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3일 월요일

일요일 저녁.


낮에 공연분량이 짧았다. 그래서 일찍 끝난 것 덕분에 시간이 생겼다.
집에 돌아와 얼른 옷을 갈아입고 자전거를 둘러 메듯 끌며 나갔다.
이미 해가 질 무렵이어서 멀리 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달리는 도중에 더 갈까 그만 돌아갈까 몇번 망설이기도 했다.

작년 초 여름에 투박한 자전거를 구입했을 때에 겨우 동네 한 바퀴를 돌고 나면 이 곳에 와서 숨을 고르며 쉬고는 했었다. 거의 일 년 만에 와보니 이곳은 무척 따분한 장소였다. 해가 지는 것을 아쉬워 하며 물통을 비우고 앉아 있었다.

지난 해 이후 새로 배운 것이 있다면, 전쟁터 같다고 말하는 우리 사회의 일상 속에서도 평화로운 순간이란 다 찾아내어지기 마련이라는 것 정도일까.

해는 지고 있는데 못내 아쉬워 동네를 멀리 한 바퀴 돌았다. 전화 벨 소리에 꽃 곁에 잠깐 서서 통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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