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28일 금요일

배움.


지난 밤의 공연은 나의 못난 점들을 한데 모아 보여줬던 시간이 되고 말았다.
나는 멍청한 인간이다.
어찌 어찌 끝내고 내려왔지만 나는 울고 싶었다.

새벽에 집에 돌아와서 연주했던 것들을 다시 쳐보면서 몇 차례 녹음을 해보았다.
과연, 광석형님 말씀이 옳았다. 설명을 들었던 것을 기억하며 다시 해볼수록 정말 그러했다.
나는 모르는 것만 많고, 언제쯤 제대로 배워질 수 있는지 모르겠다.

밤을 꼬박 새웠다.
몸 안에 물기가 말라버린 기분이지만, 그래도 작은 무엇인가를 새로 얻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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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27일 목요일

자코의 이야기를 읽었다.


자코와 피터 그레이브의 이야기를 읽었다.
도쿄의 지하철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그는 악기를 케이스에 담지 않은채 들고 다닌 일이 많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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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23일 일요일

2006년 4월 22일 토요일

내 고양이, 순이.


고양이 순이.

내가 혼자 살 때에 나는 말을 하지 않고 지냈다. 외출할 일이 있어도 혼자 다니니까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누군가에게서 전화가 오면 나는 말을 더듬기도 했다. 나는 내가 하려는 말을 머리 속에서 문장으로 떠올린 다음 그것을 소리내어 읽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 집에서 내가 말을 하는 유일한 시간은 고양이를 부를 때이다. 내가, "순이야" 라고 이름을 부르면 창가에 앉아있던 순이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조금의 낭비도 없는 동작으로 나에게 다가와 덥썩 안긴다. 내가 작은 소리로 두 팔에 안겨있는 순이를 한 번 더 부르면 고양이는 주둥이를 곱게 모아 소리를 내며 대답한 뒤에 내 어깨를 앞발로 꼭 움켜쥐며 그르릉 소리를 내곤 한다.

아침 일곱시. 일어나보니 침대 곁에 순이가 없었다. 이름을 부르기 전에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러 집안을 돌아다녔는데 고양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나는 "순이야"를 반복하며 이 방 저 방으로 고양이를 찾아다니다가, 베란다 창문 블라인드 아래에서 햇빛에 비친 고양이의 실루엣을 보았다. 살금 살금 다가가 블라인드 틈을 살짝 열고 내려다 보았더니, 순이가 장난스런 눈빛을 하고 나를 올려다 보며 길게 "야-옹" 소리를 내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 사진을 찍고 끌어안아 어깨 위에 고양이를 태운채 커피를 내리러 주방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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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만 보았다.


하드디스크에 담아 두고 시간 많을때에 보려했던 비디오들.
오늘은 새벽 내내 가능한 '스탠다드'에 가까운 것들을 듣고 싶어서 감잎차를 잔뜩 끓여두고 몇 시간을 감상했다.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조 헨더슨, 스탠리 클락, 칙 코리아, 빌 에반스 트리오, 다이아나 크롤을 구경하고, 팻 메스니 트리오를 봤다.
팻 메스니의 것은 두 편의 비디오였는데, 30여년 전의 라이브와 몇 년 전의 트리오 투어였다.
맨 처음 내가 친구로부터 알게되어 Bright Size Life를 듣게 되었던 이후 벌써 15년이 흘렀는데, 팻 메스니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대단하기만 하다.

날이 새도록 대가들의 연주를 '편안히' 구경했다.
이런 비디오들을 보고 난 뒤의 나쁜점이라면, 연습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싶고... 아침운동도 다 귀찮고, 조금 우울하여 잠도 잘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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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20일 목요일

꼰대

친구사이라는 것을 어렵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 하는 일은 떼를 쓰는 것이다.

삼십여년을 알아온, 가장 오래된 친구녀석이 돼먹지 않은 꼰대로 되어지고 있는 것은 최악이었다.
무례한 언행을 일삼으면서 가책이 없고 빈약한 감각으로 남을 폄하하기를 즐기는 것을 이 나이가 되어서도 친구라며 감싸고 돌 수 없다. 그렇게 한다면 내가 더 돼먹지 않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무례함을 덮어주고 비열한 짓을 눈감아주는 것이 우정이라면 그건 똥이다.
그래서 졸지에 친구는 똥이 되고 말았다. 다음 날, 다른 밤이 되면 또 다른 이들에게 엉겨붙어 술과 고기를 먹고 도로위에 달라붙을, 그는 똥이 되었다.
술에 취해 친구의 가게 마룻바닥에 침을 배앝는 녀석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 가책도 부끄러움도 없는 것은 술을 핑계삼은 못된 응석이다. 이만하면 충분했다, 라고 생각하고 웃옷을 들고 돌아서 나왔다. 녀석은 당연히 내가 태워다줄것으로 알고 주차장 앞에서 나를 기다렸다가 뒷자리의 차문을 열으려했다.
난 돈 오천원을 주며 택시를 타라고 해주고 집에 와버렸다.


