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31일 목요일

21세기가 되었다.


이천 십년이 되었으니 이제 비로소 21세기의 초입이라고 해줘도 될 것 같다. 21세기가 반갑다.
죽음이라는 것이 나중에 언젠가 다가오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와 모든 것이 멈춰질 수도 있다. 그러니까 내년에도 내가 반드시 존재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행복해지며 살기에도 바쁘다. 시간이 없다. 음악을 들으며 행복해하고 연주하며 즐거워하고 할 수 있을 때 먹고 피우고 마시고 수다를 떠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나쁜 사람들과 밀치고 당기며 보내는 시간도 아깝다. 그럴 틈이 어디에 있나. 사랑하고 웃으며 지내기에도 모자라다. 웃지 못하게 하고 행복해지기 어렵게 하는 사람들과는 으르렁거릴 수 밖에 없겠지만 새해에는 좀 더 신나게 살아보고 싶어졌다.


혼자 해보는 상상이지만 어쩌다가 한번쯤은 공연의 마지막 곡 엔딩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기분이 좋아서 이 음악이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던가, 아직 여력이 있으니 조금 더 연주하고 싶다던가 할 때가 있다.
그렇지만 마쳐야하는 순간은 다가오기 마련이고 종결이란 반드시 후련해야 한다.
21세기를 즐겁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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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끝났다.


리허설하고 있는 동안 아내가 찍었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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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27일 일요일

아이폰


아이폰을 손에 쥔 것이 몇 주 되었다. 그동안 악기연습은 하지 않고 아이폰 타이핑 속도만 빨라져버렸다. 허비행콕 아저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버젼트랙커에서 새 애플리케이션을 확인하고 투어 중에 호텔 로비에서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그런 분들은 굳이 연습을 매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겠지.

내일부터 나흘 동안은 합주와 공연들이 예정되어있다. 매일 연습하지 않으면 금세 초보가 되어버리는데 그동안 연습이 부족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구형 도시락 아이팟은 60기가의 음악들을 담은채 자동차 대쉬보드에 매달려 작동해주고 있다. 탈옥시킨 아이팟 터치는 무거운 문서와 파일들을 처리해주고 있다. 손에 들고 다니는 것이 많다보니 멜빵이라도 사서 주렁 주렁 꽂고 다니면 어떨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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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26일 토요일

토라진 고양이.


사춘기 정도는 지났을 고양이가 부쩍 심심해하고 토라지기를 잘한다. 집안의 다른 고양이들을 괴롭히고 심술도 부리고 있다.
고양이는 독립적인 녀석들입네 평화롭고 온순한 존재입네 하는 분들이 있던데 그것, 틀렸다. 사람이 잠시 안보이면 소리내어 불러대고 사사건건 참견하고 변덕 심하고 까탈스럽고 힘들게 비위를 맞춰줘도 알 수 없는 이유로 토라진다.
시샘은 뭐 그리 많은지.
아마도 고양이 꼬맹이가 지금 삐쳐있는 이유는 아내가 요즘 막내 고양이를 편애하고있기 때문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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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24일 목요일

따스한 곳이 필요해


며칠만에 덜 추운 날씨. 어른 고양이가 어슬렁거리며 집안을 산책하며 다녔다.
추워지면 따스한 곳을 찾아 자리를 잡고 앉는다. 집안의 고양이들에게 아내는 핀잔을 줬다. 거리의 동물들을 생각해보렴, 너희들은 불평하면 안돼.

거리의 고양이들에게도 힘든 겨울이겠지만 거리의 사람들에게도 가혹한 계절이 겨울이다. 벌써 용산에서의 살인사건이 일 년이 다 되어간다. 혹독한 시절을 남보다 더 견뎌내어야 하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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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23일 수요일

눈을 잔뜩 맞았다


지난 20일, 아침 일찍 군산 비응항을 향해 출발했다.
그 곳에 폭설이 내리고 있었다. 도로는 얼어붙고 함박눈은 멈출줄 모르고 내렸다.
나는 아내와 아내의 친구를 차에 태우고 있었다. 옆자리와 뒷자리에서 그들은 무척 신이 나있었다.
내 자동차에는 네비게이션이 없다. 눈으로 모든 것이 가려져서 그만 엉뚱한 길로 들어서고 말았는데, 아이폰의 GPS 덕분에 우회도로를 찾을 수 있었다.


