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8일 월요일

부산.

부산에 도착하면 세련된 차림새의 예쁜 여자들과, 상냥하거나 억센 억양의 남자들이 따뜻한 날씨 속에서 바쁘게 걷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기다리던 자동차를 얻어타고 도로에 나가면 험하고 무섭게 끼어드는 차들이 여기가 부산이라고 알려주는 것 같다. 이것이 부산에 공연하러 올 때 마다 확인하는 부산 느낌.
그것은 기질이나 성향이라기 보다는 현상.

여유가 없는 일정이었지만 혹시나 시간이 된다면 만나고 싶어서 이곳에 살고 있는 옛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봤다. 주말 오후의 귀찮은 외출을 마다하지 않고 나와준다는 친구들의 문자메세지. 공연장에서 리허설을 마친 후 그들을 만나 겨우 사오십 분 동안 커피 한 잔과 가벼운 잡담 몇 마디. 모자란 잠을 채우느라 대기실 의자에 기대어있었다면 얻지 못했을 따스함. 일부러 주문해준 따뜻한 와플은 절반이나 남긴채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공연은 쏟아지는 졸음을 이겨보느라 처음엔 어려워하며 시작했다. 하지만 고맙게도 악기팀이 캐비넷을 두 개 준비해줘서 앰프 사운드를 즐길 수 있었다. 음향팀에게 부탁하여 모니터에서는 내 악기의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해두고 묵직하게 앰프 소리를 맞춰두고 연주했다.

공연을 마치자마자 다시 부산역. 서울행 열차에 짐을 풀고 털썩 앉았더니 갑자기 밤이 되었다.
오늘 집에 가서는 도중에 깨어나는 일 없이 동이 틀 때 까지 잘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