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30일 목요일

소진했다.

아버지로서, 집의 가장으로서 종일 일하고 운전해야하는 모든 분들에게 존경을.
일만 해야했던 누구나의 아버지들에게도.

겨우 백 이십 킬로 운전하고 여덟시간 일하는 것만으로도 녹초가 되어버린채로… 오늘의 마지막 일터에 왔더니 축 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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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고양이.


좋아하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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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풍경.


아침에 순이와 이렇게 너부러져있었다고 했다.
아내가 찍어놓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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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8일 화요일

흐린 날, 양수역에.


나를 위한 시간을 쓸 수 없는 생활이 원래의 내 생활이었다. 연휴였던 지난 주말 사흘 동안 잘 쉬었던 이후 그 일상으로 돌아가기 어려웠다.

일주일을 요일이 바뀌는 것도 잊으며 보내고 나서 처음 시간이 났다. 날씨는 흐렸지만 다음 한 주는 조금의 시간도 나지 않을 일정이니까, 자전거를 가지고 집을 나섰다.

미리 약속하지 않아도 자전거를 탈 때 마다 강 건너에서 만나 차 한 잔을 나누던 재근형은 그만 사고를 당하여 쇄골이 부러졌다고 했다. 평소 헬멧도 쓰지 않고 다니던 그 형님, 더 큰 부상이 아니어서 다행이긴 하지만 쇄골이 부러지는 일도 가벼운 상처가 아닌데. 수술 잘 마치시고 어서 회복하시길.

재근형의 부상을 조금 더 과장해서 말해주며 억지로 헬멧을 쓰게 한 다음 아내와 함께 양수역에 다녀왔다.

저 사진은 아마 내 뒤에서 찍었나본데, 자전거를 타며 한 손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니, 그러라고 헬멧을 쓰게 한 것이 아니었는데. 일부러 내 궁둥이를 더 크게 나오도록 촬영한 느낌도 들어서 기분 나빠하는 중.


작년 여름에도 양수역 부근에서 살고 있던 고양이들을 만나 즐거워했었다. 이번에는 역 앞의 카페 스프링에서 돌보고 있는 고양이 엄마와 아이 둘을 만났다.

작년 양수역 고양이 이야기 -> http://aulait.tistory.com/1764

지난 여름의 고양이들은 무사히 겨울을 넘기지 못했던 것일까. 혹은 다른 곳으로 떠난 것은 아닐까. 어쩐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혹독했던 추위를 잘 견디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엄마 고양이도 어느날 카페에 찾아와 돌봐달라고 하더니 한 마리 씩 새끼 고양이를 물고 나타났다고 했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었는지 털도 안좋고 바싹 말라 있었지만 사람 좋은 카페 주인분들에게 사료와 집을 제공받으며 잘 살고 있었다.


아내에게서는 고양이의 냄새가 나는가 보다. 아니면 사람은 모르는 무슨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피곤하여 꼼짝하지 않던 엄마 고양이가 아내에게 다가오더니 엉덩이를 부비고 그르릉 거리며 턱을 내밀었다. 뭐 언제나 일어나는 일이어서 이제는 신기하지도 않은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귀여워해주고 탄성을 지르며 새끼 고양이들을 예뻐하고 있었다.  카페의 주인분들은 늘 이상한 사람들이 있다며 고양이들을 걱정했다. 우리가 머물던 동안에도 어떤 나이든 남자가 굳이 임신중인 다른 고양이를 안고 와서 엄마 고양이에게 던져 고양이들끼리 큰 싸움이 날 뻔 했었다. 그것은 동물에 대해 무지한 것이 아니다. 장난이랍시고 멋대로 행동하는 어린이에서 나이만 들었을 뿐, 어른은 되지 못한 것.

십여년 전과 그래도 달라진 것이 있다. 지나던 사람들 대부분은 고양이를 귀여워해주고 어린이들은 다가와 눈으로만 보며 인사를 하고는 했다. 덕분에 그곳의 고양이들도 사람을 경계하는 일 없이 마주보고 앉아서 뭐 먹을 것 좀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자전거는 많이 못 타고 고양이 덕분에 대부분의 시간을 그곳에서 보내버렸다.
그래도 좋았던 잔뜩 흐린 일요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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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5일 토요일

여름에 난로...


