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6일 화요일

완전 어린이.

이 고양이는 거의 강아지 수준이다.
어찌나 사람을 좋아하는지 옆에 와서 등을 붙이고 눕는다. 졸졸 따라 다니거나 장난감을 물고 와서 사람 얼굴을 올려다 본다.
내가 번쩍 들어 안으면 자포자기한 표정으로 침착하려고 애쓴다. 반면, 여자가 안으면 사람 몸에 착 감겨서 그대로 떨어질 줄 모른다. 그렇다... 얘는 수컷 어린이 고양이이다.

왜 버려졌었는지, 누가 버렸던 것인지는 모른다. 다행히 우리집에서 살게 된 이후 말썽 피우는 것 없이 천진하게 놀며 잘 먹고 잘 논다. 이렇게 내 집에 맡겨진지도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입양자 심의를 까다롭게 하고 있는 아내는 선뜻 이 고양이를 데려갈 분을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

귀여움을 잔뜩 떠는 이 고양이 덕분에 원래 우리집 식구 고양이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폐쇄적이고 비타협적인 가족이다. 공간을 공유하도록 허락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막내 고양이는 이 고양이에게 자신의 '엄마'를 빼앗겼다는 기분이 드는 것인지 노상 시무룩했다.

나는 잠을 자는 시간이 부족하고 그 시기도 넉넉하지 않다. 그런데 이 놈은 늘 내가 잠들기 시작하면 다가와 손을 물고 얼굴을 밟는다. 장난을 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나는 전 보다 더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중이다. 철창 안에 가둬놓는다면 사람은 조금 편히 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불쌍한 눈빛을 보느니... 마음에 걸려 가둬두고는 또 내가 못자겠다.

이 고양이와 평생 함께 할 가족을 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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