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Bass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Bass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24년 3월 10일 일요일

하남에서 공연


 하남문화예술회관은 집에서 강을 건너면 바로 있는 장소다. 드문 일이긴 하지만 이번엔 집에서 가까운 곳에 공연 일정이 잡혔다. 약속 시간 30분 전에 도착하겠다고 생각하고 시간에 맞춰 출발했다. 공연장까지 17분 걸렸다. 나머지 멤버들은 나보다 먼저 와 있었다.

이곳에서 공연했던 것은 12년 전 일이었다. 오래 되어서 잘 기억나지 않았는데, 장비반입구 쪽 주차장에서 제일 먼저 길고 완만한 경사로가 보였다. 악기를 실은 수레를 밀고 들어가면 바로 무대로 향하는 출입구가 나왔다. 대기실도 가까왔다. 어제 공연장이 너무 열악했기 때문에 하남 문화예술회관이 매우 선진적이고 좋아 보였다.
어젠 몇 곡을 제외하고 전부 피크로 연주했다. 오늘은 피크를 가져가지 않고 모두 손가락만으로 연주했다. 두 시간 십오분 동안 연주하는 것이 조금 힘들었다. 이틀 연속 공연을 했기 때문이었는지, 지치고 힘이 들었다.
밤중에 귀가하여 지하 2층에 주차를 하고, 악기들을 차 안에 그대로 둔 채 집에 들어왔다.


2024년 3월 9일 토요일

부천에서 공연

 

연주하러 다니다 보면 불편할 때도 있고 고생스러울 때도 있는 법이지만, 이 극장은 너무 열악했다. 주차장에서 무대로 향하는 길엔 경사로가 전혀 없었다. 악기를 실은 손수레를 멈추고 악기를 들고 계단을 올라 옮긴 다음 다시 수레에 싣고 무대 앞에 도착했더니, 또 다시 계단이 있었다. 리허설을 마칠 때까지 난방을 해주지 않아 야외공연을 하는 것처럼 오들오들 떨어야 했다. 대기실도 열악하긴 마찬가지였다. 불평하면 뭐 할 것인가. 주차장으로 가서 자동차 히터를 켜고 잠시 누워 있었다.

기분 탓인지, 첫 곡을 시작할 때에 소리가 고르게 들리지 않아서 두 시간 넘게 예민해져 있는 상태로 연주를 했다. 그런 날도 있는 것이니까, 더 불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은 쾌적했다. 며칠 째 듣고 있는 마리아 조앙 피르스의 쇼팽 앨범을 들으며 운전했다.



2024년 2월 20일 화요일

안성에서 공연


 토요일 공연은 몸이 아픈 상태로 해야 했다. 한 곡이 끝날 때마다 허리에 주먹을 대고 문지르거나 두드렸다. 파스를 두 장 붙이고 있었지만 통증이 낫진 않았다.

공연 직전에 커피를 한 컵 가득 마셔버렸다. (맛있는 커피였다) 그 때문에 서너 곡 지날 무렵부터 오줌이 마려웠다. <둘이서>는 본래 처음부터 끝까지 베이스가 멜로디를 연주해야 하는 곡인데, 밴드리더님은 그 노래를 단순한 기타 반주로만 하길 원했다. 그 노래가 막 시작되었을 때 나는 느릿느릿 무대 뒤로 빠져나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대기실 화장실에 다녀왔다. 볼일을 보면서 지금 무대에서 흐르고 있을 노래를 머리 속에서 따라 가고 있었다. 그 곡의 2절이 끝난 뒤 간주에서부터는 베이스 연주를 하기로 되어있기 때문이었다. 다시 무대로 돌아갔을 때 여유롭게 필요한 순간에 잘 맞춰 소리를 낼 수 있었다.

공연의 절반 뒷 부분은 가벼운 악기를 메고 거의 전부를 피크로 연주했다. 통증을 참느라 조금이라도 에너지를 아껴보려 했던 것이었는데 힘을 빼고 연주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2023년 12월 24일 일요일

군산에서 공연.


