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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16일 일요일

금천구 축제에서


 금천구청역 뒤에 안양천이 흐르는 작은 광장에서 연주했다. 하천 건너에 구름산 숲이 좋다고 들었는데 한번도 가보지는 못했다. 그 근처엔 산이 많아서 삼성산, 비봉산 등에 숲과 공원이 잘 꾸며졌다고 했다. 언젠가 한번 가볼 생각이다. 깜깜한 안양천 깊은 밤 사람들이 무대 앞에 가득 모였고 공연을 보며 즐거워하는 표정들이 가까이에서 잘 보였다.

 

그날 나는 편안하게 연주할 수 있었는데, '꼬마야'님이 찍어주신 사진을 보고 내가 편안할 때의 표정은 저런가 보다, 했다. 토요일 오후에 도로는 극심하게도 막히더니 돌아올 땐 강변북로를 시원하게 달려올 수 있었다. 계획했던대로 집에 돌아와 라면과 김밥으로 오늘의 두번째 식사를 하고 토트넘과 에버튼이 겨루는 축구중계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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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12일 목요일

노원문화예술회관 공연.

 


3년 전에는 대구에서 공연을 했었다. 그 즈음 나는 계속 불면에 시달렸다. 그날 알람을 듣지 못하고 늦게 일어났고, 집에서 서울역으로 가는 것보다 고속도로를 달려 대구로 가는 것이 더 빠를 것 같았다. 대구에 잘 도착하여 공연을 마치고 밤에 돌아올 때에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 잠을 잤던 기억이 떠올랐다. 2019, 11/May
요즘은 일부러 잘 자두고 있다. 수면 시간이 모자라면 쪽잠을 자는 것으로 가능한 그 시간을 채우는 중이다. 판데믹 기간 동안 하지 못하고 있던 두어 시간의 단독공연을 준비하러 일찍 공연장으로 갔다.
공연을 만든 분들이 무대에 공을 많이 들였다. 멤버들에게 적당한 넓이의 자리를 따로 마련해준 것이 인상적이었다. 음향도 운영도 모두 좋았어서 편하게 연주할 수 있었다.
공연 하루 전까지 페달보드를 열어두고 여러가지 조합을 고민했었다. 가장 단순하고 음의 손실이 없는 정도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MXR의 베이스 D.I. 한 개만 사용하기로 했다. 그 페달이 기대했던 역할을 잘 해줬다.

내 몸이 완전히 멀쩡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공연 도중에 알았다. 한 시간 쯤 지날 무렵 갑자기 통증이 시작되었다. 센 곡들을 연주할 순서였는데 나는 곡의 인트로를 치면서 돌발상황이 생길 경우 모니터 스피커 옆으로 발을 두고 드러누우면 대충 괜찮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가능한 태연하게 드러누우면 사람들이 누군가 갑자기 쓰러졌다며 놀라지는 않을 것 같았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어떻게 눕더라도 큰 민폐가 될 뻔했다. 게다가 연주자의 자리에 높은 단까지 설치되어 있었으니, 보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가관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잘 버텼다.
일부러 공연을 준비할 때에도 일어선 채로 셋리스트 전부를 합주해보았었다. 그 때는 견딜만 했었다. 공연을 마칠 때까지 통증이 없어지지 않아서 진땀이 났다. 무대에서 내려오자 마자 눈에 보이는 의자에 기대어 긴 호흡을 했다. 통증이 약해지고 시력도 조금 회복되었다. 아직 완전히 나은 것이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많이 좋아진 것이다. 집에 돌아올 때에 자동차의 창문을 열어두고 바람을 쐬며 운전했다. 공연장이 집에서 멀지 않았던 것도 다행이었다. 다음 달에 약속된 공연들도 잘 할 수 있도록 운동도 하고 체력도 잘 유지해야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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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7일 금요일

해를 마무리 하는 공연.


