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29일 목요일

듣보시대.

듣보들의 시대를 맞아서 쥐들과 그에 준한 설치류, 종족의 명예를 더럽히는 개들, 그외 각 분야의 다양한 듣보들이 설치거나 모습을 드러낸다.

철학자, 사상가를 자임하며 온갖 훈계를 늘어놓던 학자 한 분은 지금의 정권이 인수위원회를 꾸려서 오렌지 어쩌구를 선보일 때 부터 보이지 않더니 뭐 아무 말이 없다. 말하지 않을 자유가 있으니까 뭐라고 할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던 몇 년 동안을 기억해보면, 항상 세상이 만만할 때만 모습을 드러내는 학자듣보인 것 같다. 이런 말을 들으면 억울해하겠다... 하긴, 그런 학자들이 어디 그 분 하나 뿐일까.

환경에 대한 의식이 없다면서 정권을 꾸짖고 욕을 해대던 어떤 분들은 원래부터 정치나 경제의 환경에는 관심이 없었는지 일언반구 말이 없다. 도룡뇽을 구하느라 바빠서 지렁이를 죽이고 말았던 원죄의 탓인가. 산에 터널을 뚫는 것을 막기 위해 죽음을 각오했던 분들은 온 나라의 강바닥을 ‘개발’해주겠다는 말에 고마와하기라도 하는 것일까. 자신의 목숨 앞에서 반 년 동안 타협하고 설득했던 정부를 지나보낸 후, 물대포와 콘테이너로 간단하게 몇 명쯤 죽여버리고 마는 정권을 목격하는 기분이란 더럽다.

구불 구불 흘러가도 강물은 한 곳으로 모인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돼먹지 않은 나라가 되어버린 후 흐르는 모습을 바라보면, 이 사회는 아무래도 엉뚱한 곳으로 구불거리기만 하다가 바짝 말라 바닥이 드러나게될 것 같다.



,

2009년 1월 19일 월요일

잠을 분별없이 잤다. 아침 일찍 깨어나 오후까지 보내다가 점심을 늦게 먹고 잠들어서 밤 열 한 시 까지 자버렸다.
푹 잘 잤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하는데, 지금 새벽 4시 45분. 이 시간에 깨어나 다시 잠이 올리가 없다.

몇 권의 악기교재를 구입하여 읽었다. 미리 훑어본 것이 아니어서 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하고 샀다. 레슨하는데에 참고할 것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어떤 것은 내 일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도 있고 어떤 것은 너무 초보용이었다.
그러나, 거의 모든 분야에서 그렇긴 하지만, 일본의 악기 교재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정말 잘 만든다. 세세한 부분까지 잘 기획되어있고 쓰는 사람의 의도가 단단하게 뭉쳐져있다.

가쿠타 미쓰요라는 작가의 소설을 읽었다. 작가에게 흥미가 생겼지만 검색해보지 않았다. 기껏 단편 모음을 읽어둔 상태이므로, 작가에 대한 것을 모르는 채로 나머지 작품들을 더 읽어보고 싶게 되었다.

그런데 '뒷담화' 같은 단어를 번역물에 사용해도 괜찮은 것인가 생각하면, 나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쪽이므로 고리타분한 사람인 것일까. 어처구니 없이 틀린 맞춤법의 문장들이 판매되는 책에 당당하게 인쇄되어있는 것을 볼 때에도 화가 나는데... 이런 것을 보면 과연 어떻게 된 모양인가 탄식하게 된다. 교정, 교열을 하고는 있는 것일까. 
얼마 전 방송하러 갔을때에 방송작가가 스튜디오의 테이블 위에 사뿐히 놓아주고 간 원고를 읽으면서도 그런 것을 보았다. 한 페이지에 엉터리 맞춤법이 열 개, 열 한 개... 더 세어보려다가 그만뒀다. 그러니 TV에 자막을 타이핑하는 이들은 뭐 말할 것도 없는거겠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음악 수필, 또 나왔길래 또 읽게 되었다. 그 책을 읽고 중고음반 가게들을 뒤졌다. 옛 음반들은 중고가게가 아니면 살 수도 없는데... 그나마 대부분 품절이다. 답답해진다. 환율 때문에 해외주문을 덜컥 덜컥 하기도 어려워졌다.