 군산 예술의 전당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악기를 설치했다. 사운드체크를 할 때에 음향 담당 스태프가 내 악기에서 전기 소음이 나고 있다고 알려줬다. 나는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염민열에게 도움을 청했다. 민열이가 기타를 내려 놓고 다가와 내 악기들을 점검해줬다. 전기적 잡음의 원인을 그는 금세 찾아 냈다. 나는 문제가 있는 페달을 빼어 버리고 연주하기로 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스태프가 잡음이 나고 있다고 말해주기 전까지 그것을 듣지 못했다. 웅크리고 앉아 캐비넷에 귀를 대고서야 겨우 알았다. 내 오른쪽 귀가 높은 주파수를 잘 듣지 못하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보니 양쪽 귀 모두 그런 것 같았다.

이번엔 곡 순서 때문에 악기를 두 번 번갈아 사용했다. 첫 곡을 시작할 때 소리가 이상하여 한 번 더 당황했다. 리허설 때에 잡음 문제를 해결하느라 이것 저것 해보다가 앰프의 Bright 버튼을 눌러놓았던 모양이었다. 그나마 그것을 빠르게 발견하여 연주를 하면서 뒤돌아 슬쩍 버튼을 오프 시켜 놓을 수 있었다.
두 시간 공연을 마치고 주차장에서 자동차 시동을 건 다음 잠깐 눈을 감고 쉬어야 했다. 집으로 출발할 때에 다시 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중간에 한 번 차를 멈추고 찬 바람을 쐬며 걷다가 다시 운전했다. 이제 올해의 일정은 주말에 있을 제주도 공연 하나만 남았다.


2023년 12월 16일 토요일

경주에서 공연


 몇 년 만에 경주 예술의 전당에 다시 갔다. 갑자기 추워진 기온은 견딜만 했는데 센 바람이 무섭게 불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카트에 악기를 싣고 공연장까지 몇 걸음 이동하는데 맞바람에 악기가 넘어질 뻔했다.

오늘은 셋리스트 앞 부분에 필요한 연주를 위해 다섯줄 펜더 재즈를 가지고 나왔다. 무대 위의 음향이 좋았다.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사운드체크를 마쳤다.

.
한 해 동안 자주 긴 시간 운전을 하고 여러 장소를 다니며 밴드 투어를 했다. 이제 경주 공연을 끝으로 두 번의 일정이 남아있다. 



2023년 12월 9일 토요일

송년 공연


 해마다 연말에 해오고 있는 송년 공연. 늘 그 해의 마지막 주에 하곤 했었는데 지난 해에 이어 올해에도 12월 첫째주에 공연을 했다.


프렛리스 베이스로 녹음했던 곡이 오랜만에 셋리스트에 포함되었다. 전날 밤에 프렛리스 베이스를 꺼내어 잘 닦고 연습해보며 소리를 확인했다. 리허설을 할 때에 언제 악기를 바꾸어야 할지 곡 순서를 보며 생각하다가, 그냥 앞 부분은 프렛이 없는 프레시젼 베이스로 죽 연주하기로 했다.


무대에 악기를 모두 올려둔 모습만 보면, 이 밴드가 무슨 이국적인 음악이라도 할 것처럼 보였다. 잔향, 흡음 등에 신경을 쓴 공간 덕분에 연주하는 동안 소리가 좋았다.
다만, 이제 두 시간 반 동안 악기를 들고 서있는 것이 조금 무리가 되었다. 다시 의자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2023년 11월 25일 토요일

아침 생방송


 23일 목요일 아침, 라디오 생방송에서 연주하기 위해 새벽에 집에서 나왔다.

다섯 시부터 오분 간격으로 알람을 맞춰두고, 결국 잠을 못 잔 상태에서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났다. 그럴 줄 알았다.

아침에 일정이 있으면 힘들다. 그래도 생방송이어서 낫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늘어나거나 같은 것을 반복하는 일은 없을테니까. 스튜디오에 도착했을 때 크라잉넛이 먼저 와서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집에서 보온병에 커피를 가득 담아 가지고 나왔는데 한 시간 이십분 동안 운전을 하면서 다 마셔버렸다. 사운드 체크를 마친 뒤에 건물 일층에 있는 커피집에서 커피 한 잔을 더 마셨다. 그래도 졸음이 쏟아졌다.

