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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8일 일요일

대구 클럽 연주

대구 클럽에서 연주했다.

 


토요일 아침, 일찍 서둘러 고속도로를 달렸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길이 많이 막혔다. 거의 다섯 시간 동안 운전을 하여 대구에 도착했다. 공영주차장을 찾아 차를 세우고 뒷자리에 누워 한 시간 쯤 잠을 잤다.

처음 가보는 대구의 라이브 카페 '시카고'에서 연주를 했다. 약속했던 시간에 친구들이 모두 모였고 잠깐 리허설을 해보았다. 계속 잠이 부족했던 나는 리허설을 마치고 다시 자동차에 가서 사십여분 동안 잠을 더 보충했다.

밤 아홉시에 시작하여 약 두어 시간 동안 공연했다. 잠깐 잠을 잤던 것 때문이었는지 피곤하지 않았고 집중이 잘 되었다. 무대 앞에 자리를 메워주신 관객들이 호응을 잘 해줬던 덕분에 그랬을지도 모른다.

올해에는 김창완밴드의 모든 공연이 취소되었다. 언제나 연말에 가까와지면 밴드 일정으로 분주했었던 것이 아주 오래된 옛날 일처럼 느껴진다. 대신 친구들과의 공연을 하나라도 더 하려고 마음 먹고 있다. 다음 주 토요일, 그 다음 주 토요일에도 작은 클럽에서 계속 연주를 할 예정이다.

대구에서 새벽에 출발하여 집으로 돌아올 때엔 졸음을 견딜 수 없었다. 휴게소가 나타날 때 마다 차를 멈추고 잠시 시트를 눕히고 졸거나 차에서 내려 스트레칭을 했다. 아침 여덟 시가 다 되어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아주 푹 잠을 잘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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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24일 토요일

여덟 달.

펜더 베이스 건전지를 교환했다.

 


지난 주 밤중에 오랜만에 합주를 했는데, 도중에 악기의 소리가 사라졌다. 급히 패시브로 바꾸고 연주를 계속 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확인해보니 다시 소리가 나고 있었고, 그 다음 날 학교에서 수업을 할 때에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수업을 마칠 무렵 액티브 소리가 희미해지더니 완전히 사라졌다. 건전지를 다 쓴 것이다.

바로 다음 날 밤, 공연에서는 다른 악기로 연주했다. 연주를 시작한 뒤 한참이 지나서야 무대 위에 서있는 것이 덜 낯설어졌다. 무대에 오르고 공연을 하는 것이 일상이었던 적이 먼 옛날의 일 처럼 여겨졌다.

오늘 아침, 열흘만에 여섯 시간 이상을 자고 일어났더니 몸이 개운했다. 악기를 뒤집어 건전지를 새 것으로 교환했다. 액티브 악기에 건전지를 넣을 때에는 날짜를 써두는데, 적어둔 날짜를 보니 지난 번에 건전지를 넣은 이후 여덟 달이 지났다. 지난 2월에 건전지를 교환하고 악기를 정비해 둘 때에는 약속되어 있었던 모든 공연들이 취소될 것이라는 것을 몰랐다. 전염병이 세상 사람들의 일상을 바꿔버린 것이 여덟 달이 지난 것이다. 그런데 마치 그 보다 훨씬 더 긴 세월이 지난 것만 같다.

내가 쓰고 있는 이 악기의 전기 부분이 특별히 건전지 소모를 덜 하는 것이어서 여덟 달 만에 건전지를 교환하게 된 것은 아니다. 올해 내내 그만큼 공연할 일, 연주할 일이 없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언제 다시 연주를 하러 다니는 생활을 할 수 있을지 이제는 알 수가 없다.

다음 건전지를 교환할 날짜가 금세 다가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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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16일 월요일

연주.


지난 주 금요일, 서교동 클럽에서 공연을 했다.
이번에는 전날 밤에 합주를 할 수 있어서 연주하는데에 편했다. 합주라고 해봤자... 대충 한 번 맞춰보는 것이었지만.