알랭 드 보통의 책은 아직 읽지 않은채 재두고 있다. 기억나는 몇 권의 책, 몇 사람의 작가 이름을 발견하면 꼭 생각나는 몇 명의 녀석들이 있다. 책을 빌려간 후 돌려주지 않았던 넘들이다. 대부분은 잊어버리고 말았지만, 알랭 드 보통, 움베르토 에코의 책들을 가져간 사람들 중엔 그 후에 소식이 없는 녀석도 있다. 새로 사면 되잖아, 라고 하겠지만, 읽었던 책은 항상 목록의 맨 아래에 적어두고 새 책을 사게 된다. 결국 어떤 책들은 다시 사게되기도 하고... 알랭 드 보통의 '돌려받지 못한' 책은 망설이다가 이번에도 결국 구입하지 못했다.

히피의 딸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도 재미있었다. 그 출판사는 어쩐지 실용서적들만 내는 곳인가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찾아보니 읽을만한 책들이 더러 있었어서 보관함에 잔뜩 모아두었다.

에릭 클랩튼의 자서전을 두 번 읽었다. 등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특히 여자들...) 사건과 인물들이 바르게 기억되지 않는 것이 있었다. 다시 읽으면서는 메모도 해둘까 했지만... 그래봤자 메모를 어디에 해뒀는지 잊어버릴테니까 관뒀다. 밥 딜런의 책과 피터 페팅거가 쓴 빌 에반스의 평전들을 두고 비교하자면 에릭 클랩튼에 대한 책은 본인이 아닌 누군가가 훗날 작정하고 한 권 더 써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뭐랄까, 전쟁에서 이긴 쪽이 기록해둔 역사서 같은 느낌이었다.

연휴인데, 오랜만에 며칠 쉬면서 책이나 읽으면 좋으련만... 명절 혐오자로서 차라리 휴일이 없었으면.
육십 오세 이상인 분들의 교통비 지원을 폐지했다지. 경기도 노인분들은 투표하신 보람이 있으시겠다.




,

2009년 1월 11일 일요일

그동안의 연주...


newmeca 님과 박하미현 님이 사진을 찍어주셨다.






,

2009년 1월 10일 토요일

녹음실에서.


열두살은 열두살을 살고... 라는 곡을 녹음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나란히 자리를 잡고 앉아서 말없이 녹음만 했었다.



,

개야, 반가와.


한남동에 있는 사진 스튜디오에서 샤페이 한 마리를 만났다.
편안하게 누워있었는데 내가 가까이 갔더니 느릿 느릿 일어나서 인사를 해줬다.
반가와, 하며 사진을 찍으려 했더니 큰 기침을 한 번 하고는 자세를 잡아줬다.




,

2009년 1월 9일 금요일

뱉어내기.


힘들게 잠들었다가 두 번째 깨어났다.
뉴스같은 것 읽지 말고 억지로 다시 잠들 것을 그랬다.
가래처럼 목구녕에 씹혀지는 것이 올라와 툭 뱉어내고 싶어졌다.


지금 여기에서 매일 벌어지는 온갖 일들이
남의 나라 일이라면...
방귀 새듯 피식 거리면서 웃음이 먼저 나올지도 모르겠다.

지중해 연안의 대학살은 내 나라의 일이 아닌데도 화가 치밀었다.

제 밥벌이의 일에만 시선을 두려고 하여도 들리고 보이고 읽히는 것을 도저히 못본체 할 수가 없는데 이쪽은 이쪽대로 암담하고 답답하다.

청중聽衆은 교육되어질 수 없어 보이고
매니아를 자칭하지만 노래 제목의 철자도 모르고
전문가로 보여지기 바라는 이들은 비싼 기계를 사모으느라 귀를 팔아먹은 모양이고
대중大衆은 대를 이어 멍청해지기로 마음먹은 것 같다.

찾아 읽지도 캐물어 생각할줄도 모르는 친구들에게
뇌는 어디에 두고 머릿수나 채우기 위해 그러고들 있느냐고 말도 못하고
그저 무슨 꼴을 보고 무슨 소리를 들어도 겨우 데면데면 넘기는 주제에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기 위해 바둥 바둥
나도 내 살길에 둥개고 자빠진채
옹졸하고 이기적인 딴따라로 되어져 버려서
아침마다 거울을 보면 내 얼굴에 구역이 나서 메슥거린다.




,

2009년 1월 8일 목요일

공연 사진.


Bob James에게서 니콘 카메라를 선물로 받은 뒤 사진찍기에 푹 빠져 지낸다는 Nathan East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의 사진들은 그의 연주만큼 좋았고, 그의 연주처럼 살짝 어정쩡했다.


