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23일 수요일

눈을 잔뜩 맞았다


지난 20일, 아침 일찍 군산 비응항을 향해 출발했다.
그 곳에 폭설이 내리고 있었다. 도로는 얼어붙고 함박눈은 멈출줄 모르고 내렸다.
나는 아내와 아내의 친구를 차에 태우고 있었다. 옆자리와 뒷자리에서 그들은 무척 신이 나있었다.
내 자동차에는 네비게이션이 없다. 눈으로 모든 것이 가려져서 그만 엉뚱한 길로 들어서고 말았는데, 아이폰의 GPS 덕분에 우회도로를 찾을 수 있었다.


위험한 눈길을 잘도 찾아가 약속장소에 도착하여 겨우 밥 한 공기를 먹었다.
도착한지 두어 시간 지나서 바다 위에 가늘게 햇빛도 살짝 보이고 눈도 그쳤다.
오늘 일은 공연이 아니라 무슨 촬영이었는데.... 그분들의 생각은 저 빨간 등대 앞에 악기를 차려놓고 연주하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퍼붓는 눈을 맞으면서 말이다.


결국 장소를 옮겨 부근의 다른 곳에서 촬영을 시작했다.
그럴 줄 알았지만 연주가 시작될 쯤 잠깐 비치던 햇빛은 다시 놀러가고 눈발과 바닷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해가 지기 시작하는 겨울바닷가는 매섭게 추웠다.
나는 결국 왼손에 장갑을 낀 채로 연주했다.
아무도 실수하는 사람이 없어서 짧은 시간에 촬영을 마쳤다.
마치자 마자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겨울밤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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