한 해를 끝내는 공연을 했다. 같은 장소에서 세 번째, 송년(送年) 공연.
이제 이 장소에서 공연을 마치면 또 해가 바뀐다는 기분이 든다.
이 날의 공연을 잘 마무리 하고 싶어서 준비를 많이 했다. 작은 공간이므로 작년에 그랬던 것처럼 이펙터 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 대신 앰프의 소리가 잘 들리기를 원했다.
연주할 곡들의 순서가 바뀌고 조(調)가 많이 달라졌다. 어떤 곡은 더 낮은 음역대에서 연주했다. 공연의 중간 부분에 어쿠스틱 기타의 반주를 할 때에는 평소에 연주하던 베이스 라인 그대로 하지 않았다. 마치 새로운 편곡처럼 들리게 하고 싶었다. 의도했던 대로 잘 연주할 수 있었고, 올해의 마지막 공연을 잘 마칠 수 있었다.


올해는 시작부터 마칠 때까지, 되돌아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고단하고 힘들었다.
불평을 하거나 투덜대는 짓은 그럴 수 있는 여력이라도 있을 때에나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 해 동안 나는 한숨을 쉴 생각도 할 여유가 없었다. 미워하고 싶은 한 해였다. 어서 지나가라고 떠밀고 싶었다.

공연을 마치고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테이블에 마련된 감자튀김을 먹다가 동료가 따라준 맥주를 마시기 시작하고 말았다. 조금만 맛을 볼 작정이었는데 맥주가 너무 맛있게 느껴져서 그만 몇 잔을 거듭 마셔버렸다. 마른 진흙처럼 몸에 붙어있던 여러가지 감정들이 맥주 몇 잔을 마시며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2019년 12월 21일 토요일

당진 공연.


당진에서의 공연을 마쳤다.
낮에 서해대교를 건너다가 9년 전 태안 바닷가에서 공연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태안에는 어떤 연고가 있어 가끔 다녔다. 당진도 그랬다. 공연을 하러 갔던 적은 아직 없었다.

화요일부터 오늘까지 계속 감기 몸살을 앓았다. 두 시간 운전을 하는 것도 힘이 들었다. 공연을 마칠 때까지만 버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리허설을 마칠 즈음부터 몸살 기운이 사라졌다.


십 년 전 12월에는 밴드의 두번째 음반을 낸 후 연말 공연을 했었다. 열 번의 해가 빠르게 지나가버렸다. 극장에서 요청한 포스터에 서명을 하고 어쩐지 기록을 해두고 싶어서 사진을 찍었다.



스물 두 곡을 연주한 공연도 지난 십 년 세월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공연을 마치고 악기를 정리하다가 무대 바닥에 붙여둔 셋리스트를 한 번 더 보았다. 십 년 동안 어떤 곡은 모양이 달라졌고 어떤 곡은 조가 바뀌었다. 어떤 곡은 내가 녹음하고 연주한 지 십 년이 넘었고 어떤 곡은 내가 마음에 담아 들어온 지 삼십년이 넘었다.

이제 다음 주에 남은 공연을 하면 힘든 일만 많았던 한 해를 얼른 보내줄 수 있다.
오늘은 우선 오래 자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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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9일 화요일

밤중에 경주에.


낮에 고민하다가, 공연 하루 전에 미리 경주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내일 공연을 마치고, 그 다음 날에는 여주에 가서 수업을 해야 한다. 지난 주 대구에 다녀왔을 때에도 무척 피곤하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장거리 운전을 하고 밤 열 시를 넘길 공연을 마친 후 다시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 보다는 하루 전에 공연장 근처에 도착해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매니저님에게 전화를 걸어 이 내용을 말하고, 해가 저문 후에 느긋하게 출발하려고 하고 있었다. 오후 늦게 매니저님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내가 머물 숙소를 예약해 주셨다고 했다. 나는 내가 편할 때에 출발하여 내가 머물 곳을 알아서 잡아 하루 자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감사 인사를 하고 짐을 챙겨 운전을 시작했다.

밤 열한 시 직전에 한옥집의 외양을 흉내 낸 이상한 여관에 도착하였다. 어떻게 말해도 호텔이라고 해줄 수는 없는 곳이었다. 오랜만에 요를 깔고 바닥에 누워본다. 집에서 하던 일들을 그대로 가져왔다. 이어폰을 잘 못 가져오는 바람에 에어팟을 사용해야 했다.
그런데 역시 의자가 아니어서 몸 여기 저기가 무척 아팠다. 나는 아직도 양손이 저리고 허리와 목과 어깨에 통증이 있다.

