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일만에 아침에 눈을 뜨고 뉴스를 보는 대신 음악을 틀었다. 아직 긴 과정이 남아있지만 그래도 탄핵 의결로 내란 우두머리의 직무라도 멈추어 놓았으니 다행이다. 오늘은 끝날 때까지 음악만 생각하고, 집에 돌아갈 때에도 음악을 들으며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했다.흐린 하늘에 바람이 불고 주차장엔 낙엽이 쌓여 있었다. 쓸쓸한 늦가을 오후 같았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손을 녹이고 있었다. 여섯 시간 쯤 잤는데 뭔가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어제와 오늘은 다른 세상이었다. 아주 작은 차이이지만.
일부러 혼자 일찍 무대에 가서 한 시간 쯤 사운드 체크를 하고 개인 연습을 했다. 리허설은 이십여분 만에 끝났다. 나는 낯선 장소에서는 잘 자지 못하는 편인데, 지난 밤엔 아주 잘 잤다. 어제 연주할 때에 왼쪽 손목과 오른쪽 두 번째 손가락에 통증이 심했었다. 오늘은 일부러 충분히 손가락을 풀고 손목에 신경 쓰며 연습을 했다. 공연장 안에 있는 커피집에서 커피 한 잔을 더 사서 조금 마시다가, 차 안에 놓아두고 돌아왔다. 더 먹고 싶었지만 공연 중에 화장실에 가야 하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두 시간 공연을 마친 후 세 시간 이십 분 운전하여 집에 돌아왔다. 운전하면서 Joe Sample의 1997년 앨범과 Jaim Hall 의 1978년도 라이브를 들었다. 음악을 듣고, 연주하고, 음악 관련 기사를 읽어보는 일상이 한참만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럴 줄 알았지만, 주차할 곳이 없어서 또 빙빙 돌다가 멀리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웠다. 악기들을 차 안에 그대로 둔 채 집에 들어와서 자고 있던 고양이들을 깨워 껴안고 뒹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