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13일 목요일

한가로왔다.


약속이 없는 날이었다.
달력을 보면서 오늘이 아니면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자동차의 엔진오일을 교환하고 동네 도서관에 가서 회원등록을 했다. 사진을 준비해갔어야 했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그곳 직원분 컴퓨터에 연결되어 있는, 최소 9년 전 모델로 보이는 로지텍 웹캠으로 사진을 찍어 회원증을 만들게 되었다. 정말 못생긴 남자 얼굴이 그 카드에 박혀 있게 되었다.
자동차의 내부세차를 했다. 세차장에는 못된 인상을 한 중년 여자 한 명이 세차일을 하는 노인들에게 고압적인 언행을 하고 있었다. 하필 듣고 있던 음악이 끝나버려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었는데도 그 소리를 다 듣고 말았다. 더위 속에서 땀을 줄줄 흘리던 노인들은 성가시고 귀찮은 표정조차 없었다. 가능한 요구하는 것을 어서 해주고 돌려보내고 싶어했던 것 같았다.
그 여자와 같은 인생은 편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스스로가 많이 아픈줄을 모르고 숨 쉬며 살고 있다니, 어쩌면 괜찮은 삶이다.

근처에는 나무에 가는 끈으로 묶여있는 의자가 있었다. 아마도 일하는 노인들이 가끔 앉아 쉬는 곳인 것 같았다. 나는 그곳에 앉아 더운 바람을 쐬었다. 모처럼 한가로왔던 오후였다. 이어폰은 가방 안에 넣어두고 잠시 더 앉아 있었다. 지나는 자동차들의 소음과 가끔씩 빼액 하고 비명처럼 노래하는 새소리들이 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