2006년 4월 19일 수요일

긴 하루.


여유롭고 편안한 공연이었다.
즐겁게 연주했다.

그런데 공연을 마치고나서 자꾸만 소용없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서 멍청한 표정으로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계속 아침에 들었던 크리스찬 맥브라이드와 리차드 보나, 빅터 베일리의 프레이즈들이 떠올라 마음을 괴롭혔다.

편안한 사람들과 어울려 음식을 먹고 잡담을 나누는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여전히 낯설긴 하지만 덜 어색하다.
적당히 맥주를 마시고 집에 돌아와 창문을 여는데 번개가 쳤다.
지금 비가 쏟아진다.
내일 민방위훈련소집은, 못가기로 했다.
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나서 하루가 길게만 느껴졌다.
술기운이 사라지기전에 이불에 머리를 파묻고 자야지.

2006년 4월 18일 화요일

얕은 진창.


공연을 하루 앞두고 공연연습을 하던 중에, 의문이 들었다.
며칠전부터 갑자기 무기력한 기분이 계속되고있다.
그것은 예고없이 걸려오는 전화 때문만도 아니고 외부에서의 기운이나 영향 때문도 아니고...
그냥, 이유없는 것이었는데... 그래서 뭐 이러다 말겠지, 했는데.
연습도중에, 도대체 왜 이렇게 '아무 기분도' 생기지 않지, 라는 의문이 들었다.

밥 잘먹고(잠은 조금 못잤지만), 비교적 좋은 컨디션으로 집을 나섰건만, 한달여만에 만나는 산울림 세션 멤버들과도 반갑게 인사했고... 그런데도 연습을 시작하기 직전까지 뭔가 의욕도 없고 기분은 자꾸 가라앉았다.
연주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라거나 내일 공연에 지장이 있다거나 할 정도는 아니지만, 좋은 기분을 관장하는 호르몬의 분비에 이상이라도 생긴 것 처럼 힘이 빠졌다.

어느 여름 비내리던 날, 혼자 목적지 없이 차를 몰고 마냥 달리다가 어느 시골길의 언덕에서 진창에 빠진 적이 있었다.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위기를 탈출하려고 애썼겠지만, 그때의 나는 모든게 귀찮고 다 성가셔서 무엇을 해볼 의욕이 없었던 시절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어떻게 해보고 싶지가 않았다.
외진 길이어서 지나다니는 차들도 없겠다, 에라, 젠장, 될대로 되라지, 하며 시동을 끄고 의자를 뒤로 젖힌채 눈을 감고 자동차 지붕에 툭툭 떨어지던 빗소리를 듣고 있었다.
잠깐 잠이 들었었는데, 너무 조용해서 눈을 뜨게 되었다.
깨어보니 비는 멎었고 이제 막 해는 지려고 하는데 하늘은 몹시 맑아서 저녁놀이 시뻘겋게 이글거렸다.
나는 오줌이 마려웠는데, 진흙탕에 내려서서 방뇨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무슨 생각이었는지 가려던 길을 향해 페달을 밟는 대신 기어를 바꿔 적당히 후진을 해봤더니 스르르 차가 움직여졌다. 비가 멎은 후 바퀴가 빠졌던 땅의 상태가 조금 좋아졌던 모양이었다. 그게 아니면 처음부터 후진을 했었으면 되었을 일이었는지도 몰랐다. 어쨌거나 상관없는 일이었다. 나는 몸을 돌려 후진을 계속해서 그 길을 빠져나왔다. 상체를 비튼채 좁은 길을 후진으로 빠져나온탓에 결국은 오래 참지 못하고 아스팔트길을 만나자마자 길옆 나무에 노상방뇨를 하고 말았지만, 그리고 조금 지저분한 얘기이긴 하지만... 그순간 내가 봤던 하늘은 맑았고 풀냄새는 싱그러웠다. 방금 비워진 방광의 느낌은 홀가분하기 그지 없었고 진창에 빠졌던 바퀴의 진흙은 바짝 말라서 발로 툭툭 치면 조금씩 떨어져나갔다. 갑자기 배도 고파졌고, '무엇이든 좋으니 뭔가를 하고 싶어졌었다.'