내일 공연으로 바빴던 한 달이 지나간다.
오늘은 여유를 부리며 깊이 잠들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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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4일 목요일

대구에서.


대구에서 공연했다.
보통의 공연에 비하면 절반 정도 분량이었다.
아침 일찍 출발하여 고속도로를 달렸다. 내 차에는 멤버 분들의 악기가 실려있었다. 그들은 KTX를 타고 가기로 했고, 나는 직접 운전을 하여 가고 있었다. 중부내륙 고속도로에서 큰 정체를 겪었다. 약 한 시간 남짓 손해를 보았다. 알고 보니 큰 사고가 있었다. 사고 현장에서 구급차가 막 떠난 것으로 보였다. 나는 약속시간에 늦을까봐 조바심이 났지만, 안전하게 도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악기가 내 차에 실려 있으니 사고라도 나면 오늘 공연은 망치는 것 아닐까 하였다. 올해 들어 나는 자주 과속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

약속 시간에 정확히 도착하여 짧은 리허설을 하고, 공연을 마쳤다.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때엔 느긋한 마음으로 밤길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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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19일 토요일

인천에서 공연.


이번 주는 아길라 앰프를 크기 순서로 사용했다.
연주하는 시간만큼은 즐거웠던 한 주일이었다.


오늘 공연의 절반은 플렛리스로 연주했다.
플렛이 없는 재즈 베이스를 다시 한 개 가지고 싶어졌다.

긴 리허설 덕분에 공연할 때엔 좋은 소리로 연주할 수 있었다.
스물 한 곡이 순간 지나가버린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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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17일 목요일

오랜만에 '공감'.


오랜만에 스페이스 공감에 출연했다.
일산 스튜디오에서는 처음 연주하는 것이었다. 이사오기 전 스페이스 홀 대기실에 있던 냉장고를 그대로 가져와 둔 것을 보고 웃음이 났다.

미리 부탁했던 아길라 앰프와 캐비닛이 준비되어 있었다. 어제 녹음실에서 사용했던 것은 300와트, 오늘 것은 500와트. 앰프 소리도 좋고 연주하기도 편했다. 다만 한 가지, 15년이나 된 음악 프로그램이라면 베이스 앰프에 마이크도 사용해주면 더 좋겠다.



올 가을 꾸며놓았던 페달들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연말까지 이 조합으로 계속 연주할 생각이다.
방송 녹화였기 때문에 연주할 곡이 많지 않았다.
공연이 금세 끝나버려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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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5일 토요일

운전, 연주, 운전.


정읍에서 공연했다.
새벽에 어떤 소음 때문에 잠을 깨어 결국 다시 잠들지 못했다. 겨우 두 시간만 잘 수 있었다.
아침 일찍 운전을 시작, 네 시간 동안 고속도로를 달렸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예상하지 못했던 추위.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따뜻해 보이는 외투를 입고 있었다. 내장산 기슭의 바람이 매서웠다.

아직 여름 옷을 입고 다니는 나는 계절의 변화에 너무 둔감한 것 같다.
첫 곡을 시작했을 때에 낮은 온도에 악기의 줄이 점점 더 차갑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 손이 시려워서 입에 손을 가져다 대고 후후 불었다. 사람들이 보기에 매우 바보같았을 것이다.

공연이 진행되면서 해가 지고, 기온은 더 낮아졌다. 악기의 음이 자꾸 미세하게 올라갔다. 가장 덜 변한 줄을 기준으로 삼아 연주를 하면서 수시로 튜닝을 하는 수 밖에 없었다.


무대 위의 음향은 최근 몇 년 중 가장 최악이었다. 이미 리허설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정이었을 때에 눈치를 챘다. 공연을 시작한 후 연주를 하는 도중에 헤드셋 마이크를 하고 있는 분을 불러 모니터 스피커의 소리를 아예 꺼달라고 부탁했다. 이런 경우에는 무대 위의 사운드를 최대한 귀기울여 듣는 편이 언제나 더 나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기왕에 시작한 연주를 할 때에는 더 이상 핑계를 대거나 부실한 음향을 구실 삼아 변명할 필요는 없다. 집중하여 잘 하면 그만이다.

