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9일 토요일

일찍 일어난 고양이.


일찍 일어난 고양이 순이가 벽에 기대고 앉아 있었다.





팥빙수로 첫 끼를.

오늘의 첫 끼니는 양수역에서 혼자 팥빙수를 먹는 것으로 되었다.
그런데 아내와 함께 왔을 때 보다 양이 적었다.





아무도 없는 길.

오전에 모든 서류작업을 마쳤다. 
마지막으로 우편물을 보내고 두어 시간을 달렸다.
잠깐 쉴 때에 허기가졌다. 생각해보니 오늘 아직 아무 것도 안먹었다.
사람 없는 곳을 찾아와버려서 주변에는 식당이 없었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길이 정다왔다.
더 오래 머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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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28일 금요일

다 집어치우고,

그들이 누설한 비문…이었던 남북회담 전문을 읽었다. 또박 또박 읽어보느라 한 시간 걸렸다. 허울 좋은 이름만 남은 민주주의. 언제나 모리배와 기회주의자들에게 유린이나 되어 온 이런 체제.
다 집어치우고 독재나 하고 욕 먹었다면 덜 억울했을, 대통령.

2013년 6월 27일 목요일

악기 때문에.


지난 주의 공연 이후에 모든 악기가 비정상이다.
세 개 모두 목이 휘고 현고가 높아지거나 반대로 낮아져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런데 몇 주 동안 상태가 좋지 않았던 Moollon 재즈가 무슨 일인지 정상으로 돌아왔다. 
다른 악기들이 모두 문제를 겪는 중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강가에 살고 있기 때문인 것인지 아니면 무슨 수맥이라도 흐르는 것인지 악기의 neck 관리 때문에 강박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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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피했다.


낮에 아내와 함께 자전거를 탔다.
동네의 식당에 들러 함께 밥을 먹고, 식당 밖에 나왔더니 하늘에 온통 먹구름이 가득했다.
그리고 바람 속에 습기가 가득했다.

사실은 아내는 집으로 돌아가고 나는 혼자 조금 더 자전거를 타려고 했었던 것인데, 아무래도 비가 내릴 것 같아서 서둘러 함께 집으로 들어왔다.

집에 돌아와 신발을 벗는 순간 번개가 치고 한강의 물이 파도가 치듯 일렁이더니 곧 억수같은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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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국수.


대학로에서 맛있는 김치말이국수를 먹을 수 있었다.

나는 국수를 많이 좋아한다. 예를 들어 지난번 과천공연의 둘째날에는 점심으로 쌀국수, 공연직전에는 콩국수, 공연 후 뒷풀이에서는 골뱅이 비빔국수를 먹고 흐뭇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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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26일 수요일

아내의 인형 전시.


명륜동 어귀에 있는 작은 갤러리에 갔다.

아내가 고양이 인형 전시회를 준비하기 위해... 라고 하고 싶지만 사실은 작가 본인이 전시할 날짜가 이렇게 임박했는지도 미처 몰랐기 때문에, 갑자기 부지런을 떨고 잠도 못자며 이것 저것 하고 있었다.

게으른 인형작가의 뒷 모습 도촬했다.


나도 그랬지만, 아내도 역시 유월을 어떻게 흘려 보냈는지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다사다난했다.
그동안 만들었던 모든 인형들을 다 가지고 있지는 않아서 테이블 위에 늘어놓을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이 이번 전시의 전부가 되었다.
댓가를 바라지 않고 좋아서 하는 일이 결과를 만들게 될 때에 더 즐겁다.
처음 가 본 그 공간은 재미있는 느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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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25일 화요일

뭘 모르는 고양이.

사고를 저지른 것도 모르고 흙장난을 하며 아침 시간을 즐기고 있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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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알고 있는 고양이.


이 집의 여자를 제 친엄마로 굳게 믿고 있는 고양이.

얘는 나를 동네 개를 보듯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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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24일 월요일

아내의 오랜 친구.

단짝 곁에 붙어서 행복해하는 큰언니 고양이. 낼모레면 스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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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나를 좋아하는 고양이.
아침 마다 머리맡에 와서 그르릉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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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23일 일요일

산책.


아침에 잠들었다가 정오가 되어서야 일어났다.
뒤늦게 온몸이 찌뿌듯했다.
점심을 먹고 잠깐 망설이다가 자전거를 타고 나왔다.