이 장면은 아마 연주 시작 직전에 크라잉넛 멤버들이 왁자지껄 말하는 것을 듣고 전부 웃었던 것 같다. 길지 않은 생방송이 끝날 때까지 나는 졸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십일월이 한가하리라 생각했는데 뭘 한 것도 없이 벌써 다 지나갔다. 집에 돌아와 열흘 전에 주문했던 가구를 배송 받고, 저녁에는 레슨을 하러 갔다가, 밤중에는 동물병원에 들러 고양이 짤이에게 먹일 약을 사왔다. 긴 하루였다.


2023년 10월 29일 일요일

광주에서 공연

 

14:30 광주 예술의 전당 대극장에 도착했다. 어제 안양에서 연주할 때 마이크로 신스 페달을 다시 조정할 필요를 느꼈다. 마침 리더님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오전에 문자 메세지를 보냈었다. 악기를 설치하고 페달보드 앞에 앉아서 리허설 전까지 새로 소리를 만들고 있었다.

리허설을 마치고 공연 시작을 기다렸다.

며칠 사이 내가 지나온 일정들이 꿈을 꾼 것처럼 여겨졌다. 공연 직전에 커텐 뒤에 서서 어깨와 무릎을 돌려보았다. 관절마다 끔찍한 소리가 나고 있어서 얼른 그만 두었다.

하루 전보다는 나은 상태로 공연을 마칠 수 있었다. 이것으로 올해 가장 바빴던 시월의 일정을 다 끝냈다. 

20:40, 모든 것을 끝내고 집으로 가기 위해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긴장이 풀렸기 때문인지 계속 졸음이 쏟아졌다. 양쪽 종아리엔 자꾸 쥐가 났다. 휴게소에 몇 번 멈춰서 시트를 젖히고 쉬기를 반복해야 했다.

30일 1:28, 집에 도착했다. 보통 이 시간에 아파트 주차장엔 자리가 없어서 이중주차를 하여야 했는데, 지하주차장에 한 자리가 비어 있었다. 이번 일정은 마지막까지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기운이 없어서 악기들은 그대로 차 안에 두고 가방 두 개, 신발 주머니, 편의점에서 구입한 것들이 담긴 비닐백만 들고 집에 올라왔다. 






2023년 10월 28일 토요일

다시 김포공항으로

 



언제나 그랬지만, 다섯시부터 오분 간격으로 맞춰둔 알람은 하나도 듣지 못했다. 왜냐면 알람이 울리기 이십분 전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일어나자마자 미리 챙겨둔 가방을 어깨에 메고 체크아웃한 다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따라 컵에 덮개를 씌워 들고 호텔에서 나왔다.

5:00 코엔지역 파출소 앞 승차장에서 택시를 탔다. 어제 저녁에 미리 외워둔 일본어로 공항에 데려다달라고 주문했다. 서울에 도착하면 곧장 안양으로 가서 오늘의 밴드 공연을 준비해야 하는 일정이기 때문에, 비싼 택시비는 아깝지 않았다. 체력을 아끼며 공항이 혼잡하기 전에 비행기 탑승구 앞에 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5:43 하네다 공항 3 터미널에 도착했다. 아직 오가는 사람이 없었다. 항공권은 어제 모바일 앱으로 체크인 했고, 출국심사도 빠르게 마쳤다.
6:05 탑승구로 가는 길에 화장실에 들렀다가 호텔에 치약과 칫솔을 두고 온 것을 알았다. 아마 어제 밤 짐을 챙기고 있던 과거의 나는 내가 아침에 일어나 호텔을 나오기 전에 양치를 할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근처에 있는 상점은 일곱시에 문을 연다고 써있었다. 가까운 곳에서 국수 한 그릇을 사 먹고 일곱시가 되어 칫솔과 치약을 구입했다.

