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24일 화요일

내 고양이 순이.

밤에 뭘 하고 있으려면 끊임없이 고양이의 방해를 견디고 방어해야만 한다. 기회를 노려 스페이스바를 눌러버리는 짓부터 갑자기 뛰어올라왔다가 다시 갑자기 뛰어내려가면서 헤드폰의 줄을 단자에서 뽑아버리는 짓까지 한다. 방문을 닫아놓기라도 하면 문앞에 앉아서 곡을 하듯 우는 소리를 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

책상을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니까 고양이가 다시 뛰어올라와 무릎에 앉더니 모니터 한 번 나를 한 번, 번갈아 바라보았다.
하루도 잊은적 없이,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내 곁에 다가와 애정을 표현해주는 고양이 순이에게 많이 고마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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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고양이 찾기.


사진을 찍을 때에는 테이블 아래에 고양이 꼼이 있는줄을 몰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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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다가온 고양이.


큰 언니 고양이 에기와 부쩍 친해져서 좋기는 한데, 친해지다보니 이 언니... 걸핏하면 곁에 와서 사람의 베개 위에 누워 자고 있다. 잠결에 뭔가 부드러운 것이 코를 간지럽혀 눈을 떠보면 고양이 꼬리, 눈을 떠 보면 고양이 발, 가끔 눈을 뜨면 서로 마주 보게 되어 동시에 흠칫 놀라기도 하고.

아내는 매일 매일 얼마나 청소를 열심히 해주고 있는 것인지, 언제나 고양이 털이 말끔히 치워져있다. 깨끗하니까 고양이는 계속 곁에 올라와 잠을 잔다. 사람은 또 열심히 청소한다. 깨끗한 걸 좋아하니까 고양이는 다시 곁에 와서 쿨쿨 잔다... 다음 날 아내는 또 청소를 하는... 반복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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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화.


아내가 만들어준 새 실내화.
집안에서 계속 뭔가 만들고 있는 것을 흘끔거리며 보기는 했었는데... 매일 새 상품이 나온다.



머지않아 집안의 물건들이 대부분 핸드메이드의 것들로 바뀌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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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아침에, 가끔은 대낮이 다 되어서 잠들기를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나는 하루 종일 밤중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해가 뜨면 갑자기 졸음이 밀려오는 것 같아서 잠드는 시간이 아깝다. 자는 것을 아까와하는 주제에 한 번 누우면 꽤 많이 자버리기도 한다.
이 동네는 여전히 새벽에 부는 바람이 춥다. 밤 새워 피워버린 담배는 강바람을 따라 날아가버렸고 몇 번을 재탕하여 억지로 색깔만 남겨 따라둔 것 같은 커피는 차갑게 식었다. 추위를 느껴 자리에서 일어나면 몸의 여기저기에서 부드득하고 소리가 나기도 한다.
그렇게 해도 역시 지난 밤 내내 성과물이 없는 일만 하고 있었을때엔 힘이 빠지고 배도 안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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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22일 일요일

재밌는 사람들.


거리에 나오는 사람들은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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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냄새.

지난 번에 재근 형을 따라 목수 곽웅수 님의 공방에 들렀었다. 훌륭한 소리를 가진 기타를 만드는 분의 작업실에 들어가는 순간 나는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나무 냄새인지 접착제의 향기인지, 아니면 그런 것들과 상관없는 어떤 물질의 냄새였는지간에, 좋아하는 그 냄새. 새 기타를 꺼내어 들면 풍기는 그런 냄새.
아직 악기의 형상이 되어지기 전의 상태인 나무들이 쌓여있는 곳과 뭔가 완성품들로 가득했던 것 같았던 불꺼진 어두운 방은 구경해도 좋은지를 묻지도 못했다. 조율을 핑계삼아 기타를 튕겨 보기도 하고, 그렇게 잠시 머물다가 돌아왔다. 울림이 좋은 악기의 소리들이 귓속에 냄새처럼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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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오래 전 부터 길을 지나다가 노끈(나는 그 말 밖에 알지 못했다)으로 감아놓은 화병을 보거나 하면 괜히 몇 개 사가지고 집에 오고 싶었다. 하다 못해 책상 위에 두고 필통을 삼더라도 어쩐지 그런 것이 좋게 보였어서 가지고 싶어했다. 그런 것에 대하여 이야기할 일도 없었지만 생각이 났더라도 '참 취향 한 번 후지네요' 소리를 들을까 두려워 별로 말을 꺼내고 싶지 않았었다. 그리고 굳이 찾아보려고 하면 그렇게 노끈으로 칭칭 감아놓은 화병 따위를 잘 발견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마끈 (단어를 새로 배우다...)을 구했다고 하더니 며칠 후에는 갑자기 집안에 그동안 가지고 싶어하던 '끈병'들이 여러개 생겨버렸다. 나는 좋아하고 감탄하며 아내의 솜씨를 칭찬하는 말을 했다. 그는 특별한 대꾸없이 무심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취향 참 이상하네'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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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21일 토요일

음반.



