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5일 목요일

공연 후기



기록해두지 않으면 자주 잊어버린다.
우리 밴드만의 단독공연이었어서 많은 것을 욕심내기로 했었다. 다른 공연에서는 쉽게 요청하지 못했던 악기들도 빌려왔다. 가능한 마음껏 소리내려고 작정을 했었다.

공연장의 크기에 맞는 앰프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했다... 엔지니어가 해줘야할 일은 그분에게만 따로 있는 것이고, 밴드의 무대 사운드가 완벽하게 감압을 조절하고 있지 못했다. 다섯 번 공연하면서 다섯 번 사운드 리허설을 해댔으니, 아직도 이 밴드에겐 사운드에 관한 매뉴얼이 정립되지 않은 셈이었다. 관객이 어떻게 들었는지, 어떻게 구경하고 돌아갔는지는 나중의 문제이다. 내가 만족스럽지 않은데 객석에 앉은 사람들이 신나든 불평을 하든 무슨 상관인가. 
공연의 질이 나빴다. 매우 아쉬웠다.

엘릭서라는 상표의 베이스 줄은, 한 마디로 못쓰는 줄이었다. 여름을 지나면서 스트링 비용이 너무 많이 지출되어버렸던 탓에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덜컥 두 세트나 사버렸었는데, 공연 이틀째에 다 끊어버리고 DR과 다다리오로 교환했다. 정전기가 심하여 심지어 앰프와 D.I.를 통해 스피커에 심각한 잡음을 내기도 했고, 연주 도중 잠시 페달보드의 이펙터를 만지다가 약한 감전을 느끼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답답한 소리.... 못쓰겠더라. 두 번 생각하지 않고 툭툭 다 끊어서 버리고 대기실에서 원래 사용하던 스트링으로 갈았다. 결국 십여만원을 며칠 사이에 낭비해버린 셈이 되었다.
Radial의 D.I.는 결코 나쁘지 않았다. 그 물건의 종류가 세 가지나 되는지도 몰랐다. 어처구니없게도 베이스 줄을 갈았더니 원래대로의(혹은 원래대로라고 여겨지는) 소리가 나왔다. (모든 것을 베이스줄을 탓하기로 마음먹었다.)

세 개의 악기를 썼는데 악기마다 페달보드의 세팅이 달라져야했다. 이펙터를 밟아대느라 발끝이 바빴다. 컴프레서는 거의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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