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6일 일요일

과자통

이것이 무엇인가 하면...

피크를 담아두는 통.
원래는 과자가 들어있었던 것 같은데, 바닥의 태그를 보니 1999년이라고 적혀있었다.

그런데 어제 보았던 시가통이 참 괜찮았다.
피크통으로 쓰기 위하여 시가를 한 통 사야하는가 생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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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23일 목요일

기지개

잘 자고 일어나 급한 일이 있어도 빼먹지 않고 기지개를 펴준다.
거르지 않고 스트레칭 해주는 것이 얘네들이 유연함을 유지하는 비결일 것 같다.
나는 자고 일어나 고양이들을 따라 해보았는데 공포스러운 뼈마디 소리만 듣고 근육통의 위치만 확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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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18일 토요일

Vaseline

약국에 가서 페트로륨 젤리 주세요~ 라고 말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렇게 말해도 약사님들이 꺼내어는 주시겠지만, 별 웃기는 넘도 다 있다고 할지도 모른다.
작년 여름 미국에서 몸에 상처를 군데 군데 입었을 때에 다른 약들 보다도 바세린이 필요했었다. 페트로륨이란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두리번거리며 한참 찾았었다.

군복무 시절에도 늘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었다. 서랍에 챙겨둔 작은 바세린 한 병이 꽤 요긴하게 쓰였다. 얼마 전에 아내가 요리를 하다가 그만 기름이 손에 튀어 화상을 입었을 때에 급히 찬물에 씻고 이걸 발랐었다. 빠르게 나았다고 했다.

지난 달 말의 공연 때에 심각한 상태가 되었던 내 손톱과 손끝의 상처가 아물어가고 있었는데 제주도에서 리허설을 할 때에 그만 다시 손톱이 들리고 말았다. 결국 모든 곡을 피크로 연주했는데, 이번엔 피크를 사용하다가 픽업에 손가락이 부딪혀서 검지 손톱에 작은 멍이 들고 금이 가버렸다.
어제밤에 집에 돌아와 손가락 끝 주변에 바세린을 발라뒀었다.
특별히 신기할 일은 아니지만 겉의 상처는 다 나았다.
진작 이걸 써볼 생각을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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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17일 금요일

제주도에 다녀왔다.

여러 사람들 함께 하는 소박한 행사에 참여하여, 밴드와 함께 제주도에 다녀왔다.
작은 학교의 낮은 담과 아기자기한 복도의 벽을 사진 찍어두지는 못했다. 그 장면들은 짧은 동화를 읽은 것 처럼 마음에 남았다. 잘 조율되어있던 업라이트 피아노 한 개와 군데 군데 건반이 고장나 소리가 나지 않던 교실의 디지털 피아노 소리도 함께 기억에 담았다.

그리고 지치지도 않고 뛰어다니던 고운 어린이들의 풍선같은 웃음들.
전날 밤을 새워 아무 것도 시작하기 전에 이미 지쳐있었던 나는 어슬렁 거리며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똑같이 밤 새우고 비행기에서는 말도 없던 상훈씨는 어린이들과 공을 차며 한참을 뛰고 있었다. 평소에 남몰래 뭔가 대단한 것을 섭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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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방해 고양이

심야에 들어와 동이 틀때 까지 책상 앞에만 앉아 있었더니 고양이가 모니터 앞에서 방해를 하기 시작했다. 결국 얘 덕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을 한 잔 마시고 다시 돌아왔는데도 고양이는 계속 내 키보드를 누르며 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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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14일 화요일

루디네 가게

루디 아저씨네 가게 삼층은 베이스 가게였다.
지금 다시 가보고 싶다.
그때는 사흘 동안 매일 들러서 구경했었다.
가지고 싶던 악기를 옛 학생이 덜컥 사와서 자랑해주는 바람에 갑자기 내가 바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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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10일 금요일

계속 공연.

계속 공연, 합주연습, 공연, 레슨의 연속이다.
며칠 전 공연 리허설을 마치고 찍어뒀던 사진.
아직 비어있는 관객석과 높은 공연장 지붕과, 비어있는 무대에서 들려지는 앰프의 소리는 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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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5일 일요일

새해 첫 공연

4일과 5일 이틀간 군포 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했다. 단독 공연으로는 새해 첫 공연이었다.
하루에 스물 한 곡씩 연주했다.

군포 문화예술회관은 조용하고 아담한 소극장이었다. 좋은 분위기였고 소리도 좋게 들렸다. 공연을 마치고 난 후 기분이 개운해졌다.

단독 공연은 마쳤다. 그런데 아직 이 달에 남은 공연이 너다섯번 남았다.
열심히 달리다 보면 봄이 되어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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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3일 금요일

추운 날의 공연.

마리 끌레르 주최, 제천음악영화제 주관 이틀째 공연을 다녀왔다.
이 날은 정말 제대로 겨울답게 추웠다.
낮부터 오들오들 떨면서도 상훈씨와 미리 만나 평양냉면 한 그릇씩을 먹었다. 그 후 리허설 마칠 때 까지 계속 손시려워하며 추워했다.
세르쥬 갱즈브루와 미셀 페트루치아니에 관한 영화는 꼭 보고 싶었다. 언젠가 기회가 있을까.

트위터에서 가져온 사진.
그런데 이 날은 음향 때문에 리허설과 공연이 모두 힘들었다.
너무 자주 언급하고 있는 이야기이지만, 이것은 장비와 악기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의 능력 문제도 아니다. 다만 성의의 문제이다.
성의없는 사람이 재능만 넘쳐서 고도의 전문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 우리말도 아닌데 사전에 등재되어버린 곤조부린다, 라는 표현은 다른 어떤 한자말 표현보다 확 와닿는 말이어서 통용되고 있는 것일테다. 소위 '곤조 부리는' 사람 치고 전문가답게 일하는 새끼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이 사진은 트위터에서 가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모든 준비가 다 되어 있는 사람들은 관객이다.
무대 앞의 관객들은 전문가입네 하는 사람들보다 솔직하고 항상 영리하다.
객석에서 즐겨준 분들 덕분에 예정 시간을 과다하게 초과하여 공연을 마쳤다.

연주를 하다가 이번엔 오른쪽 손가락 끝을 모두 다쳤다. 음향이 좋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평소보다 더 세게 연주하게 되는 바람에 손톱들이 다 들려버렸다. 오늘도 최소 다섯 시간 이상 베이스를 쳐야 하고, 내일과 모레는 단독공연이다.
손가락을 낫게 하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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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1일 수요일

내가 요즘 이상했다.

우리집 막내고양이는 착하다. 잘 참고 언제나 양보한다.

나는 요즘 부쩍 더 까칠했던 것 같다. 까탈을 부리고 까다롭게 구는 것이 버릇이 되면 추해진다. 피곤을 풀지 못하며 다녔기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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