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6일 화요일

생활의 규칙



지난 몇 개월 동안 시간과 노력을 허비해버린 일도 있었고 나름 결과물을 얻은 것도 (미약하지만) 있었다. 그러나 '일'에 등을 떠밀리듯 달려오다보니 벌써 사월도 다 지나가고 있다.
아무 것도 새롭게 준비된 것이 없는데 공연 일정은 가을까지 잡혀있다. 쉬거나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여전히 없었다.

지방에 다닐 일들도 많고 하루도 빠짐없이 운전을 해야하는데 지난 주말엔 그만 사고를 쳤다. 부주의했던 탓이었다. 정신이 없기도 했고 하루 이틀 뭔가 태만했었다. 금세 벌을 받다니 조금 너무하긴 하다. 이번엔 서둘러 수리를 해야겠다. 뭉기적 거리다가는 찌그러진 채로 겨울을 맞을 수 있다.
강아지들도 훈련을 받으면 문제없이 할 일을 하고 집안의 고양이들도 나름대로의 순서와 규칙을 지키며 사는 것 처럼 보인다. 그런데 나는 도대체 매뉴얼대로 하는 게 없는 것 같다. 아이폰에도 기록용 앱을 설치해뒀지만, 쓰다 만 수첩을 펜과 함께 다시 챙겨뒀다. 이젠 사소한 일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을 할 필요도 생겼다. 뭔가 새로운 생활의 규칙도 필요해진다.

밤중에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렸다. 여름이 조금 더디게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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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돌아다녔다.

아이폰 트랙커, 이야기 듣자마자 살펴봤다. 이런 것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개인정보를 침해당했다며 화를 내는 분들이 많던데, 그 이야기는 우선 정부와 공공기관, 그리고 국내 통신사에 해야 할 소리 아니었나. 은행은 말할 것도 없고.

그동안 많이도 돌아다녔다. 그런데 3G를 꺼둔 상태로 다녔던 곳은 표시되지 않는 것 같다. 자동차를 새로 구입한지 아직 이 년이 되지 않았는데 어느덧 사 만 킬로미터. 원래의 타고난 천성은 게으르기 짝이 없는데, 꽤나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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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17일 일요일

친구와 연주.

한일 평화 포크 잼버리라는 행사에 구경을 갔었다.
사실은 친구의 연주를 돕기 위해 따라갔던 것이었지만 서너 곡 연주했을 뿐이고 출연하신 다른 분들의 노래를 듣는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순서를 마친 후에도 구경을 하고 있었다. 김두수 님, 사토 씨와 가와구치 씨도 만났고 병주의 소개로 김규항 형님과도 인사를 나눴다.
서로 참석하는줄 모르고 현장에서 만나게 되어버린 하세가와 씨와도 함께 연주했다.

알고 보면, 혹은 지나고 보면 사람의 인연들이란 하나도 복잡하지 않다. 단순하고 뻔할 수 있다. 훗날 나이 들어서도 추억하며 웃을 수 있는 친구의 모습들이 조금이라도 늘어난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일이다. 그리고 그런 일은 쉽게 되어지지 않는다. 사실 친구란 것이 어디 있나... 그저 손익과 감정의 편의에 맞춰 모였다가 흩어질 뿐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 날에는 의도하지 않았던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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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16일 토요일

우리는 겨울을 무사히 보냈다.

아내가 내 방안에 새로 세탁하여 솜을 풍성하게 넣어준 이불을 들여놓았다. 당연하지만 고양이 순이의 자리가 되어버렸다. 폭신하고 보송보송한 것을 몹시도 좋아하는 고양이들을 보면 따뜻함을 찾는 포유류들의 유대감을 느낀다.
배경으로 악기들이 가득 보이는 자리에서 잠을 자고 있길래 아주 조용히 다가가 사진을 한 장 찍었다.
길에는 따뜻하게 하루 하루를 지낼 수 없는 고양이들도 살고, 사람들도 산다.
아내는 겨우 내내 감기에 걸리고 상처를 입은 동네의 길고양이들을 보살피고 먹여 살렸다. 그러느라 손이 얼고 자주 다치고 감기를 달고 살았다.
나는 밤마다 은신처를 찾아 숨어 들어가는 수상한 사내라도 되는 것 처럼 집으로 기어들어와 고양이들과 함께 보송보송한 이불 안에서 편안하게 잠을 자며 겨울을 무사히 보냈다.
차가운 길의 냉정한 바닥에는 고양이들도 살고 사람들도 살텐데, 우리는 겨울을 무사히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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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15일 금요일

멍청해지기

(내가 좋아하던 텍스트큐브와 티스토리가 좋은 아이폰용 앱을 만들어주지 않는다면 나는 또 이사를 가야할지도 모르겠다.)

일하는 장소에 가면, 나는 거의 쉬지 않는다.
왜냐면 쉬면 더 힘이 드니까.
몇 년 동안 익숙하게 해왔던 일이라고 해도 마음을 놓으면 안된다. 그러다가는 쉽게 망치거나 갈피를 못잡고 허둥댄다. 일터에 도착해서 준비를 하고 의자에 앉으면 집으로 돌아갈 때 까지 계속 해야한다.
가끔은 지치기도 하고 정말로 뭔가에 가로막혀 더 이상 계속 할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럴 때엔 앉거나 서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숨을 쉰다. 말도 안하고 가능한 생각도 하지 않고 가만히 숨을 쉰다. 생각해보니 그것이 쉬는 것이었군...

지난 주엔 내가 그렇게 멍청한 상태로 있을 때에 누군가 방에 들어왔다가 문을 아주 조용히 닫고 나가버렸다. 나를 이상하게 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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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14일 목요일

지난 달의 공연

그동안 연주가 많이 있었다.
일로 바쁘고 공연이 많았던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적절하게 컨디션을 조절하지 못했던 것이 잘못이었다.
대범한 면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쪼잔한 내 성격에, 공연의 내용이 좋지 않게 되면 그 기억이 몇 년을 괴롭힌다. 그리고 겁을 낸다. 늘 좋은 연주만 해왔다고 거짓말하고 뻐기고 싶어서가 아니라 일테면 혼자 느낄 수 있는 평균수준이라는 것이 있는거니까.

컨디션이라고 하거나 건강이라고 하거나 간에, 그런 것은 다 최근 살아온 내 생활의 결과물이다. 몸뚱이는 좋은 것 먹이고 강제로 잠을 재워서 어찌해볼 수 있어도 머리 속의 것은 그런 방법으로는 되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연습을 백 시간 해보았자 생활의 태도가 망가져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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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8일 금요일

비 내린 날

쿤스트할레에서의 공연을 마친 직후 서둘러 짐을 챙겨 나왔다. 건물 밖에서도 탁하고 더웠던 실내 공기를 닮은 비릿하고 습한 냄새가 코에 들어왔다.
리허설 때에 가운데 손가락, 연주 중에 검지의 손톱을 다쳤다. 다쳤던 것이 다 낫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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