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12일 목요일

장충체육관


연주를 위해 장충체육관에 갔다.
조금 일찍 도착하여 주변을 걸어볼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오늘은 유난히 밴드의 기타 사운드가 좋게 들려서 기분 좋은 연주를 할 뻔 했다.
그런데... 다섯 시간 전에 도착하여 한 시간 가까이 시간을 들이며 리허설을 한 보람은 별로 없었다. 정말 궁금하다. 공연이 시작되면 기껏 맞추어놓은 모니터의 음향이 엉망이 된다. 리허설을 하는 이유를 그분들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걸까.
너무 익숙해서 '다 그렇지 뭐'라고 여기게 되는 것.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그 동네에서 '국민'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장충체육관은 나에게 익숙한 곳이었다. 나에게는 아주 어릴적의 기억만 남아있고 몇 년 전에 그곳이 새로 꾸며졌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70년대에 장충체육관 건너편은 부자동네였다. 종탑이 달려있던 사각형 건물 장충교회는 반원을 양쪽으로 나눠놓은 거대한 건물로 바뀌어있었다.
어릴적에 체육관 옆 신라호텔 정문으로는 크고 검은 승용차들이 분주히 드나들었다. 나중에 책을 읽고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문은 경희궁의 정문이었던 흥화문이었고, 일제가 이토 히로부미 사당 정문으로 사용하기 위해 장충동 그 위치로 통째로 옮겨놓았었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지금의 신라호텔 자리는 이토 히로부미를 추모하는 사찰, 박문사 博文寺 였다가 1967년부터는 영빈관이었던 곳이다. 지금은 체육관과 호텔이 함께 쓰는 주차장 출입구가 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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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9일 월요일

이지의 모습도.


요리 조리 자리를 바꿔가며 햇볕을 즐기는 이지의 사진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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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 쬐는 고양이.


고양이 꼼이 낮 동안 햇볕을 쬐고 있다.
집안의 고양이들이 빛이 가득한 베란다에서 낮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고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심심하다고 칭얼거리고 새벽에는 이유 없이 뛰어다니다가 날씨 좋은 날 해가 뜨면 모두 베란다로 모여 자리를 잡고 눕는다.


베란다에서 내려다보이는 강물은 불과 몇 주 전의 추웠던 날들을 잊고 잔잔히 흐른다.
고양이들은 게으른 동작으로 머리를 돌리며 강쪽을 보고 길 위에 지나가는 자동차를 무심히 보다가, 가끔 창문 가까이 날아와 약을 올리는 새들을 발견하고 벌떡 일어나기도 한다.

그 모습이 평화로와서 나는 음악을 틀어두려다가 주섬주섬 이어폰을 꺼내어 귀에 꽂는다.
봄은 짧다.
따스하고 편안한 봄을 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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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7일 토요일

멀리 할 것.


내가 쓴 글에 사람들이 반응을 보이거나 메신저의 단체문자창에 나에 대한 인사말들이 올라오면 기분이 좋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기분좋아하고 있는 것을 알고 살짝 놀랄 때가 있다. 
내가 공감이나 칭찬을 얻으며 혼자 으쓱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시 은근히 남들의 반응을 기대하며 진심이 아닌 말이나 행동을 하려는 것은 아니었는지 자신을 의심하게 된다.
제일 나쁜 것은 사실 나는 그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을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을, 내가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강의시간에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학생들에게 나를 부를 때에 '님'이라는 접미사를 빼주도록 부탁하는 일이었다.
'님'은 고운말이긴 하지만 어쩐지 관습적으로 강요된 존경, 거짓 예우가 담겨있다고 항상 생각해왔다. 선생이나 교수를 그렇게 부르고 있기 때문에 강의를 듣거나 무엇인가 배우려는 쪽에서는 모르는 사이에 위계 속에 갇히게 된다. 저쪽은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지위가 높으며 나는 뭘 잘 모르고 어리다는 식으로.

그런 무의식 속의 위계질서 안에서는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선생의 말이 항상 바르지 않고 교수가 가르치려는 것이 전부 불변의 진리는 아니다.
강의는 배우는 것을 돕는 도구일 뿐, 언제나 자신을 가르치는 것은 자기 스스로여야 한다. 그것이 배우는 것이고 가르침을 얻는 것이다. 누구도 남으로부터 던져지는 정보를 집어먹는 것만으로 배워질 수 없다. 위계와 서열 속에 갇히면 비판의식도 합리적인 의심도 없이, 누군가가 정리해준대로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차라리 아무 것도 안 배운 것보다 못하다.

실제로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존칭을 생략해달라고 해본 적은 없다. 그렇게 했다가는 남들에게 아마도 불치의 '관심종자' 소리를 듣기 십상일 것이다.
그대신에 나는 학생들이 의례히 하는 인사만이라도 스스로 멀리하려고 노력한다.

인간은 관심받기를 원한다.
그런데 문제의식 없이 어떤 대우를 받는 것에 익숙해지다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정말로 그럴 자격이 있다고 믿거나, 더 심해지면 스스로를 본래의 모습보다 더 훌륭하다고 착각하게 된다.
점점 자신에게 솔직해지지 못하고 거짓 사탕발림으로 남들에게 달콤한 말만 듣기 좋아하게 되기 쉽다.
그러다가 자신의 일에 무책임해지거나 더 이상 실력이 좋지 않게 되어도, 여전히 전례에 따라 대접받아왔던대로 대우받기를 바라게 되는 것,  그런 주제에 더 나아지려는 노력은 잊고 마는 것. 사람은 그런 본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학생들 앞에서 강의를 하거나 마주 앉아 레슨을 하지 말아야 한다.
오만과 훈계, 허위의식과 훈장질을 멀리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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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1일 일요일

나무를 심었다.


쉬는 날을 사용하여, 부모 두 분을 위해 일을 하러 다녀왔다.
나무들을 심었다.
잡념 없이 열심히 땅을 파고 메웠다.
일을 마치고 나서 허리를 펼 때엔 땀이 식으면서 추위를 느꼈다.
사월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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