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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4일 수요일

리코딩


 명절 연휴 전날에는 의뢰를 받은 베이스 녹음을 집에서 했다. 데모를 여러 번 들어보고 연습을 많이 해보았다. 머리 속에서 정리가 끝난 뒤에 일부러 스튜디오에 출근하듯 방문을 닫고 앉아서 점심은 먹지 않고 밤까지 작업하여 일을 마쳤다.

완성된 음원을 보내고 나서 연휴 동안에는 언제라도 수정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녹음을 이어가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연락이 오지 않아서 나 혼자 다른 악기로 재녹음을 해보기도 했다. 녹음에 썼던 베이스를 치고 있으면 그 사이에 줄이 닳아서 음색이 달라질까봐 줄을 풀어놓고 기다렸다. 휴일이 끝날 무렵, 다행히도 내가 보낸 베이스 트랙을 그대로 사용하여 그 음악의 믹싱을 마쳤다는 소식을 전달 받았다. 그제서야 긴장이 풀렸다. 녹음실에서는 짧은 시간 집중하여야 해서 일을 마치면 몸이 지치곤 했는데, 집에서 녹음해야 할 때엔 '됐다'라는 연락을 받을 때까지 긴 시간 강박을 느끼는 것 같다.

Recording 은 '리코딩'으로 발음하는 것이 맞지만 오래도록 우리말 표기는 '레코딩'이었다. 영어 발음이야 어떻거나 간에 레코딩으로 쓰고 말하는 것이 철자를 떠올리기도 편한 것 아니냐,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근 우리말 사전에 등재된 외래어 '레코딩'에는 "'리코딩'의 비표준어"라는 설명이 붙어있었다. 놀랍게도 '리코딩' 항목이 따로 생겨있었다. 좋은 것일 수도 있고, 이상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2년 12월 19일 월요일

월드컵, 녹음실

자정에 월드컵 결승중계를 보기 시작할 때엔, 중계가 끝난 후 두 시쯤 잠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의 결승 경기는 예상보다 더 대단한 게임이었다. 서로 두 점씩 얻고 연장전에서 다시 한 골씩 넣어 또 한 번 동점, 결국은 승부차기까지. 세 시간짜리 스포츠 픽션을 보는 기분이었다. 결국 시상식까지 다 보고... 네 시 반이 넘어서야 잠들었다.

도로가 막힐 것이라고 내비게이션이 겁을 주길래 알람을 조금 더 이르게 맞춰두고 깨었다. 녹음을 해야 하는데 잠이 모자라 집중력이 흐려질까봐 평소보다 진하게 커피를 마셨고, 배가 부르면 안 될 것 같아서 음식은 조금만 먹고 출발했다.



녹음하는 동안엔 커피를 석 잔 더 마셨다. 녹음할 내용을 준비할 시간이 넉넉했던 덕분에 그동안 집에서 예습을 많이 할 수 있었고 그것이 도움이 되었다. 세 개의 악기를 곡마다 어울리게 맞추어 사용했다. 가습기를 새로 구입하여 악기를 잘 관리했던 보람이 있었다. 악기들 상태가 좋아서 연주하는 데 불편하지 않았다.

나는 오늘 내가 맡은 부분을 모두 완성할 수 있었다. 다시 악기들을 메고 들고 집으로 왔는데 밤 아홉시에 이미 지하주차장엔 자리가 없었다. 야외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방 두 개에 악기가방 세 개를 동시에 짊어지고 걷고 있었더니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있던 이웃사람들이 내가 지나가는 모습을 구경하였다.

집에 오는 중에 한 곡을 다른 버젼으로 한 번 더 녹음해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내일은 좀 여유있게 가도 될 것이니 오늘은 깊이 잠들 수 있으면 좋겠다. 잠이 부족하여 힘들었지만, 심야에 보았던 월드컵 결승 경기는 생중계로 보았던 보람이 있었다.



2020년 6월 12일 금요일

금요일.


고양이 꼼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갔다.
병원에는 금요일이었던 오늘도 사람들과 개들로 붐비고 있었다.

검사가 지연되어 거의 한 시간 동안 기다려야 했다. 고양이 꼼이를 곁에 두고 수의사 선생님과 대화를 나눴다. 빈혈 수치가 더 많이 떨어진 것이 나쁜 소식이고, 복수와 종양은 줄어있는 것이 좋은 소식이었다. 그나마, 좋은 소식.

꼼이는 부쩍 늙어 보였다. 항암제와 위장관의 출혈을 막아보고자 의사 선생님이 아이디어를 낸 다른 약물을 사왔다. 집에 돌아와 아내가 사료를 물에 개어 꼼이를 타이르며 먹였다.

꼼이가 의자에 드러누워 졸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나는 알람을 맞춰두고 잠을 청했다. 저녁에 지난 번 녹음했던 것을 믹싱하기 위해 녹음실에 가기로 했다.