위험한 눈길을 잘도 찾아가 약속장소에 도착하여 겨우 밥 한 공기를 먹었다.
도착한지 두어 시간 지나서 바다 위에 가늘게 햇빛도 살짝 보이고 눈도 그쳤다.
오늘 일은 공연이 아니라 무슨 촬영이었는데.... 그분들의 생각은 저 빨간 등대 앞에 악기를 차려놓고 연주하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퍼붓는 눈을 맞으면서 말이다.


결국 장소를 옮겨 부근의 다른 곳에서 촬영을 시작했다.
그럴 줄 알았지만 연주가 시작될 쯤 잠깐 비치던 햇빛은 다시 놀러가고 눈발과 바닷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해가 지기 시작하는 겨울바닷가는 매섭게 추웠다.
나는 결국 왼손에 장갑을 낀 채로 연주했다.
아무도 실수하는 사람이 없어서 짧은 시간에 촬영을 마쳤다.
마치자 마자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겨울밤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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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14일 월요일

아이폰


JK형은 지난 가을에 일찌감치 언락 아이폰을 사서 전파인증을 받아 쓰고 계시는 중이고, 하루가 멀다하고 주변의 친구들은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내거나 만나면 꺼내어서 보여준다. ‘아이폰, 안 사냐’라고 하면서.

애플의 뉴튼, 그리고 Palm시리즈를 사서, 기껏해야 최후에는 리모트 콘트롤러로나 쓰게 되던 시절이 있었다. 뉴튼은 철 지난 후에 중고로 샀다가 구입한 가격에 팔았었고... Palm시리즈는 몇 개를 썼던 것 같다. 디오텍에서 구입했던 한글 키보드, 사전들도 참 여러개... 착실하게 업그레이드도 했었다. ( 옛 이야기 보기 )

겨우 PDA 시절에도 기계에 집착했었던 내가, 이제야 비로소 정식발매되었다는 아이폰을 안 살 수 있겠나. 다만 올해 안에 ‘정발’은 글렀다고 판단, 지난 여름에 덜컥 삼성의 전화기를 사버린 것이 패착이었다.

아내와 나는 맥 오에스만 사용하는 사람들이고, 심지어 Moblie Me마저 충직하게 매년 결제해주는 인간들인데... 정작 누구보다도 기다려온 아이폰을 아직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일 년 동안 거의 방전 상태로 바닥에 누워있던 애꿎은 아이팟 터치를 조물락 거리며 주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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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13일 일요일

어째서 그렇게 나이들까

배우 이순재 아저씨가 영화홍보중에 그랬단다. ‘표준말을 쓰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이다. 대단한거다. 발상도 그렇지만 세상을 보는 시선의 수준도.

딴지일보 기사 보기

이 기사와 영상을 보고 그냥 우습지만은 않았다.
어느 나이 지긋하신 노배우가 ‘아무쪼록 혀를 날름거리지 않는 이가 대통령으로 뽑히길 바란다’라고 말해준다면 오히려 근사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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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20일 금요일

떠있는 고양이들

고양이 이지가 떠있다.

고양이 꼼이 떠있다.

떠있는 고양이 이지를 꼼이 보았다.

심야. 아내로부터 사진 몇 장을 받았는데, 고양이들이 공중에 뜬 채로 놀고 있었다.
그냥 높이 뛰었던 순간에 사진을 찍은 것일 뿐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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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16일 월요일

장난꾸러기

장난하고 놀고 싶어서 졸리운데도 잠을 이기려 애쓰는 막내 고양이.
엄청나게 먹고 뛰어놀면서 그 사이 무럭 무럭 자라줬다. 아프지 않고 매일을 즐거워하며 살아주니 고맙기만 하다. 조급한 성격에 활기찬 기운을 가진 것 까지는 예쁘고 좋은데... 무엇 때문인지 걸음걸이도 미숙하고 고양이라고 하기엔 실수가 많은 것이 걱정이다.
이 막내 노랑이는 제식훈련에서 애를 먹이는 훈련병처럼 오른손과 오른발이 동시에 전진하기 일쑤여서 어딘가 어색하고 비틀거릴 때가 많다. 그 이유는 알 수가 없지만 너무 신이나서 빠르게 걸어갈 때엔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우스워 죽겠다. 그러나 위험해보일 지경이다.

