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30일 월요일

반가운 친구.



일요일 아침에 반가운 친구가 집앞에 찾아왔다.
새로 생긴 강변의 커피집에서 (졸리워서 비몽사몽인 상태로) 계속 반가와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자주 만나지 못하여 아쉬운 사람인데 그래도 일 년에 한 번씩은 이렇게 보고 지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저 오토바이는 평소에 가지고 싶어서 가끔 검색하여 사진만 구경하던 것이었다. 진심 부러웠다.


2013년 9월 27일 금요일

시골에서.



이틀 전, 남도 끝자락의 시골마을에 다녀왔다.
깨끗한 골목 어귀에 고양이들이 저녁을 먹고있었다. 버려진 개와 고양이를 돌보는 분이 계셔서 비어있는 집을 아파트 삼아 많은 고양이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다들 깔끔하고 윤기가 흘렀다. 아내는 그분과 인사를 했다.

노인들만 남은 마을에서 노인들은 노인이 된 친구들을 만나 얼싸안아보고 얼굴을 쓰다듬었다.
삶은 고단했고 몸은 노쇠하였다. 멀리 도로를 걷는 사람의 기침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한 마을에는 아픈 사람과 일찍 떠나버린 사람들의 자리만 남아있었다.
죽음으로 농담을 삼고 서로의 늙음을 놀음 삼으며 마주 보고 웃고 있었다.

나는 스무 시간 연속 운전을 하다가 정말 죽을뻔했다.


2013년 9월 22일 일요일

자전거 타기.

왕복 80km를 달렸는데, 여의치 않아 때를 놓치고 그만 한 끼도 먹지 않았다.
물통을 비우면서 뭐 굶어도 괜찮을거야...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굶어 죽을 뻔 했다.
날씨가 맑길래 할머니를 만나러 공릉동에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마음 먹었다.
아내가 밥을 차려줄테니 먹고 가라고 했지만 속이 더부룩한 것이 싫어서 편의점에 들어 쵸코바 두 개를 사먹고 출발했다. 출발 부터 가느다란 비가 조금씩 오고 있었다. 
소나기일 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갈 때에도 올 때에도 가는 비를 맞으며 달려야 했다.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여 돌아가기도 했으므로, 아마도 거의 팔십 킬로미터를 달린 셈일 것이다. 할머니는 혼자 계셨고, 밥상을 차린다거나 하실 수 없었기 때문에 그냥 안먹었다.
할머니집에서 출발할 때에 국수집 앞에서 잠시 고민을 했다가, 어서 집에 돌아가 밥을 먹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멍청한 짓이었다. 
영동대교를 지날 때에 부터 팔과 다리에 힘이 빠지더니 통증이 생겼다. 근육통도 아니고 뼈가 아픈 것도 아니고... 아픈 느낌인데 정확히 어디가 아프다고는 할 수 없는 느낌. 그리고 이어서 허리에 통증이 오기 시작하고 배가 고파졌다. 하지만 그 때 부터 자전거길에 음식을 파는 곳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덕소 산 앞에 아직 문을 연 식당이 있어서 칼국수를 사먹고 겨우 살아났다. 집에 오니 여덟시가 되었다.




.

2013년 9월 18일 수요일

John Scofield.


John Scofield 의 새 음반 Überjam Deux 좋다.
이 아저씨가 이런 것 하고 싶어했던 것이었구나.
모든 곡에 지나침이 하나도 없다.

십여년 전 내놓았던 Überjam에서 연주해줬던 John Medeski, Adam Deitch는 그대로, 마커스 밀러 밴드의 드러머 Louis Cato, Gov't Mule 멤버였던 Andy Hess가 베이스.
리듬기타와 기타 샘플링은 Avi Bortnick. 이 사람은 Überjam, Up All Night에도 참여했었던 리듬기타맨이다.





2013년 9월 17일 화요일

친한 고양이들.


선선해지니까 자주 껴안고 잔다.

그러고보니 너희들도 이제 오랜 친구…이면서 가족.



2013년 9월 14일 토요일

못된 생각이지만.

