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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3일 토요일

성남 공연


 가족과 함께 공연장에 와 준 친구가 꽃을 선물했다. 하루 전에 꽃집 앞에서 망설이다가 돌아왔는데 이런 우연이. 마침 내가 사고 싶었던 배색으로 이루어진 꽃 묶음이었다. 고마웠다. 아내가 찍어준 사진 속에선 고양이 깜이가 향기를 맡으며 코를 부비고 있었다.

연락 없이 일찍 예매하여 공연을 보러 온 다른 친구들은 내가 서있는 자리 앞 줄에 앉아 있었다는데, 나는 이제 안경을 쓰지 않으면 객석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정확히 보지 못 한다. (다행이었다) 그들은 과일과 떡을 선물해 줬다. 나는 그들에게 줄 공책을 가져갔었는데 그나마도 준비하지 않았다면 너무 염치 없었을 뻔 했다. 고마워하며 받았다. 허기 진 채로 밤 늦게 집에 돌아와 떡을 맛있게 먹었다.

성남 아트센터에 여러 차례 갔었지만 오페라하우스에서는 처음 연주해 봤다. 연주자가 다녀야 하는 동선에 경사로가 없어서 악기를 실은 손수레를 끌며 계단을 오르다가 허리 통증이 시작되어 애를 먹었다. 


2024년 3월 10일 일요일

하남에서 공연


 하남문화예술회관은 집에서 강을 건너면 바로 있는 장소다. 드문 일이긴 하지만 이번엔 집에서 가까운 곳에 공연 일정이 잡혔다. 약속 시간 30분 전에 도착하겠다고 생각하고 시간에 맞춰 출발했다. 공연장까지 17분 걸렸다. 나머지 멤버들은 나보다 먼저 와 있었다.

이곳에서 공연했던 것은 12년 전 일이었다. 오래 되어서 잘 기억나지 않았는데, 장비반입구 쪽 주차장에서 제일 먼저 길고 완만한 경사로가 보였다. 악기를 실은 수레를 밀고 들어가면 바로 무대로 향하는 출입구가 나왔다. 대기실도 가까왔다. 어제 공연장이 너무 열악했기 때문에 하남 문화예술회관이 매우 선진적이고 좋아 보였다.
어젠 몇 곡을 제외하고 전부 피크로 연주했다. 오늘은 피크를 가져가지 않고 모두 손가락만으로 연주했다. 두 시간 십오분 동안 연주하는 것이 조금 힘들었다. 이틀 연속 공연을 했기 때문이었는지, 지치고 힘이 들었다.
밤중에 귀가하여 지하 2층에 주차를 하고, 악기들을 차 안에 그대로 둔 채 집에 들어왔다.


2024년 3월 9일 토요일

부천에서 공연

 

연주하러 다니다 보면 불편할 때도 있고 고생스러울 때도 있는 법이지만, 이 극장은 너무 열악했다. 주차장에서 무대로 향하는 길엔 경사로가 전혀 없었다. 악기를 실은 손수레를 멈추고 악기를 들고 계단을 올라 옮긴 다음 다시 수레에 싣고 무대 앞에 도착했더니, 또 다시 계단이 있었다. 리허설을 마칠 때까지 난방을 해주지 않아 야외공연을 하는 것처럼 오들오들 떨어야 했다. 대기실도 열악하긴 마찬가지였다. 불평하면 뭐 할 것인가. 주차장으로 가서 자동차 히터를 켜고 잠시 누워 있었다.

기분 탓인지, 첫 곡을 시작할 때에 소리가 고르게 들리지 않아서 두 시간 넘게 예민해져 있는 상태로 연주를 했다. 그런 날도 있는 것이니까, 더 불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은 쾌적했다. 며칠 째 듣고 있는 마리아 조앙 피르스의 쇼팽 앨범을 들으며 운전했다.