지난 번에 앞 바퀴가 끼여 나를 공중회전 시키며 땅에 내리꽂았던 그 폐레일을 보고, 사진을 찍어왔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일을 당하기에 충분하다.

이런 것은 보수를 해주면 좋을텐데.



더운 날씨였지만 바람이 불어와 상쾌했다.
나는 유난히 이상한 일을 자주 겪는 것 같다. 자전거 길에서 어떤 노인 한 사람이 도로를 막고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보행자를 위한 옆길에는 행인들이 지나고 있었다. 노인은 길 위에 선채로 이동하려는 것 같지 않아 보였다. 나는 속도를 줄이며 노인의 등 뒤로 지나가기 위해 다시 페달을 밟으려고 했다. 그 순간,  그 사람이 갑자기 한 손으로 내 팔을 때리며 밀치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만 휘청하는 바람에 위험했다.

멈춰 서서 뒤돌아보니 그는 잰걸음으로 뒤돌아 걸으며 '사람 다니는 길인데 아무데서나 지랄들'이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주변에서 목격했던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며 다치지 않았느냐고 묻고 있었다.


나는 잠시 선 채로 멀리 사라지고 있는 노인을 보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쓸쓸하고, 아무 행복한 일이 없는 것 처럼 보이는 뒷 모습.
그를 분노하게 한 것은 여러가지일 수 있겠지.
정의롭게는 안되더라도 웃으며 여생을 보내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힘들겠지만.
나는 별 탈이 없었으므로 다시 달리며 산책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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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공연.

21, 22일에 과천시민회관에서 공연.

목요일 일정을 마치고 서류작업을 다 하고 났더니 새벽이었다.
이제 단독공연을 할 때에는 늘 세 개의 악기가 필요하게 되었다.

플렛리스 프레시젼의 넥이 말썽이어서 결국 분해하여 트러스 로드를 7mm 정도 돌렸다. 다시 조립한 다음 피치를 조정하느라 브릿지를 전부 풀었다가 다시 맞췄다.

다 마치고 났더니 아침 해가 뜨고 있었다.


리허설을 마칠 즈음에 내가 괜한 짓을 했다.

엔지니어에게 부탁을 하여 모니터의 볼륨 밸런스를 다시 정한 것. 무대의 세로 폭이 너무 길어서 조명팀이 원하는 위치에 서면 앰프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했던 것인데, 결국 그것 때문에 첫날의 공연을 정말 힘들었다.

다음 날에는 늘 하던 대로 내 소리는 앰프에서 나오는 사운드에 의존하는 것으로 해두고 다시 모니터 스피커를 조정했고, 결과는 좋았다. 작년의 어느 공연에서도 똑같은 것을 경험했다. 나는 앰프 소리를 들을 수 없으면 연주하는데에 불편을 느낀다.

첫번째 날의 공연에서는 다른 멤버들도 작은 실수들을 하고 있었는데, 어쩐지 그것이 내가 잘못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어쨌든 토요일의 공연은 매우 좋았다.
마지막 곡을 마치고 대기실로 향하는데 다른 멤버분들의 표정도 어제보다 밝았다.
연주가 좋았던 날에는 아무리 긴 시간 공연을 했어도 피곤하지 않다.

이것으로 유월의 공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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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22일 토요일

공연 마침.



이틀 동안의 공연을 마쳤다.




그날 나는 일찍 공연장에 가서 비어있는 무대 위에 앉아 한 시간 남짓 손을 풀었었다.
그것이 공연에 도움이 되었다.

통증도 없었고 공연을 마친 후 피곤하지도 않았다. 하루 쯤 더 하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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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준비를 마쳤다.


(내 것만) 리허설 준비를 마쳤다.
모든 멤버가 약속 시간 한 시간 전에 도착했는데 무대 상황은 이미 끝나있었다.

스탭과 밴드 전체가 무슨 잘 훈련된 스포츠 팀이나 중대규모 군인 같은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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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20일 목요일

미안하다, 고양이.


나는 온갖 종류의 미신이나 영험함 같은 것을 믿지 않는다.
그런 것을 믿지 않기 때문에 어떤 현상을 선입견 없이 이해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평소 보다 늦은 시간에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러 다녀온 아내가 말했다.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리집 층 번호를 누른 후 문이 닫혔는데, 엘리베이터가 출발하지 않고 잠시 후 저절로 다시 문이 열렸다고.

