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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2일 화요일

시골.


시골에서 맡는 겨울 냄새가 있다.
어릴적에 몇 년 동안 농촌생활을 했었다. 흰 눈이 쌓였던 날에 옛날식 가옥에서 맞았던 겨울 아침이 생각 났다.

얼어있는 바닥과 덜 녹은 눈 위에는 작은 발자국들이 보였다.
시골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는 몸을 숨기고 장난을 걸더니 논 바닥 위를 토끼처럼 뛰어 다녔다.

사람 없는 곳은 어디나 평온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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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13일 수요일

고양이 친구를 만났다.


새벽에 시골에 다녀와야했다. 잠이 모자라 거의 정신을 잃을 뻔 했다.
볕이 뜨거웠다.
그늘에 있으면 추위가 느껴질 정도의 바람이 불었다.
아무래도 며칠 안에 감기가 찾아올 것 같았다.

일찍 마칠 줄 알았던 일정이 길어지고, 나는 시간을 확인하며 조바심을 내고 있었다.
어서 돌아가 해야할 일과 약속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데나 누워 잠들고 싶었던 즈음, 고양이 소리가 났다. 작년에 그곳에서 아내와 함께 만났었던 그 고양이였다. 고양이는 나에게 다가와 머리를 부비고 몸을 비비며 좋아했다. 나는 피곤한 것을 잊어버렸다. 고양이를 따라갔다. 고양이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그 집에서 가장 그늘이 시원한 마당이었다.

작년 3월, 그 고양이를 만나 쓰다듬어주고 인사를 했을 무렵에는 내 고양이 순이도 살아있었다. 순이는 떠나고 없는데, 너는 잘 살아있었구나, 하며 여러번 어루만져줬다.

오늘 오후에 있었던 유일한 즐거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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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11일 화요일

농활.


볕이 뜨겁다.
오후에 서둘러 일을 하면 해가 지기 전에 집에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림도 없다.
올 여름에 나와 아내는 일주일에 하루, 이틀씩 시골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물 한 말에 살충제 한 뚜껑, 무슨 첨가제 반 뚜껑이라고 하는 식으로 섞어 농약도 뿌리고 심어 놓은 나무와 농작물들 사이에서 일을 한다. 역시 어줍잖고, 어림도 없다.
아내는 나보다 농촌생활에 훨씬 적응력이 높다. 많은 풀과 꽃의 이름들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신기했다.
사실은 부모님 두 분을 위한 노력봉사로 시작했던 일이었다. 힘들다. 그날 하루를 전부 소모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무엇보다 손가락의 통증이 낫지 않아서 밭일을 마친 후 다음날에는 악기연습을 처음부터 천천히 다시 해본다.
이 날엔 가족들과 점심으로 두부와 묵밥을 먹었다.
조용한 산 밑에서 새들의 소리를 듣는 것이 좋았다.
낮에 햇빛이 내리쬘 때엔 현기증을 느꼈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그만 축 늘어져 몇 시간 동안 잠을 잘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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