잠 자는 시간을 아껴 땀 흘려 달려와 햇볕을 좀 피하러 들어왔더니, 난로가 있었다.
전시용이었지만 괜히 더 덥게 느껴졌다.

밖으로 나와 땅바닥에 앉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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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1일 화요일

망설였다.


나가기로 마음 먹었던 시간은 훨씬 지났는데 뭉기적거리고 있었다.

의자에 오래 앉아있는 것이 지겨워져서 이어폰을 귀에 넣은채 집안을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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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0일 월요일

Richard Bona - Bonafied


오늘 세상의 일을 잠시 잊게 해줄만한 좋은 것은 Richard Bona의 새 앨범, Bonafied 이다.

첫 곡을 들었을 때에 Scenes From My Life (리차드 보나의 첫 앨범) 가 연상되었었다. 같은 분위기의 음악은 아닌데 그런 느낌을 받았다.

얼마 전의 마커스 밀러 앨범처럼 신디사이저가 없다. 기타의 멜로디와 리듬 위에 봄날의 꽃밭처럼 스피커로 가득 피어 나오는 리차드 보나의 더빙된 목소리의 하모니가 계속된다.

이 음악인에게 어떤 악기의 연주자라는 것은 아주 작은 의미인 것임에 틀림 없다. 이 음반은 베이시스트의 앨범이거나 재즈 뮤지션, 혹은 아프리칸 예술가의 음악이라기 보다는... 음악 그 자체인 사람의 음악 그 자체인 음반인 것 같다. 무슨 악기를 손에 쥐고 있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 그가 인터뷰에서 가끔씩 이야기 해왔던 것을 음반으로 만들어, '여기 있어. 자, 들어봐' 하고 내밀어주고 있는 것 같은 기분.

리차드 보나의 새 음반은 어쿠스틱 앨범이 되었다.

아직 발매된지 얼마 되지 않아 해외의 리뷰 기사는 찾을 수 없었다. 일찍 발매된 프랑스의 아이튠즈 차트에서는 이미 1위를 했고, 프랑스에서의 인터뷰 기사가 한 개 있었다.

( http://www.rfimusique.com/actu-musique/musiques-monde/album/20130514-richard-bona-bonafied%20 )




그는 '첫 번째 레코드를 만들었을 때의 방법으로 돌아가 어쿠스틱 앨범을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하고 있다.

밴드의 멤버들을 쿠바 출신의 뮤지션들로 구성하고 어쿠스틱 기타와 어쿠스틱 피아노, 아코디언과 현악기들과 타악기들을 쓰고 있다.

최근 유튜브에서 구경할 수 있었던 그의 공연에서도 늘 함께 하던 키보디스트 에티앙 새즈윅은 보이지 않고 (앨범에는 참여하고 있다) 무대 위에 그랜드 피아노만 있었다. 좋지 않은 유튜브의 음질을 애써 귀기울여 들어보았었다. 그의 곡 리스트의 음악들이 새로운 악기 편성으로 펼쳐지고 있는데,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다. 최근의 관악기 편성은 트럼펫과 트럼본.


'매일 음악을 쓰고 있기 때문에 음반을 만드는 것에 대한 압박은 느끼지 않는다. 매일 노래를 녹음해보고 있고, 이것은 나의 종교이고 내 규칙이고, 내 지식이고... 나의 Bonatologie (그의 홈페이지 이름이었다)이다.'


리차드 보나는 이 음반에서 노래를 하고 기타, 베이스, 드럼, 벨라폰을 연주하고 있다.

지나치게 어떤 음악가를 좋아하게 되면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음악을 평가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내가 듣고 좋다고 하여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섣불리 추천하기가 망설여질 때도 있다. 하지만 냉정할 수는 없어도 공정하게는 말할 수 있는 것이니까... 이 음반은 매우 사랑스럽다. 시간 도둑이다. 53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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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만에 또 시청 앞에.


찬장 안에 비빔면 한 개가 남아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던 때문에 새벽에 그것을 몰래 만들어 맛있게 먹고 밤을 꼬박 새웠다.
늦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가뜩이나 살 많은 얼굴이 동글 동글해져버렸다.
늦은 밥을 먹고 아내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서울시청 앞을 다시 방문했다.
시청 앞 거리에 꽃처럼 주렁 주렁 달려있는 노란 풍선들을 보았다.


