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하루였고 날씨도 궂었다고는 하지만, 하루에 두 번이나 후진을 하다가 자동차의 뒷범퍼로 콘크리트 구조물들을 가볍게 들이받았다. 한 번은 제법 소리가 크게 나서 세게 부딛혔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런 상처가 없었고, 두 번째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범퍼의 옆이 스윽 긁혀버렸다.
내가 피로가 쌓여 잠시 방심했던 것 같았다.
그리고 많은 시간을 치고 있었기 때문에, 악기의 상태가 너덜너덜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브릿지는 녹이 다 슬어버려서 나사 머리가 아예 떨어져나간지 오래이고, 오늘은 공연리허설중 접촉불량인 부분이 발견되었다.
또, 페달보드에 붙어있는 이펙터의 노브가 또 한 개 쑥 빠져버렸다. 지난번 공연때엔 코러스의 것이 빠져버려서 애를 먹였는데 이번에는 또 다른 놈의 것이 빠져버렸다. 덕분에 공연 도중에 노브를 돌릴 수 없었다.
아이포토에서도 에러가 발생했다. 카메라와의 통신에 문제가 있었던 모양인지 사진의 일부가 제대로 전송되지 않았고, 약 6분짜리 동영상은 아예 임포트 되어지지 않았다. 다행히 카드의 내용물을 남겨놓았어서 아마도 카드 리더기를 사용하면 복구할 수 있을 것이다.
집의 보일러도 고장이 났다. 어언 두어달이 넘었다. 그동안 춥지 않아서 방치중이었는데 이제는 제법 쌀쌀해진 기온이어서 더 이상 귀찮아하지 말고 수리를 해야만 한다.
자동차는 정기점검을 앞두고 수리해야할 것들이 잔뜩이고, 악기는 수 개월만에 닦고 조이고 기름칠해야할 것들 투성이다. 맥북은 결국 수리점에 맡겨야할텐데 컴퓨터 없이 며칠을 보낸다는 것은 생각만해도 답답한 일이다. 그리고 그 많은 파일들을 언제 백업했다가 다시 설치할 것인가. 은근히 압박이 심한 일이기 때문에 계속 궁리만 하고 시작은 못하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