집안의 어른 고양이 녀석들은 소리도 없이 뛰어 오르거나 뛰어 내리고, 아주 좁은 통로를 지나거나 높은 곳에서 묘기를 부리듯 이동할 때에도 실수가 없다. 그런데 얘는 걸핏하면 지나가다 부딪히고, 늘 뭔가를 떨어뜨리거나 넘어뜨리고, 가구와 가구 사이에 발을 헛디뎌 빠져버리거나 굴러 떨어지고 있어서 걱정이었다. 고양이로서의 기본이라고 한다는 안전한 착지도 할 줄을 모른다.
그런 녀석이 조금 크더니, 요즘은 제법 고양이처럼 놀곤 한다. 언니 고양이들과 뛰어 놀면서 배운 것이 틀림없다. 예를 들면 엉겨붙어서 구르며 놀 때에는 꼬맹이의 동작과 똑같다거나, 높은 곳을 올라가는 방법은 순이의 몸짓을 흉내내거나 한다.
걸음걸이는 처음에, 누구에게 배웠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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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5일 목요일

공연 후기



기록해두지 않으면 자주 잊어버린다.
우리 밴드만의 단독공연이었어서 많은 것을 욕심내기로 했었다. 다른 공연에서는 쉽게 요청하지 못했던 악기들도 빌려왔다. 가능한 마음껏 소리내려고 작정을 했었다.

공연장의 크기에 맞는 앰프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했다... 엔지니어가 해줘야할 일은 그분에게만 따로 있는 것이고, 밴드의 무대 사운드가 완벽하게 감압을 조절하고 있지 못했다. 다섯 번 공연하면서 다섯 번 사운드 리허설을 해댔으니, 아직도 이 밴드에겐 사운드에 관한 매뉴얼이 정립되지 않은 셈이었다. 관객이 어떻게 들었는지, 어떻게 구경하고 돌아갔는지는 나중의 문제이다. 내가 만족스럽지 않은데 객석에 앉은 사람들이 신나든 불평을 하든 무슨 상관인가. 
공연의 질이 나빴다. 매우 아쉬웠다.

엘릭서라는 상표의 베이스 줄은, 한 마디로 못쓰는 줄이었다. 여름을 지나면서 스트링 비용이 너무 많이 지출되어버렸던 탓에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덜컥 두 세트나 사버렸었는데, 공연 이틀째에 다 끊어버리고 DR과 다다리오로 교환했다. 정전기가 심하여 심지어 앰프와 D.I.를 통해 스피커에 심각한 잡음을 내기도 했고, 연주 도중 잠시 페달보드의 이펙터를 만지다가 약한 감전을 느끼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답답한 소리.... 못쓰겠더라. 두 번 생각하지 않고 툭툭 다 끊어서 버리고 대기실에서 원래 사용하던 스트링으로 갈았다. 결국 십여만원을 며칠 사이에 낭비해버린 셈이 되었다.
Radial의 D.I.는 결코 나쁘지 않았다. 그 물건의 종류가 세 가지나 되는지도 몰랐다. 어처구니없게도 베이스 줄을 갈았더니 원래대로의(혹은 원래대로라고 여겨지는) 소리가 나왔다. (모든 것을 베이스줄을 탓하기로 마음먹었다.)

세 개의 악기를 썼는데 악기마다 페달보드의 세팅이 달라져야했다. 이펙터를 밟아대느라 발끝이 바빴다. 컴프레서는 거의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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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2일 월요일

닷새 공연을 마쳤다.