포스트잇에 적어뒀던 일들을 다 마쳤다.
지금부터 한참을 잘 수 있다.

천둥이 치고 비가 내린다.
못돼먹은 생각이긴 하지만, 몇 군데에 벼락이라도 떨어져주면 좋겠다.
지도를 펴고 손가락으로 짚어줄 수도 있는데.






2013년 9월 13일 금요일

새로운 베이스.

어떤 이유로 당분간 내가 사용하게 된 MTD 535 베이스.
이것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마음에 들어했다.
몇 주 동안 써보고 있는데 정말 좋다.


반복되는 넥 교정.

올 여름에 장마가 길었다.
매일 악기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야외에서의 공연이 많지 않았었기 때문에 방심을 했다.
다른 악기들은 무사히 고온다습한 여름을 보냈고, 모두 멀쩡했다.
언제나 신경 쓰이게 하는 재즈베이스의 넥은 올해도 그만 비틀어져버렸다.
이미 트러스로드도 많이 돌려놓은 상태이다.
MTD를 사용하게 되어 이것을 가지고 다닐 빈도가 줄었다. 한 번 마음 먹고 휘어진 넥을 펴보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책상에 물려 놓을 수 있는 바이스를 구입하기로 했다. 그것이 쉽지 않았다. 공구를 사겠다고 마음 먹고 준비를 했다가 여러가지 사정이 생겨 그만뒀다.
그 다음 생각했던 것은 이런 무식한 방법이었다.
나무 의자에 넥의 양쪽을 책으로 받쳐 높이를 맞춰뒀다. 가죽 띠와 천으로 만든 끈들을 사용하여 넥의 가운데를 꽁꽁 묶었다. 제법 바깥으로 휨이 생길 정도로 묶은 다음 아예 생수병 여섯 개 묶음을 그 위에 얹어놓았다. 교정은 아니더라도 어쨌든 효과가 있을 것으로 믿었다.
저 상태로 나흘 동안 놓아뒀다.

그런데도 결과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더 센 힘으로 눌러놓았어야 좋았던 것일까 고민도 했지만, 그러려면 결국 공구들이 필요할 것 같았고, 사실은 이렇게 무식한 방법으로 처음부터 제대로 될 일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언제나 사용하던 방법을 선택했다.
사실 내가 할줄 아는 방법이라고는 가습을 해주는 것 뿐이었다.
이번에는 작은 화장실에 악기와 가습기를 함께 넣어두고 문을 닫아버렸다.

가끔씩 욕실 문을 열고 가습기에 물을 채워넣고 있으면 고양이들이 다가와서, '참 별짓을 다 하고 있다'라는 표정을 하며 킁킁 거리다가 나가버리고는 했다.
이 상태로 다시 나흘을 세워두고, 오늘 하루는 가습기를 꺼둔 상태로 종일 세워두었다.

밤에 집에 돌아와 넥을 살펴보았다. 과연 다시 좋은 상태로 돌아와있었다.
역시 관리를 자주 해주는 방법이 제일 좋은 것이었는가 보다.
오래 써왔으니까 더 이상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막 굴리며 사용했었다.
습도를 맞춰주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며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관리인 것 같았다.

넥을 조립하고 다시 줄을 감은 다음 브릿지의 높이 등도 예전의 상태로 다시 조정했다.
새삼 신기해할 일도 아니지만 프렛보드의 모든 부분이 고르게 돌아왔다.
이 상태로 계속 유지가 되어주면 좋겠다.



2013년 9월 8일 일요일

이곳은 밀림.

사람들은 정말.

그럴줄 알았지만 참 노골적이다.

약탈, 가로채기, 잔인한 이기심을 드러내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사람들은 아마 자기가 이 밀림에서의 생존을 위해 합당한 수렵, 채집을 하는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나는 열등하여 늘 빼앗기지만, 그래도 부족함은 없다.


2013년 9월 7일 토요일

악기 재활.