나는 고단함이 없어지지 않고 있었다.
수술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지만, 결국 아프던 치아를 모두 뽑아내었다. 하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후 잇몸 수술을 한 번 더 했다. 아내도 마찬가지이지만, 나도 길게 잠을 자본지 아주 오래 되었다.

알람을 듣고 벌떡 일어나 강변북로를 달려 녹음실에 갔다.
믹싱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기 전에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샀다. 지난 번 아버지가 입원 중일 때에, 둘째 날 밤중에 혼자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사먹었었다. 오랜만이어서 그랬는지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서 다시 먹어보고 싶었다.  집에 와서 그것을 먹고 드러누워버렸다.

깊은 밤, 고양이 꼼이에게 항암제를 먹이고, 빗질을 해주며 어루만져줬다.
아내는 아예 마루에 나와 고양이 근처에서 이불을 몸에 감고 잠들었다.
고양이 깜이와 짤이는 내가 앉아 있는 책상 곁에 와서 나란히 누워 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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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4일 목요일

심야에 녹음.

밴드 녹음, 베이스 녹음

밤중에 서교동에서 녹음을 했다.
여러 번 해볼 필요 없었다. 소리를 조정하고 연습삼아 한 두 번 맞춰 본 다음, 그 직후의 연주를 그대로 녹음했다. 거의 한 번에 끝난 셈이다.
기분 좋게 녹음을 마쳤다.

학교에서 수업을 마친 후 곧장 고속도로를 달려 녹음실에 가느라 무엇을 먹지 못하였다. 녹음을 마치고 남아서 근처에 문을 연 식당에서 만두를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생각처럼 음식이 쉽게 입에 들어가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편의점에서 커피를 큰 컵으로 사서, 그것을 마셨다.

하루가 길었다. 많이 고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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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2일 월요일

촬영.


친구와 함께 하는 밴드 멤버들이 오랜만에 악기를 가지고 모였다. 지난 해에 녹음했던 음악 중 한 곡이 발매되었다. 밴드는 '윤병주와 지인들'이라는 이름으로 정해졌다.
오늘은 공개하고 있는 곡들을 위해 비디오 촬영을 했다.

서교동 거리는 온통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걸어다니고 있었다. 주차를 한 뒤 차에서 내려서는 나도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사람들은 전염병 때문에 두려움이 생겼고 간혹 맨 얼굴로 상점에 들어가면 직원 분들이 인상을 찌푸리기도 하였기 때문에, 남들을 불안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메르스라는 전염병이 창궐했던 것이 불과 사, 오 년 전이다. 그것이 지금의 코로나 19라는 것 보다 훨씬 지독했었다. 다만 그때와 달리 지금의 행정부는 일을 너무 잘 하고 있고, 지금의 언론은 그때와 달리 신이 나서 아무 말이나 하고 있다.

오랜 시간 촬영이 계속되니 슬슬 허리가 아파왔다. 그런데 나만 힘들고 아픈 것 같아서 내색하지 않으려 힘을 주고 서있었다. 알고 보니 다른 사람들도 피로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네 시간 동안 공연을 하는 것이 낫지, 같은 곡들을 여러 번 촬영만 하는 것은 고된 일이었다.

수고를 아끼지 않아준 감독님과 잘 준비해준 친구 덕분에 즐겁게 일을 마칠 수 있었다. 오가는 사람이 줄어버린 밤거리가 유난히 춥게 느껴졌다.

2019년 10월 16일 수요일

가을, 녹음.


아침 일찍 가평에 지어진 녹음실에 친구들과 함께 모였다.
공기 좋은 옛 가평역 자리에 예쁘고 훌륭하게 설계된 레코딩 스튜디오가 지어져 있었다.
한 번 가보고 싶었던 장소였다.

내가 좋아하는 아길라 앰프가 준비되어 있었다. 앰프 사운드가 마음에 들었다. 녹음실에 머물러 있는 동안 기분 좋게 연주했다.


오전에 한 곡, 오후에 한 곡을 합주 녹음으로 진행했다.
두 개의 악기를 모두 가져가긴 했는데, 처음부터 플렛리스로만 녹음하고 싶었다. 두 곡 모두 플렛리스 프레시젼으로 녹음할 수 있었다.

열흘 가까이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했던 까닭에 오늘 아침에도 알람이 울리기 전에 잠을 깨었었다. 저녁에 집에 돌아오는 길에 졸음이 쏟아져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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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22일 월요일

녹음.


'어떤' 행사에 쓰일 음악을 녹음하기 위해 오전에 멤버들과 함께 모였다.
녹음은 빠르게 끝났다.
연주를 마친 윤기형님이 먼저 자리를 떠나고, 나는 민열이가 기타 더빙을 할 때에 거기에 묻어 처음부터 다시 한 번 더 녹음을 해놓았다. 너무 빨리 끝이나서 약간 아쉬웠기 때문이었다.