닷새 동안의 음반발매기념공연을 마쳤다.
공연을 마쳤던 날 밖으로 나왔더니 갑자기 겨울 냄새가 났다.
연주하는 일은 나에게 일이지만 일이 아니기도 하다. 어쩌면 제일 좋은 휴식일지도 모른다.
꽤 많은 공연을 해왔던 한 해였는데 욕심같아서는 매주 닷새 엿새 공연을 하여도 좋겠다.
월요일, 다시 일을 시작하는 한 주가 되었다. 밀려있는 레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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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30일 금요일

계속 공연중이다.


스페이스 공감의 백피디님이 정말 친절하게 편집해주셨다.
화면으로 그날의 연주를 들었더니 부끄러웠다. 호기만 부리고 건방을 떨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Radial에서 만든 D.I. Box는 아무래도 영 이상하다. 값도 비싸던데 왜 이상할까. 전달되어야할 소리를 자꾸 감춰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앰프 캐비넷에 별도로 마이크를 설치해줘서 고마왔다. D.I.의 선택도 엔지니어분의 의도와 생각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이번 공연엔 원래의 내 방법대로 필터류를 맨 앞에, 콤프와 시그널 부스터 등등을 거쳐서 퍼즈를 맨 뒤에 뒀다. 베이스용 머프가 조용하고 부드러워서 듣기에 괜찮은 듯 했다.
공연이 많고 레슨을 하느라 쉬지 못하는 생활이 힘들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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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29일 목요일

가을


월요일, 이번 공연의 마지막 연습을 마치고 나왔더니 주차장에 가득 은행잎이 물들어 있었다.
차창에 수북히 쌓여있는 은행잎을 그대로 묻힌채 도로를 달렸다.

며칠 동안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집에 돌아와 뉴스를 읽느라 몇 시간을 보냈다.
재보선 선거. 양산은 그렇다치고, 나와 관련이 없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꼭 있는 것도 아닌, 강릉은 뭔가 싶었다.
두환이와 태우들의 사진을 자랑스럽다며 붙여놓았다는 대구공고의 교사들은 또 뭔가.
강릉은 가망이 없는 고장인 것일까.

좋은 말, 좋은 생각, 가능하면 불만보다는 자족하기로 마음 먹어도 늘 눈에 보이고 밟히는 것들이 많기만 하다.
감기 걸리면 정말 큰일이라고 생각하여 신체리듬 어지럽히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스타킹 재질로 되어있는 의상을 입어야했다.
두 시간 동안 흘린 땀을 배출도 흡수도 하지 않는 옷 때문에 찬바람이 들었다. 결국 감기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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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28일 수요일

고양이들이 뛰어 놀았다.


아내가 고양이들과 놀아주면 고양이들은 높이뛰기를 한다.


키 차이가 많이 나는 꼼과 이지는 서로의 얼굴을 살피기도 하면서 즐거워했다.


장난하기 좋아하고 놀고싶어서 언제나 안달이었던 꼼과 함께 놀아주는 상대는 언제나 이지이다. 막내 고양이 이지 덕분에 꼼이 더 많이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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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24일 토요일

Thank You, Bona


지난 초여름에 리차드 보나의 새 음반이 나온다는 소식을 보았다.  심지어 음반 발매기념 투어가 시작되었다며 스케줄이 공개되어있었다. 그러나 음반을 팔고 있는 곳은 없었다.
지난 달이 되어서야 아마존에 출시일자가 표시되기 시작했다.
지난 주 수요일 음반 발매, 이번에도 일본 아마존을 통해 주문했다.
그저께 주문했는데 오늘 낮에 도착했다.

좋다. 무척 좋다.
이 사람은 걸어다니는 음악 자체라고 생각했다.
이번엔 대부분의 곡에서 이런 악기들을 연주했다. 기타, 베이스, 만돌린, 콘트라베이스, 키보드, 모든 타악기, 그리고 드럼까지. 참여해준 다른 연주자들에 대한 아름다운 감사의 말도 인상적이다.
좋은 음악 덕분에 행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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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글로 적어두려 하다가, 엔지니어의 세계에 대하여는 그다지 아는 것이 없어서 이 글에 붙여 둔다...