8:00 터미널 한쪽 맨 끝이 내가 탈 비행기의 탑승구였다. 먼 거리였다. 거기까지 걷는데 이미 몸이 너덜너덜해져서 기운이 없었다. 조금 전에 먹었던 국수 때문에 더 졸리웠던 것이었나 보다. 눈앞에 보이는 터미널 내부의 구조가 스탠리 큐브릭 영화 스틸처럼 보였다. 거의 사흘 내내 수면부족 상태로 일단 여기까지는 왔으니, 오후에 안양에 도착하기만 하면 안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11:57 김포공항에 돌아왔다. 던킨도우넛에서 찬 커피를 사고, 주차비로 오만원을 낸 뒤, 곧장 안양으로 출발했다. 음악을 틀지도 않고 막히는 도로를 앞만 보며 움찔움찔 가고 있었다.

13:40 안양아트센터에 도착했다. 페달보드와 악기를 설치하고 튜닝을 했다.차에 실어뒀던 것 치고는 악기 상태가 아주 좋았다. 주차장의 기온과 습도가 적당했었나 보다.
공연장 대기실에 샤워실이 있어서 냉큼 수건을 챙겨들고 들어갔다가,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그대로 다시 나왔다. 어째서 더운물이 나오는지 미리 확인하지도 않고 부랴부랴 옷부터 벗었던 걸까. 
화장실에 가서 머리를 감고 대기실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었다.
14:30 밴드 멤버들이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 리허설을 할 때에, 아무래도 오늘은 연주 도중에 살짝 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2023년 10월 27일 금요일

일본에서 연주

 

호텔 안내문에 건물전기장치 문제로 새벽 세시 경에 잠깐 정전될 수 있다고 적혀있었다. 에어컨을 켜둔채로 잠들었다가 툭 소리와 함께 전기가 나갔을 때 잠을 깨어버렸다. 그 뒤로 오전까지 뒤척이기만 했을 뿐 잠을 잘 수 없었다. 나는 다음날 아침에 제 때에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돌아가 안양 공연장에 도착해야 하는 일에 온 신경이 쓰여서 여전히 긴장과 각성상태였다.

결국 정오가 지났을 즈음 호텔을 빠져나와 동네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산책을 한다거나 하는 한가로운 목적은 아니었다. 아내가 나카노역 앞에 있는 대형상점에 가서 고양이들에게 줄 간식을 사오라고 했었다. 그런데 내 상태가 지금 어딜 다녀올 정도로 멀쩡하지 않았다. 호텔 부근에도 상점이 있을테니 고양이 간식 정도는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한참을 걸으며 기웃거렸다.

코엔지역 북쪽을 한 시간이나 돌다가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왔을 때, 거기에 있는 수퍼마켓에서 고양이 간식들을 발견했다. 어째서 가장 가까운 곳부터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그랬다면 체력을 조금이라도 아꼈을 것이다. 그러나 그대신에 낯선 거리를 한 바퀴 돌아볼 시간을 가지진 못했겠지, 라며 마음 속으로 내 행동을 두둔했다.
고양이들을 위한 간식을 사면서 수퍼마켓에서 팔고 있는 샐러드 등을 사서 호텔방에서 먹고, 곧장 오늘 연주할 장소로 갔다. 약속시간 십오분 전에 도착했다. 잠시 후 한 사람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에게 악기를 빌려주기로 한 아카이 씨에게 답례를 하고, 베이스를 받아 내가 가져온 스트랩을 걸었다. 오래된 일제 펜더 재즈베이스였다.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여 브릿지 높이를 조정하고 튜닝을 마쳤다. 
집에서 유튜브로 이 장소에서 했던 공연 영상을 몇 편 보았을 때 베이스 사운드가 좋다고 생각했다.  직접 와서 보니 역시 500와트 암펙 앰프의 소리가 무척 좋았다.
16:00 두 시간 가까이 연주 준비를 하고, 리허설을 했다.
당장이라도 어디 누울 곳이 있으면 쓰러져 자버리고 싶을 정도로 피곤했다. 공연 시간까지는 멀었는데 자꾸 눈이 감기고 정신이 몽롱했다. 병주와 함께 근처 커피집에서 찬 커피를 주문하여 먹었는데, 그 커피 덕분에 정신을 차렸다.
19:40 앞 순서 팀의 연주를 보면서 잠깐 정신을 놓았다가 눈앞에 있던 시멘트 기둥에 쿵 하고 머리를 박고 말았다. 아직 우리의 연주 순서가 되려면 멀었는데 정신이 맑지 못하여 어쩌지, 걱정하다가, 약간 몽롱한 상태로 집중해보면 어떻게든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동안 그랬던 적이 이미 여러번 있었지 않았나, 하면서.
22:40 연주를 다 마쳤다. 빌어 쓴 악기를 잘 닦아 가방에 넣어주고 옷과 가방을 챙겨 클럽 밖으로 나와서 사람들과 인사를 한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호텔에 돌아와 무엇을 어떤 순서로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새벽 다섯시부터 오분 간격으로 알람을 열 두 개 맞춰두고 잠들었다. 열 두번째 알람을 듣고 일어나면 이미 낭패일테지만 반드시 제 때에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면서 침대에 누워버렸다.