2023년 12월 31일 일요일

올해의 마지막 공연

 

나는 지난 군산 공연을 마치고 스태프들에게 내 악기를 맡겼다. 그 덕분에 하루 전에 제주에 올 때에 가방 한 개만 들고 다닐 수 있었다. 페달보드에서 컴프레서 한 개만 떼어 내어 새로 건전지를 넣어 가져왔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악기의 네크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나머지 멤버들이 비행기를 타고 날고 있을 무렵 나는 준비를 마치고 대기실에서 잠깐 쉴 수 있었다.

올해엔 모든 공연에서 이펙터 순서를 바꿔가며 페달보드를 사용했다. 오늘은 발 앞이 텅 비어있으니 옛적 언젠가로 돌아가 연주하는 느낌이 들었다. 맨 처음에 클럽에서 연주할 때엔 아무 것도 연결한 것 없이 악기의 노브들만 가지고 음색을 바꿔가며 연주했었는데, 그 때 기억이 났다.

그러고 보니, 시월에 일본에서 연주할 때엔 컴프레서 조차 없이 연주 했었다. 그 땐 소리가 좋지 않아 두 배로 힘들었었다. 오늘은 내 악기의 소리도, 음향도 모두 좋았다. 두 시간 십분 동안 소리를 즐기며 연주할 수 있었다. 드라이브 페달을 가져오지 않은 대신에 공연 뒷부분은 피크로 연주했다.

한 해의 끝날에, 한 해의 끝 공연을 잘 마쳤다. 올해에 분주하게 많이 다녔다. 모든 일정을 아무런 오류 없이 잘 마칠 수 있어서 약간 뿌듯했고, 무대에서 악기를 챙겨 공항으로 향하는 승합차에 탈 무렵부터 어쩐지 몸이 으슬거리고 아프기 시작하여 기분이 안 좋았다.
아니나 다를까, 집에 도착하여 다음날까지 오한과 몸살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 해열제를 먹고 더운물 안에 들어가 곰곰 생각해보니 앞의 이틀 동안 나는 감기에 걸릴 만한 짓을 했던 것 같다. 모든 일정을 마친 후에 긴장이 풀어져서 그랬을 수도 있다. 나는 아파서 끙끙거리며 신음을 내며 바가에 뒹굴고 있었다. 간신히 몸을 가누면서 그래도 모든 일을 마친 뒤에 아파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2023년 12월 24일 일요일

군산에서 공연.


 군산 예술의 전당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악기를 설치했다. 사운드체크를 할 때에 음향 담당 스태프가 내 악기에서 전기 소음이 나고 있다고 알려줬다. 나는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염민열에게 도움을 청했다. 민열이가 기타를 내려 놓고 다가와 내 악기들을 점검해줬다. 전기적 잡음의 원인을 그는 금세 찾아 냈다. 나는 문제가 있는 페달을 빼어 버리고 연주하기로 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스태프가 잡음이 나고 있다고 말해주기 전까지 그것을 듣지 못했다. 웅크리고 앉아 캐비넷에 귀를 대고서야 겨우 알았다. 내 오른쪽 귀가 높은 주파수를 잘 듣지 못하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보니 양쪽 귀 모두 그런 것 같았다.

이번엔 곡 순서 때문에 악기를 두 번 번갈아 사용했다. 첫 곡을 시작할 때 소리가 이상하여 한 번 더 당황했다. 리허설 때에 잡음 문제를 해결하느라 이것 저것 해보다가 앰프의 Bright 버튼을 눌러놓았던 모양이었다. 그나마 그것을 빠르게 발견하여 연주를 하면서 뒤돌아 슬쩍 버튼을 오프 시켜 놓을 수 있었다.
두 시간 공연을 마치고 주차장에서 자동차 시동을 건 다음 잠깐 눈을 감고 쉬어야 했다. 집으로 출발할 때에 다시 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중간에 한 번 차를 멈추고 찬 바람을 쐬며 걷다가 다시 운전했다. 이제 올해의 일정은 주말에 있을 제주도 공연 하나만 남았다.