나는 기계가 그럴 수도 있지, 라고 말하며 그런 것에 의미를 두지는 말지 그러느냐고 했다. 생각해보면 흔한 오작동일 수도 있다.
기계의 단순 오작동이거나 다른 이유가 있거나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아내가 겪은 하루의 끝 무렵에 일어난 그런 사소한 현상으로 부터 아내는 아마 약간의 위로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것으로 예쁘다.


어제 새벽에 미안한 마음을 안고 겉으로는 투덜대기도 하면서 24시간 동물병원에 갔었다.
당장 오전에 주말 공연을 위한 합주 연습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에 차질이 생기지 않기를 원했다. 지난 주의 피로도가 다 풀리지 않았고 잠도 모자랐다.
그렇지만 밤중에 아내가 안절부절 할 때에 서둘러 일찍 병원에 갔었다면 조금은 더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뒤늦게 죄책감이 들었다.



일주일 전에, 아내는 갑자기 두 마리의 새끼 길고양이를 맡아 번갈아 돌보아야 했다. 다른 구역에서 길고양이의 밥을 주는 분의 도움을 받아 상태가 좋지 않은 어린 고양이들을 정성껏 살피고 병원에 데려가며 돌보았고, 한 마리는 건강해져서 장난치며 뛰어다닐 정도가 되었었다. 그런데 다른 한 마리는 갑자기 상태가 좋지 않아졌다.

지난 주에 내가 일 때문에 종일 밖에 있을 즈음 아내는 아내대로 집안의 일들과 위태로운 어린 고양이를 돌보는 일로 거의 잠을 못잤었다.

그랬던 고양이가, 지난 밤에는 상태가 더 나빠지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동물을 돌보는 일에 있어서는 아내의 느낌을 믿을 수 있는 나로서는, 곧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어떻게 하지"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서야 서둘러 채비를 하고 심야 동물병원으로 차를 달렸다.

병원에 가자고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내의 속내를 늦게 알아차렸다.

새벽 세 시가 넘었던 시간이었다.


손바닥 보다 작은 고양이의 상태는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좋지 않았다. 심한 빈혈과 탈수가 계속되고 있었다. 설사를 하지 않는데도 탈수가 심한 상태였고 오히려 변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어 더 힘들어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입원을 시켰다. 쬐그만 몸에 수액을 몇 번이나 맞췄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두어 시간 자고, 오전 일찍 나는 공연 연습을 하러 갔다.
아내는 거의 밤을 새운채로 낮 시간에 병원에 갔던 모양이었다.

고양이에게도 치명적인 몇 가지의 질병이 있고, 몇 가지의 나쁜 상황들이 겹쳐지면 살아날 가망이 없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런데 그 중에는 분리불안이 상태를 악화시키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어미 고양이가 돌보는 새끼 고양이를, 불쌍하다고 덥썩 데려오는 일이 그들을 모두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어린이 고양이가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주 위험한 상태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습을 마치고 아내에게 전화를 했더니 울음이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병원에서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나빴단다. 죽음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평소에 우리가 다니던 동물병원에 한 번 더 데려가 보려는 중이라고 했다.

비 내리는 날, 마음처럼 답답하게 막힌 도로를 기어가듯 달려 동물병원에 도착했더니, 역시 그 병원에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결론.

어쩔 수가 없어서, 꺼져가는 생명을 품에 안고 집에 돌아가려고 할 때 였다.

소리를 내지 못하는 주제에 작은 눈을 크게 뜨더니 고함이라도 치듯이 입을 크게 벌려 큰 숨을 내쉬고, 어린 고양이는 곧 발을 뻗으며 눈을 감았다.



태어난 지 오십 일을 겨우 넘겼을 것 같았던 어린 고양이, 살려보기 위해 보듬고 쓸어주고 있던 아내의 손 안에서 큰 숨 한 번 뱉고는 죽었다.
낮에 전화할 때엔 울고 있던 아내는, 고양이가 죽은 후에는 차분하게 뒷 정리를 했다.
빈 손으로 집에 돌아오자 마자 아내는 집안을 소독하고 버릴 것들과 살균할 것들을 나눠 놓고는 평소 보다 늦었지만 우의를 덮어 쓰고,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서 집을 나섰다.