2023년 10월 25일 수요일

여행이거나 출장


 하루 앞으로 다가온 며칠 간의 여행이거나 출장. 집을 떠나 외국과 지방을 다니는 거니까 여행이긴 한데 아무런 여가 시간을 갖지 못할 업무의 연속이기 때문에 출장일 뿐이기도 하다.

일본엔 짐을 줄이기 위해 악기를 가지고 가지 않기로 했다. 악기 두 개와 페달보드는 자동차 트렁크에 실어두고 공항 주차장에 이틀 동안 놓아둘 예정이다. 지난 주에 프리앰프를 빼고 코러스 페달 한 개를 추가해뒀었다. 이번엔 코러스 페달을 한 개 빼어내고 몇 년 만에 마이크로 신스 페달을 넣었다. 주말 이틀 동안의 공연에서 새 노래를 연주할 예정이고, 그 곡에서 쓰일 베이스 소리가 필요했다. Electro-Harmonix 베이스 마이크로 신스 페달은 2009년에 로스앤젤레스에서 샀었다. 그 후 지금까지 페달 바닥에 있는 고무받침을 떼어내지 않고 써오고 있었다. 이번엔 고무를 떼어내고 벨크로 테잎을 붙여서 페달보드에 부착했다. 보드가 단정해지고 더 가벼워졌다.

두 개의 가방에 짐을 싸고 있다. 한 개는 일본에 다녀오기 위한 것이고 한 개는 안양과 광주 공연을 위해 꾸리는 것이다. 나는 토요일 아침에 일본에서 출발하여 낮에 김포공항에 제대로 도착하는 데에 온 신경을 쓰고 있다. 도착하자마자 안양 아트센터에 가서 리허설을 하고, 안양에서 공연을 마치자마자 광주로 간다. 일요일에 광주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을 끝내고 나면, 아마 고속도로 어느 휴게소에 멈춰서 코를 골며 자고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2023년 10월 21일 토요일

바쁜 시월



어제 하루 여덟 시간 반 동안 운전을 했다. 오늘 새벽 두 시 반에 집에 도착하여 주차를 하고 (운 좋게 비어있는 자리가 있었다) 베이스를 꺼내어 어깨에 메고 집에 올라왔다.

삼십년 전에 나는 악기 가방을 메고 걸어다니느라 양쪽 어깨에 피멍이 사라지지 않았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초조했던 시절, 나는 훗날 연주를 하면서 살 수 있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베이스를 등에 메고 얼마든지 걷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한 주 전에 시골집에서 고구마를 캐고 상자를 실어 날랐던 뒤로 허리 통증이 재발했다. 밤중에 집에 도착하면 차에서 악기 한 개를 꺼내어 드는 것이 힘이 들 정도였다. 나는 타협하고 게을러져서 지난 화요일 이후 악기와 페달보드를 자동차에 실어둔 채로 매일 다녔다. 오늘 새벽 한 주의 일정을 마친 뒤 드디어 차에서 악기를 꺼내어 짊어지고 페달보드는 트렁크에 옮겨 실었다. 이제 목요일에 일본에 다녀와 토요일에 안양, 일요일에 광주 공연을 할 때까지 다시 나흘 동안 악기들은 차에 실려져 있게 될 것이다. 그러면 바빴던 시월 일정들이 끝난다.

