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31일 토요일

어둠 속의 고양이.

흰색 털 덕분에, 어둠 속에서도 잘 보일뿐 아니라 아이포토에서 얼굴 인식도 완벽히 되고 있는, 셋째 고양이 꼼.

얘는 왜 부쩍 잡념도 많고 사색적으로 되어가는걸까. 어른 고양이가 되어 조금씩 덜 까부는 것, 그런걸까.


.

2011년 12월 26일 월요일

새벽 모임.

새벽 다섯 시. 헤드폰을 벗고 방문을 열고 나와보니, 문앞에 이렇게들 앉아있었다.

분명히 뭔가 수군거리다가 멈춘듯 한데... 시침떼고 조용하게 쳐다들 보고 있었다.

보통 여섯 시에서 일곱 시 사이에 이놈들이 아내를 깨우는데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뭔가를 모의하고 있었던 것 같다.


.

2011년 12월 24일 토요일

아이폰


어제, 아내와 나의 아이폰을 4S로 바꿨다.
iOS 5에 최적화된 기계를 쓰게 되니 지금은 가볍고 날 것 같음.

그런데, 저녁에 아내가 모임에 나갔다가, 각종 분야에서 언제나 난체하며 타인을 자주 비하하곤 하는 어떤 갤럭시 유저남으로 부터, ‘아이폰의 기능을 10%라도 제대로 쓰고 있느냐’는 비아냥을 받았단다. 그분 말하길 자신은 스마트폰의 기능을 10%도 쓰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갤럭시 탭을 사용한다고 하는, 뭔가 이상하면서도 아주 잘 수긍이 가는 설명도 덧붙이면서.


요약해서 두 가지를 말해주고 싶은데, 자신이 그렇게 살고 있지 못한다고 해서 대부분의 남들도 비슷하리라는 생각은, 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관심도 호기심도 없으면서 동시에 이해력과 가치판단도 결여된 상태를 드러내는거다. 보통 그런 상태를 간편하게 표현하기 위하여 무식하다…고 부른다. 무엇이든 '여자'에게 가르치려 드는 한국의 아저씨들을 그래서 남들이 모두 싫어하는 거란다.

그리고, 내 아내는 아이폰의 기능을 전부 죄다 써서 걱정이다. 참고로 지난 십여년 넘게 매킨토시만 써왔다. 그리고 우리는 맥 오에스로 연애를 하다가 결혼했다.

듣던 중 병신같은 소리였어서 굳이 써둔다.


.

2011년 12월 22일 목요일

편식하는 고양이.

셋째 고양이 꼼.
얘가 새해에는 제발 부디, 주는대로 밥 좀 잘 먹었으면 좋겠다.
음식을 가리고 먹는 양도 적어서 그 덕분에 몸매는 제일 날씬하다.
새해에는 잘 먹는 것을 찾아내어 무조건 많이 먹여보려고 한다.


.

언니 고양이.

모든 포유동물이 그렇지만, 고양이는 그중에서도 사랑이 많은 존재이다.
그리고 예민하기도 하고 세심하기도 하다.
제법 까탈스럽고 예민하다는 주인 녀석에게 따지고 꾸짖을 일들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 참을성도 많은 동물이다.

집안의 큰언니 고양이 에기. 건강해줘서 고맙다.
집안에서 가장 스트레스에 민감한 고양이인데도 늘 많이 참고 오래 기다려줘서 볼 때 마다 미안하다. 언제나 건강하고 많이 행복하길.


.

2011년 12월 21일 수요일

밤은 길어도 아쉽다.


겨울밤은 길어져도 아쉽다.
요즘은 며칠 동안 밤마다 음반들을 앨범째로 되듣고 있다.
이틀 전에는 아침까지 캐논볼 애덜리, 베니 골슨, 브레커 형제들, 밥 민처의 음반들을 들었다. But Not For Me가 끝났을 때 창문 밖이 밝았다.
오늘은 윈튼 켈리의 음반 서너장을 아이튠스에 담아 헤드폰을 쓰고 순서대로 듣고 있다.
음악을 들을 시간도 없이 한 해를 보냈는데, 그렇다고 분주히 움직여 무엇을 했다고 말할 것은 하나도 없다.
좋은 연주, 좋은 음악을 듣고 있으니 무슨 안전한 장소에 겨우 숨어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이번 해엔 부쩍 자주 어딘가 좀 다녀오고 싶어졌었다.
아침에는 안개도 내리고 풀잎에 찬이슬이나 서리가 앉아있거나 해도 좋고, 방문을 열면 흔들리거나 말거나 나뭇가지가 능청스럽게 내려다보는 곳에서 며칠, 아니면 몇 주 지내다 오고 싶었다.
그리고 그곳은 조용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함평에 계시는 영주 형님도 뵙고 싶고, 대구에 있는 해룡형도 만나고 싶었다.
동해에 사는 영현이도 찾아가보고 싶었고 바다 건너 조지아주인가에 살고 있다고 하는 은엽이도 생각났다.
멀리 있는 분들은 말할 나위도 없고, 가까이 살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 잔에 남은 차를 식혀본 일도 없었다.
언제나 바쁘게 급하게 서두르며, 만나면 시계나 들여다 보며 지내버렸다.
언제나 시간이 없었던 이유는 알고보면 내가 바빠서도 아니고 특별히 더 게을러졌기 때문도 아니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기 때문이었다.