공연을 마치고 났더니 감기에 걸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정읍 시내에서 따뜻한 국밥을 먹고 다시 운전을 시작했는데, 저절로 두꺼운 이불이 덮혀지는 것 처럼 졸음이 밀려왔다. 두 번이나 중간에 쉬면서, 세 시간을 운전하여 집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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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친구가 서초동에 함께 가겠느냐는 문자메세지를 보내왔다.
지난 주 부터 다음 주까지 토요일 마다 공연이 약속되어 있어서, 나는 못 가는 대신 내 몫까지 해주고 오렴, 이라고 답을 했다.
집에 돌아와 금세 잠들지 못하고 사람들이 올린 사진과 글을 한참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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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27일 금요일

공연 사흘 째.



밴드 10주년 기념공연이라는 이름을 붙인 나흘 동안의 공연, 사흘째 순서를 마쳤다.
연주하고 공연하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내 개인사는 편안하지 못했다.

연주하는 일이란 특별할 것도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러나 마음의 상태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사흘 내내 공연 직전 혼자 스스로를 가라앉히고  정서를 유지하려 애써야 했다. 음 한 개, 박자 하나에 더 신중하려고 했다.

오늘 밤은 집에 돌아오는 길이 멀게 느껴졌다.
먹은 것이 없어서 그랬나 보다.
챙겨 먹고, 쉴 수 있을 때에 쉬어야 한다.

내일 남은 공연은 더 편안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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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23일 월요일

공연 준비.


수요일 부터 나흘 동안 한 장소에서 공연을 할 예정이다.
주말에 악기에 새 줄을 감고 페달보드를 꺼내어 케이블 청소를 했다.
합주실에 조금 일찍 가서 소리를 확인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몇 해 동안 이펙터를 들고 다니지 않았었다. 올 가을 공연들에서 연주할 곡이 특별히 더 많은 것은 아니다. 한정된 악기 편성에서 조금 더 다양한 음색이 필요했다. 보드 위에 붙어있던 것들을 모두 떼어 케이블과 잭을 닦고 꼭 사용할 것들을 새로 추렸다.
페달보드의 구성을 자주 바꾸다 보니 보드에 페달을 고정할 때에 사용하는 강력 테이프를 다 써버리고 없는 줄도 몰랐다. 급한대로 끈으로 묶어 가방에 넣어 이동했다. 아침에 테이프를 주문했으니 모레 공연 직전까지는 배송될 것이다.

긴 합주를 하는 동안 집중하느라 커피가 놓여져 있는 것을 그만 잊었다. 리허설을 마치고 악기를 챙겨 나오면서 식은 커피를 벌컥 들이켰다.
가을 하늘은 맑았다.
햇빛은 따뜻하고 바람은 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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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25일 일요일

제주에 다녀왔다.


편안하고 순조로왔던 제주도 공연을 마치고 돌아왔다.
예정, 약속, 준비들이 잘 이루어졌고 초대해준 분들이 마련해준 숙소도 편안했다.
토요일 아침 기타를 하드케이스에 담다가 그만 허리에 큰 충격을 느끼고 그 자리에 쓰러져버렸던 일만 제외하면 모든게 좋을뻔 했다.

그동안 작은 통증들이 모여있다가 터져버린 것 같았다.
공항까지 운전하는 동안 통증이 계속 느껴지다가 비행기를 타면서 극심해졌다. 제주도에 도착할 무렵에는 아무데나 드러누워 쉬고싶을 지경이었다.


리허설을 마친 후에 가까운 곳에 정해준 숙소에서 쉴 수 있었던 덕분에 공연 직전에 어느 정도 회복을 할 수 있었다. 통증이 아니었다면 더 집중하고 즐기면서 연주할 수 있었을텐데 아쉬웠다.
모두 열두 곡을 연주했다.  습기가 가득한 바닷바람 덕분에 새로 감아둔 기타줄의 표면이 거칠어졌다. 가까운 곳에 모여앉은 청중들의 소리, 한 곡을 연주할때마다 한번씩 하늘 위를 지나가던 비행기 소리들이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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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22일 목요일