2023년 12월 16일 토요일

경주에서 공연


 몇 년 만에 경주 예술의 전당에 다시 갔다. 갑자기 추워진 기온은 견딜만 했는데 센 바람이 무섭게 불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카트에 악기를 싣고 공연장까지 몇 걸음 이동하는데 맞바람에 악기가 넘어질 뻔했다.

오늘은 셋리스트 앞 부분에 필요한 연주를 위해 다섯줄 펜더 재즈를 가지고 나왔다. 무대 위의 음향이 좋았다.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사운드체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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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동안 자주 긴 시간 운전을 하고 여러 장소를 다니며 밴드 투어를 했다. 이제 경주 공연을 끝으로 두 번의 일정이 남아있다. 



2023년 12월 9일 토요일

송년 공연


 해마다 연말에 해오고 있는 송년 공연. 늘 그 해의 마지막 주에 하곤 했었는데 지난 해에 이어 올해에도 12월 첫째주에 공연을 했다.


프렛리스 베이스로 녹음했던 곡이 오랜만에 셋리스트에 포함되었다. 전날 밤에 프렛리스 베이스를 꺼내어 잘 닦고 연습해보며 소리를 확인했다. 리허설을 할 때에 언제 악기를 바꾸어야 할지 곡 순서를 보며 생각하다가, 그냥 앞 부분은 프렛이 없는 프레시젼 베이스로 죽 연주하기로 했다.


무대에 악기를 모두 올려둔 모습만 보면, 이 밴드가 무슨 이국적인 음악이라도 할 것처럼 보였다. 잔향, 흡음 등에 신경을 쓴 공간 덕분에 연주하는 동안 소리가 좋았다.
다만, 이제 두 시간 반 동안 악기를 들고 서있는 것이 조금 무리가 되었다. 다시 의자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2023년 12월 6일 수요일

합주 연습

다음 주에 예정된 공연을 위해 합주 연습을 했다. 크라잉넛의 본부는 훌륭했다. 한 공간에 남자들만 가득 모여있는 것은 군복무 이후 처음이라고 투덜거려 보긴 했지만. (진심이었다)


 

2023년 11월 25일 토요일

아침 생방송


 23일 목요일 아침, 라디오 생방송에서 연주하기 위해 새벽에 집에서 나왔다.

다섯 시부터 오분 간격으로 알람을 맞춰두고, 결국 잠을 못 잔 상태에서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났다. 그럴 줄 알았다.

아침에 일정이 있으면 힘들다. 그래도 생방송이어서 낫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늘어나거나 같은 것을 반복하는 일은 없을테니까. 스튜디오에 도착했을 때 크라잉넛이 먼저 와서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집에서 보온병에 커피를 가득 담아 가지고 나왔는데 한 시간 이십분 동안 운전을 하면서 다 마셔버렸다. 사운드 체크를 마친 뒤에 건물 일층에 있는 커피집에서 커피 한 잔을 더 마셨다. 그래도 졸음이 쏟아졌다.

이 장면은 아마 연주 시작 직전에 크라잉넛 멤버들이 왁자지껄 말하는 것을 듣고 전부 웃었던 것 같다. 길지 않은 생방송이 끝날 때까지 나는 졸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십일월이 한가하리라 생각했는데 뭘 한 것도 없이 벌써 다 지나갔다. 집에 돌아와 열흘 전에 주문했던 가구를 배송 받고, 저녁에는 레슨을 하러 갔다가, 밤중에는 동물병원에 들러 고양이 짤이에게 먹일 약을 사왔다. 긴 하루였다.