이제 열흘 남은 올해의 끝이 되고 났더니, 모래를 한 웅큼 쥐었다가 손을 편 것 처럼, 무엇 하나 남은 것도 없고 만져지는 것도 없다. 뭘 잃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 기억해야 할 것을 까먹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

2011년 12월 15일 목요일

새 버젼 녹음.

이 날의 녹음은 아주 쾌적했었고, 스트레스 받는 일도 없었고, 정말 그날 오후의 커피 맛이 기억날 정도로 상쾌했다. 두 세 번 합주로 끝나버린 녹음이어서 심지어 녹음을 마치고 시간이 남았다. 나는 멤버들과 헤어져 밀려있는 다른 일을 하러 가기도 했다.

촬영에 비협조적인 멤버들을 카메라맨들이 잘 찍어주시고 편집도 잘해주셨다.




.

2011년 12월 14일 수요일

제대로 숨을 쉬기.

무대 뒤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바쁘게 지내왔는데 이제 하나 둘 일정이 끝나간다. 올 연말은 좀 한가할 것이다.
시간이 나면 그동안 미루고 못했던 일들을 할거다.
몇 주 고생하던 감기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아침에는 안개가 가득하고 겨울 냄새가 풍겨왔다.

그런데 아무리 공기를 들여마셔도 가슴 속이 시원해지지는 않았다.
언젠가 부터 나도 모르게 잘 못 숨쉬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

2011년 12월 6일 화요일

12월은 냅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점점 더 빠르게 느껴진다고 하지만, 12월은 정말 냅다 뛰어 도망가고 있구나. 벌써 닷 새가 지나고 있다.
어제 밤에는 아직 내 멱살을 잡고 어긋장을 부리고 있는 감기를 버텨보려 일부러 든든히 먹고 오래 잤다. 훨씬 개운하다.

대충 세 컵 정도 나올 분량의 콩을 담아 빙글 빙글 돌려 갈았다. 이제 아침이 밝을 때 까지 마실 커피를 내려 놓았다.

연말이어서 이곳 저곳으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그중 일부는 연주를 부탁받는 전화인데 일정을 더 이상 조정할 수 없어서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두어 개의 일은 돈을 받지 않는, 친목상의 부탁이었다. 오래 전 부터 알고 지내던, 내가 어려웠던 시절 도움을 주셨던 분의 비영리성 행사인데다가 심야의 시간이어서 부담없이 참석을 약속했다. 올해에도 이렇게 똑같이 지나가버리고 말게 되었지만, 내년의 연말에는 마음 따뜻해지는 날을 마련해 가까운 친구들과의 모임이라도 가졌으면 좋겠다. 연주도 하고 떠들고 웃으면서.


.

감기와 함께.

지금 커피잔 곁에는 판피린 병도 한 개 기다리고 있다. 감기와 함께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난 달 7일에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를 새로 녹음했다.
아침에 음원이 나와있어서 육백 육십원을 내고 다운로드했다.
이 곡은 그날 오후에 세 번 연주했던 것 중 두 번째의 것을 테이크한 것이고... 그렇게 해왔던 것 처럼 동시에 연주한 것을 더빙 없이 라이브로 녹음한 것. 모노로 시작하여 스테레오로 변하는 아이디어는 녹음 직후 리더님의 제안이었다.
윤기형님의 조언을 듣고 그것이 옳다고 동의하여 베이스의 라인을 간결하게 했던 것이 그때는 좋았는데, 지금 들어보니 조금 답답하기도 하다. 나의 나름대로의 구상이 있었다고 해도 언제나 전체 사운드를 위해서 양보하고 물러나주는 것, 그것이 좋은 결정만은 아닌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