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23일 토요일

이렇게 지냈다.

이렇게 지내고 있었다.
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에 레슨을 했다. 공연 때문에 미뤄진 경우엔 일요일에도 레슨을 했다.
김창완밴드 외에 5인조의 퓨젼재즈밴드 Second Nature, 그리고 스탠다드 재즈 위주의 기타트리오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합주 연습 시간은 보통 정오가 아니면 자정 무렵이 되었다.
보통 새벽 2시 즈음 집에 왔다.
남편보다는 고양이들과 결혼생활중인 아내와 가끔 밖에서 메신저로 안부를 묻는 생활이었다.

내 능력의 한계를 나는 대충 알고 있다. 나는 한 가지 일을 하려면 남들 보다 더 많은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 딴엔 성실하게 한다고 했지만 결국 시간이 모자라게 된다.
나는 조금 더 효율적으로 살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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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11일 월요일

해바라기

일을 마치고 잠시 들렀던 식당에 주차를 했는데 해바라기와 눈이 마주쳤다. 자동차의 불빛을 비춰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열 한 살이었던 해의 여름에는 집앞에 해바라기가 껑중 모여 있었다. 자전거 뒷자리에 여동생을 태우고 다니며 해바라기를 꺾어 씨를 까먹기도 했었다.
해바라기가 옥수수보다도 키가 커지면 허우대만 멀쩡한 총각처럼 하는 일도 없이 종일 건들거리고 서있는 것 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도 맨날 하는 일 없이 걷기도 하고 비도 맞으며 여름을 까먹고 있었다.

아직 꼭대기에 쇠로 만든 녹이 슨 종이 달려있던 진짜 교회당에서 정말 종소리가 울려퍼지기도 했었다. 눈을 크게 뜨고 멀리 바라보면 빨갛게 물든 저녁 하늘과 잡초만 자라던 낮은 언덕의 경계에 해바라기 몇 놈이 비틀거리며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시골냄새 나던 그 동네에서 해바라기와 함께 보냈던 여름이 지나고, 그 해 겨울에는 우리집에서 밤 사이 강아지들이 죽어버리는 일이 있었다. 나는 아버지와 함께 해바라기들이 서있던 근처 어딘가에 강아지들을 묻어줬었다. 묵직하고 차가왔던 강아지들 곁에 무릎을 대고 앉아 흙을 조금씩 한참 동안 덮어줬었다.

함께 노닥거렸던 동네의 친구들 이름도 얼굴도 잊었지만 열 한 살 무렵의 그 해 여름과 겨울의 일들은 떠올리기 쉬웠다. 더 강한 인상으로 남았을 것이 분명할 다른 해의 일들 보다도, 훨씬 더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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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9일 토요일

잠시 머무는 고양이

길에서 주워져 동물병원에서 보호중이었던 어린이 고양이.
보름의 날짜를 다 채워버려 '처분'의 대상이 되어버린 녀석을 아내의 친구분이 거두어 좋은 곳으로 입양 보낼 때 까지 맡기로 했다. 고양이를 만져본적도 없었다는 그 분의 두 팔에 버젓이 안겨서 엄마를 만난듯 냐옹거리던 어린 사내 고양이 녀석이 우리집에 며칠 머물고 있는 중이다.
입양하시겠다는 분으로 부터 소식을 받은 모양인데 신중한 아내는 고양이의 새 가족을 까다롭게 선택하고 있다. 그 덕분에 잠시 머물 예정인 어린이 고양이는 난생 처음 멍멍이 형들, 고양이 누나들과 정말 신나게 뛰어놀고 있다.
아침에 소파 위에 웅크리고 햇빛을 잔뜩 받으며 깊이 잠든 고양이 꼬마를 보고 조심 조심 사진 몇 장을 찍었다. 깨우지 않으려고 나는 살금 살금 걸어다녔다.

조용한 아침, 집안의 고양이들이 그르릉거리는 소리가 음악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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