남겨진 약 봉지, 음식과 물을 먹일 때에 쓰던 주사기, 미처 먹이지 못하고 남아 있던 사료들을 한데 모아 담아 놓은 모양이어서, 나는 쓰레기 봉투를 들고 나가 그것을 버리고 돌아와 마루바닥에 누워버렸다.

생명이니까, 도와보려고 하고 살려내어 보려 애를 쓰기도 하는 것이지만, 마찬가지로 생명이기 때문에 살거나 죽는 일이 바라는대로 되어지지만은 않는다.

죽음이 나쁘거나 슬픈 일은 아닌 것이다.
떠난 새끼 고양이가 가엾고 안타까왔던 것은 너무 짧은 동안 예쁘게 숨쉬다가 너무 심하게 고통을 겪고 떠났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꼭 살려내고 싶었는데, 많이 미안하다. 아기 고양이에게도, 아내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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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18일 화요일

열심히 달렸다.


올 해엔 쉬는 날이 생겨도 노는 일 없이 열심히 살겠다고 했었다.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을 후회했다. 
일요일 아침 일찍 무거운 악기들을 짊어지고 합주연습하러 나갔다.

연주를 하고 연습을 하는 일은 고되지 않다. 힘이 들어도 즐겁게 한다.
그런데 집에 돌아올 즈음이면 기운이 빠져서 흐물거리고, 운전을 조금만 오래 하면 치골하각에 감각이 없다. 오늘도 역시 덕소 - 파주 - 일산 - 흑석동 - 잠실 - 다시 남양주…라는 순서로 서울 및 경기외곽을 두루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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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늦었었다.


나는 언제나 모든 것에서 늦었던 인생이었다. 걸핏하면 넘어지고 무릎이 깨졌었다.
앞으로도 뭐 똑같겠지.

하지만 언제나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있었다.

차를 얻어 탄 덕분에 운전하지 않아 낯선 기분으로 길 위를 달렸던 저녁, 아직도 어두워지지 않은 하늘이 비정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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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17일 월요일

학생들의 공연.

지난 토요일, 학생들과의 공연.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하지 못했으므로 모자이크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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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16일 일요일

공연장.


아침에 중학교 수업, 낮 부터 밤 까지는 학생들을 위한 공연으로 많이 피로했다.

하지만 극장과 대기실은 편안한 기분을 준다. 앙증맞고 촌스럽게 걸려 있어서 오히려 정겨웠던 ‘공연장’ 문패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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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15일 토요일

공연 준비.


이틀 연속으로 하게 될 과천공연에서의 셋 리스트가 결정됐다. 스물 다섯 곡.
곡 마다 맞는 악기를 써야 하기도 하는데 곡의 수가 많기는 많다. 
직접 녹음했던 곡을 연주할 때에 가능하면 녹음할 때 사용했던 악기로 연주하고 있다.

그런데 여름이 시작되면서 악기들의 상태가 모두 나쁘다. 한강 곁에 있는 집에서 창문을 늘 열어두고 지냈더니 습도 조절을 할 수가 없다. 이제 일주일 동안은 연습만큼 악기 관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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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14일 금요일

스팸문자.


올 것이 왔구나… 라고, 할 뻔 했다.

나, 원… 스팸문자 수신 경력 십여년에 별 것을 다 받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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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만든 인형들.


아내가 만든 인형들.
어른이 된 고양이들 더 이상 인형을 뜯어놓거나 이리 저리 던지며 놀지 않는다.

고양이들이 어릴 적엔 집에 돌아오면 분해된 인형을 수습하는 일이 여러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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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13일 목요일

물 마시는 고양이 순이.


물 마시는 고양이를 쳐다보고 있는 고양이 인형들이 우스웠다.

기분 좋은 표정을 한 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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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의 재촉.


동이 틀 때 잠들었다가 아침 아홉시에 알람을 맞춰 놓았더니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알람을 십 분 단위로 너다섯 개 정도를 설정해 놓고, 볼륨은 크게 해두고 잠들었다.
내가 알람을 듣지 못하고 계속 자고 있으면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들로서는 그 소음을 견뎌야 하는 것일테지.


세 번째 알람... 9시 20분의 것을 듣고서야 잠을 깨고 겨우 일어났다.

책상 위에는 고양이 순이가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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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11일 화요일

대전에 갔었다.