비도 내렸고 흐린 날씨여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날에 시간이 나는 날도 좀처럼 없으니까, 서둘러 채비를 하고 그곳으로 찾아갔다. 내가 갔을 때엔 이미 광장 안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파가 가득했다. 날이 저물면서 계속 늘어난 사람들, 광장 밖 까지 까치발을 하며 모여들던 사람들을 보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뉴스를 읽었는데 경찰 추산 겨우 삼천 명이었단다. 참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추산하는구나. 애썼다, '추산' 담당 경찰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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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9일 일요일

흐린 하늘.


원래는 오늘도 쉬는 날이었지만 학생들끼리 밴드 경연대회를 준비하고 있다며 합주하는 것을 보아달라고 연락을 해왔었다.

흐린 하늘을 살펴보고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자전거를 타고 중학교에 갔다.

학교의 지원도 전혀 없고 다른 누군가의 도움도 없이 자신들의 힘으로 뭔가를 해보겠다는 친구들이 그런 부탁을 할 때에는, 가야지.

자물쇠가 부실하여 부득이 교실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그들이 연습했던 것을 보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마치 트랙이 엉키고 섞여서 못쓰게 된 녹음 파일을 듣는 것 같았다. 하지만 금세 말을 알아듣고 진지하게 뭔가를 해보려하는 모습들.

몇 마디의 조언을 했을 뿐인데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들어줄만한 음악이 되어버리는 것을 보는 일은 즐겁다. 준비하고 있는 경연대회의 결과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스스로의 의지로 무엇인가를 해보았다는 것은 앞으로의 성장에 작은 힘이 될 것 같다. 무엇인가를 스스로 해보지 않은 사람과의 간격은 정확히 해본만큼 벌어진다고 생각한다. 응원을 하고 돌아왔다.


볼일을 다 마쳤으면 귀가를 해야 했을텐데, 일기예보와 달리 아직 비는 내릴 것 같지 않았다. 오후 늦게라도 비가 오면 오늘은 도로에 더 나갈 일이 없을 것을 알았다.

연휴에 집에서 각종 기계들을 켜둔 채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사람을 떠올리고는 전화를 걸어 만나러 가겠다고 했다.


영동대교 남단 부근.
집에서 이곳 까지 22km. 구리를 관통하여 돌아오는 바람에 한 시간 이십 분.
친구집 근처의 빵집 문앞에 앉아 빵과 커피로 첫 끼를 해결했다.
몇 달 동안 서로 지내온 이야기, 다른 친구들 이야기, 뭐 별로 이야기한 것도 없는데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다시 출발하여 집에 올 때에는 남쪽의 길로만 달렸다. 그래보았자 겨우 1km 정도 단축. 그러나 시간은 5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번 주에는 공연을 위해 대구에 다녀온 목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자전거를 탔다. 연휴 덕분에 잘 보낸 한 주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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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8일 토요일

아내와 자전거를.


나는 틈만 나면 자전거를 탈 구실을 찾고 있다.
이번 주에는 실속있게 보낸 편이다.

국립묘지 근처에 아내의 친구가 살고 있는데, '우리 거기까지 가서 커피 한 잔 얻어 마시고 돌아오면 어때'라는 매우 설득력 있는 말로 아내를 꼬여내어 자전거를 타고 출발했다. 집에서 부터 약 29km. 왕복 60km 정도를 잘도 따라오는 이 여자, 조금 무서웠다. 평소에 운동도 안하고 자전거도 잘 타지 않는데도 뭔가 이 정도는 거뜬하다는 표정이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갈 때엔 강북의 도로로, 돌아올 때엔 남쪽의 도로로 달렸다. 돌아오는 길에 배가 많이 고팠는데 잠시 쉴 때에 전화를 확인했더니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내 동생이 보낸, '저녁에 막국수를 먹으러 가자'라는 문자메세지.

갑자기 두 배로 배가 고파 조금 더 힘주어 달려 동네에 돌아와서 전화를 했더니... 조카들의 반대로 저녁식사는 취소되었다. 뭐 그 덕분에 아내와 자전거를 타고 근처의 상점에 들러 간단히 장을 보아 집에 왔다.

