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금요일

실리콘 그리스

 

만년필 한 개가 피스톤이 뻑뻑해져서 실리콘 그리스를 샀다. 공기 비닐에 싸여 하루만에 도착했다. 지난 달에 저것을 사려고 동네 잡화점을 돌아다녔었는데 찾지 못했다. 결국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다.

문제가 생긴 펜은 작년에 중고로 샀던 M200 펜으로, 거래를 하고 펜을 집에 가져와서 보니 내부 상태가 아주 나빴었다. 아마 전 주인이 한 번도 세척을 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피스톤을 힘주어 돌려야 겨우 움직였다. 점점 더 심해져서 이번에야 말로 그리스를 발라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닙파트를 분리하고 잘 세척하여 펜을 말린 후 배럴 깊숙이 그리스를 발라줬다. 이제 원래대로 피스톤은 부드럽게 작동하게 됐다. 만년필에 바르는 그리스 양은 아주 조금만 필요한데 내가 산 것은 85그램이나 되어 너무 양이 많다. 그리스를 다 쓰기 전에 아마 변질되어 버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나누어 덜어주고 싶지만, 주변에 피스톤필러 방식 만년필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2024년 3월 28일 목요일

한의원.


 간신히 일어나 혼자 걸을 수 있는 정도였던 것이 이제 많이 나아서 걷는 데 불편하지 않게 되었다. 토요일부터 이틀에 한번씩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찜질과 부항, 전기자극 치료를 받았다. 처음 경험하는 약침주사라는 것도 치료 받을 때마다 두 개씩 맞았다. '약침'이라고 해놓았지만 결국은 주사인데, 어떤 약물인지 물어보지 못했다. 다만 칸막이 벽에 붙여둔 안내문에 '천연 한약재'를 원료로 한 것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았다.

엿새 전에 쓰러져버렸을 땐 회복하는 데 오래 걸릴까봐 걱정했었다. 빠르게 낫고 있어서 다행이다.  그러나 여전히 통증이 몸을 괴롭힌다. 이번엔 통증을 완전히 없앨 때까지 병원에 다녀보겠다고 작정했다. 결국 안 된다면 할 수 없지만 뭐라도 해보아야 한다.

내가 느리게 움직이고 자주 제 자리에 무릎을 굽히고 앉는 것을 보는 깜이의 얼굴에 근심이 섞여 있었다. 다가가 안고 쓰다듬어주고 싶은데 몸을 쉽게 굽히기도, 고양이를 번쩍 안아 들기도 불편했다. 대신 느릿느릿 간식을 한 그릇 가져다 주는 것으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충분히 누워 쉬었더니 저녁엔 몸을 움직이는 것이 조금 더 편해졌다. 조심조심 악기를 메고 레슨을 하러 다녀왔다.

2024년 3월 24일 일요일

허리병


 두 주 전 심한 통증을 이겨내고 겨우 회복했다고 생각했었는데, 목요일 아침에 결국 허리병이 재발하여 집에서 쓰러졌다. 바닥에 무기력하게 드러누워 천장을 올려다 보는 중에 머리 속에선 계속 다음 달 밴드 일정 날짜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 전까지는 나아서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목요일 레슨은 하는 수 없이 연기했다. 당장 움직일 수 없으니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등허리에 뜨거운 찜질을 하며 계속 누워 있었다. 금요일이 되자 혼자 힘으로 일어나 몇 걸음 걸을 수 있었다. 토요일 아침엔 조금 수월하게 일어서고 걷는 데 문제가 없게 되었다. 꾸물대지 않고 동네 한의원에 찾아가 치료를 받았다.

아직 아파서 똑바로 의자에 앉아 있기가 쉽지 않다. 4년 전에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가고 병원을 전전하다가 입원했던 일이 떠올랐다. 그동안 관리한다고 했는데도 또 이렇게 되었다. 이번엔 통증이 없어질 때까지 치료를 받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2024년 3월 15일 금요일

아침 산책


 아직 어둑할 때 나와서 강을 따라 걷다가 동이 튼 다음 집에 돌아오고 있다.