감염병에 대한 소식은 넘쳐나고 한국의 언론은 여전히 마스크 타령인 중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공연을 보러 와준 분들이 많아서 뜻밖이었다. 사실은 무관중 공연이라고 해도 기꺼이 할 생각이었다.

하루 전 합주할 때에는 의자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스트랩이 조금 늘어난 것인지 내 체중이 조금 줄어버린 것인지 서있을 때에 악기의 위치가 약간 낮게 느껴졌다.
다음 주에 남아있는 한 곡이 마저 발표되면 또 공연을 하게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짧았던 공연 시간이 근래 석 달 중 제일 마음이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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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7일 금요일

해를 마무리 하는 공연.


한 해를 끝내는 공연을 했다. 같은 장소에서 세 번째, 송년(送年) 공연.
이제 이 장소에서 공연을 마치면 또 해가 바뀐다는 기분이 든다.
이 날의 공연을 잘 마무리 하고 싶어서 준비를 많이 했다. 작은 공간이므로 작년에 그랬던 것처럼 이펙터 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 대신 앰프의 소리가 잘 들리기를 원했다.
연주할 곡들의 순서가 바뀌고 조(調)가 많이 달라졌다. 어떤 곡은 더 낮은 음역대에서 연주했다. 공연의 중간 부분에 어쿠스틱 기타의 반주를 할 때에는 평소에 연주하던 베이스 라인 그대로 하지 않았다. 마치 새로운 편곡처럼 들리게 하고 싶었다. 의도했던 대로 잘 연주할 수 있었고, 올해의 마지막 공연을 잘 마칠 수 있었다.


올해는 시작부터 마칠 때까지, 되돌아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고단하고 힘들었다.
불평을 하거나 투덜대는 짓은 그럴 수 있는 여력이라도 있을 때에나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 해 동안 나는 한숨을 쉴 생각도 할 여유가 없었다. 미워하고 싶은 한 해였다. 어서 지나가라고 떠밀고 싶었다.

공연을 마치고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테이블에 마련된 감자튀김을 먹다가 동료가 따라준 맥주를 마시기 시작하고 말았다. 조금만 맛을 볼 작정이었는데 맥주가 너무 맛있게 느껴져서 그만 몇 잔을 거듭 마셔버렸다. 마른 진흙처럼 몸에 붙어있던 여러가지 감정들이 맥주 몇 잔을 마시며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2019년 12월 21일 토요일

당진 공연.


당진에서의 공연을 마쳤다.
낮에 서해대교를 건너다가 9년 전 태안 바닷가에서 공연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태안에는 어떤 연고가 있어 가끔 다녔다. 당진도 그랬다. 공연을 하러 갔던 적은 아직 없었다.

화요일부터 오늘까지 계속 감기 몸살을 앓았다. 두 시간 운전을 하는 것도 힘이 들었다. 공연을 마칠 때까지만 버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리허설을 마칠 즈음부터 몸살 기운이 사라졌다.


십 년 전 12월에는 밴드의 두번째 음반을 낸 후 연말 공연을 했었다. 열 번의 해가 빠르게 지나가버렸다. 극장에서 요청한 포스터에 서명을 하고 어쩐지 기록을 해두고 싶어서 사진을 찍었다.



스물 두 곡을 연주한 공연도 지난 십 년 세월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공연을 마치고 악기를 정리하다가 무대 바닥에 붙여둔 셋리스트를 한 번 더 보았다. 십 년 동안 어떤 곡은 모양이 달라졌고 어떤 곡은 조가 바뀌었다. 어떤 곡은 내가 녹음하고 연주한 지 십 년이 넘었고 어떤 곡은 내가 마음에 담아 들어온 지 삼십년이 넘었다.

이제 다음 주에 남은 공연을 하면 힘든 일만 많았던 한 해를 얼른 보내줄 수 있다.
오늘은 우선 오래 자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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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26일 화요일

음악


아침에 병원에 다녀와서 세 시가 다 되어 첫 끼를 먹었다.
일찍 일어났더니 잠이 모자라 두어 시간 낮잠을 잤다.