기타


주말에 제주도에서 통기타를 연주해야하는 공연이 예정되어있다.
한달 남짓 어쿠스틱 기타를 열심히 쳤다. 처음에는 낯설더니 조금씩 감각이 되돌아왔고, 이제 다시 익숙해졌다.
어릴적에 기타를 치고싶어서 몰래 연습했던 기억도 나고, 그 시절 하루종일 이어폰으로 듣고 다니던 음악들도 생각났다. 다만 악기의 큰 음량을 틀어막을 수 없어서 밤이 되면 연습을 할 수 없었다. 심야에 통기타를 치면 이웃들의 수면을 방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엔 이불을 뒤집어 쓰고서도 연습을 했었는데 이제는 남의 집에 피해를 줄 것을 지레 걱정하여 심야의 악기연습을 삼간다.

열흘 전 제천에 다녀온 이후 통기타에 새줄을 감고 자주 연습했다. 그동안은 베이스를 손에 쥐어보지 않았다. 덕분에 오른손의 손톱이 기타를 연주하기 알맞은 정도로 자랐다.
내일 약식으로 합주를 한 번 하고 그 다음날은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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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12일 월요일

제천에서 공연.


내가 사는 동네에는 바람이 불고 비가 많이 왔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오늘 돌아다녔던 도로와 공연장 부근은 맑았다.
오후에 출발하여 이제는 낯익은 길을 따라 제천의 청풍호 부근에서 윤기형님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약속시간에 맞춰 멤버들의 차량이 동시에 모두 모였다. 리허설을 할 때에 음향이 좋지 않아 오늘밤 공연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악기의 상태도 나빴다. 공연이 시작되었고, 역시 연주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졌다.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어서 무대 위의 사람들을 번갈아 쳐다보며 연주해야했다.
제천 영화제에는 이전에도 몇번 출연하여 연주했었다. 기억에 남는 좋은 공연도 있었는데 오늘은 실망스러웠다.

리허설 후에 주최측에서 마련해준 호텔에 들어가 편안히 낮잠을 잤다. 고마운 숙소였다. 그 덕분에 피로가 많이 풀렸다.


공연을 마치고 전화기를 확인해보니 아내가 두달 남짓 돌보고 있던 아기 길고양이 형제를 데려와 임시로 보호해줄 분에게 잘 맡겼다고 했다. 함께 보내온 사진을 보니 두 마리 모두 건강한 모습이었다.

집에 돌아온 후 눅눅해진 악기를 대충 닦고 스탠드에 걸어뒀다.
듣고싶어서 쟁여둔 음악이 많고 읽고싶어서 모아둔 책들이 많은데 하루가 짧다.
커피를 한 번 더 내려 마시려다가, 이제부터는 가능한 잠을 충분히 자두자고 생각하여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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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3일 토요일

부산에 다녀왔다.


다대포 해변에서 공연했다.

아침 일찍 서울역에서 열차를 타고 부산으로 가는 중에 읽던 책의 나머지 부분을 절반 읽었다. 오후에는 리허설을 마치고 에어컨을 틀어둔 커피집 테이블 앞에 앉아 책의 뒷부분을 마저 다 읽을 수 있었다. 우연히 발견한 책이었는데 흥미로왔다. 피터 싱어의 '더 나은 세상'이라는 책으로, 원제는 Ethics In The Real World 였다.
요즘 생각해봤던 주제들이 그 책 안에 많이 담겨있었다. 어떤 사람은 살아가면서 더 배우려는 태도를 지니지 않으려 애를 쓰기도 한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경험 속에서 굳혀놓았던 생각이 사실과 위배될 때에 혼자 절망하는 모양이다. 절망만 하면 괜찮은 편인데 그런 감정은 쉽게 혐오와 분노로 튀어나온다. 피로하지만, 그런 사람들이라고 해도 어쨌든 대화는 해야한다.

화요일 밤부터 꼬박 하루를 못자고, 그 다음날에 조금 잤다가 어제 다시 한숨도 못잤다.
다대포 앞은 무덥고 습했다. 고운모래가 가득한 해변이었지만 수면부족과 불면으로 몸을 쉴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했다. 무대 위의 음향상태도 좋지 않았다. 가능한 체력을 잘 안배해야했다.