물안개가 걷히는 동안 오리들은 떼를 지어 다니며 자맥질을 하고 백로 한 쌍이 번갈아 강과 하천을 날며 놀았다. 멀리 검단산이 예쁘게 보였다.

2024년 3월 10일 일요일

하남에서 공연


 하남문화예술회관은 집에서 강을 건너면 바로 있는 장소다. 드문 일이긴 하지만 이번엔 집에서 가까운 곳에 공연 일정이 잡혔다. 약속 시간 30분 전에 도착하겠다고 생각하고 시간에 맞춰 출발했다. 공연장까지 17분 걸렸다. 나머지 멤버들은 나보다 먼저 와 있었다.

이곳에서 공연했던 것은 12년 전 일이었다. 오래 되어서 잘 기억나지 않았는데, 장비반입구 쪽 주차장에서 제일 먼저 길고 완만한 경사로가 보였다. 악기를 실은 수레를 밀고 들어가면 바로 무대로 향하는 출입구가 나왔다. 대기실도 가까왔다. 어제 공연장이 너무 열악했기 때문에 하남 문화예술회관이 매우 선진적이고 좋아 보였다.
어젠 몇 곡을 제외하고 전부 피크로 연주했다. 오늘은 피크를 가져가지 않고 모두 손가락만으로 연주했다. 두 시간 십오분 동안 연주하는 것이 조금 힘들었다. 이틀 연속 공연을 했기 때문이었는지, 지치고 힘이 들었다.
밤중에 귀가하여 지하 2층에 주차를 하고, 악기들을 차 안에 그대로 둔 채 집에 들어왔다.


2024년 3월 9일 토요일

부천에서 공연

 

연주하러 다니다 보면 불편할 때도 있고 고생스러울 때도 있는 법이지만, 이 극장은 너무 열악했다. 주차장에서 무대로 향하는 길엔 경사로가 전혀 없었다. 악기를 실은 손수레를 멈추고 악기를 들고 계단을 올라 옮긴 다음 다시 수레에 싣고 무대 앞에 도착했더니, 또 다시 계단이 있었다. 리허설을 마칠 때까지 난방을 해주지 않아 야외공연을 하는 것처럼 오들오들 떨어야 했다. 대기실도 열악하긴 마찬가지였다. 불평하면 뭐 할 것인가. 주차장으로 가서 자동차 히터를 켜고 잠시 누워 있었다.

기분 탓인지, 첫 곡을 시작할 때에 소리가 고르게 들리지 않아서 두 시간 넘게 예민해져 있는 상태로 연주를 했다. 그런 날도 있는 것이니까, 더 불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은 쾌적했다. 며칠 째 듣고 있는 마리아 조앙 피르스의 쇼팽 앨범을 들으며 운전했다.



2024년 3월 7일 목요일

만년필


 이틀 전 주문했던 올해 첫 스페셜 에디션인 M200 Orange Delight 펜이 도착했다. 2월에 발매한다는 소식을 읽었던 것이 1월 마지막 주 일이었다. 수입사에서 드디어 입고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은 열흘 전이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펜상점 웹페이지를 몇 개 띄워놓고 수시로 리로드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화요일 오후, 펜가게에 상품이 올라오자마자 주문했다. 예상했던대로 색상이 밝고 촌스러우며 예뻤다. 만년필은 사진만으로는 그 아름다움이 잘 담기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2024년 3월 5일 화요일

응석


 어리광이 심해진 고양이 깜이는 굳이 의자에 앉아있는 내 위에 올라와 안겨서 내려가지 않고 있었다. 무거운 고양이를 다리 위에 올려놓고 심야에 컴퓨터 화면을 함께 보고 있으려니 힘이 들었다. 고양이가 지루해져서 스스로 내려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2024년 3월 4일 월요일

이지


 작년 유월부터 인슐린을 맞으며 당뇨를 관리해 온 고양이 이지. 지난 달에 방광염 증세로 약을 먹이며 돌보았다. 혈당수치가 다시 높게 올라갔었다가, 다시 100mg/dL 초반으로 낮아졌다. 식후 혈당이 102 정도로 낮아져 있었는데 몸 상태가 나쁘지 않아졌는지 오늘은 조금 활발해 보였고 장난도 치며 다녔다. 표정도 편안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