울주에 다녀왔다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었다.

네 시간 반 동안 달려 울주에 도착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셀 수 없이 많은 산등성이를 보았다. 산이 만든 곡선들이 유난히 예쁘다고 생각했다. 차에서 내려서는 예상 못했던 추위를 느끼고 옷을 얇게 입고 온 것을 후회했다.

울주 산악영화제에는 몇 번 왔었다. 마지막은 2018년이었다. 태백산맥의 끝단 산바람은 언제나 상쾌한 공기가 떠다닌다. 연주를 시작하기 직전에 바깥에서 밤공기를 들이마셔 보았다.


2023년 10월 8일 일요일

인천 공연



영종대교 앞 드림파크에서 열린 행사에 참여하여 공연을 하고 왔다. 내비게이션의 예측과 달리 외곽순환도로에 정체가 심했다. 다행히 약속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었다.

작은 규모의 공연이었고 리허설 시간이 되었을 때 비로소 악기와 음향장비가 막 설치되는 중이었다. 사람들이 아주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설치하고 준비해야 했다. 무대 위에서 음향을 조정하느라 뛰어다니던 청년은 혼자 분주하게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땀을 흘리며 무대 위와 아래를 번갈아 다녔던 그 스탭 덕분에 정해진 시간에 맞춰 리허설을 하고 공연도 진행할 수 있었다. 일부러 그에게 다가가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공연을 마친 뒤에도 한번 더 했다.

가까운 곳에 조성된 야생화 공원에 꽃이 잔뜩 있었다던데, 아쉽게도 구경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2023년 10월 7일 토요일

강화도 전등사


 두 시간도 못 자고 아침에 깨어버렸다. 고양이 이지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 아내가 내는 그릇소리에 깬 것이 아니었다. 어떤 꿈을 꾸다가 혼자 벌떡 일어나 앉았다. 토요일에 길이 많이 막힐 것이었기 때문에, 잠이 모자란 상태로 일찌감치 강화도로 출발했다.

이 곳에서 공연했던 것이 십일년 전 시월이었다. 그날의 공연은 잘 생각나지 않았다. 사찰을 둘러보면서도 처음 와보는 기분이 들었다. 리허설을 한 뒤에 멀찍이 숲에 세워둔 자동차에 들어가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잠을 청했다. Simon & Garfunkel의 Bookends 앨범을 들으며 잤는데, 깨어났더니 몸이 가뿐해졌다. 어두워진 밤하늘 아래 공기가 상쾌했다.

조용한 산사에서 열 곡을 연주하고, 두어 곡을 더 한 후에 공연을 마쳤다. 무대에서 내려와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 중계를 틀어보았더니 한 점을 잃고 지는 중이었다. 아이폰 화면에 축구 중계를 틀어놓고 아나운서의 말을 들으며 운전했다. 전반전에 동점이 되고, 후반전에 대표팀이 한 골 더 넣는 것을 들으며 집까지 왔다. 막 경기가 끝났을 때 나는 집에 도착하여 주차장에 들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올해 전등사 공연은 잘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2023년 10월 4일 수요일

리코딩


 명절 연휴 전날에는 의뢰를 받은 베이스 녹음을 집에서 했다. 데모를 여러 번 들어보고 연습을 많이 해보았다. 머리 속에서 정리가 끝난 뒤에 일부러 스튜디오에 출근하듯 방문을 닫고 앉아서 점심은 먹지 않고 밤까지 작업하여 일을 마쳤다.

