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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5일 월요일

가족.


십 년을 함께 보내온 고양이.
자고 일어나면 오랜만에 만난 사이인 것처럼 다가와 인사를 해준다.
타이핑을 하느라 곁을 돌아보지 않았더니 그르릉 소리를 내며 케이블에 얼굴을 부비고 있었다.
독감에서 겨우 벗어나는 중에, 고양이를 만져주며 잠깐 마음이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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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4일 목요일

고양이 꼼.


고양이 꼼을 만난 날은 2007년 11월이었다. 열 번의 겨울을 함께 보냈다. 가끔 기침을 하고 날이 궂으면 눈꼽이 끼는 정도일 뿐 건강하게 잘 지내주고 있다. 이름을 부르면 소리없이 뛰어와 몸을 부빈다.

이 고양이는 누구보다도 사람의 감정을 잘 살펴준다. 위로하려 하고 걱정해주려 한다. 너무 세심하여 때로는 마음의 병을 굳이 나눠 가져가곤 한다. 

나는 고양이 꼼이 좀 더 멋대로 살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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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3일 수요일

고양이 이지.


수퍼문이라더니 새벽까지 큰 달이 하늘에 걸려있었다.
오랜만에 맑은 날씨였다. 햇볕이 오전 내내 집안에 가득 들어왔다.

고양이 이지가 뛰고 뒹굴고 그루밍을 했다.
볕이 드는 곳을 다니며 드러눕기도 했다.

조용한 낮 시간이었다.

2016년 마지막 날에 고양이 이지는 병원에 있었다. 그 후 큰 수술도 받고 약과 주사를 많이도 투여당했다.
2017년 마지막 날에도 이지는 병원에 있었다. ‘모든 수치가 좋아졌으며 스스로 잘 먹고 건강하다’는 말을 듣고 왔다.

고양이가 그나마 많이 나았다는 것은 우리도 알고 있었다. 사실인 것을 수의사님으로 부터 확인 받을 때에 이상하게도 비로소 안심이 됐다.
매일 낮에 햇볕이 드는 곳에 앉아 졸거나 그루밍을 하는 작은 고양이를 보는 일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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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12일 토요일

검은 고양이.


지난해 초겨울에 누군가에게 버려졌던 어린이 고양이는 이제 우리와 함께 마냥 좋아하며 잘 살고 있다. 찬 바람 불던 그날 밤 먹을 것이라도 챙겨주려 아내와 함께 얘가 숨어있던 곳에 찾아갔을 때에, 아직 부르지도 않았는데 어둠 속에서 뛰어나와 아내의 바지를 붙잡고 늘어졌었다. 우리는 무엇을 상의할 겨를도 없이 이 놈을 안고 집에 돌아왔었다.

나는 그런 말을 입 밖에 잘 꺼내지 않았지만, 아내는 자주 이 꼬마 고양이가 지난 해에 떠나간 순이의 행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사실은 나도 알고 있었다.

그다지 신기한 일은 아니지만, 어쩐지 점점 내가 자리에 누울 때 까지 곁에 와서 졸고 있다거나 악기를 연습하고 있으면 늘 나에게 몸을 붙이고 그르릉 거리거나 하고 있다. 내가 집에 돌아오면 길게 소리를 내며 뛰어 나와 인사를 한다. 꼭 순이가 하던 짓 그대로라고 생각한 적이, 나도 많다.

선천적인 기형인지 아니면 더 어릴 때에 다쳤던 것인지 얘는 한쪽 귀가 꺾인채 더 자라지 못하였다. 그 때문에 귓속에 진드기도 있었고 아직 곰팡이가 남아 있어서 병원에 다니고 있다. 한쪽 뒷다리도 무슨 일이었는지 부러졌다가 저절로 붙은 흔적이 있다. 집안의 어른 고양이들은 에너지가 넘치는 꼬마 고양이가 귀찮을 때가 많아서 어쩌다가 상대를 해준다고 해도 오래 놀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어린이 고양이는 언제나 심심하다.


2017년 7월 12일 수요일

검은 고양이와 나.



오전에 잠에서 깨어나 게으름을 피우며 전화기를 들여다 보고 있는 동안, 아내가 이 사진을 찍어줬다.
검은 고양이 깜이는 덥고 재미도 없을텐데 자주 내 곁에서 시간을 보낸다.
바보스러운 얼굴과 표정이 우스워서 사진과 실물을 번갈아 쳐다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얘는 지금도 내 의자 옆에서 불편하게 졸고 있는 중이다.
왜 이러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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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4일 화요일

생일이었다.


또 생일이라니 너무 빠르다고 생각했다.
페이스북에 내 생일이 노출되는 것이 싫어서 이틀 전에 개인정보를 비공개로 바꿔뒀었다.
사람들은 그런 것에 표시되는 남의 생일을 발견하고, 영혼 없는 축하 메세지를 남기고는 한다.
그런 서비스가 알려주지 않으면 기억해주지 않는 생일을 축하 받으면 뭐하나, 생각했다.
사실은, 생일이라고 축하를 받을만한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기분을 우울하게 했다.

아내가 미역국과 두부김치와 버섯을 쇠고기에 말은 어떤 요리를 해줬다.
그 음식의 이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던 모양이었지만, 맛있고 고맙게 잘 받아 먹었다.
한밤중에 편의점에서 담배를 샀다.
집에 돌아올 때에는 일부러 강쪽의 길을 걸었다.

아침에는 고양이 이지가 오랜만에 야옹, 소리를 내주었다.
마치 생일 축하 인사를 해주는 것 같아서 대답해주며 이마를 쓰다듬으려 했는데, 그만 아내의 침실로 도망가버리고 말았다.



2016년 7월 5일 화요일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들.


고양이 순이의 상태는 더 좋아지지 않고 있다.
순이가 활발하게 움직이지 못한지 한 달이 넘었다.
여름을 보내는 고양이들은 사람에게 칭얼거리거나 놀아달라고 조르는 대신에, 조용하게 자리에 앉아 물끄러미 사람의 얼굴을 보거나 아픈 고양이 곁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잠드는 일이 많아졌다.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들이 건강하기를 언제나 바라고 있었다.
고양이들도 사람들도 건강할 수도 있고 병을 얻을 수도 있다.
고양이들의 단잠이 더 달콤하고,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의 큰숨이 한숨처럼 들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오늘 하루는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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