그런 기억을 떠올리면, 슬럼프에 빠졌다거나 할 때에, 적당히 그냥 내버려두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가지가 고단하지만 계속 연주를 하고있고 또 다른 팀들의 연습과 공연들도 기다리고 있다. 고양이는 무릎에 올라와 새근거리며 졸고... 내일 아침에는 내가 만들 엉터리 샐러드도 먹을 수 있다. 함께 어울리는 동료들도 모두 좋은 사람들뿐인데다가 약속없이 찾아가도 (최소한) 뭐라고 하지 않는 친구들도 있다.
뭐 이정도면 의욕이 없느니 기분이 어떻느니하는 것도 그냥 순간의 투정일뿐인지도...

그냥 다 내버려두고, 적당히 비워두자. 그렇게하는게 4월에 겪는 무기력증의 해법.

2006년 4월 17일 월요일

재미있게 읽었다.


지난 주에 친구가 '한 번 읽어'보라며 강제로 빌려준 책을 아직까지 가지고 있다.
재빨리 읽었고, 그 다음날 돌려주겠다고 전화했었지만 서로 바빠서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나는 남의 음반, 남의 책이 내 집에 남아있는 것이 아주 불안하다. 게다가 이 책을 빌려준 친구처럼 책을 접지도 않는 성격이어서 독서하기에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나는 책을 사면 가운데를 펼쳐 꾹 누르고, 다시 그 가운데의 가운데의 가운데...의 순서로 꽉꽉 눌러준다. 그러면 어떤 자세로든 펼쳐보기 쉽고 어느부분이라도 찾아보기 쉽다. 남의 책은, 남의 냉장고처럼 불편하다.

김애란의 소설은 재미있게 잘 읽었다. 나는 이런 식의 이야기와 화법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작가가 얼마나 어린 사람인지는 미리 설명듣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걸 그랬다. 그런 선입견이 책 읽기를 방해할까봐 싫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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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기.


생활습관을 반드시 바꿔보겠다는 생각으로, 지난 밤에 야간시장에 가서 먹을 것을 사왔다.
품목은, 파래, 물미역, 고추, 당근, 깡통참치, 양배추, 양상치, 마요네즈, 산나물, 두부,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팔도비빔면이었다.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집어든 팔도비빔면은 반드시 짝수로 샀어야 했어서 다섯개씩 들어있는 봉지를 두 개 샀다. 내가 얼마나 멍청한가하면, 집에 와서 보니 보너스로 한 개씩 더 붙어 있었다. 한 봉지만 샀어도 됐었잖어. (이런 거 있으면 며칠씩 계속 먹을지도 모르거든... -_-)

집에 돌아와 비닐 꾸러미를 내려놓았더니 언제나 그러듯이 고양이 순이가 달려와 내용물을 검사했다. 담배는 왜 샀느냐고 힐난할까봐 고양이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딴짓을 했다. (고양이가 그런 일을 하지는 않는다)



새벽은 춥다.


지난 달 부터 나더러, 왜 옷을 껴입고 다니느냐는 말을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러고보니 부쩍 추위를 타는 것일까.... 했더니, 믿거나 말거나 덕소는 서울보다 춥다. 게다가 늘 새벽에 귀가할때면 은근히 춥다. 차 안에 외투를 한 벌 준비하고 다녀야 좋다.
귀가길의 어두운 새벽말고, 일찍 잠을 깨었을때의 요즘의 새벽은 오히려 추위를 각오하고 나섰던 겨울보다 춥게 느껴진다.
그리고 요즘은 새를 구경한 적이 없다. 이 동네 새들의 우두머리는 내가 잠들었을때를 기다려 동료들을 소집, 울어대는 것 같다. 자려고하면 새 소리들이 많이 들리고, 나가보면 빈 나뭇가지들만 모르는 체 하고 서있다.

2006년 4월 15일 토요일

꽃은 시든다.


고작 열흘을 넘기고, 장미는 지려고 한다.
물도 갈아주고 자리도 바꿔줬는데 별 수 없다는듯 시들고 있다.