마이클 브렉커의 유작이 되어버린 Pilgrimage, Pat Metheny와 Brad Mehldau의 듀엣 음반, Metheny & Mehldau Quartet, Pat Metheny Trio의 Day Trip 음반에서 보았던 엔지니어 강효민씨가 이 음반의 믹싱에 참여하고 있다. 이 분은 뉴욕의 Legacy 스튜디오에 계신 분으로, 언젠가 신문작가 기자  한 사람이 그래미가 어떻고 하면서 소개를 했었던 것이 기억난다. (그래미상, 대단한거다. 그러나 사람들의 판단 기준이란 고작 수상 여부일뿐이다. 아니면 비욘세나 요요마를 언급하거나.)
검색해보니 Legacy 스튜디오의 하우스 엔지니어로서 이 분의 이름을 구경할 수 있는 음반과 영화, 뮤지컬은 정말 꽤 많았다. 역시 업무상의 일이므로 고되기도 하고 바쁘기도 하시겠지만... 그 훌륭한 음악들의 날 것 상태를 콘솔 앞에서 매만지시다니, 부럽다고 생각했다.

요즘 뉴욕에서 녹음되는, 좋은 음악들의 믹싱과 마스터링은 대충 Legacy 스튜디오와 Sterling 스튜디오에서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음반 The Ten Shades of Blues는 뉴욕과 인도의 녹음실에서 녹음했고, 믹싱과 마스터링은 위의 순서로 했다. 마스터링은 그렉 칼비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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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20일 화요일

털과의 전쟁



고양이 네 마리와 즐겁게 살고 있다.
고양이 네 마리의 털과 함께 전쟁을 벌이며 살고 있다.


컴퓨터가 최근에 점점 더 심하게 발열하고 팬에서 기이한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결국 맥북을 열어서 청소를 했다. 이렇게 청소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드라이버로 나사 몇 십 개만 풀어주면 되는 일이었다. 해보니 정말 귀찮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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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19일 월요일

막내 노랑이


먹성 좋고 잘 놀고, 무럭무럭 잘 크고 있는 막내 고양이 이지.
건강하게 자라면서 표정과 생김새도 변했다.
아프지 말고 매일 즐겁게 살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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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합주 연습 중에 촬영을 당했다.
월말의 공연을 연습하던 중이었다.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서 이제 월말 공연 전까지 연습은 단 한 번 남았다.
그것만으로 공연이 잘 될 것인지 약간 조마조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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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18일 일요일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연했다.
디자이너가 제공해주신 옷을 입었었다.
리프트로 밀어 올려 고정되는 밴드의 연주 자리는 심하게 흔들렸다. 이러다가 무대가 무너지고 뭔가 사고가 날 것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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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16일 금요일

가을 하늘


하늘만 푸르르다.
다른 것들은 죄다 누렇게 떠버렸는데, 하늘만 파랗게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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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허설 사진


방송 리허설 중이었다.
미니 사이즈의 모니터 스피커를 가리키며 귀엽게 보인다는 잡담을 하고 있었다.
어차피 D.I. 로 연결하여 앰프의 사운드는 녹음도 되지 않을 것이면 굳이 왜 앰프를 렌탈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보다는, 베이스의 음색이 D.I.로 녹음되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보편화되어버린 것이 더 이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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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갑자기 연락을 받고 급한 사정이 생긴 연주자 대신에 대리 연주를 하러 가게 되었다. 절묘하게 시간이 맞춰져서 약속시간을 지킬 수 있었다. 우연히도 몇 주 전 건너편 건물 2층에서 그 클럽을 쳐다보며 궁금하군, 한 번 가봐야겠네,라고 했던 장소가 그곳이었다. 연주하는 무대가 창가였는데 아득히 옛 이야기가 되어버린 오래전 이태원, 강변들의 클럽이 생각났다. 익숙한 곡들, 세월이 흘렀어도 그다지 발전이 없는 라이브 클럽의 모양새... 연주하면서 창밖의 풍경을 구경하다가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흔드는 발끝도 보다가... 이렇게 긴장감 없는 것은 곤란하다는 투정도 해보다가.
낯선 장소이지만 졸업한 학교라든가 살았던 동네에 다시 와본듯 친숙했다. 끝없이 스윙하며 밤 새워도 좋다고 생각했다.

