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5일 금요일

겔혼과 헤밍웨이.

많은 사람들이 영화 Gravity를 칭찬하고 있지만 나는 보러가지 못하고 있다.
주연배우 때문인데, 영화 Speed와 Net를 본 이후 산드라 블록이 나오는 영화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 세상에, 그 영화를 극장에서 본 것이 무려 1995년, 20세기의 일이다.


특정배우를 싫어하는 이유는 뭐라고 설명하기 어렵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지 않나. Gravity에 도전해보기 위해 산드라 블록이 출연한 가장 최근작인 코메디물을 보았는데 역시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서 나중에, 너무 궁금하여 어쩔 수 없을 정도가 된다면 지금의 영화를 한 번 보아주기로.


반면에 Jennifer Connelly가 출연하는 거의 모든 영화들은 무턱대고 볼 수 있다. 이유는 역시 말하기 어렵다. 그럴 수 있는 것이잖아.


최근에 보았던 영화 중에는 Hemingway And Gellhorn이 참 좋았다.
이 제목에 겔혼의 이름이 앞에 왔어야 하는 것 아니었나, 같은 생각을 잠깐 할 수 있었다.
니콜 키드먼에게는 그다지 팬으로서의 느낌은 없지만 그가 고르는 작품들이 내 취향에 잘 맞는다고 할까.


헤밍웨이는 내가 좋아하는 죽은사람들 중 하나인데, 그는 고양이를 무척 사랑했던 일면과는 상관없이 사냥과 바다낚시를 즐기며 너무 많은 동물들을 재미삼아 죽였다. 사냥으로 익숙해진 엽총이라는 무기로 스스로를 쏘아 자살할 수 있었던 것에 조금은 관계가 있지 않을까.


스페인 내전과 쿠바의 독립 저항, 장개석과 스탈린과 프랑코와 나치들의 시대에 살았던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보아둘만 하다. 하지만 교훈을 얻지는 못한다. Martha Gellhorn의 말 처럼 그저 인류에 대해 실망하면 될 일일지도 모른다.


- 메탈리카의 드러머 Lars Ulrich가 출연하고 있는데, 그 역할에 정말 잘 어울린다. 계속 배우를 해도 좋을 정도.


- 스페인 내전은 2차 대전의 인트로였다. 미국은 이 때에도 한쪽편에는 전투기를 팔고 상대편에는 다른 무기와 생필품들을 팔며 장사를 했었다. 그리고 이 땅에는 지금 그 때에도 있었던 지배세력들이 여전히 먹이사슬 위에 앉아있다. 교훈은 개뿔 없다.



- 로버트 카파의 작품 중 조작의 의혹을 받고 있던 사진에 대하여 그것이 있었던 사실이었다고 증언하는 것 같은 씬이 있다. 그렇거나 아니거나 큰 관심은 없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모든 것이 꼭 사실이어야만 했던 적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