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18일 일요일

추워졌다.


아침 일찍, 나는 주차해둔 자동차를 옮겨 놓기 위해 밖에 나갔었다.
어제밤에 자리가 없어서 다른 차를 가로막아 놓았었다. 그대로 두고 아침에 잠들었다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을 것이어서 적당한 빈 자리가 생겼을만한 시간을 기다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두꺼운 유리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코 끝에 겨울 냄새가 훅 하고 들어왔다. 추워졌다. 몸살 기운으로 갑자기 몸이 떨리기도 했지만 기분 좋았다. 여름에는 속절없이 비가 계속 내려야 좋고 겨울에는 추워야 나는 좋다. 그런데 비가 내리고 추워지면 곤란을 겪는 분들이 있을테니 마냥 좋다고만 하는 것도 죄스럽다.

집안에 다시 돌아오니 따뜻한 공기가 그윽했다. 고양이들은 밖의 사정이 어떤지도 모른채로 사이좋게 흩어져 잠자고 있었다. 환자 고양이 꼬맹이는 제일 따뜻한 방 안에서 길게 늘어져 자고 있었다.

이 집의 사람 여자 한 명은 잠을 설치며 고양이의 약을 네 번 먹이고 사람 사내의 약을 챙겨 먹이고, 사료를 여러 번 덜어주고 밥을 여러 번 차려 주느라 휴일을 다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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