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평소와 다르게 유난히 고양이 깜이가 소란스럽게 소리를 내며 다녔다. 두 번 일어나 먹을 것을 주고 겨우 잠들었으나 세 번째엔 자는 것을 포기하고 일어나야 했다. 고양이에게도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그래서 새벽 네 시에 집에서 광주로 출발했다. 차라리 일찍 도착하여 차 안에서 눈을 붙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공연장 앞에 도착해보니 정해진 주차 구역엔 그늘이 없어서 볕이 내리쬐고 있었고 도로의 소음은 이어폰을 귀에 꽂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아서 잘 수가 없었다. 뒤척이다가 바로 앉았다가 반복하다가 결국 차에서 내렸다. 밖으로 나가 5.18 기념공원을 산책하기로 했다.
이른 아침, 긴 숲길을 따라 걸으며 초록으로 우거진 그늘 아래에서 공기를 들이 마셨다. 잠을 못자서 어지러웠던 것인지 갑자기 큰 숨을 쉬는 바람에 그랬던 것인지 살짝 몸을 휘청거리기도 했다.
사찰 무각사엔 무슨 공사를 하고 있는지 가림막이 쳐 있었다. 내리막길을 따라 절의 앞쪽으로 가볼 수도 있었겠지만 기운을 아끼기 위해 발길을 돌렸다.
공원에는 아주 예쁜 새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바쁜 일 없어 보이는 새들은 낮고 여유롭게 날아 나무들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새들이 지나다니는 자리에 광주항쟁 기동타격대를 기리는 기념석이 앉아 있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알고 있다. 그날 그들 중 열 여섯은 도청 안에서 총격으로 죽었다. 도청 정문에서 세 사람이 죽었고 여섯 명은 행방불명이 되었다. 산 사람들은 군사재판을 받고 내란죄로 복역했다. 내란죄.
공연장으로 돌아왔더니 대기실 문이 열려서 이제야 잘 수 있겠구나, 생각하고 긴 소파에 벌렁 누웠다. 이번엔 냉방이 너무 세어 추워서 쉽게 잠들지 못했다. 겨우 잠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멤버들이 도착하였다. 무대에서 악기 소리가 들려 일어나 앉았다.
전날인 금요일 아침에 새 스트링을 감아 놓은 펜더 엘리트 재즈 5현 베이스를 가지고 갔다. 그동안 허리 통증 때문에 무거운 악기를 메고 서있기가 어려워 몇 년째 공연에서 쓰지 않고 있었던 악기였다. 지난 일주일 동안 매일 이 악기로 연습을 하고, 이번에는 꼭 이 베이스를 가지고 연주해보겠다고 생각했다. 브릿지 새들도 조정하고 튜닝 페그를 단단히 잠그었다. 건전지 잔량도 확인했는데, 결국 액티브 스위치는 켜보지도 않았다. 기대했던 그대로 좋은 소리를 내주어서 계속 패시브 모드로 두고 두 시간 동안 연주했다. 그리고 이제 내 허리는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다만, 잠이 부족했던 것 때문에 계속 머리가 무거웠다. 이런 바보짓은 다시는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공연을 잘 마치고 집으로 출발하여 두 시간 가까이 달리다가 휴게소에 멈추었다. 더 운전하는 것은 무리였다. 불빛에서 먼 거리에 주차를 하고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깨어보니 자정이 되어 있었다. 여기가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장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데 몇 분이 걸렸다. 한 시간 반 쯤 잤던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개운해져서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고 다시 집을 향해 달렸다. 집에 왔더니 일요일 두 시가 되었다. 하루가 아주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