공연하러 대전에 갔었다.
집에서 대전으로 가는 길은 멀지 않다.
일찍 출발하여 여유롭게 달렸다. 

다친 무릎은 매 순간 통증이 있기는 했지만 낫고 있다.

리허설을 마치고 나무들이 잎을 벌여놓은 곳에서 개미떼들의 바쁜 움직임들을 구경하며 공기를 맡고 있었다.


녹색의 나무들 사이에 여전히 붉은 단풍이 곱게도 팔 벌리고 서있었다.
고요한 오후에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쉬는 일이 평화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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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10일 월요일

자전거 사고.


처음으로 낙차 사고.

오전에 밴드 합주를 갔다가 자전거를 타고 온 상훈씨를 졸라 함께 덕소로 와서 자전거를 타고 양수역에 가는 길이었다.
사람이 많은 길을 빨리 지나느라 속도를 내고 있다가 자동차가 지나가는 작은 교차로를 만났다. 그곳은 평소에 자주 다니던 길이어서 나는 그만 방심했다.
휴일이라 차량이 많았다. 자동차를 피하다가 폐선로에 놓여 있는 레일과 보도블럭에 앞 바퀴가 끼어져버려서 그대로 허공에서 반 회전을 한 다음,  길바닥에 던져졌다.


신기하게도 바퀴가 걸리고, 자전거의 앞 부분이 강제로 멈춰진 다음 내 몸이 휙 뜨더니 땅에 꽂히듯 떨어지는 과정이 느린 화면을 보는 것 처럼 기억이 났다.
다행히 핸들의 바 테잎이 찢어지고 오른쪽 변속기 커버가 벗겨지며 플라스틱 부품은 깨져 버렸는데 겨우 무릎만 붓고 찢어졌다.
자전거는 조금 상태가 이상해졌는데, 우선 간단한 점검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정도로 다행히네 뭐, 하고는 다시 가던 길을 달렸다.
아내는 길 위에 엎어져 있던 나를 발견하고는 매우 차분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왜 그랬대? 조금 더 누워있어~"



우리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아주던 양수역의 카페 언니가 팥빙수를 듬뿍 담아줬다.
그리고 아내를 알아보고 다가와 온몸을 부비며 인사하던 고양이들은 맛있는 간식을 얻어 먹었다.  그것을 보신 카페 언니분은 고양이에게 간식을 줘서 고맙다고 하시며 팥빙수에 과일을 더 얹어 넣어줬다.



무릎은 욱신거리며 아파왔다.
햇빝은 따가왔다. 그늘에 앉아 여름냄새를 맡으며 쉬고 있었다.

빠르게 달리다가 낙차를 하면 대부분 쇄골이나 갈비뼈가 부러지는 사고로 이어진다고 들었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가슴 안으로 숨기며 떨어지는 바람에 한쪽 무릎으로 모든 충격을 받아내었던 것 같다. 덕분에 손가락도 팔꿈치도 긁힌 상처 하나 없었다.

상훈씨를 일산에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길에 자책을 했다.
당장 매주 주말에 공연도 해야 하고, 늘 연주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는데 이런 일을 만들었다는 것이 창피했다.
며칠 동안 정신이 나가 있었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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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8일 토요일

자전거.


아직 사고를 당하기 전이었을 때였다.
이날 자전거와 함께 심하게 넘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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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공원.


생태공원…동태 이야기 아님

동물 좋아하고, 애연가이면서 자전거를 타고 온 나는 출입금지인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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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6일 목요일

밤 새워주는 친구.



함께 밤을 새운 고양이.
졸리우면 가서 혼자 자도 좋으련만.

새벽에 매일 같은 시간, 창 밖에서는 귀에 익은 개의 짖는 소리. 이제 저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그 개가 어디 아픈건 아닌지 걱정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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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5일 수요일

해 저무는 길.


평일 늦은 오후, 자전거길 옆의 국수집에 아무도 없으니 좋다.

바람은 착하게 불었고 식당 아주머니가 틀어놓은 라디오는 혼자 재잘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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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2일 일요일

학생들의 소리.


쉼 없이 달려온 일주일의 마무리. 아침 아홉시 부터 어린 학생들의 서툰 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그게 참 정겹다.

지난 밤의 공연 사운드가 아직도 귓속에 가득 차 있어서 머리 속이 무겁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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