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31일 수요일

정들었던 무대.


그곳에서 많이 연주했었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다고 했고, 그곳에서는 더 이상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어제의 공연으로 이제 그 무대는 안녕이다.
더 좋은 시설, 더 좋은 환경으로 옮겨간다고 해도 언제나 중요한 것은 건물과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다.
세상의 모든 공연에서 항상 준비되어 있고 조건과 형식을 빠짐없이 지닌 쪽은 관객이다.
연주자와 엔지니어들이 아니다.
겸손하지 않고 자신의 일에 태만한 쪽은 언제나 관객석 맞은편의 사람들이다.
그래서 정성을 쏟았던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한때 빛났던 이름만 깜박인다.




..

2017년 5월 26일 금요일

금요일.




오후 세 시에 합주를 하러 서교동에 갔었다.
약속 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었다.
길이 막히지 않았어서 일찍 도착하여 잠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었다.
날씨는 좋았고 하늘은 예뻤다.

오랜만에 모인 친구들과 한 곡씩 공연을 위한 곡들을 연습했다.
예정보다 합주가 일찍 끝났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조금 밀리고 막혔다.

아내가 만들어준 피자를 먹었다.
그것을 먹고 잠들었다가 밤 열 한시에 일어났다.
다음 날 레슨할 음악파일을 손보았다.
강의에 사용할 원고를 정리하고, 일부를 처음부터 고쳐서 다시 썼다.
커피를 내려 마셨다.
까만 어린이 고양이가 주방 쪽 작은 창문 앞에 앉아있었다.
그 그림자를 보는 순간 순이 생각이 났다.
까만 고양이를 안아서 쓰다듬어 주고, 아내가 그렸던 순이의 그림이 걸린 벽 앞에 서서 커피를 마셨다.


2017년 5월 22일 월요일

잠을 잤다.


주말이 다 지나도록 집에서 쓰러져 있었다.
무엇을 할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싶어서 옛날 영화들을 꺼내어 다시 보았다.
지난 번에는 박찬욱의 복수 시리즈 1과 3을 보았다.
오늘은 가운데 것을 다시 보았다.

강의 원고를 쓰기 위해 자료를 펼쳐 놓고 그것을 다시 읽었다.
너무 많은 분량을 읽고 났더니 정작 원고를 쓸 수 없었다.
배가 고파서 국수를 만들어 먹고는 다시 잠을 자버렸다.

연습을 할 수도 없었다.
아픈 손가락은 이제 네 개로 늘어났다.
올 여름에는 병원에 한 번 가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작업실에 가서 커피를 한 컵 곁에 두고 정리한 자료를 읽으며 강의 원고를 썼다.
쓰다 보니 금세 자정을 넘겨버렸다.
집에 돌아왔지만 주차장에 자리가 한 군데도 없었다.
서너 바퀴를 돌다가 결국 적당한 곳에 평행주차를 하고 자동차의 기어를 중립에 놓아둔채 집에 들어왔다.
고양이들이 반가와하며 뛰어나왔다. 아내는 내가 고야이들과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깨어나 잠결에 고양이 이지에게 물에 불려둔 사료를 떠먹였다.

2017년 5월 19일 금요일

여름이 오고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가 그만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다.
강의 원고를 쓰고 싶었는데 뉴스를 보다가 그만 오전을 다 보내버렸다.
뉴스를 보면서 아내와 함께 첫 끼를 먹었다.

낮에 동네에 나가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깎았다.
오후에는 아내와 함께 가구점을 구경했다.
아내에게 새로 침대가 필요하여 구입하려고 했는데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강을 건너 좋아하는 식당에서 카레와 네팔식 빵을 먹었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어린 고양이 까미는 낮 동안 이불 위에서 구르다가 늘어지게 하품을 하더니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2017년 5월 1일 월요일

공연 다녀왔다.


목포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영암에서 열린 콘서트에 참여했다.
이 사진은 공연 도중에 키보드 앞에 앉아 있던 상훈씨가 찍어줬다.
자신의 뒷모습을 보는 것이 생경했다.

목포역에는 세월호 유가족을 위한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일을 마치고 다시 용산역으로 도착했더니 자정이 넘었다.
강변북로에는 사나운 속도로 택시들이 달렸다.
동네 어귀에는 술에 취한 사람들이 편의점 앞에 앉아 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월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