밤중에 돌아올 때에 열차가 늦게 출발했다. 나중에 뉴스를 보니 너무 기온이 높아 선로가 가열되어 고속열차들이 여러 곳에서 지연되었다고 했다.
새벽, 서울역에서 집으로 돌아갈 때엔 음악을 꺼두고 자동차의 유리문을 열어둔채로 달렸다.
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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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11일 토요일

대구에 다녀왔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다가 겨우 잠들었다.
아뿔싸, 알람을 듣고서도 잠에서 깨어나오지 못했다.
다급하게 준비를 했지만 이미 시간은 다 지나가버렸다.
운전을 하다가 어차피 서울역에 가서 예약한 기차를 탈 수 없을 것을 알았다. 나는 자동차를 돌려 고속도로로 향했다.

허둥지둥하느라 현관 앞에 텀블러를 두고 나왔었다. 아내가 서둘러 뒤따라와 주차장 앞에서 나를 기다려 커피가 담긴 텀블러를 전해줬다.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집에서 나왔기 때문에 입술이 마르고 목이 탔었다. 나는 고속도로 위에서 아내에게 텀블러를 가져다줘서 고맙다는 문자를 남겼다.

공연을 마치고 운전하여 집에 돌아오던 중 문경인가 하는 휴게소에 들러 차를 세우고 삼십여분 누워있었다.
집에 돌아오니 새벽 한 시가 넘었다.

공연은 즐거웠다. 무대에서 내려온 후에야 피로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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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22일 토요일

인천에서 공연.


올해의 마지막 공연은 인천에서 했다.
짧은 리허설을 마치고 첫끼를 먹었다.
공연은 예정된 시각에 시작할 수 있었다.
지난 밤에 베이스에 새 줄을 감아뒀다. 악기의 상태도 좋았고 앰프 소리도 좋았다. 다만 내 몸이 문제였다. 손가락, 팔목, 어깨, 허리가 모두 아팠다. 진통제를 사먹는 것이 좋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역시 먹지 않기로 했다. 연주를 시작하면 통증은 잊혀질 것 같았다. 두통은 없었으니 괜찮았다.

아버지는 이틀 전에 퇴원했다. 나는 병원에서 닷새를 보냈다. 엄마가 시월 중순에 입원하여 42일만에 퇴원한지 보름만에 아버지가 입원했어야 했다. 아버지는 두 번의 수술을 받았다. 부모 두 분이 동시에 입원하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었다고 생각했다.
내일은 아픈 고양이 이지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다녀와야한다. 나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재촉하던 건강검진을 올해에도 받지 못했다. 다음에 하면 될테지.

공연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엔 도로가 막히지 않았다. 음악을 들으며 여유롭게 운전할 수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울 때에 갑자기 자동차의 전조등 한쪽이 꺼지는 것을 보았다. 그동안 양쪽의 전구가 동시에 꺼지는 일은 없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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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7일 금요일

연주.


지난 화요일에는 작년 연말에 공연했던 곳에서 다시 연주를 했다. 평소보다 작은 무대, 객석이 가득찬 아담한 공간의 소리가 좋게 들렸다. 무대는 낮았고 관객의 얼굴 높이에 앰프와 캐비넷이 있었다. PA로 나가는 소리와 별개로, 무대 앞쪽의 사람들이 따뜻한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연의 절반 이상은 엄지손가락으로 연주했다.

넓고 큰 공간에서 연주할 때의 즐거움도 있지만, 작은 무대에서의 공연은 언제나 좋다. 나는 좁고 작은 클럽에서 음악을 시작했다. 팔을 뻗으면 닿을만한 거리에 있는 관객들은 손가락이 줄에 닿는 감촉까지 느끼며 음악을 즐길 수 있다.
하고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아 살고있는 일이 쉽지는 않다. 어깨는 늘 무겁다. 다만 악기를 챙겨 무대에서 내려올 때까지는 잠시 일상의 시름을 잊는다. 더 나이를 먹어도 내가 처음 그랬던 것처럼 작은 공간에서든 어디에서든 자주 연주를 하며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공연을 마치고 잠시 건물 밖으로 나왔을 때에 찬 바람이 모질게 불고있었다. 바람때문에 더 빨리 타버리고 있던 담배 한 개비가 아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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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2일 금요일