저녁에 학교 학생들의 정기공연, 졸업공연이 있었다. 서교동까지 가는 길에 자동차가 빼곡했다. 오랜만에 찾아간 동네엔 울긋불긋 낯선 간판들이 가득했다.
학생들의 연주를 주의 깊게 보았다. 나는 지난 주 작은 공연을 제대로 잘 하지 못했던 것이 아직 마음에 남아있다. 자신들이 공들여 준비한 음악들을 한 곡 씩 연주하는 학생들의 표정에는 강한 자의식이 보였다. 대부분은 과잉된 기분으로 보였지만, 그 사이에 시선을 멈출만한 미래의 연주자들도 있었다.



공연장에서 십여분 걸어서 오늘 약속되어 있던 녹음실에 도착했다. 스무 살 많으신 음악선배 형님은 벌써 도착하셔서 녹음을 진행하고 있었다. 나는 친구들과 함께 얼마 전 그 분의 노래 두 곡을 녹음했다. 오늘 녹음을 끝으로 이제 후반 작업만 남았고 아마도 새해 초에 음원이 나올 것 같다.

깊은 밤 동네에 돌아오니 입김이 보였다.
이제 겨울은 시작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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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8일 금요일

실수


악기를 넘어뜨렸다. 그만 오래된 악기의 네크에 큰 흠집이 났다. 부러지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려고 했지만... 그렇게 해본다고 기분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십여 년 사용해온 기타 스탠드가 모두 고장이 났다. 두꺼운 나사를 찾아 겨우 고정시켜 놓았었다. 어제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후에 허리 통증이 다시 심해졌다. 일찍 잠들었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내일 공연에 쓰일 악기들을 점검했다. 작은 렌치로 브릿지를 조정하는데 눈이 침침했다. 안경을 꺼내어 쓰고 방 안에 불을 밝혀야 했다. 아무리 자세를 고쳐 앉아도 허리가 아팠다. 여전히 어깨와 팔은 저리고 손가락 서너 개는 감각이 무뎠다.
나는 두 개의 악기를 모두 손 본 후에 스탠드에 악기를 세우려다가 그만 허리가 아파 악, 소리를 냈다. 그 때문에 몸을 움츠리다가 들고 있던 악기를 기타 스탠드에 제대로 걸지 못했고, 임시방편으로 고정시켜뒀던 나사가 스탠드에서 빠지면서 베이스가 그대로 넘어져버렸다.

낡은 것들을 미련 없이 버리고 새 것을 사뒀거나, 내 눈이 여전히 좋고 몸이 아프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쓸모가 없다.
악기의 네크에 깊이 파인 상처를 나는 아무 소용 없을 줄 알면서도 손으로 문지르고 있었다. 어떤 생각이 새로 생겼다.
이제 지금까지 습관 들여 살았던 것 보다 더 조심해야 하겠구나. 무심코 하던 행동들을 더 주의하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것은 이상하거나 서운한 일이 아니라, 그냥 자연스러운 것이다.

내일 공연으로 분주했던 두어 달의 일정이 끝나간다. 내가 신경을 쓰며 악기를 점검하는 유난을 떨고 있는 이유는 지난 주의 공연이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일 공연을 완벽하게 하고 싶은 것은 맞다. 그렇지만 콘서트는 나 혼자 하는 것도 아니고, 이제는 사소한 것에 몰두하여 쓸데 없는 강박 같은 것은 가지지 말아야겠다.

오늘은 푹 자고, 내일은 고요한 마음으로 연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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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9일 화요일

밤중에 경주에.