꽃들이 결국 질 것을 알면서도 소녀들은 꽃을 산다. 그 소녀들도 머지않아 시들테지만.
너무 짧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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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14일 금요일

음반 주문.



보나의 새 음반....이라고 하면 조금 억지스럽고, 그가 참여한 새 음반이 나왔다는 기사를 읽은지 한 달 가까이 되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연주 잘하는 최고의 베이스 연주자들이 한데 모여 자코 패스토리우스를 기념하는 빅밴드를 구성, 발표하는 두 번째 음반이다. 물론 모든 곡은 자코가 남긴 작품들. (두 번째 것이 나올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 프로젝트는 매우 의미있는 이벤트이다.)

그리고 마이크 스턴의 프랑스 라이브가 DVD로 출시되었는데, 당연히 리차드 보나가 참여하고 있었던 시기의 기록이어서, 함께 구입하고 말았다.

열흘 안에 배송된다고는 했는데, 언제 기다리나.

어린 순이.


하드 디스크의 용량이 모자라게 되어 폴더 정리를 하던 중 고양이 순이의 갓난시절 사진을 보게 됐다. 어릴때나 지금이나 상자만 보면 들어가곤 해서, 맨 처음 데려왔던 날 종이봉투안에 숨은 놈을 못찾아 땀흘렸던 생각이 났다. 그러고 보니 아주 어릴 때에도 무척 귀엽고 살가왔던 고양이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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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12일 수요일

순이와 분홍꽃.


햇볕이 따사로왔다.
순이가 아주 좋아한다.
오전에 내가 불청객 때문에 잠을 설치는 동안, 고양이 순이는 꽃을 희롱하며 햇빛을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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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11일 화요일

봄.


따뜻하다. 봄이 왔다.
많은 일들에 고마와하고 어떤 것들은 기쁘게 여기고 있다.
그래도 참 나쁜 사월이다.

몇 달만에 친구를 만났다.
이야기를 나누고 술을 얻어마셨다.


2006년 4월 10일 월요일

고양이 순이에게 미안하다.


순이에게 맨날 미안하다.
혼자 집을 보게 하고, 집에 돌아오면 나는 피곤하여 쓰러져 잠들기 바빴다.
잠결에 고양이가 혼자 뛰어 다니며 노는 소리를 들었다.
자주 놀아줘야지. 내가 그거라도 해줘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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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9일 일요일

순이와 꽃.


짧게 나누어 잠을 자고 있다.
자다가 또 잠깐 깨었을 때 킁킁거리는 소리와 톡톡거리는 소리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보았다.
불을 켜고 조용히 방을 나섰더니, 고양이 순이가 꽃이랑 놀고 있었다.
분홍장미 한 송이를 식탁 위에 앉혀둔 뒤로 심심하면 저렇게 하고 놀고 있다.
나는 순이를 들어올려 품에 안고 집안을 몇 바퀴 돌아다니며 쓰다듬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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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 Botti


'크리스 보티 따위를 재즈랍시고...'라고 하는 글을 보았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음악을 많이 듣다가 보면, 쟝르와 스타일을 칼로 자르듯 나누는 일이 의미가 없다.

그리고 사실 재즈면 어떻고 또 아니면 뭐 어떤가. 음악은 아름답고 좋으면 그만이다.

이 음반, To Love Again 은 아주 좋은 재즈음악이다.
크리스 보티는 여러 가수들의 사이드맨으로 활동을 했다. 이 음반에는 참여해준 가수들이 많다. 스팅, 스티븐 타일러, Renee Ousted, Jill Scott, 피아노와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Paula Cole 들이 한 곡씩 노래하고 있다.
참여한 가수들은 자신의 색깔을 덜 드러내며 크리스 보티의 트럼펫과 조화를 이뤘다. 그래서 전체적인 음반의 느낌이 들쭉날쭉하지 않게 들린다. 편곡은 몹시 깔끔하다.

크리스 보티도 벌써 마흔을 훌쩍 넘었다. 키 크고 미남이며 옷 잘 입는 이태리 나팔수였던 시절의 그를 생각하면 이런 사람은 나이를 들며 더 멋있어질 것 같다.
그의 연주는 세련되었지만 지나치게 튀는 법이 없다. 힘이 있고 따스하다.