2023년 11월 14일 화요일

목포에서 공연

 

토요일 오후 네 시 반에 집에서 목포로 출발했다. 처음엔 내비게이션이 네 시간 반이면 갈 수 있다고 알려주더니 점점 시간이 늘어났다. 다섯 시간 사십분이 지나서야 예약해둔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음날 이른 시간에 공연장에 갔다. 미리 악기 소리를 내어보고 확인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공연을 마치고 무대에서 인사를 할 때 열흘 전 광주에서 연주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 땐 안양, 광주에서 어떻게 연주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피로했었다. 일부러 하루 전에 공연장 근처에 숙소를 잡고 잘 자둔 덕분에 이번엔 좋은 상태로 연주할 수 있었다.
다시 집에 돌아올 때엔 겨우 네 시간 쯤이야 쉬지 않고 운전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젠 밤 운전이 예전처럼 수월하지 않다고 느꼈다. 집에 도착할 즈음엔 이상하게 팔에 힘이 많이 들어가고 더 고단해졌었다. 다음날이 되어서야 알았는데, 자동차 왼쪽 앞 타이어에 큰 못이 박혀 바퀴가 납작해져 있었다. 어디에서부터 못을 박은채로 달려왔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나에겐 이런 일이 유난히 자주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2023년 10월 29일 일요일

광주에서 공연

 

14:30 광주 예술의 전당 대극장에 도착했다. 어제 안양에서 연주할 때 마이크로 신스 페달을 다시 조정할 필요를 느꼈다. 마침 리더님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오전에 문자 메세지를 보냈었다. 악기를 설치하고 페달보드 앞에 앉아서 리허설 전까지 새로 소리를 만들고 있었다.

리허설을 마치고 공연 시작을 기다렸다.

며칠 사이 내가 지나온 일정들이 꿈을 꾼 것처럼 여겨졌다. 공연 직전에 커텐 뒤에 서서 어깨와 무릎을 돌려보았다. 관절마다 끔찍한 소리가 나고 있어서 얼른 그만 두었다.

하루 전보다는 나은 상태로 공연을 마칠 수 있었다. 이것으로 올해 가장 바빴던 시월의 일정을 다 끝냈다. 

20:40, 모든 것을 끝내고 집으로 가기 위해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긴장이 풀렸기 때문인지 계속 졸음이 쏟아졌다. 양쪽 종아리엔 자꾸 쥐가 났다. 휴게소에 몇 번 멈춰서 시트를 젖히고 쉬기를 반복해야 했다.

30일 1:28, 집에 도착했다. 보통 이 시간에 아파트 주차장엔 자리가 없어서 이중주차를 하여야 했는데, 지하주차장에 한 자리가 비어 있었다. 이번 일정은 마지막까지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기운이 없어서 악기들은 그대로 차 안에 두고 가방 두 개, 신발 주머니, 편의점에서 구입한 것들이 담긴 비닐백만 들고 집에 올라왔다. 






안양 공연, 그리고 광주로

 

나는 졸지는 않았지만, 아마 반쯤은 자고 있었던 것 같다. 연주하는 내내 소리가 가까와졌다 멀어졌다 했는데, 내 컨디션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루 전에 일본의 어느 동네에서 연주하고 있었는데 지금 안양에 와서 공연을 하고 있다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20:40 공연을 마치고 광주로 출발했다. 어지럽고 졸음이 밀려와서 휴게소와 졸음쉼터에 몇 번 멈춰 서야했다. 
29일 1:05, 광주 중흥동에 도착했다. 심야에 문을 연 식당을 발견하고 들어가 콩나물국밥을 먹었다.

29일 1:30, 예약되어 있던 모텔에 도착했다. 아뿔싸, 모기에 잔뜩 물리고 나서 벌떡 일어나 불을 켜고 모기 사냥을 했다. 모기 열 마리를 때려 잡고 시계를 보니 네시였다. 인근 다른 모텔에 전화를 해보았는데, 방이 없다고 하더니, 다시 전화가 와서는 주말요금을 적용해야 하니까 7만원을 내라고 했다. 나는 사양하고 전화를 끊었다. 모텔 방 안에 뿌리는 모기약이 비치되어 있었다. 처음엔 그것이 왜 있는 것인지 몰랐다. 모기약을 잔뜩 분사하고, 이불을 얼굴까지 덮고 잠들었다.
그래도 나는 어떤 실수 없이 이번 일정을 다 마쳤다.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아마 그래서 푹 잘 수 있었나보다.