낮에 고민하다가, 공연 하루 전에 미리 경주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내일 공연을 마치고, 그 다음 날에는 여주에 가서 수업을 해야 한다. 지난 주 대구에 다녀왔을 때에도 무척 피곤하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장거리 운전을 하고 밤 열 시를 넘길 공연을 마친 후 다시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 보다는 하루 전에 공연장 근처에 도착해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매니저님에게 전화를 걸어 이 내용을 말하고, 해가 저문 후에 느긋하게 출발하려고 하고 있었다. 오후 늦게 매니저님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내가 머물 숙소를 예약해 주셨다고 했다. 나는 내가 편할 때에 출발하여 내가 머물 곳을 알아서 잡아 하루 자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감사 인사를 하고 짐을 챙겨 운전을 시작했다.

밤 열한 시 직전에 한옥집의 외양을 흉내 낸 이상한 여관에 도착하였다. 어떻게 말해도 호텔이라고 해줄 수는 없는 곳이었다. 오랜만에 요를 깔고 바닥에 누워본다. 집에서 하던 일들을 그대로 가져왔다. 이어폰을 잘 못 가져오는 바람에 에어팟을 사용해야 했다.
그런데 역시 의자가 아니어서 몸 여기 저기가 무척 아팠다. 나는 아직도 양손이 저리고 허리와 목과 어깨에 통증이 있다.

내일 공연으로 바빴던 한 달이 지나간다.
오늘은 여유를 부리며 깊이 잠들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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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4일 목요일

대구에서.


대구에서 공연했다.
보통의 공연에 비하면 절반 정도 분량이었다.
아침 일찍 출발하여 고속도로를 달렸다. 내 차에는 멤버 분들의 악기가 실려있었다. 그들은 KTX를 타고 가기로 했고, 나는 직접 운전을 하여 가고 있었다. 중부내륙 고속도로에서 큰 정체를 겪었다. 약 한 시간 남짓 손해를 보았다. 알고 보니 큰 사고가 있었다. 사고 현장에서 구급차가 막 떠난 것으로 보였다. 나는 약속시간에 늦을까봐 조바심이 났지만, 안전하게 도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악기가 내 차에 실려 있으니 사고라도 나면 오늘 공연은 망치는 것 아닐까 하였다. 올해 들어 나는 자주 과속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

약속 시간에 정확히 도착하여 짧은 리허설을 하고, 공연을 마쳤다.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때엔 느긋한 마음으로 밤길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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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2일 화요일

잠깐 가을.


오랜만에 이틀 동안 쉴 수 있었다. 어제와 오늘 동네에 있는 한의원에 다시 찾아가 치료를 받고 침을 맞고 있다. 다시 팔과 손이 저린 증상이 시작되었다가 그것이 심해져 손 끝에 감각이 없어진 정도가 되었었다. 토요일 인천 공연은 왼손에 감각이 없어서 지판을 자주 쳐다봐야 했다.

침을 맞고 진료를 받는다고 쉽게 낫지는 않는다. 그래도 시간을 낼 수 있을 때에 몸을 관리라도 해보려는 것이다. 그 덕분에 동네 어귀를 느릿 느릿 걸으며 가을 하늘을 올려다 보고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집 앞에 나무들은 잎의 색도 바꾸고 빨간 열매를 맺기도 하며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아내와 함께 어느 감나무 앞에 서서 탐스럽게 매달린 감을 올려다 보았다. 더러는 새들이 쪼아 먹기도 했지만 예쁜 색을 띠고 가지 끝에 주렁 주렁 달린 감들을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오랜 기간 힘든 일들을 겪어 왔다. 아직 아무 것도 더 나아지지는 않았다. 모처럼 쉴 수 있었던 이틀 동안 밤중에 갑자기 전화를 받고 응급실에 가거나 걱정을 가득 안고 도로를 달리는 일은 없었다. 그 정도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내일 부터 다시 합주를 하고 공연을 하러 먼 길을 다녀오고 밴드 일정 때문에 미루어야 했던 수업 준비도 더 공들여 해야 한다. 몸이 저절로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치료를 받으러 다니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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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5일 토요일

운전, 연주, 운전.


