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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23일 월요일

공연 준비.


수요일 부터 나흘 동안 한 장소에서 공연을 할 예정이다.
주말에 악기에 새 줄을 감고 페달보드를 꺼내어 케이블 청소를 했다.
합주실에 조금 일찍 가서 소리를 확인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몇 해 동안 이펙터를 들고 다니지 않았었다. 올 가을 공연들에서 연주할 곡이 특별히 더 많은 것은 아니다. 한정된 악기 편성에서 조금 더 다양한 음색이 필요했다. 보드 위에 붙어있던 것들을 모두 떼어 케이블과 잭을 닦고 꼭 사용할 것들을 새로 추렸다.
페달보드의 구성을 자주 바꾸다 보니 보드에 페달을 고정할 때에 사용하는 강력 테이프를 다 써버리고 없는 줄도 몰랐다. 급한대로 끈으로 묶어 가방에 넣어 이동했다. 아침에 테이프를 주문했으니 모레 공연 직전까지는 배송될 것이다.

긴 합주를 하는 동안 집중하느라 커피가 놓여져 있는 것을 그만 잊었다. 리허설을 마치고 악기를 챙겨 나오면서 식은 커피를 벌컥 들이켰다.
가을 하늘은 맑았다.
햇빛은 따뜻하고 바람은 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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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1일 월요일

칠월.


병원에 입원 중이었던 분이 퇴원하셨다. 아내가 집에 돌아오자 고양이들이 활기를 띠고 있다.
검은 고양이 깜이가 하도 귀엽게 굴어서 웃었다.

지난 밤에 나는 순이가 나오는 꿈을 꾸다가 별안간 깨어버렸다.
꿈의 내용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하지만 기록해두고 싶지 않다.
그렇게 잠에서 깨어난 후 커피를 내리고 청소를 하면서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날씨가 좋은 월요일이었다.
벌써 칠월이 되었구나, 하며 아무 것도 적어놓지 않은 비어있는 달력을 넘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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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17일 일요일

오랜만에 잠을 잤다.


몇 달 동안 부족했던 잠을 몰아서 잤다. 꿈을 많이 꾸었던 것 같은데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
세수를 하고 고양이들의 그릇에 사료와 물을 채워줬다. 커피를 내려 의자에 앉아 했던 일과 해야할 일들을 정리했다. 문득 침대 위를 보니 어느새 고양이들이 자리를 잡고 쿨쿨 자고 있었다.

며칠 사이에 악기 한 개를 수리점에 맡기기도 했고, 불필요한 일들을 정리하고, 새로 준비하는 밴드의 합주와 하루짜리 공연을 위한 다른 팀과의 합주를 하러 다녔다.
목요일에는 하루 동안 열 시간 정도 베이스를 쳐야 했다. 손가락이 너덜너덜한 느낌이었다. 아마도 피곤하여 감각이 과장되었을 것이다.

이틀 전에는 비가 오고 눈도 조금 내렸다.

진공청소기로 바닥을 청소하고 물걸레질을 했다. 고양이들의 화장실을 청소했다. 유리창을 열어 한참동안 환기도 하였다. 매일 여덟시간씩 잠을 잘 수 있다면 세상의 조금 더 평화롭게 보이겠구나, 하였다.

2018년 9월 17일 월요일

그 때 그 곳.


페이스북 덕분에 연락을 하고 지냈던 주엽형의 초대로 내가 졸업한 학교에 갔었다.
학교의 홍보를 위해 쓰이는 일이라고 하여 두말없이 가겠다고 대답하고, 시간을 내어 다녀왔다. 어색한 사진 몇 장을 찍고 주엽형과 마주 앉아 인터뷰를 하였다. 사실 그것은 좋은 핑계였고, 기회삼아 옛 학교에 가보고 싶었다. 25년만에 가보는 곳이었다.

눈에 익은 길이 나왔을 때에 갑자기 잊고 지냈던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기억은 혼재되기 쉽고 나는 워낙 시간의 앞과 뒤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나는 가끔 떠오르던 골목길이나 좁은 거리가 어디였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었다. 바로 내가 다녔던 학교 앞이었다.

주엽형의 연락으로 태우형과 광장형도 만났다. 함께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다른 장소에서 약속하지 않고 학교로 갔던 것은 잘한 일이었다. 엄혹했던 시절, 야만스러움이 아직 씻겨지지 않았던 사회의 분위기는 학교라고 하여 크게 다르지 않았었다. 오늘 만났던 형들은 모두 젊은 투사들이었고 자신을 던지며 부당한 일들에 맞서 싸웠었다. 그 틈새에서 늘 이어폰이나 귀에 꽂고 다니며 음악을 할 생각만 했던 나를 이해해주고 오히려 배려해줬던 사람들도 그 형들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공적으로 사적으로 빚을 졌다. 그런 부채의식은 평생 지속된다. 굳이 갚으라고 하는 사람은 없는데도.

오래된 건물의 복도를 지나는 사람들, 새로 생긴 길을 오고가는 학생들의 모습은 분주해보였다. 제법 굵어진 나무 한 그루, 매점으로 쓰였던 낡은 건물의 벽돌들도 모두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늦여름의 햇빛은 따뜻했고 그늘 아래에서 부는 바람은 시원했다.