완성된 음원을 보내고 나서 연휴 동안에는 언제라도 수정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녹음을 이어가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연락이 오지 않아서 나 혼자 다른 악기로 재녹음을 해보기도 했다. 녹음에 썼던 베이스를 치고 있으면 그 사이에 줄이 닳아서 음색이 달라질까봐 줄을 풀어놓고 기다렸다. 휴일이 끝날 무렵, 다행히도 내가 보낸 베이스 트랙을 그대로 사용하여 그 음악의 믹싱을 마쳤다는 소식을 전달 받았다. 그제서야 긴장이 풀렸다. 녹음실에서는 짧은 시간 집중하여야 해서 일을 마치면 몸이 지치곤 했는데, 집에서 녹음해야 할 때엔 '됐다'라는 연락을 받을 때까지 긴 시간 강박을 느끼는 것 같다.

Recording 은 '리코딩'으로 발음하는 것이 맞지만 오래도록 우리말 표기는 '레코딩'이었다. 영어 발음이야 어떻거나 간에 레코딩으로 쓰고 말하는 것이 철자를 떠올리기도 편한 것 아니냐,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근 우리말 사전에 등재된 외래어 '레코딩'에는 "'리코딩'의 비표준어"라는 설명이 붙어있었다. 놀랍게도 '리코딩' 항목이 따로 생겨있었다. 좋은 것일 수도 있고, 이상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3년 10월 1일 일요일

준비

 

악기들을 하나씩 손질하고 새줄을 감고 있다. 한꺼번에 많이 사놓았던 스트링들이 다 떨어졌다. 이제 남은 것이 없어서 다시 사려고 하는데 내가 늘 사용하던 것이 품절이다. 검색을 해보아도 찾을 수 없거나 어쩌다 파는 곳을 발견하면 터무니없이 비싸다. 한 두 해 사이에 값이 많이 올랐다. 하는 수 없이 같은 게이지로 다른 회사 제품을 골라보아야 좋겠다.

오래 쓰고 있는 재즈베이스를 오랜만에 닦고 점검했다. 이 악기를 메인으로 삼아 함께 다닌지 열 여덟해가 되었다. 많은 연주를 이 악기로 했다. 그 사이에 플렛이 많이 소모되었다. 줄이 닿는 부분마다 닳아 없어져서 움푹 패여있었다. 새줄을 감았는데도 예전보다 덜 밝은 소리가 나는 것 같다. 플렛 때문일거라고 추측하고 있다.

올해 가장 바쁠 시월이 시작됐다. 운전도 많이 할 것이고 하루 이틀 외국에 다녀올 일도 있다. 모두 잘 해내고 나면 겨울이 되고, 나는 또 시간이 참 빠르다며 푸념을 하겠지.

2023년 9월 23일 토요일

어울림극장

 

고양 어울림극장에서 공연을 했다. 13년 전부터 몇 년에 한번씩, 그리고 지난 해 여름과 이번 공연까지 합치면 이 곳에서 여섯번째 공연이었다.

약속 시간 삼십분 전에 도착하였는데, 다른 멤버들은 이미 모두 와있었다. 내가 일찍 출발하지 않았더라면 다른 사람들을 오래 기다리게 할 뻔했다. 리허설은 금세 끝났다.

그 동네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가까운 곳에 좋은 공연장이 있어서 좋겠다고 생각했다. 좀처럼 하지 않는 일이지만 오늘은 극장 입구에 앉아서 찾아온 손님들과 인사를 했다. 공연 삼십분을 앞두고 급히 무대 뒤로 가려는데 규칙대로 일하고 있는 직원분들이 가로막아 대기실에 들어가지 못할 뻔했다. 무대 스탭 한 분이 나를 발견하고 안내해주어 간신히 연주할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나는 혼자 긴박한 일을 겪었지만 그렇게 정확하게 자기 일을 하는 분들이 있어서 극장이 잘 운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2023년 8월 13일 일요일

펜타포트 페스티벌

 



일주일 전에 펜타포트 페스티벌의 마지막 무대에서 연주를 하고 왔다. 아주 더웠고 습한 날이었다. 사흘 내내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은 분명히 체중이 줄었을 것 같았다.