예스 24가 처음 생겼을 때에 회원가입을 해서 책을 구입해왔었다. 수 년 전 어느날 밤 부터 매킨토시에서는 절대로 결제를 할 수가 없게 되어버린 후, 나도 본의 아니게 절대로 그곳을 이용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결제만 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고 도무지 사이트의 내용을 클릭질도 할 수 없도록 홈페이지를 '개선'했었어서, 시간이 지나고 맥에서도 이것 저것 어떻게든 사용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정나미가 떨어져 얼씬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 후로는 대형서점의 홈페이지 몇 군데, 소규모 중고서점 사이트 몇 군데를 전전하다가 줄곧 알라딘을 이용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이 잘 발달되어 있으면 도대체 뭐에 쓸까. 배달되어지는 책 중에는 파본이 끼워지기도 하고 훼손된 채로 도착하는 경우도 있었다. 모두 배송업체의 잘못이므로 시정하겠습니다... 라는 사과도 받고 교환도 받은 적이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그냥 감수한다. 책이야 뭐 깨끗하지 않으면 어떠랴 최소한 내용을 읽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됐다, 라는 주의여서 그저 한숨 쉬고 말았었다. 모두 거래하는 배송업체의 잘못이고, 배송업체와 협조하고 관리를 위탁해야할 자신들의 업무소홀이라고는 절대로 생각을 못하는 것인가, 싶었다. 책을 바꿔주거나 돈을 돌려주면 해결되는 것이지 뭘 그렇게 까다롭게 구느냐, 라고 할 것 같아서 에이 그런가 보다, 하고 말았었다.

수입반을 구입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은 요즘, 몇 가지 물건들과 함께 음반 한 장을 함께 주문했었다. 배송준비중이라는 메일을 받고 기다린지 일주일이 지나서 주문한 음반 대신에 '상품을 구하지 못해 환불해주겠다'고 하는 사과의 메일을 받게 되었다. 그래, 그럴 수 있다. 얼마나 열악한 사정이면 그랬겠느냐... 생각했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생각해줘도 옳은 걸까, 라고 묻고 싶다. 그것은 실수라거나 어찌할 수 없는 한계상황이 아니라 무신경, 무개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뭐라고 주문과 대금을 받은 뒤에 상품을 구해보기 시작하여, 구해지면 팔고 못 구하면 돈을 돌려주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장사를 하는 것이냔 말이지... 다른 것도 아니고 책과 음반 아니더냐. 그래서 뭐? 돈을 환불해 줬지 않았니...라고들 하실 것 같아서 대꾸 한 마디 하지 않았다.

미국의 아마존에서는 (그들에게도 수입상품이어서) 가격도 비싸고 운송료도 많이 나오길래 마침 EG가 아이디를 가지고 있는 일본의 아마존에서 그 상품도 주문하고, 하는 김에 한참 동안 가지고 싶었던 다른 음반들도 함께 주문했다. 일본의 아마존은 처음이었지만 아마존 닷 컴에서는 꽤 여러번 책을 샀었고, 대등한 비율로 따질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파본이나 책이 못쓰게 되어버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일본 아마존에 음반을 주문한 바로 다음 날에 공항에 물건이 도착했다는 문자메세지, 그리고 그 다음 날에 나는 음반을 받아 들었다. 지금은 기뻐하며 음악을 듣고 있는 중이다. 듣고 싶었던 음악들을 틀어놓은채 기분이 좋기도 하고, 마음 한 구석이 어두워지기도 하고. 아, 글쎄, 인터넷 강국이면 뭘 하냐고.

2008년 6월 18일 수요일

조금 더 좋아지면 좋겠다.

뮤지컬 반 고흐와 해바라기 소년의 음악 편곡, 대부분의 작업은 상훈씨가 도맡아서 고생했다. 나는 그저 맡은 부분의 녹음만을 했을뿐이어서 아주 작은 부분에 겨우 참여하고 있을 뿐이지만 오랜만에 좋은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제 뮤지컬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많았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홍보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공연이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이 뮤지컬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진심이어서 더 아쉽고 답답했다.

여러 사람들이 여러가지를 지적질을 하고 훈수를 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고생을 해온 뮤지컬 팀 입장에서 화가 날 수도 있고 듣기에 거북할 수도 있겠다. 무엇을 만들어내는 것 보다 곁에서 책임없이 한 마디 두 마디 던지는 것이 더 쉬운 일이어서, 함부로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나는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그저 의견만 늘어놓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거들고 싶지가 않다.

나는 조카들을 데리고 또 보러 가고 싶다. 그림 좋아하는 어린 조카가 무척 즐거워할 것 같다. 보아주지 않으면서 더 좋은 것 좀 내놓으라고 채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쉬운 마음만 써놓았지만 보기만 해도 즐거워지는 장면들이 잔뜩 있었다. 모두 열정을 가진 스탭들 덕분일테고, 배우들의 노력일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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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12일 목요일

광화문 100년.

1902년의 광화문 사진과 며칠 전의 광화문 사진.
정확히는 광화문까지 다다르지 못하는 사람들의 사진. 


위의 사진은 예전에 어디에서 받아놓은 것인지, 출처를 기억하지 못한다. 일본 사이트에서 가져왔던 것 같은데 그런 단순한 이유로 백여 년 전에 일본인이 촬영한 것이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여전히 제국을 그리워하고 꿈꾸는 일본의 극우들과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세력에 기생하여 배만 채우려는 이쪽의 꼴통들은 백 년 동안 서로의 우정만 깊어진 모양이다.

2008년 6월 11일 수요일

고양이 순이.


언제나 나와 함께 둘이만 살고 있다가 갑자기 가족이 많아져버린 고양이 순이.
내가 일을 하느라 문을 닫고 있으면 몹시 서운해한다.
말을 많이 하고 우는 소리를 내며 방문을 두드린다.
문을 열어주면 무릎에 올라오려고 하고 무릎에서 내려놓으면 악기 위에 올라가 방해를 한다.
그 모습이 안스럽고 귀엽고 미안해서 나는 뭐라고 나무라지도 못하고 있다.
귀여운 고양이 순이.
안스럽고 귀엽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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