정읍에서 공연했다.
새벽에 어떤 소음 때문에 잠을 깨어 결국 다시 잠들지 못했다. 겨우 두 시간만 잘 수 있었다.
아침 일찍 운전을 시작, 네 시간 동안 고속도로를 달렸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예상하지 못했던 추위.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따뜻해 보이는 외투를 입고 있었다. 내장산 기슭의 바람이 매서웠다.

아직 여름 옷을 입고 다니는 나는 계절의 변화에 너무 둔감한 것 같다.
첫 곡을 시작했을 때에 낮은 온도에 악기의 줄이 점점 더 차갑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 손이 시려워서 입에 손을 가져다 대고 후후 불었다. 사람들이 보기에 매우 바보같았을 것이다.

공연이 진행되면서 해가 지고, 기온은 더 낮아졌다. 악기의 음이 자꾸 미세하게 올라갔다. 가장 덜 변한 줄을 기준으로 삼아 연주를 하면서 수시로 튜닝을 하는 수 밖에 없었다.


무대 위의 음향은 최근 몇 년 중 가장 최악이었다. 이미 리허설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정이었을 때에 눈치를 챘다. 공연을 시작한 후 연주를 하는 도중에 헤드셋 마이크를 하고 있는 분을 불러 모니터 스피커의 소리를 아예 꺼달라고 부탁했다. 이런 경우에는 무대 위의 사운드를 최대한 귀기울여 듣는 편이 언제나 더 나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기왕에 시작한 연주를 할 때에는 더 이상 핑계를 대거나 부실한 음향을 구실 삼아 변명할 필요는 없다. 집중하여 잘 하면 그만이다.

공연을 마치고 났더니 감기에 걸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정읍 시내에서 따뜻한 국밥을 먹고 다시 운전을 시작했는데, 저절로 두꺼운 이불이 덮혀지는 것 처럼 졸음이 밀려왔다. 두 번이나 중간에 쉬면서, 세 시간을 운전하여 집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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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친구가 서초동에 함께 가겠느냐는 문자메세지를 보내왔다.
지난 주 부터 다음 주까지 토요일 마다 공연이 약속되어 있어서, 나는 못 가는 대신 내 몫까지 해주고 오렴, 이라고 답을 했다.
집에 돌아와 금세 잠들지 못하고 사람들이 올린 사진과 글을 한참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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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27일 금요일

공연 사흘 째.



밴드 10주년 기념공연이라는 이름을 붙인 나흘 동안의 공연, 사흘째 순서를 마쳤다.
연주하고 공연하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내 개인사는 편안하지 못했다.

연주하는 일이란 특별할 것도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러나 마음의 상태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사흘 내내 공연 직전 혼자 스스로를 가라앉히고  정서를 유지하려 애써야 했다. 음 한 개, 박자 하나에 더 신중하려고 했다.

오늘 밤은 집에 돌아오는 길이 멀게 느껴졌다.
먹은 것이 없어서 그랬나 보다.
챙겨 먹고, 쉴 수 있을 때에 쉬어야 한다.

내일 남은 공연은 더 편안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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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25일 일요일

제주에 다녀왔다.


편안하고 순조로왔던 제주도 공연을 마치고 돌아왔다.
예정, 약속, 준비들이 잘 이루어졌고 초대해준 분들이 마련해준 숙소도 편안했다.
토요일 아침 기타를 하드케이스에 담다가 그만 허리에 큰 충격을 느끼고 그 자리에 쓰러져버렸던 일만 제외하면 모든게 좋을뻔 했다.

그동안 작은 통증들이 모여있다가 터져버린 것 같았다.
공항까지 운전하는 동안 통증이 계속 느껴지다가 비행기를 타면서 극심해졌다. 제주도에 도착할 무렵에는 아무데나 드러누워 쉬고싶을 지경이었다.