펜타포트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건 오랜만이었다. 나는 해가 진 다음에 도착했는데 행사장 주변에서 아지랑이가 필 만큼 열기가 느껴졌다. 무대 뒤에 있는 대기실 컨테이너들이 친숙하게 보였다. 공연 직전에 사운드 체크를 할 때엔 그 사이 아파트가 많이 생긴 것이 낯설긴 했지만 익숙하고 아늑한 기분이 들었다.

펜스에 팔을 걸치고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지쳐보였다. 무대 위에선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위해 일하고 있었다.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여 연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탭들이 믿음직스러웠다. 리허설을 더 짧게 할 수도 있었는데 중간에 문제가 생겼다. 그 때문에 시간을 다 써버려서 공연 직전에 화장실도 다녀오지 못했다. 괜찮아, 물을 안 마시면 되지, 라고 생각했다.



무대 앞에 사람들이 가득 모이고 우리는 약속했던 시간에 연주를 시작했다. 관객이 많으면 많을수록 연주하기에 편안한 마음이 든다. 페스티벌의 맨 끝 무대에 공연을 봐주러 모인 사람들은 조건 없는 호의를 베풀 준비를 마친 사람들이다. 그들은 아직 힘이 빠지려면 멀었다는 듯이 환호해 줬다. 음향도 좋았고 앰프의 사운드도 좋았다. 시간은 느리게 흘렀고 공연을 즐기며 연주할 수 있었다. 끝나고 났더니 너무 짧게 한 것 같았다. 보통 두 시간씩 공연을 하다가 한 시간 이십분을 연주했으니 짧게 느껴졌을 것이다. 거기에다 연습 때에 가늠해뒀던 시간보다 일찍 셋리스트 전체를 마치게 되었는데, 아마 앞 부분의 너댓곡을 너무 빠른 템포로 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았다.

예상은 했었지만, 마지막 곡을 마치고 대기실로 향하던 멤버들이 무대 뒤에서 일제히 뒤돌아 걸어왔다. 나는 내가 마시던 물병을 챙기느라 맨 뒤에 따라가다가 1차선에서 유턴을 하듯 그들을 따라 다시 무대쪽으로 걸었다. 소음이 많아서 무슨 곡을 더 할지 말해주는 것을 정확히 듣지 못했다. 어차피 인트로가 시작되면 금세 연주할 수 있으니까 별 상관은 없었다. 조바심도 없고 큰 긴장도 없는 것. 오래 해서 좋은 점은 여유롭게 할 일을 할 수 있는 것 정도다.

연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하루, 이틀, 그리고 목요일까지 할 일을 하고 나서야 천천히 그날의 일을 검색도 해보고 그 공연을 즐겼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읽었다. 모든 것이 엉망진창인 시절이지만, 그날 그 시간에 거기에 있던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올해의 여름 한 조각이 귀여운 모습으로 기억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일요일 밤에 밴드의 리더님이 이전보다 더 정성껏 연주하는 것을 곁에서 보았다. 그는 바쁜 일정 속에서 공연을 준비할 때에도 성의를 다 해서 연습하고 고민했다. 현장에 있던 관객들이 보내준 환호는 리더님의 정성에 대한 화답처럼 들렸다. 록페스티벌에서 순서와 시간이 주어졌다면 호응해줄 준비, 즐길 준비를 먼저 마친 쪽은 언제나 관객이다. 공연의 절반은 청중들이 해주는 것이다. 공연하는 사람은 정성껏 연주한 뒤에 겸손하면 된다.



2023년 7월 29일 토요일

촬영


낮에 어떤 촬영을 위해 너댓곡을 라이브로 연주했다. 만두를 꺼내기 위해 냄비 뚜껑을 막 열었을 때와 같은 온도와 습도가 용산 근처에 자욱했다. 촬영장소엔 에어컨 덕분에 시원했지만 연주하는 동안 땀이 흐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 쇼의 설정에 따라 작은 음량으로 연주해야 했다. 그것 때문에 우리가 불편해 할까봐 제작팀 쪽에선 마음을 써주셨다. 음색과 톤 때문에 감쇄기를 써야 했던 민열이의 입장과는 달라서, 나는 작은 앰프와 소박한 드럼세트에서 나오는 사운드가 편안하게 느껴졌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촬영을 일찍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