오늘까지 약속했던 음악작업, 밤을 새워 모두 완성했다. 파일들을 보내주고 지난 일주일 동안의 달력을 봤더니 어지럽다. 일만 했다.
난 이제 쉬고 놀아도 된다…지만 당장은 잠을 자고 싶다.

그런데 사흘간 꽁꽁 묶은채 교정중이었던 악기의 네크가 계속 신경 쓰인다.

악기조립을 할 것이냐 자버릴 것이냐. 그보다 오늘 아무 것도 안먹었잖아.

동시에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는걸까.



2013년 9월 4일 수요일

헤밍웨이.

좋아하는 영화가 생긴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영화 Starlet은 작년에 나왔고 나는 올해 봄이 다 되어서야 보았다.
인형들이 나오는 코메디를 만들던 뉴욕출신 감독의 손에서 이런 인디영화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여겨졌다.

드리 헤밍웨이는 마리엘 헤밍웨이의 딸이므로,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증손녀가 된다. 이 집안 인물들은 모두 대단하다.

작가 헤밍웨이는 All Thinking Men are Atheist. 라는 말을 남겼다. 나는 그 말에 평생 동조해왔다.

일요일마다 휴일이 된 것이 우리와 상관도 없었을 콘스탄틴의 칙령 때문이 아니라 신의 뜻이라고 믿고 있더라도 아주 나쁜 일은 아니다. 동정녀에서 태어났던 로마의 신들이 그리이스 신화와 수메르의 미신에서도 이미 있어왔다는 것을 알게 되어도 성경은 여전히 인쇄될 것이다.
아동청소년의 보호를 생각한다면 미성년자에게 읽히지 않아야할 내용이 가득한 구약과, 진술들이 서로 맞지 않아 엉성한 알리바이 투성이인 신약의 내용들은 그 과정의 잔혹함을 지우지 못하더라도 어쨌든 인류가 가꿔온 귀한 문학이다.

하지만 이제는 인간들이 모여 사는 세상에 필요한 것이 단지 합리적 사고와 사랑, 그리고 그것에만 기초한 철학이었으면 좋겠다. 종교가 아니라.


2013년 9월 3일 화요일

고양이 희롱하기.



아내가 강아지풀을 꺾어 오더니, 고양이를 희롱하며 놀고 있었다.


해바라기.




주말을 놀지 못한 대신 월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아내와 함께 양수리에 다녀옴.국수 한 그릇을 먹고 쓰레기더미를 뒤지던 어린이 고양이에게 밥을 줬다.

그런데 아내와 함께 나서면 자전거길에 예쁜 언니들이 많은 경향이있다.

집앞에 돌아와 해바라기를 구경했다.

이제 태풍 도라지 만큼 분주할 3/4분기가 시작되었다.


2013년 9월 2일 월요일

양수역.



날씨가 좋았다.
아내와 자전거를 타고 양수역에 다녀왔다.
사진은 어디에서든 가장 편한 자세를 유지하는 어떤 여자.


자전거를 점검하고 아내와 함께 서로 말도 없이 약수역까지 달렸다.
음식점 대부분이 문을 열지 않은 시각.
망향 비빔국수라는 식당에서 국수를 사먹었다.
나는 맛있게 먹었지만 국수를 먹으면 속이 불편하다고 했던 아내에게는 별로였을지도. 아내는 만두를 한 개 남겨서 식당에 들어올 때에 보았던 어린 고양이에게 가져다 줬다. 아직 어린 새끼고양이였는데 불쌍하게도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었다. 그 동네 인심이 박한 것일까.


다시 집에 돌아오는데에는 늘 시간이 단축된다. 오히려 언덕길 경로인데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집에 돌아와 잠깐 잠을 잤다. 큰 볼륨으로 해둔 알람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나 일하러 나갔다.


2013년 9월 1일 일요일

귀를 쉬게하기.



사흘째 새벽에 일어나 해가 질 때 까지 음악작업…

이제 벌렁 드러누워 귀를 막고 한 시간만 잘거야.


고양이 순이가 키보드를 툭툭 눌러놓지만 않았어도 정오에 끝났을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