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22일 목요일

목요일.



순이가 떠난지 11개월이 되었다.
밤중에도 생각했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에도 생각했다.
그렇다고 순이의 재를 담아놓은 단지를 꺼내어 손으로 문질러본다거나 새삼 사진을 열어 하염없이 보고 있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하루도 어김 없이 고양이 순이를 생각하고 그리워 한다.

아침에 소음을 내는 사람들은 지난 해에 이어 매일 정확한 시간에 다시 음악소리와 괴성 지르기를 시작했다. 읍사무소의 공무원에게 다시 전화를 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아마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는지 궁리해보지만 다른 수가 없다. 만일 그들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할 수 없는 것이라면 여름이 끝날 때 까지 내가 아침 시간을 망치지 않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는지 찾아보아야 한다.

국도를 달려 운전을 오래 했다. 애플 뮤직에서 새로 나온 음악들을 들었다. 리마스터를 거친 옛 음반들도 들었다. 재즈를 무작위로 틀어놓기도 했다.
어떤 날은 그날 했어야 했던 일에만 집중하고 싶을 때가 있다. 나는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잘 해내지 못한다. 언제나 마음의 짐이 있는 것을 감당하기 싫은 날도 있는 것이다.
오랜만에 조용한 길을 달리고 달렸다. 그 평화로움이 낯설게 여겨졌다.

컴퓨터와 전등을 끄고 자려고 누웠을 때 검은 고양이 까미가 내 발 곁에 오더니 발목을 껴안고 잠이 들었다. 불편할텐데 항상 내 곁에서 자다가, 아침이 밝으면 아내의 곁에 가서 선잠을 잔다.
어린 고양이 덕분에 순이를 잃은 마음에 많은 위로를 받았다.
생명이라는 것, 죽음이라는 것은 양쪽 모두 불성실하고 불합리하다.
어린 고양이를 살짝 들어올려 침대의 푹신한 자리에 눞혔다.
고양이가 그르릉 거리며 편안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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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16일 금요일

연주.


블루스 연주를 했다.
공연은 차분했고 나는 기분이 편안했다.
그곳은 요리가 훌륭한 식당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밤 늦게 집에 돌아와 제일 먼저 커피를 내려 마셨다.
하루 종일 나른했던 이유는 더운 날씨 때문만은 아니었나보다, 했다.
커피를 진하게 내려 마시고 Yellowjackets 의 음악을 들었다.


2017년 6월 14일 수요일

학기가 끝났다.


이틀 뒤 공연을 위한 블루스 합주를 다녀왔다.
집에 돌아올 때에는 오랜만에 강변북로를 따라 달렸다.
쇼팽을 틀어두고 있다가, 시리에게 조동진의 노래를 틀어달라고 했다.
외롭고, 외로운 노래들이었다.

배가 고팠는데 먹고 싶은 것이 생각나지 않았다.
미리 사두었던 품질 좋은 커피콩을 꺼내어 봉지를 열고, 유리 단지에 나누어 담았다.
내일은 학기의 마지막 강의를 하는 날이다.
강의 원고는 낮에 미리 써두었다.
이제 곧 잠들면, 아침까지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