벽에 싼값에 박제되어있는 유명한 연주자들의 이름을 하나씩 기억해보면서, 쉬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맨날 쉬는 날이 필요하다며 투덜거렸던 주제에. 아무렴, 쉴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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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15일 목요일

책과 음악


자주 잊으며 살지만, 책과 음악은 언제나 나를 도와줬다.
한 번 읽고 통찰할만한 두뇌가 되지 못하는 대신에 같은 책을 몇 번이나 다시 읽어도 지루해하지 않는 미련함을 지닌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기차를 타는 덕분에 운전을 하지 않으며 이동하는 시간은 꿀맛이다. 아득히 옛일처럼 여겨지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책장 넘기기. 대구를 지날 무렵이던가... 랜덤으로 플레이해놓았던 아이팟에서 오넷 콜맨에 이어 팻 메스니의 80/81, 그리고 다시 Song X의 음악이 우연히 연결되었던 것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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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11일 일요일

스튜디오에서


나는 늘 불평하고 있어서 그곳에 종사하는 분들이 싫어할 것 같다.
그러나 방송이라는 것은 이런 것으로 나는 생각하고 있다.
치밀한 준비 대신에 효율성 극대화, 작가정신 대신에 제품양산 정신으로 일하는 분들이 사이좋게 출퇴근하는 곳. 그러나 결국 효율성도 없고 적절한 제품을 생산하는데에도 벅차하는 곳. 그리고 절대로 제대로 일하지는 않는 회사.
그런 그들의 자긍심은 어디에서 나오는걸까. 바지춤에 매단 사원출입증인걸까, 구내식당 식권인걸까.

뭐 그건 그거고... 어떤 종류라고 해도 스튜디오라는 공간은 기분좋은 곳이다. 그렇게 천장이 높은 곳에서 정기적으로 음악을 연주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게 생겨날 가능성은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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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10일 토요일

부산에서.


이 도시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었다.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인지 지난번 제천의 영화제에서도 좋은 영화들이 가득했는데 한 편도 보지 못하고 돌아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이긴 했다. 전날 공연을 마치고 새벽부터 일어나 기차에 몸을 실었다. 부산에 도착하여 리허설을 마치고 몇 시간 후에 공연을 했다. 연주를 마치자마자 다시 기차를 타고 정신없이 집으로 돌아왔더니 새벽 두 시였다.

바람이 불고 기온이 떨어져서 낮부터 추웠었다. 가슴 파인 옷을 입고 공들여 화장을 하고 입장하는 여배우들을 기다리던 사진 기자들은 그들의 가슴을 촬영하느라 큰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바닷가에 정박한 요트의 돛대들이 맥주 한 병씩 들고 몸을 흔드는 사람들처럼 서로 엇갈리며 허공에 출렁이고 있었다. 무너지거나 주저앉거나, 어쩌면 공중으로 튕겨져 올라갈지도 모르는 부실한 이동식 무대 위에 세 개의 앰프와 캐비넷과 드럼셋트와 건반악기가 올려져있었다. 그 위에 우리들 네 명이 악기를 들고 올라갔더니 무대가 기울어져버렸다. 우리들은 바닷가의 요트들 처럼 출렁거렸다. 항구도시 부산을 잘 표현한 라이브 무대 시설이었다.
준비했던 곡들이 너무 잔잔하여 아름답고 규모가 큰 영화제에 잘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공연 전에 좀 더 흥겹고 센 곡으로 바꾸면 어떨까 의논했었다. 그랬었다면 정말 사고가 날 뻔 했다. 비틀거리던 무대가 무너지고 우리는 추락했을 것이었다.
뒤이어 뛰어나오는 여자아이들의 무대는 앞쪽이어서 안전하기도 했고, 아마도 그들의 체중이 많이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안심하고 뛰며 춤을 출 수 있었을 것이었다. 체중감량은 생존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레모니를 지루해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누가 말을 하고 있거나 누가 노래를 하고 있거나간에 화면에는 배우들의 얼굴을 띄워놓고 있었다. 이런 저런 인사들이 얼굴도장을 찍고 할 일을 하러 떠날 수 있도록 불꽃놀이를 핑계로 조명도 꺼주는 배려심. 하루 종일 고생했을 자원봉사자들은 청소를 하느라 애먹었을 것 같았다. 내년에는 휴지통이라도 좀 사다 놓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시간을 내어 영화제 구경 좀 하러 다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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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공감 녹화