2023년 10월 28일 토요일

다시 김포공항으로

 



언제나 그랬지만, 다섯시부터 오분 간격으로 맞춰둔 알람은 하나도 듣지 못했다. 왜냐면 알람이 울리기 이십분 전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일어나자마자 미리 챙겨둔 가방을 어깨에 메고 체크아웃한 다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따라 컵에 덮개를 씌워 들고 호텔에서 나왔다.

5:00 코엔지역 파출소 앞 승차장에서 택시를 탔다. 어제 저녁에 미리 외워둔 일본어로 공항에 데려다달라고 주문했다. 서울에 도착하면 곧장 안양으로 가서 오늘의 밴드 공연을 준비해야 하는 일정이기 때문에, 비싼 택시비는 아깝지 않았다. 체력을 아끼며 공항이 혼잡하기 전에 비행기 탑승구 앞에 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5:43 하네다 공항 3 터미널에 도착했다. 아직 오가는 사람이 없었다. 항공권은 어제 모바일 앱으로 체크인 했고, 출국심사도 빠르게 마쳤다.
6:05 탑승구로 가는 길에 화장실에 들렀다가 호텔에 치약과 칫솔을 두고 온 것을 알았다. 아마 어제 밤 짐을 챙기고 있던 과거의 나는 내가 아침에 일어나 호텔을 나오기 전에 양치를 할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근처에 있는 상점은 일곱시에 문을 연다고 써있었다. 가까운 곳에서 국수 한 그릇을 사 먹고 일곱시가 되어 칫솔과 치약을 구입했다.

8:00 터미널 한쪽 맨 끝이 내가 탈 비행기의 탑승구였다. 먼 거리였다. 거기까지 걷는데 이미 몸이 너덜너덜해져서 기운이 없었다. 조금 전에 먹었던 국수 때문에 더 졸리웠던 것이었나 보다. 눈앞에 보이는 터미널 내부의 구조가 스탠리 큐브릭 영화 스틸처럼 보였다. 거의 사흘 내내 수면부족 상태로 일단 여기까지는 왔으니, 오후에 안양에 도착하기만 하면 안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11:57 김포공항에 돌아왔다. 던킨도우넛에서 찬 커피를 사고, 주차비로 오만원을 낸 뒤, 곧장 안양으로 출발했다. 음악을 틀지도 않고 막히는 도로를 앞만 보며 움찔움찔 가고 있었다.

13:40 안양아트센터에 도착했다. 페달보드와 악기를 설치하고 튜닝을 했다.차에 실어뒀던 것 치고는 악기 상태가 아주 좋았다. 주차장의 기온과 습도가 적당했었나 보다.
공연장 대기실에 샤워실이 있어서 냉큼 수건을 챙겨들고 들어갔다가,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그대로 다시 나왔다. 어째서 더운물이 나오는지 미리 확인하지도 않고 부랴부랴 옷부터 벗었던 걸까. 
화장실에 가서 머리를 감고 대기실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었다.
14:30 밴드 멤버들이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 리허설을 할 때에, 아무래도 오늘은 연주 도중에 살짝 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2023년 10월 21일 토요일

울주에 다녀왔다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었다.

네 시간 반 동안 달려 울주에 도착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셀 수 없이 많은 산등성이를 보았다. 산이 만든 곡선들이 유난히 예쁘다고 생각했다. 차에서 내려서는 예상 못했던 추위를 느끼고 옷을 얇게 입고 온 것을 후회했다.

울주 산악영화제에는 몇 번 왔었다. 마지막은 2018년이었다. 태백산맥의 끝단 산바람은 언제나 상쾌한 공기가 떠다닌다. 연주를 시작하기 직전에 바깥에서 밤공기를 들이마셔 보았다.


2023년 10월 8일 일요일

인천 공연



영종대교 앞 드림파크에서 열린 행사에 참여하여 공연을 하고 왔다. 내비게이션의 예측과 달리 외곽순환도로에 정체가 심했다. 다행히 약속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었다.