리허설을 마친 후에 가까운 곳에 정해준 숙소에서 쉴 수 있었던 덕분에 공연 직전에 어느 정도 회복을 할 수 있었다. 통증이 아니었다면 더 집중하고 즐기면서 연주할 수 있었을텐데 아쉬웠다.
모두 열두 곡을 연주했다.  습기가 가득한 바닷바람 덕분에 새로 감아둔 기타줄의 표면이 거칠어졌다. 가까운 곳에 모여앉은 청중들의 소리, 한 곡을 연주할때마다 한번씩 하늘 위를 지나가던 비행기 소리들이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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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22일 목요일

기타


주말에 제주도에서 통기타를 연주해야하는 공연이 예정되어있다.
한달 남짓 어쿠스틱 기타를 열심히 쳤다. 처음에는 낯설더니 조금씩 감각이 되돌아왔고, 이제 다시 익숙해졌다.
어릴적에 기타를 치고싶어서 몰래 연습했던 기억도 나고, 그 시절 하루종일 이어폰으로 듣고 다니던 음악들도 생각났다. 다만 악기의 큰 음량을 틀어막을 수 없어서 밤이 되면 연습을 할 수 없었다. 심야에 통기타를 치면 이웃들의 수면을 방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엔 이불을 뒤집어 쓰고서도 연습을 했었는데 이제는 남의 집에 피해를 줄 것을 지레 걱정하여 심야의 악기연습을 삼간다.

열흘 전 제천에 다녀온 이후 통기타에 새줄을 감고 자주 연습했다. 그동안은 베이스를 손에 쥐어보지 않았다. 덕분에 오른손의 손톱이 기타를 연주하기 알맞은 정도로 자랐다.
내일 약식으로 합주를 한 번 하고 그 다음날은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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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12일 월요일

제천에서 공연.


내가 사는 동네에는 바람이 불고 비가 많이 왔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오늘 돌아다녔던 도로와 공연장 부근은 맑았다.
오후에 출발하여 이제는 낯익은 길을 따라 제천의 청풍호 부근에서 윤기형님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약속시간에 맞춰 멤버들의 차량이 동시에 모두 모였다. 리허설을 할 때에 음향이 좋지 않아 오늘밤 공연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악기의 상태도 나빴다. 공연이 시작되었고, 역시 연주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졌다.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어서 무대 위의 사람들을 번갈아 쳐다보며 연주해야했다.
제천 영화제에는 이전에도 몇번 출연하여 연주했었다. 기억에 남는 좋은 공연도 있었는데 오늘은 실망스러웠다.

리허설 후에 주최측에서 마련해준 호텔에 들어가 편안히 낮잠을 잤다. 고마운 숙소였다. 그 덕분에 피로가 많이 풀렸다.


공연을 마치고 전화기를 확인해보니 아내가 두달 남짓 돌보고 있던 아기 길고양이 형제를 데려와 임시로 보호해줄 분에게 잘 맡겼다고 했다. 함께 보내온 사진을 보니 두 마리 모두 건강한 모습이었다.

집에 돌아온 후 눅눅해진 악기를 대충 닦고 스탠드에 걸어뒀다.
듣고싶어서 쟁여둔 음악이 많고 읽고싶어서 모아둔 책들이 많은데 하루가 짧다.
커피를 한 번 더 내려 마시려다가, 이제부터는 가능한 잠을 충분히 자두자고 생각하여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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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3일 토요일

부산에 다녀왔다.


다대포 해변에서 공연했다.

아침 일찍 서울역에서 열차를 타고 부산으로 가는 중에 읽던 책의 나머지 부분을 절반 읽었다. 오후에는 리허설을 마치고 에어컨을 틀어둔 커피집 테이블 앞에 앉아 책의 뒷부분을 마저 다 읽을 수 있었다. 우연히 발견한 책이었는데 흥미로왔다. 피터 싱어의 '더 나은 세상'이라는 책으로, 원제는 Ethics In The Real World 였다.
요즘 생각해봤던 주제들이 그 책 안에 많이 담겨있었다. 어떤 사람은 살아가면서 더 배우려는 태도를 지니지 않으려 애를 쓰기도 한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경험 속에서 굳혀놓았던 생각이 사실과 위배될 때에 혼자 절망하는 모양이다. 절망만 하면 괜찮은 편인데 그런 감정은 쉽게 혐오와 분노로 튀어나온다. 피로하지만, 그런 사람들이라고 해도 어쨌든 대화는 해야한다.

