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9일 일요일

흐린 하늘.


원래는 오늘도 쉬는 날이었지만 학생들끼리 밴드 경연대회를 준비하고 있다며 합주하는 것을 보아달라고 연락을 해왔었다.

흐린 하늘을 살펴보고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자전거를 타고 중학교에 갔다.

학교의 지원도 전혀 없고 다른 누군가의 도움도 없이 자신들의 힘으로 뭔가를 해보겠다는 친구들이 그런 부탁을 할 때에는, 가야지.

자물쇠가 부실하여 부득이 교실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그들이 연습했던 것을 보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마치 트랙이 엉키고 섞여서 못쓰게 된 녹음 파일을 듣는 것 같았다. 하지만 금세 말을 알아듣고 진지하게 뭔가를 해보려하는 모습들.

몇 마디의 조언을 했을 뿐인데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들어줄만한 음악이 되어버리는 것을 보는 일은 즐겁다. 준비하고 있는 경연대회의 결과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스스로의 의지로 무엇인가를 해보았다는 것은 앞으로의 성장에 작은 힘이 될 것 같다. 무엇인가를 스스로 해보지 않은 사람과의 간격은 정확히 해본만큼 벌어진다고 생각한다. 응원을 하고 돌아왔다.


볼일을 다 마쳤으면 귀가를 해야 했을텐데, 일기예보와 달리 아직 비는 내릴 것 같지 않았다. 오후 늦게라도 비가 오면 오늘은 도로에 더 나갈 일이 없을 것을 알았다.

연휴에 집에서 각종 기계들을 켜둔 채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사람을 떠올리고는 전화를 걸어 만나러 가겠다고 했다.


영동대교 남단 부근.
집에서 이곳 까지 22km. 구리를 관통하여 돌아오는 바람에 한 시간 이십 분.
친구집 근처의 빵집 문앞에 앉아 빵과 커피로 첫 끼를 해결했다.
몇 달 동안 서로 지내온 이야기, 다른 친구들 이야기, 뭐 별로 이야기한 것도 없는데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다시 출발하여 집에 올 때에는 남쪽의 길로만 달렸다. 그래보았자 겨우 1km 정도 단축. 그러나 시간은 5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번 주에는 공연을 위해 대구에 다녀온 목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자전거를 탔다. 연휴 덕분에 잘 보낸 한 주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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