작은 규모의 공연이었고 리허설 시간이 되었을 때 비로소 악기와 음향장비가 막 설치되는 중이었다. 사람들이 아주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설치하고 준비해야 했다. 무대 위에서 음향을 조정하느라 뛰어다니던 청년은 혼자 분주하게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땀을 흘리며 무대 위와 아래를 번갈아 다녔던 그 스탭 덕분에 정해진 시간에 맞춰 리허설을 하고 공연도 진행할 수 있었다. 일부러 그에게 다가가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공연을 마친 뒤에도 한번 더 했다.

가까운 곳에 조성된 야생화 공원에 꽃이 잔뜩 있었다던데, 아쉽게도 구경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2023년 10월 7일 토요일

강화도 전등사


 두 시간도 못 자고 아침에 깨어버렸다. 고양이 이지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 아내가 내는 그릇소리에 깬 것이 아니었다. 어떤 꿈을 꾸다가 혼자 벌떡 일어나 앉았다. 토요일에 길이 많이 막힐 것이었기 때문에, 잠이 모자란 상태로 일찌감치 강화도로 출발했다.

이 곳에서 공연했던 것이 십일년 전 시월이었다. 그날의 공연은 잘 생각나지 않았다. 사찰을 둘러보면서도 처음 와보는 기분이 들었다. 리허설을 한 뒤에 멀찍이 숲에 세워둔 자동차에 들어가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잠을 청했다. Simon & Garfunkel의 Bookends 앨범을 들으며 잤는데, 깨어났더니 몸이 가뿐해졌다. 어두워진 밤하늘 아래 공기가 상쾌했다.

조용한 산사에서 열 곡을 연주하고, 두어 곡을 더 한 후에 공연을 마쳤다. 무대에서 내려와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 중계를 틀어보았더니 한 점을 잃고 지는 중이었다. 아이폰 화면에 축구 중계를 틀어놓고 아나운서의 말을 들으며 운전했다. 전반전에 동점이 되고, 후반전에 대표팀이 한 골 더 넣는 것을 들으며 집까지 왔다. 막 경기가 끝났을 때 나는 집에 도착하여 주차장에 들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올해 전등사 공연은 잘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2023년 9월 23일 토요일

어울림극장

 

고양 어울림극장에서 공연을 했다. 13년 전부터 몇 년에 한번씩, 그리고 지난 해 여름과 이번 공연까지 합치면 이 곳에서 여섯번째 공연이었다.

약속 시간 삼십분 전에 도착하였는데, 다른 멤버들은 이미 모두 와있었다. 내가 일찍 출발하지 않았더라면 다른 사람들을 오래 기다리게 할 뻔했다. 리허설은 금세 끝났다.

그 동네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가까운 곳에 좋은 공연장이 있어서 좋겠다고 생각했다. 좀처럼 하지 않는 일이지만 오늘은 극장 입구에 앉아서 찾아온 손님들과 인사를 했다. 공연 삼십분을 앞두고 급히 무대 뒤로 가려는데 규칙대로 일하고 있는 직원분들이 가로막아 대기실에 들어가지 못할 뻔했다. 무대 스탭 한 분이 나를 발견하고 안내해주어 간신히 연주할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나는 혼자 긴박한 일을 겪었지만 그렇게 정확하게 자기 일을 하는 분들이 있어서 극장이 잘 운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2023년 8월 13일 일요일

펜타포트 페스티벌

 



일주일 전에 펜타포트 페스티벌의 마지막 무대에서 연주를 하고 왔다. 아주 더웠고 습한 날이었다. 사흘 내내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은 분명히 체중이 줄었을 것 같았다.

펜타포트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건 오랜만이었다. 나는 해가 진 다음에 도착했는데 행사장 주변에서 아지랑이가 필 만큼 열기가 느껴졌다. 무대 뒤에 있는 대기실 컨테이너들이 친숙하게 보였다. 공연 직전에 사운드 체크를 할 때엔 그 사이 아파트가 많이 생긴 것이 낯설긴 했지만 익숙하고 아늑한 기분이 들었다.