떠오르는 생각들이 많았다. 기억하고 있는 일들은 너무 흐릿했다. 낯익은 장소에서 느껴보는 생소한 기분들이 돌아다녔다. 떠올랐던 것들을 써두고 싶었는데, 몇 번 시도를 하다가 그만뒀다. 서로 맞춰지지 않는 조각들같은 생각들이었다. 기분과 느낌은 그것대로 지니는 편이 나을 때가 많았다. 따뜻한 햇빛과 선선한 바람을 기억해두자, 라고 생각했다. 그 정도는 잘 기억할 수 있다.

집에 돌아올 때엔 일부러 국도를 타고 느릿느릿 운전했다. 꼬불거리는 도로 위에 차들이 없었다. 조용한 오후였다. 함께 와준 아내와 함께 오랜만에 한적하고 고즈넉한 드라이브를 했다. 컨테이너로 꾸민 커피집을 발견하고 멈춰 서서 찬 커피도 한 잔 사서 마셨다.

하루가 지나고 나서야 왜 나는 그 형들과 사진 한 장 함께 찍어두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자신의 모습을 담는 사진을 찍는 일에 무감하다보니 아쉬운 한 컷을 얻어놓지 못했다. 이제 사람을 만나면 함께 사진 찍어두는 일도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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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13일 일요일

성남에서 공연했다.


성남에서 오랜만에 밴드의 단독공연을 했다.
다른 모든 것이 잘 준비되어있었다. 딱 한 가지, 내가 나흘 동안 잠을 잘 자두지 못했었다.
자꾸 몸이 붓고 졸리웠다. 공연 직전에 따뜻한 커피 한 컵을 입에 털어넣었다가, 공연 도중에 뻔뻔하게 화장실을 다녀와야했다. 내가 참여하지 않는 그 한 곡이 마쳐지기 전에 다행히도 화장실을 다녀올 수 있었다. 이 정도면 거의 상습적인 셈이다. 이런 경험이 벌써 몇 번째인가 싶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어쿠스틱 기타를 몇 곡 연주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일론 스트링 기타소리가 좋았다. 객석에서는 어떻게 들렸는지 알 수 없지만, 기타를 치고 있는 동안 나는 기분이 좋았다.

십여년 동안 좋은 사진을 매번 찍어주고 계시는 꼬마야님께 감사드린다. 그 분이 아니었다면 그동안 우리가 연주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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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5일 일요일

일요일.


일요일인데, 두시 반이 되어서야 침대에서 일어났다.
허리 통증이 극심해졌다.
지난 밤에 맛사지를 받았다. 몸이 나른해졌던 때문이었는지 거의 여덟 시간을 잤다.

커피 콩을 갈아 기계에 넣고 물을 담았다. 커피가 내려지는 동안 진공청소기를 들고 청소를 했다. 매일 청소를 하는데 매일 비슷한 양의 먼지와 고양이 털이 수집된다.
청소를 하면서 오늘 해야 하는 일들을 떠올렸다.
해야 하는데 하기 싫은 일은 없었다.
하고 싶은데 제약이 있는 일들 뿐이었다.

고양이들은 자다가 일어나 사료를 달라고 보채었다.
이지는 청소를 하는 동안에 세 번이나 사료를 먹었다.
꼼이와 까만 초등학생 고양이는 뛰어 놀고 있었다.
까치 한 마리가 베란다의 난간에 잠시 앉았다가 날아갔다.
고양이 꼼은 바구니 안에 들어가 모처럼 잠을 청하려 하고 있었다. 분명히 소리도 나지 않았고, 꼼에게는 보이지도 않는 각도였는데 까치가 날아오르기 직전에 고양이 꼼이 바구니에서 뛰어 나와 베란다로 달려갔다.
놀라운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고양이들은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 것일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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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8일 토요일

울산에서 심야 커피.



마침 울산에 와있었던 친구를 일 년 만에 만났다.
공연장에서 인사를 하고 공연을 마친 후 늦은 저녁을 다 먹고 나서야 연락하여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평소였다면 자고 있을 시간이었을텐데 밤 늦게까지 나를 위해 운전을 해줬다.
밝게 켜놓은 간판들이 반짝이는 거리에서도 커피를 팔고 있는 곳이 있었을 것이었지만, 가능한 조용한 곳을 찾고 싶었다.


다시 공연장 근처로 돌아와 24시간 맥도날드에서 평소에 자주 사먹는 로스트커피를 주문했다.
머그컵에 가득 담긴 커피를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2016년 10월 23일 일요일

고양이들과 밤을 보냈다.


며칠 사이 오랜만에 낮과 밤이 바뀌어 버렸다.
초저녁에 잠들었다가 자정 즈음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스프와 통밀빵을 먹었다.
고양이 꼼은 비좁은 상자에 몸을 구겨 넣고 졸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고양이 이지는 이미 잠을 깨었으면서도 여전히 자는 체 하고 있었다.
이름을 부르면 양쪽 귀만 쫑긋 거렸다.

나는 편안하게 드러누워 자다가 일어났는데, 목과 어깨와 허리에 통증이 심했다.
혹시 집안이 추워서 고양이들이 웅크린 채로 자고 있는 것인가 하여 난방장치를 켜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