이 모두 진학을 하게 되었다. 그들에게는 축하하는 마음을 보냈다. 부디 그들이 음악 앞에서 겸손했던 이 시절을 잊지 않으며 더 많은 경험을 해나아가기를 바랐다.
자신의 꿈을 발견하고 십대의 시절을 열심히 보냈던 것만으로도 이미 훌륭하다고도 생각했다.


다음 주 부터 시작되는 학교의 개강. 수업을 통해 하고 싶은 것들의 생각은 많은데, 과연 얼마나 현실화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악기를 쥐고 연습하면서도 십대엔 진학을 걱정하고 진학과 동시에 취업을 걱정하는 학생들에게 나는 나이든 사람으로서,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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