변감독님이 촬영한 영상과 사진들을 이제서야 보았다. 그날의 장면들이 잘 담겨있었다.




2009년 1월 6일 화요일

대기실에서.


헬로루키 시상식에 출연했던 날, 대기실에서.
바람이 많이 불던 쌀쌀한 날에 리허설을 마친 후 한참을 기다렸어야 했다.


,

2009년 1월 3일 토요일

롤링홀 공연


이번 공연 때에 이상훈씨의 키보드 소리가 좋았다.
롤링홀의 무대가 좁아서 키보드의 자리 앞에 선 내가 그를 다 가리고 있을까봐, 자주 왔다갔다 어슬렁거려야했다.


단 하루만 시간이 있었어도 병원에 다녀왔을테고, 개운한 몸으로 공연할 수 있었을텐데. 집에서 잠을 자고 옷을 갈아입을 시간 뿐이었다. 몸이 아팠던 것이 아쉬웠었다.


공연을 위한 연습 때에는 내내 다섯줄 베이스를 사용했다. 공연 전 총연습을 하게 되었을때 다시 재즈베이스를 꺼내어 새 줄을 감고, 공연 전체는 그것으로 연주했다. 
DR이 감겨있었는데 공연직전에 다다리오로 교환했던 것이 나빴던 것 같았다. DR보다 장력이 세게 느껴지는가 싶더니 양쪽 검지손가락의 관절에 무리가 오고 말았다. 통증을 느낄때마다 슬쩍 핑거링 자세를 바꿨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아마도 몸의 상태가 비정상이었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겠다.
딱 1년 전에 손가락 때문에 침을 맞으러 다녔었다. 또 가야하는 것인지 망설이고 있다.


,

롤링홀에서.


연말의 공연사진들을 얻게 되었다.
기록된 영상들도 보고 사진을 들여다보니 아쉬운 점들이 많았다.
지금까지도 떨어지지 않고 있는 감기가 제일 얄미웠다.


즐겁게 연주하긴 했지만, 집중할 수 없었던 날도 있었고 너무 피로했던 날도 있었다.
대기실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너무 많아 공연 직전에 조용하게 쉴 수 없었던 것도 탈이 되었다.
공연을 마친 후 며칠은 허리와 무릎 통증으로 고생을 하고 있었다.



,

연말공연.


아프다고 엄살을 피우긴 했다.
그래도 공연은 완전히 소진할 때까지 해주는 것이 기분 좋은거라고, 세 시간은 넘게 쉬지 않고 연주해야 무엇을 한 것 같지 않을까요, 라며 허세를 부려봤다.

세 시간은 커녕 중간에 조금이라도 쉴 수 있었어서 겨우 목숨을 건졌다.
피로감과 허기로 끝 무렵엔 무대바닥에 앉아서 하고 싶었을 정도였다.
꼭 운동하고 체력을 더 키워야겠다.



,

2009년 1월 2일 금요일

불빛 아래에서.


새해 첫날의 밤에, 사이좋은 고양이 순이와 꼼은 전등 아래에 앉아 한참을 그르릉거리고 있었다. 눈이 부실텐데 서로 지긋이 눈을 감고 왜 저러고 있는지 궁금하여 나도 한번 얘들을 따라해보았다.
어쩐지 전등불 아래의 스피커에만 먼지가 없더라니... 고양이들이 새로 재미를 붙인 여가활동이었던가.



.

2009년 1월 1일 목요일

대답을 못했다.

해가 지났다.

행복이 어쩌구 하면서 음반을 만들고 인터뷰를 하며 말을 했었다..
공연중에는 마이크에 대고 객쩍은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야 좋았다고, 후회했었다.
마지막 날의 공연이 끝나고 나서 어떤 이들이 방송사의 카메라를 들이밀며 '지금 행복한가'라고 질문을 해왔다.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할'의 모습처럼, 내 코 앞에 시커먼 눈깔을 희번득거리며 대답을 종용하는 카메라 렌즈를 들여다 보는데, 마치 술이 깨듯, 외면하고 있던 것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차마 행복하다느니 어쩌느니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꿈, 희망, 행복, 아름다움, 희열의 단어들을 늘어놓을 수 있으려면 지독하게 무던해지던가 철저하게 이기적이 되던가 해야 하는 것인줄 알았었다.

그런 것일지도, 혹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