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7일 일요일

새벽 부산행.

어두운 새벽, 알람이 울리기 전에 잠에서 깨었다.
생각했던 순서대로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허리 통증이 나아지지 않아 몇 분 동안 스트레칭을 했다.
고양이들은 평화롭게 잠들어 있었다. 순이만 혼자 일어나 나를 쳐다보며 앉아 있었다.
바쁘게 나가는 길에 늘 편의점에 들러서 커피를 샀는데, 오늘은 집에서 내린 커피를 들고 나가고 싶었다. 불 위에 주전자를 올리고 커피콩을 갈아두고 입고 나갈 옷을 찾아 놓았다.
커피를 내리면서 뉴스앱에 올라온 기사들을 흝어봤다. 세상은 변함없이 한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악기와 커피를 담은 병,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열차 출발 한 시간 전에 서울역에 도착했다.몇 달 동안 용산역 서울역을 자주 다니다보니 이제는 집 근처의 지하철역 처럼 여겨졌다.
서울역 앞에는 경찰들이 ’집회대비’라고 적힌 작은 표지판을 세워놓고 모여있던데, 보나마나 어설픈 군복차림인 무리들의 관제시위가 있었을 것이다. 이 시절에 경찰이 보호하는 집회란 그런 것들 뿐이고, 생각해보면 특별한 이슈가 만들어지지 않아도 왜 주말 마다 그들이 광장을 선점하여 모이는 것인지 알 것도 같다.
부산행 열차는 방금 출발했다.
잠을 못 자서 몸이 힘들다. 항상 이런 상태로 다니고 있다.
아버지의 요관암이 발견되고 수술 소식을 듣기 전인 수요일 까지만 해도 컨디션이 좋았었다. 내 삶은 도무지 쉴틈을 주지 않는다.
걱정이나 근심은 숨쉬는 것 처럼 자연스럽다.
마음의 상태가 고요하도록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부산에 도착할 때 까지 한숨 잠을 자야겠다.
열차 출발 전 부터 소리를 지르듯 전화통화를 하는 사람은 아직도 전화를 하고 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잠시라도 푹 잘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안되겠지.

9:47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