이 음반은 팝가수들을 초대하여 재즈 스탠다드 곡들을 부르게 해준 것도 좋았지만 연주와 곡의 해석이 균형이 잘 잡혀 있는 기분이었다. 아마 재즈를 막 듣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추천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크리스 보티 자신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크리스 보티의 음반이 케니지의 것과 진열대 위에 나란히 놓여 있는 것을 보면, 레코드점의 지배인이 크리스 보티를 모욕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재즈면 어떻고... 아니면 뭐 어떤가 싶기도 하고.

다음 달에 크리스 보티의 공연이 있다. 시간이 나면 가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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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6일 목요일

꽃과 고양이.


생일에 꽃을 선물 받았다.
적당한 곳이 없어서 화분에 있는 다른 식물 곁에 앉혀뒀다.
꽃병이 어딘가 더 있을텐데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고양이 순이는 꽃을 맴돌다 그 곁에서 졸다가 깨다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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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5일 수요일

내 사진.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나더러 어딘가 밝아졌다는 인사를 해줬다.
처음에는 좋은 말인가 보다, 했다. 잘 생각해보니 혹시 머리숱이 더 없어져서 얼굴의 명도가 올라갔다는 이야기는 아니었을까 하여 우울해했다.

감정은 예민한데 반하여 신경이 둔하기 때문에 조울증 같은 것을 겪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봤다. 신경이 둔하여 뇌까지 영향을 못 미친다고 하는...

멀리서 찍혔던 사진들 중에 한 장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올려둔다. 웃고는 있는데 어쩐지 북한식당에서 파는 만두처럼 보인다. 찡그리고 다닐 때엔 터져버린 만두였을테니 이 편이 조금 낫겠지.



2006년 4월 3일 월요일

화분.


화분을 들여다 놓았더니 고양이 순이가 갑자기 꼬리를 반듯 세운채로 다가왔다.
원래 알고 지냈던 사이인 것 처럼 화분을 데리고 너무 잘 놀고 있었다.
기분이 좋았는지 소리도 질렀다.
오전에 내가 짐을 챙겨 나갈 때 까지 한참 동안 순이는 화분과 함께 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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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2일 일요일

추모비.


지하철에서 내려 뮤지엄역을 나서자마자 넓은 광장의 가운데에서 추모비를 보았다.
바츨라프광장에 있는 조그만 비석이었다.
나는 나이든 여자 한 분이 비석 위에 꽃을 놓아두고 떠나는 모습을 보았다.
그 여자는 너무 느리게 걷고 있어서 어슬렁거리는 광장의 야경 속으로 어느 순간 스르륵 사라질 것 처럼 보였다.

옛 소련이 프라하의 봄 주동자들을 탄압하는 것에 항의하여 1969년에 분신을 했던 얀 팔라흐와 그의 동료를 추모하고 있는 비석이라고 했다.
이곳에는 내가 며칠 동안 지나다니며 볼 때 마다 언제나 새로운 꽃들이 놓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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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팠다.


평소보다 운동량이 많았던 탓이었는지, 쉽게 배가 고파졌었다.

광장에서.



증명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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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1일 토요일

쓰레기통.


Cesky Klumlov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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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클럽에 갔었다.


미리 검색을 하여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갔었는데, 다 소용이 없었다.
결국은 현지의 주소체계를 빨리 파악하는 것과 지도를 바르게 보는 방법 뿐이었다.
연주했던 밴드의 음악은 훌륭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장소만큼은 정말 좋았다.
그날 연주했던 사람들의 무대환경은 지금 서울의 음악인들에 비하면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이 도시의 다양한 모든 클럽들을 다 구경해보고 싶었다. 그럴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

프라하를 떠나오던 날에는 다른 장소에서 마이크 스턴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다. 포스터만 보았을 뿐 공연을 볼 수 없었다. 체코어로 되어있는 팜플렛에서 마이크 스턴의 이력을 소개하는 듯한 내용이 있었는데 그곳에 리차드 보나의 이름이 보였다. 나는 그가 함께 방문하는 줄 알았다.

클럽의 CD 판매대에서 몹시 친절하게 대해줬던 직원이 기억난다.
음악을 많이 아는 젊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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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위에서.


까를교 위에서 뉴올리언즈 스타일의 연주를 하던 쿼텟을 구경했다.
모두들 연주가 능숙했다.
긴 다리의 중간에 잠깐 서서 음악을 듣고 있는 기분이 제법 좋았다.
그리고, 이곳 사람들은 참 담배를 많이 피운다는 것을 새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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