화요일 밤부터 꼬박 하루를 못자고, 그 다음날에 조금 잤다가 어제 다시 한숨도 못잤다.
다대포 앞은 무덥고 습했다. 고운모래가 가득한 해변이었지만 수면부족과 불면으로 몸을 쉴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했다. 무대 위의 음향상태도 좋지 않았다. 가능한 체력을 잘 안배해야했다.

밤중에 돌아올 때에 열차가 늦게 출발했다. 나중에 뉴스를 보니 너무 기온이 높아 선로가 가열되어 고속열차들이 여러 곳에서 지연되었다고 했다.
새벽, 서울역에서 집으로 돌아갈 때엔 음악을 꺼두고 자동차의 유리문을 열어둔채로 달렸다.
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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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1일 일요일

연주.


일요일 저녁 공연을 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팀과 함께 연주했다.
흐린 하늘처럼 가라앉은 기분으로 집에서 나왔었는데 연주를 마친 뒤에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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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0일 토요일

연습


집안의 일로 열흘 넘게 베이스 연습을 못했었다. 지난 화요일 밤에 합주를 할 때에 길어진 손톱을 깎으며 살짝 긴장을 했었다.

내일 공연을 위해서 악기 연습을 오래 했다. 새삼 준비할 것은 없었다. 다만 손가락이 말썽이라도 부리지 않을까 하여 염려했다.
오랜만에 이 악기를 가지고 가려고 마음 먹었다. 반음 내린 튜닝으로 맞추기 위해 브릿지의 높이를 조절했다. 여름마다 그랬던 것처럼 창문을 열어두고 지낸다. 바람이 창문 사이를 지나며 덜 덥게 해주는 대신에 실내의 습도는 높아진다. 악기의 네크와 브릿지를 미리 손봐둬야 했는데... 올해엔 여러가지 다른 일 때문에 제대로 관리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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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27일 월요일

잠깐 숨을 쉰 기분.


집안의 어려운 일들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길어지고 있다.
기대하는대로 되어지는 것은 없고 계속 힘들었다. 자고 일어나면 또 다른 힘겨운 일이 생길지도 몰라서 긴장하며 보내기도 했다.

연주를 하기 전에 잠시 느긋하게 앉아있었다. 공연을 마치고 밤공기를 쐬었다. 서울 합정동의 대기가 맑지 않았을텐데 가슴이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더 오래 연주를 하며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제의 공연은 잠깐 숨을 쉰 기분이었다.

2019년 5월 26일 일요일

비둘기와 고양이, 공연.


일부러 일찍 일어나 준비했는데 그만 리허설 시각에 맞춰 도착하지 못했다. 도로에 차가 너무 많았다. 홍대 앞에도 사람이 가득했다. 처음 만나는 에이퍼즈 밴드 멤버들에게 지각을 하여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다.

에이퍼즈 팀은 아주 좋았다. 유튜브에서 그들의 연주를 찾아 여러번 봤었다. 기회가 되면 다음에는 그들의 공연을 보러 가고 싶어졌다.

연주를 마치고 자리에 남아 동료들과 시간을 보냈다. 집에 돌아오니 한 시가 넘어있었다.




내가 살고있는 아파트의 다른 집 어딘가에 비둘기 둥지가 있는 모양이다. 비둘기가 자주 베란다에 찾아와 아내가 마련해준 먹이를 먹곤 한다. 오늘은 집안의 고양이들이 전부 새를 구경하느라 모여있었다.

가족들이 아프지 않고, 생활이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면 좋겠다. 자주 연주를 하고 고양이들과 뒹굴며 게으름도 피울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아직은 먼 일인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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