다음에는 어디에 사는 누구를 만나러 가자고 꼬여내면 좋을지 궁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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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다녀왔다.


목요일 아침 여섯 시, 서울역.
집에서 다섯 시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지하철로 갈아타며 도착했다.

바람 불고 서늘한 기운에 사람이 없는 아침 공기가 스산했다.

전 날 밤에 잠을 충분히 못자서 몽롱한 상태로 십 킬로그램 무게 정도인 악기를 들고 가방 한 개를 더 들고 시내에 나왔더니 어릴적 생각이 났다. 언제나 악기를 어깨에 둘러메고 시내를 걸어다녔었다. 악기와 케이블, 두어 개의 이펙터에 악보들이 함께 들어가면 무게가 제법 나갔었는데, 덕분에 한 쪽 어깨에는 항상 붉게 상처가 나있었다.

이른 아침, 기차시간 때문인지 바삐 움직이는 사람도 보이고 걸인 몇 분은 웅크려진 어깨를 펴지도 못한채 담배를 구하고 있었다. 사람 없는 광장에는 비둘기 한 마리가 내려 앉더니 부리로 제 발을 콕콕 쪼아대고 있었다.

대구의 공연장소에 아홉 시가 다 되어 도착, 곧 이어 리허설, 점심을 먹고 한 시에 공연 시작. 대략 이런 분위기였던 무대와 객석이었다.



세 시에 출발… 네 시 조금 넘어서 다시 서울행, 다섯 시에 서울역에 다시 도착, 집까지 한 시간 반 걸려 돌아왔다.

기차에서 자고, 공연 직전까지 대기실에서 졸고 다시 서울행 기차에서 또 자고 났더니 집에 와서는 정신이 들어 뭔가 다시 하루를 시작해도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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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보내기.


전혀 계획성 없이 살고 있는 것에 최적화된 나는, 하루를 허비하려면 아예 드러누워 무위를 행하던가 아니면 1분 단위로 쥐어 짜내어 다 써버리기로 했었다. 결과적으로는 그냥 계획성 없이 매일 사는 것이지만.

왜냐면 언제나 여러가지 변수가 있으니까. 대개 변명과 구실을 창의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그 변수의 대부분인거다.

일주일을 조금 힘들게 보낸 탓인지 아침에 눈을 뜨고 창 밖으로 한없이 밀리는 자동차들을 보다가 이내 다시 잠들어버렸다.

그러다 정오에 다시 일어나 마치 약속이라도 있는 사람 처럼 또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이십 년 만에 만난 옛 친구. 동창생. 그리고 지금은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이웃이 되어있는 친구를 비로소 만났다. 그동안 연락만 주고 받다가, 마침 서로 시간이 있었던 덕분에 사내들이 커피집 야외 테이블에 앉았는데 그만 두어 시간을 계속 떠들어댔다. 옆 테이블의 아줌마들이 오히려 조용하셨었다.


친구와 헤어져 다시 반대 방향으로 다리를 건너 미사리로 갔다.
겨울에 새로 공사를 하여 더 예뻐진 이 곳은 자전거를 세워둘 곳도 많고, 무엇보다 도난의 염려도 없다. 잠시 후 (조금도 힘들어하는 얼굴이 아닌) 재근형님이 도착, 나는 시원한 커피를 (또) 마셨다.

몇 시간 전 옛 친구와 수다를 떨었던 탓인지 배가 많이 고파서 하남 입구에 있는 비빔국수집에 들렀다.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이 되어서야 집으로 출발했다.


어두워진 길을 오랜만에 달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는 어마어마한 날벌레들의 비를 맞았다.
하품이라도 했다면 벌레들을 잔뜩 삼킬 뻔 했다.
부처님이 오셨던 덕으로 즐길 수 있었던 귀한 하루였다.
자전거 길에서 잠깐 멈춰선 어린이들에게 냅다 소리를 질러대던 배 튀어나온 아저씨들 무리들에게도, 전화기를 들여다 보느라 산책을 핑계로 데리고 나온 개가 둑 아래로 떨어진 줄도 모르고 걷던 마스크 쓴 여자분에게도, 비빔국수집에서 음식 값을 낼 때에 굳이 식당 아주머니에게 '내가 목사인데...' 하던 분에게도, 모두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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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7일 금요일

음악 듣는 고양이.


