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31일 토요일

12월 31일.


올해의 마지막 주에 우리는 나흘 동안 동물병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팠던 일곱살 고양이 이지는 이제 회복하고 있다. 가느다란 두 발에 카데타를 여러 번 꽂아야 했다. 핏줄이 가늘어서 수액을 맞추기 위해 너무 많이 주사 바늘로 찔렀다. 조그만 발을 여러 번 주물러 줬다. 고양이는 곧 나을 것이다.

아내를 고양이와 함께 동물병원에 남겨 두고 오늘 밤 공연을 위해 나 혼자 돌아왔다.
연말의 토요일, 도로는 자동차로 꽉 막혀 있었다. 오른편으로 내 집 앞의 강이 보였고, 정태춘 님의 노랫말이 떠올랐다.

'무슨 강이 뛰어내릴 여울 하나 없더냐.'

아내가 주사를 맞으며 졸고 있는 고양이 이지의 사진을 보내줬다. 염치도 없이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저녁 시간에 아내를 태워 집에 데려다 주기를 부탁하고 나는 주섬 주섬 악기를 챙겨서 나갈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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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17일 토요일

부여에서 공연.


부여 국립박물관에 있는 공연장에서 공연을 했다.
아담하고 작은 공연장이었다. 잘 설계되어 있었고 잔향이 적었다.
리허설을 할 때에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공연 중에도 사운드가 좋을 것이라고 예상해 볼 수 있었다.

부여 박물관 건물도 아름다왔다. 채광과 자연스러운 조명이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줬다.
나는 점심을 먹고 혼자 박물관의 전시물들을 구경했다.


플렛리스 베이스로 전부 연주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리허설을 마쳤었다.


무대 가까운 곳에 출입구가 있었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내가 잠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는지 손이 많이 시려웠다. 손이 굳어서 정확한 피치를 유지하느라 신경을 많이 써야 했다.
결국 공연 후반의 몇 곡은 재즈베이스로 연주했다.

돌아오는 길에 졸음이 쏟아졌다.
휴게소에 몇 번 들러 차에서 토막 잠을 잤다.
나는 적당히 피로를 회복할 즈음 다시 깨어나 운전하는 것을 반복했다. 이제 이 패턴은 완전히 익숙해졌다.

열흘 조금 지나면 해가 바뀐다.
어두운 고속도로를 달리며 올해에 나에게 벌어졌던 일들을 떠올렸다.
어떤 일들은 잠깐 잠이 들었을 때에 지나가버린 꿈처럼 여겨졌다.


2016년 12월 14일 수요일

까만 고양이.


장난 심한 어린 고양이는 잘 먹고 잘 크고 있다.
모든 고양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것을 이 어린이도 재미있어 하고 있다.
베이스의 줄을 새것으로 교환하고 있었는데, 곁에 다가와 한참을 올려다 보며 구경하고 있었다.


조금 전 까지 미친듯이 집안을 뛰어 다니며 사고를 치고 있던 고양이는 이윽고 지루해졌는지 하품을 했다.
악기의 줄을 다 감은 후 내려다 보니 고양이는 그 자리에 길게 누워 그만 잠들어버렸다.


2016년 12월 4일 일요일

TV를 좋아하는 어린이.


아직 한 살도 되지 않은 어린이 고양이는 이제 완전히 기운을 회복했다.
덕분에 집안의 다른 고양이들과 사람들은 어린 고양이에게 시달리는 생활을 하고 있다.
밤중에 소리를 내며 뛰어 놀고, 아무 곳이나 올라가서 부스럭 거리고 있는 중이다.
도저히 다른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소란을 떨며 지내고 있다.


나는 어린이 고양이가 잠깐이라도 조용히 있어주지는 않을까 하여 유튜브에서 고양이를 위한 비디오를 찾아 틀어줘보았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어린이 고양이는 그 비디오들을 아주 좋아했다.


고양이를 위한 비디오에는 새, 다람쥐, 고양이 등의 동물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어린 고양이는 아예 화면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한 시간이 넘도록 TV를 보고 있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조용한 낮 시간을 잠시나마 보낼 수 있었다.


2016년 12월 3일 토요일

안양에서 공연.


내비게이션이 예측해줬던 그대로 46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몇 번 연주해보았던 평촌 아트홀이었다.

앰프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리허설을 마칠 때 까지 편안한 소리를 낼 수 없었다.

내가 공연을 하고 있을 시간에 아내는 광화문 집회에 참여하고 있었다. 집에서 나올 때에 구형 아이폰 두 개를 원격 카메라로 켜두고 나왔었다. 집안의 고양이들을 들여다 보니 모두 자리를 잡고 잠을 자고 있었다.


공연을 마친 후 사람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아직 서울 시내에 남아 있던 아내와 연락을 주고 받으며 운전을 했다. 지하철 역에서 아내를 만나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낮 동안 종일 잠을 자던 고양이들이 현관 앞에 달려와 반겨줬다.

사람 둘은 피곤하여 드러누웠다. 개운하게 자고 일어난 고양이들이 어둠 속에서 뛰어다니며 놀기 시작했다. 고양이들이 달리는 소리를 들으며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