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30일 일요일

대구 공연

 


비가 많이 내렸다. 멤버들과 승합차에 함께 타고 긴 시간 고속도로를 지나 대구에 도착했다. 아양아트센터에 4년만에 다시 가보았다.

아침에 일찍 출발할 때 시간을 아끼기 위해 하루 전에 미리 짐을 싸두었다. 악기도 미리 손질을 해뒀었다. 비가 와서 습도가 높았기 때문인지 잘 닦고 느슨한 것들을 조여둔 덕분인지 악기 상태가 좋았다. 새로 바꾼 안경을 늘 쓰고 있는데, 무대 위에서 어지러운 증상이 사라졌다. 불편한 것 없이 공연을 마쳤다.



밤중에는 승합차 시트에 기대어 깜깜한 창밖을 보며 Jethro Tull의 새 앨범을 들었다. 작년에 나왔던 앨범은 어딘가 조금 부족했었다. 그래서 몇 달 동안 어린 시절 좋아했던 Aqualung, Stormwatch 앨범을 자주 듣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한 RökFlöte는 아주 좋다. 메탈리카의 신보를 처음 들었을 때와 똑같이, 일흔 중반 나이인 음악가의 새 작품을 감사한 마음으로 듣고 있다.

사월이 지나갔다. 오월엔 밴드 일정이 없다. 유월에 약속되어 있는 공연을 위해 다음 달엔 친구들과 함께 하는 팀과 연습을 몇 번 하게 될 것이다.



2023년 4월 19일 수요일

영화와 음악.


 영화 John Wick: Chapter 4 를 보고왔다. 맨 끝 시간 표를 예매하고 극장에 가기 전 한 시간부터 물을 먹지 않았다. 모처럼 긴 영화를 볼테니까 중간에 화장실에 가야하는 일을 만들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아내가 가지고 있던 패키지 쿠폰을 사용하여 표를 샀기 때문에 팝콘과 음료수 두 잔이 함께 나왔는데 나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음료를 마시지 않았다. 나는 원래 상영관 안에서 뭘 먹지 않으니까 그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곁에 앉았던 아내는 주인공이 오사카를 떠나기 전에 팝콘을 모두 비우고 베를린에 도착할 때쯤 자몽에이드를 다 마셔버리고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밖으로 나왔더니 내것은 얼음이 모두 녹아서 딱 먹기 좋을 정도가 되어있었다.

크레딧이 지나간 뒤에 쿠키영상이 있다는 정보를 미리 알고 갔다. 나는 관객이 모두 나가고 비어있는 영화관 계단에 혼자 서서 스크린을 노려보며 크레딧 자막이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늦은 시간까지 일하고 계셨던 직원에겐 좀 미안했다. 이 프랜차이즈와 주연배우의 팬으로서, 나는 영화를 만든 이들에게 감사하며 영화를 보았다. 메탈리카에게 고마와하며 그들의 새앨범을 듣는 것과 닮은 감정이었다.


메탈리카의 신보 72 Seasons는 나오자마자 듣기 시작하여 매일 두 번 이상씩 듣고 있는 중이다. 아주 좋다. "감사히 잘 듣겠습니다"라는 마음으로 감상하고 있다.

2023년 4월 15일 토요일

대전에서 공연.

 


대전 우송대학에 있는 예술회관 극장에서 공연을 했다.
아침에 집에서 근육에 통증이 생겨 많이 긴장했다. 아내가 동전 모양의 패치를 등에 붙여주었고, 그것이 효과가 있었다. 비가 내리는 고속도로를 달려 공연장에 도착했을 때 움직이고 연주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을 정도가 되어서 다행이었다.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나 연구를 읽어본 적이 있었다. 그들은 입을 모아 그날의 공연에는 관객의 힘이 분명히 작용한다고 했다. 정말 그렇다. 공연 때마다 이미 즐길 준비가 되어있는 관객들을 만나곤 했지만 오늘 객석을 메웠던 분들은 특히 더 즐거워해주고 있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연주에 깊이 빠져있을 수 있었다. 최근의 공연 중 가장 기억에 남을만한 무대였다고 생각했다. 문득 공연을 하지 못하며 지내야 했던 판데믹 기간이 아주 먼 옛일처럼 느껴졌다. 공연을 마친 후 대기실에 돌아가 옷을 갈아입으려고 했는데, 그때부터 다시 통증이 밀려왔다. 내가 무대 위에서 아픈 줄 모르고 있었던 것인지 마침 그 순간부터 다시 아팠던 것이었는지.

음악을 들으며 다시 고속도로를 달려 집에 돌아왔다. 휠을 쥔 손 말고는 거의 움직이지 않고 최소한의 동작으로 운전했다. 짧은 시간에 귀가할 수 있었다. 토트넘과 본머스의 축구중계가 15분 지연되어 시작한 덕분에 손흥민 선수의 백 한번째 득점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는데, 나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후반전이 시작될 무렵 잠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