밴드의 멤버들은 각자, 이 밴드의 활동을 통해 자신의 인생에서 독특한 경험을 하고 있다.
두 번 다시 '밴드'는 하지 않겠다고 했던 나는 어느새 하루중 대부분을 이 밴드의 일에 관한 생각에 골몰하고 있고... 나와 똑같은 말을 했던 다른 한 사람도 나처럼 밴드의 일정을 위해 자신의 사생활을 내어놓았다.
음악적인 일과 음악 이전의 삶에 대한 일들은 아무리 오래 배워도 끝이 없다.

원테이크니 뭐니를 가지고 질문을 받기도 하지만, 그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동시에 합주하며 녹음하는 것이란 새로운 것도 아니고 획기적인 방법도 아니다. 나중에는 각자 부스에 들어가 앉아서 더빙을 수백번하며 녹음해야 더 좋은 곡이 생길지도 모르는 것인데... 어쨌든 방식과 수법의 문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어떤 음악은 지금 우리들의 작업처럼 스냅사진을 찍듯이 녹음하는 것이 좋은 것이고, 또 다른 경우엔 외과수술 하듯이 정교하고 완벽하게 꾸며져야 좋은 음악도 있는 거다. 스냅사진을 찍거나 외과수술을 하거나간에, 어쨌든 완벽한 것은 없다. 너무 완벽해서 불완전하고 불편한 음악도 많다. 비워두는 것이 더 아름다울 때도 있는 것이고.

사람을 사랑하듯, 음악을 들으며 좋다고 말할 때엔 뭐라고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순수한 태도일 경우가 많다. 좋은 사운드가 무엇인지를 데시벨과 음압의 수치로 가르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왜 그를 사랑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려고 시작할 때에 이미 사랑과 별개의 것을 끌어와 이유로 삼게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설령 이유가 있더라도 그것을 핑계삼지 말자. 아무리 얼룩이 묻고 주름이 늘었어도 음악 앞에서의 태도만큼은 단정해지면 좋겠다. 연애도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좋은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는 느낌으로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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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8일 목요일

공감 공연


상암동의 공연때에 도로에 차가 막혀서 그만 리허설 시간에 맞춰 공연장에 도착하지 못했었다.
이제 절대로 그런 일은 없게 하겠다며 작정하고 약속시간 세 시간 전에 집을 나섰더니, 약속시간 두 시간 전에 도착해버렸다. 이런 날에는 도로도 막히지 않는다.
커피 두 잔 마시고, 담배 피우고 바람냄새도 맡고, 건물옆 볕이 드는 길목에서 햇볕쬐던 고양이도 쳐다보았다.

이틀간 이어질 이번 공연은 음반의 곡들을 순서대로 연주하는 내용이 되어버렸다.
녹화되어 방송되어질 때에 몇 곡은 걸러지거나 하겠지만.
음반 녹음 이후에 이것 저것 궁리를 해보았던 이펙터 세팅으로 연주하기로 했다.
POG와 두 개의 옥타브 이펙터를 섞어서 빈번하게 조합을 바꾸며 연주했다. 어떤 소리로 기록이 될지 궁금하다.
퍼즈는 베이스용 빅머프를 썼다.
악기는 Moollon과 Fender Jazz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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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5일 월요일

급했던 상황


지난 달 24일의 일.

정식 공연 무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연달아 음악을 연주하고 있던 시간.
분명히 공연 직전 볼일을 보고 시작했는데... 두 곡이 끝나고 나니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졌었다.
처음엔 그냥 참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목이 말라 물을 몇 모금 마셨더니 그때부터 급속도로 내장의 일부가 팽창하는 느낌이 밀려왔다.
적절한 때를 기다려 조용하고 느린 몸짓으로 악기를 내려놓고 무대를 빠져나와 허겁지겁 뛰어서 화장실로 뛰어갔다. 갈등과 번민을 해소하고...