밤을 꼬박 새운 탓에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만 졸기도 했다.
집에 도착하여 낮잠을 자고 다시 저녁에 깨어버렸다.
수면패턴이 뒤죽박죽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 달에 몇 번이라도 좋으니 중간에 깨어나지 않고 충분히 잠 자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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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27일 토요일

블루스 음반 재킷.



이 그림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함께 했던 사람들의 서사와 음반 수록곡의 이야기들이 모두 녹아 있는 앨범재킷은 오랜만.

(제모 Jemo Kang 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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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7일 일요일

블루스 음반 촬영...


그때 그 어린애들이... 전부 아저씨로 변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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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23일 수요일

녹음 후에.



녹음을 마친 후에 한 장 촬영.






올해 마지막 레코딩.


올해 마지막 녹음을 했다.



마무리 녹음은 Moollon Precision 으로.





2015년 11월 25일 수요일

녹음실에서.


춘천의 녹음실에서 새음반의 마무리 작업을 하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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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24일 토요일

친구들.


나는 그들과 만난지 이십여년이 되었다.
그들끼리는 서로 삼십여년이 되어간다.
녹음을 하기 직전 두 사람이 말 없이 뭔가를 맞춰 보고 있는 장면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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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스 녹음 중.


블루스 음반 녹음 중.

이제 곧 다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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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22일 화요일

2015년 8월 5일 수요일

오랜 친구들.


블루스 녹음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한 자리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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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6일 금요일

기자회견, 공연.


음반 발매기념 공연을 했다.
기자회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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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4일 월요일

레코딩.

21일 금요일 아침에 멤버들과 춘천에 모여 녹음을 시작했다.

좋은 녹음실이었다. 사람들도 좋았다.
계속 잠이 부족한 날들을 보냈던 것 외에는 불편함이 없었다.
녹음을 할 수 있도록 악기와 장비들을 준비하는데에 들인 시간을 제외하면 이번에도 녹음은 속전속결로...

앰프는 에덴을 골랐다.
정직한 소리를 내주는 앰프와 캐비넷의 소리가 좋았다.

편안한 환경이었다. 내가 사용했던 페달은 베이스 드라이브 한 개.

이 녹음실의 느낌이 좋았던 이유는 나중에 생각해보니 무려 창 밖에 흐르고 있는 강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었나 보다. 사람들이 찾는 공원이기도 해서 녹음 도중에 뛰어 노는 아이들과 아직 서먹하게 손을 잡고 덜 가까이 함께 걷는 커플들도 볼 수 있었다.

미국 공연을 마치고 돌아와 녹음까지 끝낸 직후, 감기가 찾아왔다.
조금 긴 시간 오래 얻어맞은 것 같은 컨디션이 되어 그만 뻗어버렸다가, 다음날에도 알람이 울리기 직전에 일어났다. 그리고 졸음 운전... 도로 정체...

이튿날 더빙과 보컬 녹음이 진행되는 동안 나는 자동차 안에서 침낭을 베고 두어 시간 자버렸다. 깨어나면서 오들 오들 떨었다.

혹시나 하여 갈아뒀던 퍼즈의 건전지는 잊지 않고 빼뒀다. 한동안 쓰지 않을 것이다.



2014년 11월 23일 일요일

감기.



엘에이에서 돌아와 이틀은 일을 했다.
그리고 금요일 부터 춘천에 있는 녹음실에서 밴드의 새 노래들을 녹음했다.

녹음실이 새로 자리잡은 곳은 불과 작년 3월에도 들렀었던 중도 앞의 그곳. 소양강을 따라 달리면 내가 군복무를 하던 부대도 볼 수 있는 그곳.

월요일에 귀국을 위해 엘에이 공항으로 가는 자동차 안에서 갑자기 목이 아파왔다. 집에 돌아와서는 조금씩 두통이 있었다.

낯선 동네에서 마주친 건달이 시비를 걸어오듯, 위협적이지도 못하면서 성가시게 구는 증세가 툭툭 들어오더니 급기야 녹음 첫째날을 마치고는 감기에 걸렸다. 올해 초에 겪었던 증세 보다 조금 심하다.

이제 계속되는 기침은 멎었고 더 이상 두통이 심하지는 않다. 이번에도 병원에 가지 않고 스스로 낫게 하려고 미련하게 버티는 중이다. 아프면 아픈대로 조금 몸을 놓아두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아직 덜 아파보아서 그럴 것이다.



2012년 4월 17일 화요일

밴드의 새 음반 녹음 이야기.

2012년 3월 23일 금요일.

