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8일 화요일

흐린 날, 양수역에.


나를 위한 시간을 쓸 수 없는 생활이 원래의 내 생활이었다. 연휴였던 지난 주말 사흘 동안 잘 쉬었던 이후 그 일상으로 돌아가기 어려웠다.

일주일을 요일이 바뀌는 것도 잊으며 보내고 나서 처음 시간이 났다. 날씨는 흐렸지만 다음 한 주는 조금의 시간도 나지 않을 일정이니까, 자전거를 가지고 집을 나섰다.

미리 약속하지 않아도 자전거를 탈 때 마다 강 건너에서 만나 차 한 잔을 나누던 재근형은 그만 사고를 당하여 쇄골이 부러졌다고 했다. 평소 헬멧도 쓰지 않고 다니던 그 형님, 더 큰 부상이 아니어서 다행이긴 하지만 쇄골이 부러지는 일도 가벼운 상처가 아닌데. 수술 잘 마치시고 어서 회복하시길.

재근형의 부상을 조금 더 과장해서 말해주며 억지로 헬멧을 쓰게 한 다음 아내와 함께 양수역에 다녀왔다.

저 사진은 아마 내 뒤에서 찍었나본데, 자전거를 타며 한 손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니, 그러라고 헬멧을 쓰게 한 것이 아니었는데. 일부러 내 궁둥이를 더 크게 나오도록 촬영한 느낌도 들어서 기분 나빠하는 중.


작년 여름에도 양수역 부근에서 살고 있던 고양이들을 만나 즐거워했었다. 이번에는 역 앞의 카페 스프링에서 돌보고 있는 고양이 엄마와 아이 둘을 만났다.

작년 양수역 고양이 이야기 -> http://aulait.tistory.com/1764

지난 여름의 고양이들은 무사히 겨울을 넘기지 못했던 것일까. 혹은 다른 곳으로 떠난 것은 아닐까. 어쩐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혹독했던 추위를 잘 견디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엄마 고양이도 어느날 카페에 찾아와 돌봐달라고 하더니 한 마리 씩 새끼 고양이를 물고 나타났다고 했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었는지 털도 안좋고 바싹 말라 있었지만 사람 좋은 카페 주인분들에게 사료와 집을 제공받으며 잘 살고 있었다.


아내에게서는 고양이의 냄새가 나는가 보다. 아니면 사람은 모르는 무슨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피곤하여 꼼짝하지 않던 엄마 고양이가 아내에게 다가오더니 엉덩이를 부비고 그르릉 거리며 턱을 내밀었다. 뭐 언제나 일어나는 일이어서 이제는 신기하지도 않은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귀여워해주고 탄성을 지르며 새끼 고양이들을 예뻐하고 있었다.  카페의 주인분들은 늘 이상한 사람들이 있다며 고양이들을 걱정했다. 우리가 머물던 동안에도 어떤 나이든 남자가 굳이 임신중인 다른 고양이를 안고 와서 엄마 고양이에게 던져 고양이들끼리 큰 싸움이 날 뻔 했었다. 그것은 동물에 대해 무지한 것이 아니다. 장난이랍시고 멋대로 행동하는 어린이에서 나이만 들었을 뿐, 어른은 되지 못한 것.

십여년 전과 그래도 달라진 것이 있다. 지나던 사람들 대부분은 고양이를 귀여워해주고 어린이들은 다가와 눈으로만 보며 인사를 하고는 했다. 덕분에 그곳의 고양이들도 사람을 경계하는 일 없이 마주보고 앉아서 뭐 먹을 것 좀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자전거는 많이 못 타고 고양이 덕분에 대부분의 시간을 그곳에서 보내버렸다.
그래도 좋았던 잔뜩 흐린 일요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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