다시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점잖은체 하며 무대로 올라갈 수 있었다.
얼마나 편안해졌는지 그 후의 연주는 평소보다 잘 되어진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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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4일 일요일

틈이 없는 생활


시월의 일정표를 펴두고 퍼즐게임 하듯이 시간표를 짜고 있기를 며칠째.
밴드의 일정들이 많은 달에는 매일 해야하는 일들을 이리 저리 미루고 당겨 시간을 맞춰야한다.
이 달의 경우엔 어차피 모든 곳의 일정을 균형있게 짜맞추기는 틀렸다.
좋지 않은 머리를 아무리 굴려도 어느쪽에는 미안하게 되어있다.
빈둥거리며 놀 수 있는 하루를 더 벌고 싶어서가 아니라, 휴식없이 밀리며 다니다가 성의없이 대충 지나가버리는 어떤 날을 만들게 될까봐 걱정하고 있다. 내 능력이란 것이 한 달을 꾹꾹 채워가며 모든 일을 다 잘해내기엔 모자라기 때문이다. 나라는 인간은 원래 방구석에서 뭉기적 거리다가 가끔씩 외출하는 밤이 생기면 좋은 게으름뱅이 아니었던가. 적성이라면 그쪽이 맞을 것이다.
열심히 계산하여 보아도 (사실은 계산도 제대로 하지 못하지만) 결국 약속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줄여버리고 있다. 지키지 못한 약속을 보상하겠다며 다음달의 달력을 펴면 새로운 퍼즐게임의 연속인 생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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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30일 수요일

어린 고양이들.


유령 고양이를 촬영했다.
사실은, 소파 밑에 숨었다가 억지로 빠져나오고 있는 꼬맹이를 찍었다. 아마도 자신의 몸집이 얼마나 커졌는지 가늠해보려 했던 것 같았다.


여름에 큰 병을 다 이겨내고 다시 건강하게 지내주고 있는 두 고양이들. 막내 녀석은 심각한 말썽꾼이 되었다. 화분을 깨고 풀을 뽑아 놓고, 쓰레기통을 엎고 아무거나 물어 뜯어놓았다. 어른 고양이들의 으름장도 점점 통하지 않게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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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21일 월요일

함께 노는 고양이들





고양이들이 즐겁게 놀고 있었다.
놀고 있는 것을 보니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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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15일 화요일

가을을 맞는 고양이들


신선한 바람이 부는 것 같더니 아침 저녁으로는 춥기까지 하다.
이 동네에는 봄 가을이 짧다. 곧 겨울이 올 것이다.
여름의 고생스런 일들을 다 겪어낸 고양이들이 모두 건강하게 가을을 맞고 있어서 마음이 평화로와졌다.


아침이면 새들의 소리에 귀를 쫑긋하고, 창문 너머 먼 곳을 그윽하게 쳐다보기도 한다.


장난거리를 찾는 꼼은 여전히 심심한 것을 못 참고 있다.


고양이 에기는 부쩍 세수를 자주 하고 손톱손질을 하고 있다.
집안에는 가을느낌이 고양이 털 처럼 흩날리고 뭉쳐서 바닥을 굴러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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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12일 토요일

새 음반이 나왔다.


새 음반이 나왔다.
집에 오는 길에 자동차의 시디 트레이에 음반을 넣어 처음부터 한 번 더 들어봤다.


지난 달에 녹화했던 프로그램이 방송되었다.
아내가 그려준 자코 셔츠를 입었다. 그 즈음 새로 구입했던 Moollon J-Classic을 사용했다.
음악 프로그램이라면서 앰프를 사용할 수 없게 하는 신기한 방송이었기 때문에, 이것을 기회삼아 D.I. 를 위한 사운드를 준비해봤다. 사용했던 것은 Moollon에서 나온 콤프레서 뿐이었다.
새 베이스는 엘더 바디에 메이플 넥, 마카사 에보니 핑거보드이고, 꽤 가볍다. 연주하기도 편하다. 소리도 좋다. 그리고 비싸지 않다.
광고같지만 새 악기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런 악기를 많이 구입해주면 좋은 국산악기들이 더 많이 나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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