두 시간 정도 잤을까, 나도 모르게 알람이 울리기 전에 선잠을 깨고 벌떡 일어나 앉았다.
어두운 방안에서 고양이들은 몸을 동그랗게 말고 사이좋게 모여 잠들어 있었다. 창문에는 빗방울이 닿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여섯 시 반에 집을 나와서 녹음현장에 도착했다. 아침 일곱시 사십 분이었다. 히터를 틀어둔 채 자동차 지붕의 빗소리를 들으며 스르륵 다시 잠이 들었다.

오전 아홉 시에 모든 스탭들과 악기들이 준비를 갖췄다. 손에 들고 있던 커피가 아직 식지 않았다. 나는 내 자리에 앉아서 녹음할 노래들의 제목을 적어둔 종이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냥 보고만 있었다. 읽거나 생각을 하거나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커피를 다 마시고 물 한 병을 열어 마저 다 마셨다.
개인 악기들과 앰프 등은 하루 전 22일 목요일 낮에 미리 가져다 뒀다.
나는 내가 해야할 일을 순서없이 여기 저기 적어놓았다. 아직 잠을 덜 깬 상태로 앰프 앞에 앉아 그것을 정리하여 종이에 옮겨 적고 있었다. 목요일에 일을 마치고 늦게 집에 돌아와 혼자 녹음할 곡들을 죽 쳐봤었다. 그 시간에 차라리 잠을 푹 자둘 것을 그랬다.
지금까지 낫지 않고 걸핏하면 다시 상처가 나고 있는 오른손의 손톱끝이 그날은 유난히 심하게 아팠어서, 신경이 날카로와져있었다. 조명을 어둡게 해놓았는데도 자주 눈이 부셔서 계속 모자를 쓰고 있었다.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저기’, ‘금지곡’, ‘꿈이야 생각하며 잊어줘’, ‘팩스 잘 받았습니다’, ‘멀어져간 여자’는 펜더 재즈로 녹음했다.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의 앞 부분은 손가락으로, 뒷 부분은 피크로 연주했다. 아길라의 스톰프형 프리앰프에 드라이브를 조금 걸어둔 상태로 암펙 앰프의 게인은 조금 줄인 상태의 사운드로 했다.
‘독수리가 떴네’,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는 물론 Moollon 프레시젼 베이스로, ‘지구가 왜 돌까’, ‘옷 젖는건 괜찮아’, ‘길엔 사람도 많네’는 물론 Moollon 재즈 베이스를 사용했다.
‘팩스 잘 받았습니다’와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는 모두 피크를 사용했다. 나머지는 전부 피크로 연주할 수 없는 곡들이었어서 손끝의 통증에 신경쓰지 않으려고 힘을 주다 보니 나중에는 턱이 아팠다. 아마 이를 너무 오래 꽉 물고 있었나보다.

모든 곡들은 평균 두 번씩 연주, 녹음되었는데, 대부분 첫번째 것이 테이크 되었다.
평소에 무대에서 연주하던 곡들도 있었고, 이 녹음을 위해 일주일에 사흘씩 한 달 동안 합주연습을 했다.

멤버들의 실수도 거의 없었다. 한 곡씩 마칠 때 마다 의견이 다른 것도 없었다. 사실은 그다지 대화를 할 일이 없었다. 가끔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펴거나 5분의 시간을 얻어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돌아오거나 했을 뿐. 한 곡을 마친 후에는 리더님이 "자, 다음 곡~" 이라고 말하며 계속 녹음을 이어갔는데, 음반을 들어보면 어떤 곡과 곡 사이에 그렇게 말하는 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들어가서 가느다랗게 들린다. ‘자, 쌩큐~ 다음 곡!’

아홉시 반에 시작된 녹음은 열 세 곡을 쉼 없이 진행하여 오후 두 시에 모두 끝났다. 중간에 삼십 분의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네 시간 동안 열 세 곡을 녹음한 셈이 되었다. 음반에는 열 두 곡이 수록되었다. 오후 부터 저녁 까지는 우리 리더 형님 혼자 보컬 녹음을 했고, 모든 것이 다 끝났을 때엔 아직 밤 열시가 다 되지 않았던 것 같다. 하루 안에 앨범 한 장의 녹음을 다 마쳐버리다니, 우리는 서로 마주보며 ‘정말 다 했네~’라며 비로소 긴장을 풀었다. 어두워진 하늘에서는 아직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그날의 녹음이 순조롭게 되었던 것은 비가 종일 내려주어 뭔가 차분한 분위기였기 때문일거라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와 따뜻한 물로 몸을 씻고, 커피를 진하게 내려 마신 후에 나는 반나절 동안 잠들었던 것 같다. 다음날 오후에 일어나서 어제 하루의 일을 생각하다가, 만약 내일 모레에 갑자기 부득이하게 다른 음반 한 장을 또 녹음해야한다고 해도 ‘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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