순이가 음악을 들으며 자고 있었다.

이 고양이는 피아노 소리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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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5일 수요일

봄맞이 목욕을 한 고양이.


낮에 아내가 집에 있는 고양이들을 전부 씻겼다고 했다.
꽤 큰 노동이었을 것이다... 따뜻하고 폭신한 베게를 두어 개 만들만한 털들이 모아졌다.

밤 공기는 시원하고 몸은 몇 달 만에 개운할테니 고양이들이 모두 좋아하는 자리를 차지하고는 그르릉 거리며 잠을 잔다.

내가 틀어둔 음악소리가 거슬리지도 않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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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4일 화요일

못 만드는 장면이 있지.






<산울림 매니아> 카페에서 어제의 공연 영상을 봤다.
잊고 있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러니까, 저 영상의 장면은 우리가 예정되었던 세 곡을 연주하고 난 후에, 즉흥적으로 한 곡 더 연주했던 공연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그 공간에 있던 사람들 모두 좋아하며 즐기고 있던 평화로운 음악 공연 장면이었는데.
시장님이 함께 일어서서 공연을 즐기다가 급기야 누군가와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카메라를 들고 있던 기자들이 하이에나 처럼 달려들어 둥글게 원을 만들어 포위하는 광경을... 나는 연주하면서 구경하고 있었다.
우선 서울시장님의 잘못은 조금도 없다. 그분을 두둔하거나 없는 이야기를 지어 칭찬하려는 것이 아니고, 수도 서울의 시장님 정도나 되시는 분이 공연 시작 전 부터 관객과 어린이들 틈에 섞인채 무슨 기둥 곁에였던가에서 그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구경하고 있었던 거였다. 리더님이 두리번거리다가 발견하고는 마이크를 통해 '여기 시장님도 와계시네요.'라고 굳이 인사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각종 단체의 '장'들은 그렇게 하는 법이 없었다. 입 아프게 나열해보지 않더라도, 예를 들자면 자리를 선점해놓은 주제에 제 시간에 입장도 하지 않아 객석 맨 앞줄의 한 가운데 자리가 공연 중간 까지 이빨이 빠진 것 처럼 흉하게 비워져 있다거나, 뒤늦게 허리 꼿꼿하게 들고 무대 앞을 가로 질러 들어와서는 천진하게 즐기며 놀던 어린이들을 객석 뒤로 쫓아내어 버린다거나 하던 군수, 시장, 청장, 그리고 또 무슨 무슨 장들을 참 많이 보아왔었다.
공연 중간에 멋대로 마이크를 빼앗아 일장연설 훈화를 늘어놓던 진상 '장'님들은 뭐 말할 것 있겠나.
그러므로, 잊고 있던 이야기는 뭐냐하면 그냥 문화수준이다.
거의 모든 공연에서 가장 세련된 사람들은 언제나 관객이었지, 행사의 주최자라던가 단체의 장이라던가 목 뻣뻣한 자칭 예술인들이 아니었었다.
언론 종사자들은... 그들이라고 뭐 설마 바빠서 음악을 듣거나 연극을 볼 시간이 없었던 젊은 날을 보냈을 리가 있을까. 소위 데스크에서 원하는 그림과 글들이 천박하다 보니, 본인의 감각이라든가 취향 따위를 생각할 수 없게 된 것이었겠지.
그것은 사실은 꽤 불쌍한 건데, 그냥 그렇다는 것일 뿐 요즘은 그런 것 따위는 내가 알 바도 아닌거겠지 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그림은 우리나라에서는 만들어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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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3일 월요일

'시민청'에 가봤다.


서울시청 옆에 새로 지어졌던 기이한 건물 - 신청사라고 불리우는 곳에 처음 가보았다. '시민청'이라고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아이들에게 밥은 못먹이겠다며 둥둥섬을 띄우고 광고비나 쓰던 전임 시장이 우스꽝스러운 짓을 해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외양은 우스꽝스럽지만) 그것을 사용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에 따라 뭔가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일요일 오후에 활기 넘치는 공간이 서울 한 복판에 있었군. 무슨 쇼핑몰도 아니고 음식점이 즐비한 곳도 아닌데. 어린이들도 많았고 실내는 쾌적했다.