펜스에 팔을 걸치고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지쳐보였다. 무대 위에선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위해 일하고 있었다.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여 연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탭들이 믿음직스러웠다. 리허설을 더 짧게 할 수도 있었는데 중간에 문제가 생겼다. 그 때문에 시간을 다 써버려서 공연 직전에 화장실도 다녀오지 못했다. 괜찮아, 물을 안 마시면 되지, 라고 생각했다.



무대 앞에 사람들이 가득 모이고 우리는 약속했던 시간에 연주를 시작했다. 관객이 많으면 많을수록 연주하기에 편안한 마음이 든다. 페스티벌의 맨 끝 무대에 공연을 봐주러 모인 사람들은 조건 없는 호의를 베풀 준비를 마친 사람들이다. 그들은 아직 힘이 빠지려면 멀었다는 듯이 환호해 줬다. 음향도 좋았고 앰프의 사운드도 좋았다. 시간은 느리게 흘렀고 공연을 즐기며 연주할 수 있었다. 끝나고 났더니 너무 짧게 한 것 같았다. 보통 두 시간씩 공연을 하다가 한 시간 이십분을 연주했으니 짧게 느껴졌을 것이다. 거기에다 연습 때에 가늠해뒀던 시간보다 일찍 셋리스트 전체를 마치게 되었는데, 아마 앞 부분의 너댓곡을 너무 빠른 템포로 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았다.

예상은 했었지만, 마지막 곡을 마치고 대기실로 향하던 멤버들이 무대 뒤에서 일제히 뒤돌아 걸어왔다. 나는 내가 마시던 물병을 챙기느라 맨 뒤에 따라가다가 1차선에서 유턴을 하듯 그들을 따라 다시 무대쪽으로 걸었다. 소음이 많아서 무슨 곡을 더 할지 말해주는 것을 정확히 듣지 못했다. 어차피 인트로가 시작되면 금세 연주할 수 있으니까 별 상관은 없었다. 조바심도 없고 큰 긴장도 없는 것. 오래 해서 좋은 점은 여유롭게 할 일을 할 수 있는 것 정도다.

연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하루, 이틀, 그리고 목요일까지 할 일을 하고 나서야 천천히 그날의 일을 검색도 해보고 그 공연을 즐겼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읽었다. 모든 것이 엉망진창인 시절이지만, 그날 그 시간에 거기에 있던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올해의 여름 한 조각이 귀여운 모습으로 기억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일요일 밤에 밴드의 리더님이 이전보다 더 정성껏 연주하는 것을 곁에서 보았다. 그는 바쁜 일정 속에서 공연을 준비할 때에도 성의를 다 해서 연습하고 고민했다. 현장에 있던 관객들이 보내준 환호는 리더님의 정성에 대한 화답처럼 들렸다. 록페스티벌에서 순서와 시간이 주어졌다면 호응해줄 준비, 즐길 준비를 먼저 마친 쪽은 언제나 관객이다. 공연의 절반은 청중들이 해주는 것이다. 공연하는 사람은 정성껏 연주한 뒤에 겸손하면 된다.



2023년 7월 29일 토요일

촬영


낮에 어떤 촬영을 위해 너댓곡을 라이브로 연주했다. 만두를 꺼내기 위해 냄비 뚜껑을 막 열었을 때와 같은 온도와 습도가 용산 근처에 자욱했다. 촬영장소엔 에어컨 덕분에 시원했지만 연주하는 동안 땀이 흐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 쇼의 설정에 따라 작은 음량으로 연주해야 했다. 그것 때문에 우리가 불편해 할까봐 제작팀 쪽에선 마음을 써주셨다. 음색과 톤 때문에 감쇄기를 써야 했던 민열이의 입장과는 달라서, 나는 작은 앰프와 소박한 드럼세트에서 나오는 사운드가 편안하게 느껴졌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촬영을 일찍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