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6일 금요일

재즈


갑자기 연락을 받고 급한 사정이 생긴 연주자 대신에 대리 연주를 하러 가게 되었다. 절묘하게 시간이 맞춰져서 약속시간을 지킬 수 있었다. 우연히도 몇 주 전 건너편 건물 2층에서 그 클럽을 쳐다보며 궁금하군, 한 번 가봐야겠네,라고 했던 장소가 그곳이었다. 연주하는 무대가 창가였는데 아득히 옛 이야기가 되어버린 오래전 이태원, 강변들의 클럽이 생각났다. 익숙한 곡들, 세월이 흘렀어도 그다지 발전이 없는 라이브 클럽의 모양새... 연주하면서 창밖의 풍경을 구경하다가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흔드는 발끝도 보다가... 이렇게 긴장감 없는 것은 곤란하다는 투정도 해보다가.
낯선 장소이지만 졸업한 학교라든가 살았던 동네에 다시 와본듯 친숙했다. 끝없이 스윙하며 밤 새워도 좋다고 생각했다.

벽에 싼값에 박제되어있는 유명한 연주자들의 이름을 하나씩 기억해보면서, 쉬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맨날 쉬는 날이 필요하다며 투덜거렸던 주제에. 아무렴, 쉴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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