리허설할 때에 사운드도 좋았다. 프리사운드의 악기들도 훌륭했지만 공간이 특별했던 듯. 듣기 싫은 잔향이 없었다.

공연 시간이 짧았던 것이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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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


낮에 공연분량이 짧았다. 그래서 일찍 끝난 것 덕분에 시간이 생겼다.
집에 돌아와 얼른 옷을 갈아입고 자전거를 둘러 메듯 끌며 나갔다.
이미 해가 질 무렵이어서 멀리 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달리는 도중에 더 갈까 그만 돌아갈까 몇번 망설이기도 했다.

작년 초 여름에 투박한 자전거를 구입했을 때에 겨우 동네 한 바퀴를 돌고 나면 이 곳에 와서 숨을 고르며 쉬고는 했었다. 거의 일 년 만에 와보니 이곳은 무척 따분한 장소였다. 해가 지는 것을 아쉬워 하며 물통을 비우고 앉아 있었다.

지난 해 이후 새로 배운 것이 있다면, 전쟁터 같다고 말하는 우리 사회의 일상 속에서도 평화로운 순간이란 다 찾아내어지기 마련이라는 것 정도일까.

해는 지고 있는데 못내 아쉬워 동네를 멀리 한 바퀴 돌았다. 전화 벨 소리에 꽃 곁에 잠깐 서서 통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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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2일 일요일

재활은 마무리일지도 모르겠다.


내일의 날씨도 좋다고 들었지만 내일은 공연이 있어서 시간을 내지 못할 것이었다. 좀처럼 나가기 싫어하고 있던 아내를 또 채근하여 등을 밀며 출발했다.

자주 들르고 있는 냉면집에서 첫 끼 식사를 하고 반대방향으로 달려 능내역에 도착했다. 사람이 너무 많고 어지러워 앉아서 쉴 곳도 없었다.

다시 되돌아오다가 다리 아래에서 아내는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다리를 건너 미리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던 재근형과 만났다. 너무 오래 기다리시게 했기 때문에 조금 무리해서 달렸다. 도착 후 몇 분 동안은 헥헥거리는 소리로 인사를 대신했다.


집에 돌아와 트랙킹 프로그램으로 살펴보니 그래봤자 모두 합쳐서 삼십 킬로미터를 조금 넘기는 정도의 거리였다.

일찍 일어나 오전에 중학교의 수업을 마치고 오후엔 계속 자전거 타기로 토요일을 보냈다. 허리의 통증이 많이 사라졌고 작년에 문제가 많던 무릎의 통증은 없어졌다. 오늘은 업힐도 힘겹지 않았고 오히려 자주 속력을 줄이며 아직은 재활인거지...라고 생각하고 자제했다.
이것으로 재활은 마무리였으면 좋겠다.
한숨 잤으면 좋겠다는 유혹을 간신히 이기고, 커피를 만들며 컴퓨터 앞에 앉았다. 아무쪼록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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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하다.

이번 그네의 미국방문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백악관 측의 어떤 의전도 받지 못한 주제에 GM의 통상임금 (한국인 노동자에게 줘야할 돈) 38조를 그네가 지 멋대로 ‘안줘도 되게’해주겠다는 실언을 했다. 국내 대법원 판결과 위배되는 말을 국가원수 자격으로 뒤집기를 해버렸다.
대변인 같은 부류들이 잔뜩 모여있는 현 집권세력의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신(병)적인 문제다.
그리고 언론은 괴멸상태다.
연로한 연령대와 젊지만 꼴통인 아이들은 추악한 짓을 한 놈을 오히려 두둔하려는 분위기이다. 그래도 여자대통령이 한복이 어울리네~ 정도의 지적 사회적 의식 수준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그런 부류들이 적어도 절반 이상 함께 살고 있다는 진실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강정에서는 경찰이 6미터 아래로 사람을 밀어 떨어뜨렸다. 현대, 삼성 근무자들이 유해물질로 죽었는데 사장이란 놈은 기자들 앞에서 ‘나는 돈만 많이 벌면 그만’이라고 말해도 무사한 사회가 지금 여기이다.
그리고, 자기와 제 가족의 일이 아니므로 그런 사실 정도는 별 큰일도 아니라는, 뭐 원래 다 그런거 아니냐는 태도의 다수의 국민들.