TV Live Show.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공연을 했다.
TV 생방송인줄을 하루 전에 알았다. 그리고 완공된지 몇 년이 지난 그곳에 나는 처음 가보았다.
전날 리허설을 할 때에도 뭔가 순조롭고 좋은 기분이었다. 생중계로 준비된 공연이었는데 음향과 진행 등이 모두 좋았다. 모든 것이 잘 되어있어서 어쩐지 생경한 느낌이었다는 것이 우스웠다. 원래 다 그래야 하는 것 아니었나 싶어서.

요즘 어머니의 병간호 때문에 밤마다 병원에서 보내고 있는 중이다. 무대 위에서 뭔가가 불편했는데 처음에는 그것이 악기연습을 충분히 할 수 없었기 때문인줄 알았다. 곡이 계속 진행되면서 불편했던 이유가 어깨와 허리 통증 때문인 것을 알게 됐다. 그러고보니 몸과 마음이 편했던 적이 아주 오래 전의 일처럼 여겨졌다.

더 많이 연주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뜻대로 되어지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이제 연말까지 남은 공연은 두어개 뿐이다. 엄마가 회복하시고 가족들이 모두 일상으로 돌아가면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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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5일 토요일

춘천 공연.


오랜만에 잘 자고 일어났더니 몸이 가뿐하였다.
미리 챙겨둔 짐들을 들고 일찍 출발했다. 커피를 가득 담아 운전하며 마셨다.
일찍 도착하여 주차를 하고 공연장 부근에 있는 수제햄버거집에서 햄버거와 콜라를 먹었다.
리허설을 마친 후에는 긴 대기시간 동안 멤버들과 근처 커피집에 모여 앉아 한적하게 잡담도 나눴다.

대화 중에 민열이가 예비군 훈련을 다녀왔던 이야기를 했다. 그 바람에 각자의 군복무 시절 얘기가 이어졌다. 나는 무슨 말을 보태려다가 그냥 삼켰다. 춘천은 내가 근무했던 고을이었다.
그동안 춘천에 와서 공연을 여러번 했다. 제대 이후 처음 악기를 들고 춘천에 다시 왔을 때엔 기분이 묘했었다. 내 기억 속의 춘천은 밤샘과 야근, 고생스런 훈련, 음악을 듣고 싶어 외출시간 내내 쏘다녔던 중앙로터리 부근 골목길의 냄새들이었다. 2006년에 광석형님과 공연하러 왔던 여름이 기억났다. 몇 년 후부터는 지금의 밴드와 함께 공연을 하러 왔다. 그 후 춘천에서 녹음을 하기도 했고 콘서트를 하기도 했었다. 간혹 누군가들의 세션을 하기도 했다. 오랜 친구들과 블루스 공연을 하러 이곳에 왔던 것이 불과 작년 11월이었다. 그것들이 모두 무척 오래된 일인 것처럼 여겨졌다.

오늘은 그런 감상들은 희미해지고 근화동 공지천 앞 습한 공기를 들이쉬며 줄곧 악기 생각만 했다. 짧은 공연이지만 시작 전에 연습을 하고 싶었었다. 한쪽 손목에 다시 통증이 생겨서 어제 하루는 악기를 손에 쥐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기실은 무대 뒤 천막이었고 그곳은 대화를 하기 어려울 정도로 소란했다. 이어폰을 연결할 수 있는 연습용 장치를 굳이 구입해야 좋을까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감정의 대부분들이 무뎌지고 시큰둥해진 느낌. 설레임도 불편함도 없는 기분이었다.

연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에는 일부러 46번 국도를 타고 느리게 운전하며 음악을 들었다. 처음에는 팟캐스트를 틀어놓았다가 누군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피로해졌다. 가로등이 꺼져 어두운 곳이 많았다. 습한 기운에 앞유리에는 김이 서렸다. 새로 나온 옐로우자켓의 음반과 피아니스트 Shaun Martin 트리오의 앨범을 들었다. 집앞에 도착할 무렵에는 루빈스타인이 연주한 쇼팽을 듣고 있었다. 차분한 토요일을 보낸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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