어떻게든 그들과 함께 살아내야만 하는 현실을, 그들과 함께 견디고 있다.
따뜻해져도 마음이 혼자 추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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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1일 토요일

고양이 꼼.


고양이 꼼은 이렇게 노는 것을 무척 재미있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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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고양이.


막내 고양이는 쓰디 쓴 풀을 굳이 씹어 먹어 보더니, 웩웩 거리며 뱉어냈다.

그러나 나중에 또 씹어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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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좋다.


2:20 AM 꼴까닥 잠들었다가

4:00 AM 화들짝 일어나

두 시간 반 운전했다.

이제 이런 정도는 정말 일상적인 일이라서 피곤하지도 않다. 두 시간 세 시간 조각잠을 자는 일이 의외로 괜찮다.

다시 누웠으니 네 시간은 자둘 수 있다. 
빗소리는 적절한 화이트 노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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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0일 금요일

고양이 순이.


아내가 일찍 외출한 오전 시간.
나는 또 부지런히 먼 길 떠날 채비로 바쁜데, 고양이는 자꾸 중얼거리며 토라졌다. 함께 다닐 수 있지 않으니까, 참고 기다려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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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8일 수요일

나이 든 개와 만났다.


어제 낮에 만났던 나이 든 작은 개.
곱게 빗겨진 털은 윤이 나고 젖은 눈에는 경계심 대신 상냥함만 보이던 개였다.
사랑을 많이 받고 살아왔구나, 라고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내 집에도 나이 많은 고양이들이 있고, 앞으로 더 생길테고, 타인의 시간 보다 느릴 것 같았던 나의 몸과 마음도 곧 노쇠하고 죽어갈테지.
이별이 아플 뿐, 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일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덕분에 오늘이 예쁘고 지금이 애틋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이름을 못 물어보았던 개야, 매일 볕을 즐기며 건강하게, 하루 씩 더 행복하게 보내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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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7일 화요일

아침에 강변을 달렸다.


출근 전에 아내를 꼬드겨 강변을 달렸다.
팔당역 앞에서 컵라면으로 첫 끼를 해결했다.

집에 돌아오니 서둘러 나가야 할 시간이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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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6일 월요일

바람 불어 좋던 날.


센 바람에 몸을 놓아두니 흔들거렸다. 내다 버리려던 마음들도 바람에 저절로 날려갔다.

강 건너로 보이는 집을 눈 앞에 쳐다보며 일어날 생각을 못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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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시즌 시작.


자전거 타기 좋은 계절이 안오는줄 알았다.
몇 배는 더 길고 춥게 느껴졌던 겨울을 다 보내고 몇 달 만에 찾아가 본 능내역.
볕은 따스하고 바람은 심술맞았던 토요일 오후에 이곳에 흘렀으면 좋았을 음악이라면 Diana Panton의 라틴 노래집 To Brazil with Love. 그 음반이 생각났었다.
자전거를 탈 때에는 음악을 듣고 있지 않으므로 그냥 그런 생각만 했다.
그 대신 꺄르르 거리는 어린이들의 소란스러움을 음악이겠거니 들으며 앉아 쉬고 있었다.


주말이 아니면 시간이 나지 않는 요즘, 사람이 붐비는 도로 위를 달리는 일은 조금 피곤하다. 조금 더 부지런을 떨면 아침 일찍 나와서 사람이 드문 곳 까지 다녀올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날 계획없이 한 번 해봐야겠다.

늘 잘 청소되어 있는 이곳도, 매일 볕에 매달려 말려지고 있는 사진들도 추위가 지나가기를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지난 초겨울 어두워진 밤에 아무도 없는 이곳을 지나던 기억이 났다. 내 숨소리가 서늘한 공기에 소음처럼 들렸던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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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일 수요일

조용한 바닷가.


다섯 시간 자고 일어나서 (겨우) 여덟 시간 정도 운전을 하고 집에 돌아왔다. 나는 그만 정신을 잃고 잠들었다.
뭔가 아주 괴상한 나쁜 꿈을 꾸고는 잠이 깨어 새벽을 보내고 있다.
낮에 들렀던 조용한 바닷가 사진을 열어 놓고 들여다 보았더니 조금은 기분이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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